친구가 아이키우기 게임을 하고있는걸 보았다.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 말했다.

"엄마, 나도 아이키우기 하고싶어!"

엄마가 싱긋 웃으며, 조금만 기다려줄래? 라고 말했다.


며칠 뒤, 엄마가 게임기를 데려왔다.

나는 친구가 하던대로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씻겨주었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나 친구가 하던것과는 다르게 아이가 웃지않고 울기만 했다.

싫증이 나서 나는 게임기를 집어던졌다.

그러자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혼내셨다.


그 다음날부터 게임기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엄마가 숨겼나보다.

나는 엄마한테 게임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새 게임기를 사주겠다며

백화점에 나를 데리고 갔다.

백화점에는 내 게임기와 비슷하게 생긴

50만원짜리 게임기가 있었다.

엄마는 돼지저금통을 사주시면서

매일매일 용돈을 모아서 직접 사라고하셨다.


오늘로 100일째.

돈을 전부 모았다.

백화점에 가서 게임기를 샀다.

근데 이 게임기, 내가 원하던 게임기가 아니다...


내 아들이 이상하다.

처음엔 동생을 봐주는게 기특했다.

그런데 점점 동생이 아닌 장난감을 대하는 듯 하더니,

오늘은 급기야 아이를 집어던지기까지했다.

자폐증인가 싶어 병원에 데려가보았지만

의사는 자폐가 아닌 싸이코패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아들에게서 떨어트려놓아야한다.

그것도 가능한 오래도록..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집에 왔다.

"엄마, 내 게임기 어딨어?"

소름이 돋았다.

아들에게 다른 '게임기'를 쥐어줘봤지만,

"이 게임기가 아니잖아!"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들은 '아기'를 원하는 듯 했다.

그것도 살아있는 아기를.

이대로 두면 아들은 다른 아기들을 찾아 사고를 칠 것임이 분명하다.

시간을 끌어야한다...

고민끝에 나는 아들에게 

실제 아기와 똑같이 생긴 고급봉제인형을 사주기로 했다.

다만 바로 사주면 또다시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기에,

시간을 끌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내야했다.

가장 비싼 50만원짜리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거야!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자세한 설명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또한 그 과정으로부터 싫증을 느끼면,

금세 포기해버리는 특징이 있어, 교육이 어렵다고 의사는 얘기했다.


"이제부터 이 저금통에 돈을 모으는 거야."

"100일간 5천원 씩, 50만원을 모으렴." 

"다 모으면 이 게임기를 사줄게."

다행히 아들은 인형이 진짜 아기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이렇게 다른 행위를 시켜 놓으면 금세 '아기'에 대한 흥미를 잃고 말겠지.."

"100일 간 저금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금세 잊어버리고 말거야."

이제 100일이 지나기 전에 아들을 낫게 해야 한다....

.

.

.


"이 게임기가 아니잖아!"

"엄마가 날 속였어!"


나는 아들을 낫게 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게임기가 될 차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