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중2병 집단인 줄 알았는데 좀 둘러보니 꽤 건전해 보이기도 하고

진지한 자세로 학문을 대하듯이 공부하는 모습이 보여서 신기하네


나는 기본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따르는 편이지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과학은 완성된 게 아니고 계속 발전 중인 학문이라, 지금 시점에서 원리를 밝혀내지 못한 모든 현상은 오컬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보거든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오컬트를 대하려 하고, 흥미도 있는 편이지만... 솔직히 오컬트는 올바르게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평소에 내가 하던 생각들을 풀어볼게

관심 있거나 잘 아는 내용들은 댓글 남겨주면 매우 고맙겠음

반대로 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내지는 이 부분은 함부로 다루면 위험하다 하는 점이 있으면 역시 가감없이 댓글로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



1. 영적인 존재는 실존하는가


오컬트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이유가 바로 '영'이라는 존재가 증명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

과학처럼 실험으로 보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

누구는 꿈을 통해 영적인 존재를 볼 수 있네

또 누구는 폐가에 가면 귀신이 나오네

군대에서 귀신 봤다는 썰이 한가득이네

이런 얘기들을 하지만, 정작 '누구나 동의할 만한 영적인 존재의 증거'는 한번도 기록된 적이 없는 듯 (혹시 있으면 알려주기 바람)


이 부분은 지금 진행 중인 토론 주제인 "과거와 현대가 다른 건 어째서일까?"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게

과거에는 기록을 남길 방법이 글과 손그림, 구전밖에 없었고, 녹음이나 녹화 기술이 발달한 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굉장히 최근이란 말이지.. 그마저도 불과 20세기까지만 해도 흑백에 저해상도였고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기록이 가진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반대로 말하면 낮은 신뢰도라도 사람들이 쉽게 믿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4K에 1080p 등등 엄청난 고해상도에 영상, 음향 분석 기술까지도 엄청나게 발달해서 기록이 가진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심지어 과학도 엄청 발전했어

그래서 누가 심령 현상을 촬영했다, 물건이 저절로 움직였다 주장하는 영상이 올라와도 사람들이 쉽게 믿지 않게 된 것 같아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촬영이라든가 기록을 남기는 기술이 그렇게 발달했으면 과거보다 더 오컬트의 증거품을 남길 기회가 많아졌을 텐데, 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을까?

아무도 없는 산에서 영물이 혼자 춤추고 있는 걸 2km 떨어진 아파트에서 누가 초고화질 카메라로 몰래 촬영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나는 여기에 내가 모르는 불문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령 '오컬트적인 존재들은 인간 사회에 자신들의 명백한 흔적을 절대로 남겨서는 안 된다'는 규율이 오컬트 세계에 존재한다거나

아니면 애초에 자연이 그렇게 되어 있거나

이건 마치 칼 세이건이 제시한 비유인 내 차고 안의 용(The dragon in my garage)처럼 영원히 증명할 수 없는 부류일지도 몰라

그렇기 때문에 기록 매체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영적인 존재들의 행동이 말도 안 되게 제약되었고, 자연스럽게 노출 빈도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아마 앞으로도 영적인 존재의 실존성이 증명되는 순간은 적어도 향후 100년 동안에는 안 나오지 싶어

어쩌면 누군가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간접적인 증명을 해낼지도 모르지만.. 나는 결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런 신비로움, 미스테리가 오컬트의 가장 큰 특징이자 근간이 아닐까



2. 영적인 존재는 어떤 계에서 살아가는가


1번 항목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명쾌한 답변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인데, 솔직히 궁금하잖아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같은 철학적인 사유의 답을 제시해 줄 것이고

"지구에서 인구수는 점차 늘어만 가는데, 만약 영혼이 존재한다면 추가분은 어디에서 오는가" 같은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을 테고

"만약 인간이 윤회를 거듭하고 있다면, 그 흐름에 따르지 않는 듯 보이는 수호령들은 어떤 이유로 현세에 머무르는가" 처럼 자칫 불경할 수도 있는 의문에 답을 구할 수도 있겠지


우리가 미지의 생물을 발견했을 때 먼저 그들의 생태계를 파악하려는 것처럼, 오컬트, 영적인 존재의 생태계를 알아내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봐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검증된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 걸 보면 1번 항목과 마찬가지로 우리한테 허용되지 않은 영역인 것 같아

그러면 나는 우리에게 허용된 영역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해.. 이쪽은 아마 무당이나 스님 같은 관련 종사자들이 좀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자칫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이라 한번도 해소된 적 없는 의문이야



3. 오컬트와 미래에 관하여


사람들이 오컬트에서 기대하는 건 뭘까?

더 나은 미래, 대비할 수 있는 확실한 미래, 바꿀 수 있는 미래 등등, 아마 "미래"가 대부분일 거 같아

그래서 사주팔자, 타로점 등등이 유행하는 걸 테고

이 미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


예지몽이나 미래시 같이 미래를 내다본다는 얘기가 있잖아

이건 경험담인데, 나는 예지몽은 한번도 꾼 적이 없지만 미래시라고 생각되는 경험은 몇 차례 있었어

마치 무슨 사진 한 장이 머리에 떠오른다거나, 수 초 가량의 짤막한 영상이 재생된다거나

이게 그 당시에는 미래시인 줄 모르고 지내다가, 몇 년 뒤에 딱 그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거지

처음에는 단순히 통찰을 가진 상상 내지는 망상이 어떻게 아다리가 잘 맞아서 미래에 비슷하게 재현된 게 아닐까를 의심했는데, 암만 봐도 '이건 통찰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데?' 싶은 적도 있더라고


미래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해 볼게

그러면 몇 달, 길게는 몇 년 뒤의 미래가 이미 확정되어 있고, 우리는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 자국 위를 그저 걸을 뿐인 건가?

아니면 우리가 평소에도 더 많은 미래시를 경험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미래가 바뀌어서 플래시백 없이 조용히 묻히는 건가?

우리가 목격하는 미래시는 우리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미래인 건가? 아니면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인가?

미래시는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될 수도 있는가? 아니면 반대로 미래를 알아버린 탓에 그 미래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가? (이건 사주, 타로점에도 던져볼 수 있는 질문)

오컬트가 제시하는 미래는 얼마나 가변적이고, 왜 우리는 미래시 같은 현상을 겪는 걸까?



4. 끝으로


오컬트는 모르는 것들 투성이고,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서 정답만 쏙쏙 알려주리라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적어도 내가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분별할 힘을 기를 수 있다면

그 힘을 기를 수 있는 건전한 방법을 댓글로 알려줘


나는 오컬트가 중2병들의 음습한 망상으로 그저 소비되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명상, 정신의 승화를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컬티즘 채널 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