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가장 유명하고 평가 좋은 히어로 영화. 특히 1편은 현존하는 모든 히어로물 중 최고의 로튼토마토 지수를 자랑하는 영화.

2편도 역시 14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듯이, 93점.


이 리뷰는 1편을 모두 봤다는 가정 하에 진행되니 참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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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1편의 엔딩에서 곧바로 이어지며 시작해.

존나 크고 아름다운 지하 굴착 드릴을 타고 땅을 뚫어 튀어나온 언더마이너라는 빌런을 상대하게 되는 파 가족.

그리고 결국 언더마이너의 기계를 멈추는건 성공하지만 주변은 난장판 되지.

그리고 바이올렛이랑 썸을 타는 남자애는 바이올렛의 초능력자로서의 모습을 봐서 정부 측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는 해프닝도 있고, 일단 슈퍼히어로 활동 자체가 존나 불법인지라 결국 주인공 가족은 경찰에게 연행되기에 이르게 되고. 심문실에서 좆도 한게 없는 경찰은 주인공 가족에게 침공을 막지도 못하고 돈도 못 찾고 기계는 멈췄지만 언더마이너는 잡지 못했다며 비난을 가하는 장면도 이어지고. 그리고 어찌 되었든 정부 측 친히어로 인사 덕분에 결국 경찰서에서 별 탈 없이 주인공 가족은 빠져나오는데 성공함.

이 일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이 일어나고 집안 갈등이 거세지기 직전, 데브텍이라는 회사에서 주인공 가족을 찾아오게 돼.

데브텍이 프로존, 미스터 인크레더블, 일라스티걸을 도와주고, 이 셋은 그로 말미암아 히어로 활동의 합법화를 이끌어내 달라는 제안이 들어오게 되지.

그래서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이 데브텍의 회장이 히어로의 광팬이고, 이 회장의 아버지 또한 히어로와 친한 인사였다고 해. 히어로 불법화 이후 집에 강도가 들어서 핫라인을 통해 파이로닉, 게이저빔을 불렀지만 둘은 당연히 연락 두절 상태이고, 그대로 이 회장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거야.

초인들의 활동이 자유로웠다면 아버지는 살았을거고, 이와 더불어 수많은 빌런들이 지금도 활개를 치는 일이 없을거라는 소리지.

그리고 회장이 처음으로 활동을 시킬 히어로는 바로 일라스티걸. 큰 이유는 없고, 그냥 제일 가성비있고 피해액이 적을거라서 그래.

일단 주변 사물이 부서지는게 확정인 미스터 인크레더블, 그리고 무언가를 얼리는게 능력인 프로존으로는 피해액이 클거라는거야.

그렇게 첫 임무. 범죄율 높은 도시에서 대충 범죄자 조지면 되는 일인데, 헬렌은 여기서 경찰 무전을 엿듣다가 자기부상열차 시승식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혹시나 해서 그쪽으로 향해.

헬렌이 도착하자, 잘 달리던 열차는 갑자기 폭주하며 미완성 구간으로 질주하기 시작하고, 헬렌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폭주를 멈춘 후, 기관실로 가서 누가 이 염병을 떨었는지 보게 돼.

이 지랄이 나 있는 스크린에 눈이 빠질듯 몰입해있는 기관사였지. 최면에 걸린거야.

그러다 갑자기 저 화면이 꺼지고, 한 글귀가 출력돼.

 -- 돌아온 걸 축하한다, 일라스티걸.
 --   -[스크린슬레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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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빌런 등장까지의 초반 줄거리야.


 이 영화엔 여러가지 포인트가 있어.

 여성 히어로인 일라스티걸을 앞에 내세웠다는 것, 그리고 1편의 주인공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집에서 육아 지옥에 시달린다는게 그 첫 포인트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PC스럽다 생각하는것도 이것 때문이고.

근데 사실 대기업 입장에선 위에 말했듯이 일라스티걸을 쓰는게 제일 합리적이야. 몸을 늘려서 신속하게 적을 제압하는 날렵한 히어로가 제일 주변 피해가 적거든.

작중 내내 회장의 동생 되는 에블린 데버라는 캐릭터가 헬렌이 남편의 그림자에 가려진다는 말을 했지만, 헬렌은 철저히 중립적 시각에서 이를 반박해.

그리고 가사노동에 어려움을 겪는 밥은 엄청 힘들어하고 헬렌이 해온 고생을 공감하고, 여기서 멈췄다면 정말 불편하게 PC스러웠겠지. 당연히 여기서 멈추지 않아. 결국 이 모든 일은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일념 하에, 자신이 이 일 또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밥의 모습도 보여줘. 모든 부모는 히어로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 이 장면을 보자니.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에서 뒤에 켜져있는 TV에 나오는 뉴스에선 결혼하기 전 일라스티걸의 인터뷰가 나와.

"세상은 남자들한테 맡겨두라고요? 전 그렇게 생각안해요. 그건 아니죠."

이 말은 단지 페미니즘적 메시지가 아니야.

책임과 의무는 모두에게나 있고, 그 책임을 질 힘도 누구에게나 있다는거지.

결정적으로, 감독이 한 말도 있어.

자신은 이 영화를 메시지 전달을 위해 만든게 아니라는거지.

물론 어떤 식의 해석도 자유라는 말까지 덧붙였어.

실제로 페미니즘적 해석이 제일 많지만, 그 어떤 시각에서 해석하더라도, 이 영화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책임. 한국의 래디컬 페미니즘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무언가지.

물론 이 영화, 크나큰 단점도 있어. 초반 시퀸스에 헬렌의 활약을 큰 비중으로 잡느라 출연 분배가 시발이야.

초반에는 헬렌이 활약하고, 흑막의 정체가 나온 뒤에는 애들이 활약을 해서 밥이 활약할 타이밍은 상당히 부족해.

근데 이거 다 제쳐두고, 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단지 사상적인 그런 책임에 대한것만 있는게 아니라 생각해.

스크린슬레이버.

Screen-Slaver.

스크린으로 세뇌영상 틀어서 노예로 만든다는 빌런의 컨셉에 충실한 네이밍이지.

이 빌런에 대한 해석엔 이 영화의 중대한 스포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면 다들 뒤로가기를 눌러줘.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이 앞, 스포 있다.














일단 스크린슬레이버의 정체는 아까 말한 데브텍 회장의 여동생인 에블린 데버야.

얘의 동기는 간단해.

아까 회장 아빠가 히어로 불렀는데 안 와서 죽었다고 했지?

이에 대해 이 친구는 히어로에 대한 의존이 아버지를 약하게 했다고 해석한거야.

히어로가 언젠간 올거라는 믿음으로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무력하게 죽은거지.

이에 더하여, 히어로의 존재는 대중을 약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히어로를 영원히 활동할 수 없게 하는게 이 친구의 최종 목표고.

히어로에 대한 의존.
무기력하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대중.

나는 이게 현실의 시청자를 향한 일침이라고 생각해.

스크린-슬레이버.

스크린의 노예가 된 대중들.
미디어가 떠먹여주는대로 받아먹는 사람들.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수용.

마치, 최면에 걸린듯. 미디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들, 그리고 현 시대의 사람들.

이 빌런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해. 미디어에 대한 의존은 대중을 노예로 만든다는것.

이 미디어를, 이 세계관에서는 히어로에 빗댄거야.

물론 이런 메시지와는 별개로 빌런의 퀄리티는 영 그래.

상당히 잘 만들어진 지능형 빌런이고, 무력과 카리스마 면에서 신드롬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그 계획의 치밀함과 성공 시 불러올 파국은 신드롬보다 훨씬 크지. 이건 사실이야.

아버지의 죽음 이후, 무력하고 우둔한 대중을  보며 아버지의 회사를 남매끼리 대기업으로 키우며 대중에게 환멸을 느끼는것도 이해가 돼.

근데, 이런 과정 다 생략하고, "히어로를 금지시키기 위해 히어로를 세뇌해서 배를 항구에 박아 많은 사람들을 죽이자!!" 같은 미친 생각을 하는 싸이코 아나키스트가 갑자기 탄생한거지.

동기도 마음에 드는데, 정체를 밝히고 최종전까지의 흐름이 너무 빨라서 에블린의 서사가 풀릴 틈이 없었어.

이런 단점도 있지만, 이 영화가 개쩌는 영화인건 변하지 않아.

이 영화를 보고 할 수 있는 해석은 참 다양해. 왜냐하면 해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애들 보라고 만든 영화에 뭔 사상이고 해석이야.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생각할 거리가 많고 해석의 방향 또한 무궁무진해. 내가 방금 말한 책임에 대한 것 말고도 수많은 해석이 존재할 수 있어.

내 해석은 정답이 아니고, 그 어떤 해석도 정답이 될 수 없어.

언젠가 이 영화를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해보면 좋겠네 다들.



--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