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괴벨스는 1897년 루르 공업 지대가 위치한 독일 서부 묀헨글라트부흐의 Rheydt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럽의 전성기인 벨 에포크 시대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괴벨스 역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괴벨스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는 태어나자 마자 폐병을 앓다가 겨우 살아났으며 - 이때 그가 죽었다면 많은 이들이 살았을 것이다 - 골수염으로 오른발이 굽었을 뿐만 아니라 왼발보다 덜 자랐다.

신체를 교정하기 위해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했고 평생 보조기구에 의존해야 했다. 당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중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중세보다 더 심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하나님의 형벌을 받은 자', '하나님께 버림 받은 죄인'으로 인식됐다. - 예수님이 장애는 누구의 죄도 아니라고 하신 걸 생각하면 황당한 얘기지만 - 괴벨스 역시 이러한 인식 속에서 고통 받았고 어렸을 때부터 괴롭힘을 받았다.

그는 165cm라는 작은 체구와 장애 때문에 같은 반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경멸 받았다.

자신과는 다르게 마음껏 뛰어놀고 친구를 사귀는 이들을 보며 괴벨스는 처음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1916년의 괴벨스>

당시 괴벨스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집에 틀어박혀서 신비주의, 종교적인 책들과 러시아 사회주의 성향의 책들을 읽던 소년 괴벨스는 몽상가가 되었다.

이 시기 그가 쓴 소설의 내용은 강력한 지도자를 소원하며 타락한 사회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이지 않은가?

그는 장애를 공부로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고 성적도 잘 나왔다.

괴벨스의 부모님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것은 물론, 그 역시 가톨릭 신자였기에 신부를 꿈꾸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히틀러 역시 신부를 꿈꾸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17살이 되던 해, 1차세계대전이 시작됐다. 벨 에포크 시대를 보내던 유럽인들은 전쟁이 크리스마스 이전, 6개월도 안되서 끝날 거라 생각하고 너 나 가릴 것 없이 군대에 입대했다.

전쟁에서 동화 속 옛 기사들처럼, 그들의 아버지처럼 멋지게 싸워 이기고, 독일인은 파리의 에펠탑, 프랑스인은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자랑스럽게 승전 행군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벨 에포크는 순식간에 끝났다. 승전 퍼레이드를 펼칠 레드카펫은 군인들의 피가 대신했다. 수백만의 피가 흘렀고, 플랑도르 들판엔 양귀비가 가득 피었다.

괴벨스는 전쟁이 일어나자 독일제국 육군에 자원입대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사유는 그의 장애. 그는 우리나라의 공익제도처럼 전선이 아닌 후방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많은 청년들이 자랑스럽게 군대에 입대해 군복을 입고 전선에 나가는 걸 본 괴벨스는 이때 또 한번 박탈감을 느꼈다. 자신의 몸을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겐 엄청난 모욕이었다.

괴벨스는 1917년 김나지움(독일의 중등교육기관)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해 졸업 연설도 했다. 그는 분명 훌륭한 학생이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해 박사학위까지 따내면서 장애를 공부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독일은 제국에서 공화국이 되었으며 사회와 경제는 개박살이 났다.

괴벨스는 전쟁이 끝나고 다른 독일 청년들처럼 직업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출판사와 은행 등에 취업했으나 곧 해고되고 1923년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유대계 출판사와 은행에서 근무하며 직원들이 자신을 장애를 이유로 조롱하거나 어떤 망설임도 없이 불법적인 투기와 사기를 저지르는 것을 보며 괴벨스는 유대인을 향한 반감과 혐오감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 시기 사귀던 유대인 여자친구가 자신을 버리고 돈이 많으며 건강한 남성과 결혼하자 유대인과 인간을 향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그는 모든 문제에 민족과 유대인을 연결시켰고, 유대인들은 지난 전쟁에서 독일을 물질주의에 빠뜨려 타락시키고 패배하게 만든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인간불신과 사회에 대한 경멸, 박탈감에 빠진 괴벨스에겐 진실은 중요치 않았다. 전쟁 중 수많은 유대인이 전선에서 싸웠다는 '진실' 역시 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 앞에 어느 깃발 하나가 보였다. 붉은 바탕과 흰 원 속에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이.

--- 다음 편으로 이어짐

괴벨스는 나치 중에서도 입체적인 인물이라 좋은 소재가 될 거 같아 써보는 글임
물론 나치 옹호는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