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기 영국 귀족의 경칭들


 들어가기에 앞서 말하자면, 이 글은 장붕이들 심심풀이로 읽으라고 쓰는거임


 만약 작가라면 위 사진 정도만 신경 써도 제정신이 아닌거고, 솔직히 신경 안써도 됨


 그거 신경써봤자 작가 머리는 빠게지고 연재속도는 느려지는데 


 독자들은 호칭고증 따위 하등 신경 안쓰고, 복잡하고 연재속도 느리다며 다 하차할 거임



 

 아무튼 그건 그거고 다음 예문을 보자.


  By his last years Erasmus realized that princes like Henry VIII and François I had deceived him in their elaborate negotiations for universal peace, but his belief in the potential of princely power for good remained undimmed.-Diarmaid MacCulloch, A History of Christianity, Penguin, 2010, p.600:


 말년에 이르러 에라스무스는 헨리 8세와 프랑수아 1세 같은 prince들이 세계 평화를 위한 정교한 협상에서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prince의 권력이 선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위의 예문을 직역하면 이렇게됨



 이제는 서양에서도 옛말이나 역사책에서나 사용되고 있지만 'Prince'는 본래 최상위권 군주를 가르키는 용례로 쓰였음.


 백작도 왕도 황제도 모두 Prince가 될 수 있음


 애초에 이는 로마 황제의 칭호 중 하나인 'Princeps'(제 1시민)에서 비롯된 단어인데


 본래 수석, 가장 높은 자, 으뜸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에 봉건제 이전 부족장들도 칭하고 다녔고


 13세기 이후 부턴 영어-프랑스어권 화자들이 언어가 다른 지역의 군주나 상위 영주를 가르킬 때, Prince라고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Prince는 군주나 상위 제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음.



 한편, 서유럽 군주들은 자신의 후계자의 권위를 보장하기 위해 그들에게 Princeps를 수여하던게 관습으로 굳어지며


 14세기부터 Prince는 군주의 가족에 의미를 가지게 되었음.



 그리고 또, 독일 지역에선 'Fürst'가 Prince의 번역이기도 했지만 원래 군주와 일반 제후 모두를 의미했고


 이후 공작(Herzog)보단 낮고, 백작(Graf)보단 높다는 작위로서의 'Fürst'가 새로 만들어짐.(보통 후작으로 번역됨)



 즉,  Prince는 군주, 유력제후, 군주의 가족, 일반제후, 후작의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음.


 

 경칭 알아보자니까 갑자기 왜 이리 복잡하게 말하느냐.


 그 복잡함을 설명하려고 한거임.


 보통 오등작으로 번역되는 여러 지배계층의 작위의 의미는 


 서로마가 멸망할 때인 476년부터 귀족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도입할 현대까지


 드넓은 유럽 지역을 배경으로 다양하게 변화해왔음.


 때문에 이 글에서 '아닌데? 실제로는 그랬는데?'하면 니 말이 맞음. 1500년 사이 유럽 어디선가 실제로 그런 시기가 있었을테니 



 단적으로 변경백으로 번역되는 Margrave는 원래 임명직이었고, 이후 세습 작위, 그 후엔 유력제후가 칭하는 하나의 명예로운 칭호가 되어버림.


 (마지막에 유력제후가 칭했던 것 때문에 변경백이 왕이나 대공에 상응하는 지위였다고 착각받기도 함)


 다만 프랑스-이탈리아에선 이후 하급귀족도 자칭하는 호칭이되었고, 스페인에선 절반 이상의 귀족이 변경백이었다보니 현대에서도 세습 작위를 칭하고 있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귀족간의 계층화된 질서는 중세 말에 형성된 일이고, 그마저도 당시 주축은 보통 백작(Count)이었고, 공작이 정말로 높아지는건 중앙집권이 시작되는 근세 이후 부터임.


 (정확히는 중세 초기에도 높긴 했음. 이후 견제 받고 갈갈이 찢겨 명예직으로 남은게 문제지)


 즉, 백작이고 공작이고 기타 등등이고 단순히 세습작위명이라고 단정지으면 안되고, 궁정관직이거나 칭호일 수도 있고, 혹은 여러 성격을 동시에 띠던 시대나 장소도 있음.


 또한, 번역에 따라 다른데, 대공은 독일계 대공(Großherzog), 오스트리아 대공(Erzherzog), 폴란드 대공(Maximus Dux) 등을 뭉뚱그린 단어임.



 때문에 중세, 그리고 그 이후로도 무조건 백작이라고 공작에게 굽실대지 않았고, 독립된 군주인 백작도 있었음.


 실제로 가끔 귀천상혼 배제라면서 왕가와 백작가가 혼인하는걸 볼 수 있는데


 이는 독립군주인 왕가와 백작가를 동등하게 보았기 때문임.


 (후술할텐데 혈통문제 일 수도 있음)



 이제 호칭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 설명이 끝났음.



 일단 현대 영어에선 'Your Highness'는 prince나 princess에게 사용하는 호칭이라고 정의됨.


 그리고 'Your Majesty'는 king, queen, emperor, empress 등 prince보다 높은 지위의 군주를 가르키는 호칭이라고 쓰임.



 실제로 영어자막 단 사극보면 '전하'가 Your Majesty로 번역되는걸 볼 수 있을 거임.


 Your Majesty는 1519년, 신롬의 카를 5세가 처음 도입하면서 생긴 용어로


 이후 각국 왕실에 전파되며 왕 혹은 황제위를 가진 이들이 자신의 특별함을 위해 쓰는 말이됨.


 보통 왕작 이상의 독립국은 Your Majesty, 그 이하의 독립국이나 유력제후는 Your Highness로 칭하는 거임.


 기존 왕이나 제후들보다 더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양의 황제 같은 것.



 그 이전엔 Your Highness가 통상적으로 쓰였지만 이것도 절대적인건 아니고

 

 영국을 예로 들면 Majesty도입 이후에도 Majesty, Highness, Grace가 혼용되어 쓰이다가 나중가서야 각각 왕, 왕족, 공작을 칭하는 것으로 갈라짐.


 즉, Majesty이전에도 꽤나 제각각이었음을 볼 수 있음. 보통 Highness가 광범위하게 쓰였다 뿐이지.


 

 위의 예문에서 등장하는 헨리 8세와 프랑수아 1세가 바로 각각 영국과 프랑스에 Your Majesty 칭호를 도입한 사람들이지만 현대 용법과는 다르게 prince로 칭해졌던 것도 그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음.



 그리고 이건 지역마다 다른데, 상술했듯 영국은 공작을 Grace로 칭하지만, 독일은 Highness로 칭하고 있음.


 또, Highness는 그 사이에 들어가는 단어에 따라


  Your Imperial Highness-황족

  Your Royal Highness-왕족과 대공부부

  Your Grand Ducal Highness-대공부부를 제외한 대공가(독일계)

 

 기타 등등이 있지만 이것도 일원화 된게 아니라 시대와 지역마다 제각각이고, 현대의 의미로 정립은 빈 회의(1815년) 이후임.



 마지막으로 혈통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왕가의 분가이거나 그 분가의 사람과 혼인한 후손의 경우(현 룩셈부르크 대공가가 대표적) Your Royal Highness의 칭호를 쓸 수 있고


 더는 직위가 없는 과거 왕족 가문도 그 유명세에 따라 쳐주기도 함.(이는 귀천상혼에서도 똑같이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