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아, 또!"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도서관에 살다시피 한 대가로 도우미가 된 난 최근 수상한 일을 하고 있다.


"하하하... 또 이러네."

"제발 할 거면 똑바로 해줘."


그것은 도저히 사서 선생님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꽉 잡아."

"아랐어.... 아! 으다다다닷!"

"아파?"

"...조금? 견딜 만해."


소방관인 아버지가 본다면 구조 활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당탕!


"아~. 또 구멍이 났어. 이제는 막을 책도 없단 말이야."

"헤헤..."


마치 부모님이 집에 오기 직전 쓰레기들을 대충 상자에 쑤셔 넣는 것처럼, 우리는 구멍이 뚫린 책장을 책으로 가렸다.


"그런데 말이야..."

"응?"

"...아니다. 청소나 마저 하자."

"흐음...?"


딱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만 한 구멍을 가리고 주변에 떨어진 책들도 마저 치웠다. 등교 시간 전 도서관에 올 사람은 없었기에 무척이나 조용해졌다.


"등교 안 하니?"

"에헤헤. 도서관에 온 김에 책이라도 읽으려고."

"네가?"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짐 없이 도서관 책장에서 구해준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하는데 그녀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책을 읽는다고?


"그것도 사서 선생님 자리에서?"

"...이왕이면 네 옆자리라고 해줘."

"뭐, 그것도 맞는 표현이긴 하지."


아무튼 선생님 오시기 전에 교실로 가라고. 괜히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런 모습 걸리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그보다... 뭐 읽고 있어?"

"아 이거? 자."


그녀가 건네 준 얇은 책은 2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책이었다.


"으음... 순간이동자들을 위한 안내서? 확실히 너에게 필요한 건 맞네."

"히히. 그러니까 빌려주라."

"뭐, 바코드도 있으니 문제될 건 없지."


삑.


"자. 여기 있어. 반납은 다음... 뭐해?"


그녀는 말 없이 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읽으라는 건가?


"미숙한 순간이동자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당신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포함해, 다음의 필수적인 조건이 요구된다. 하나는 이성일 것. 둘은 한 달 이상 만날 것. 마지막 셋은..."


에?


"사랑에 빠질 것!"

"네?"


매일 아침, 순간이동으로 등교하는 여자가 있다. 그리고 매일 실패해 도서관 책장에 끼이는 그녀가 대출하려는 건 아무래도 책 뿐만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