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은 거기까지다. 마수.”



조용히, 허나 선명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마수 케라가는 고개를 돌리며 방금까지 손에 쥐고 있던 S시의 유일한 마법소녀 샤이닝 솔라의 머리를 땅에 박아넣었다.



쿠웅-


“끄윽…”



 그 무지막지한 괴력은 솔라의 머리로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마저 부수며 그녀 얼굴의 절반 가량을 지면 아래에 파묻었다.


 솔라는 반격을 가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애썼으나 이미 모두 부러진 사지와 바닥을 드러낸 마력은 오직 앞으로 일어날 참극에 대한 방관만을 허락할 뿐.



 30KM 이상의 거리에서도 개미만한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마법소녀 특유의 높은 시력은 시야의 절반이 가려졌음에도 약 400미터 밖의 마수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던 여인을 상세히 보여주었다.


 군데군데 얼룩이 있는 하얀 실험복, 그 안에 며칠은 벗지 않은 듯한 푸른색 와이셔츠, 물이 빠지고 찢어져 낡은 티가 나는 청바지.


 거기에 더해 눈 밑을 길게 드리워 퇴폐미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다크서클에 관리를 하지 않아 푸석푸석한 머리를 대충 뒤로 넘긴 포니테일까지.


 오른손에 권총과도 같은 무언가를 들고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저 여인은 단순한 폐인에 불과한 것 같았다.



 어느새 솔라의 머리에서 손을 뗀 케라가 역시 유사한 생각을 했는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말을 내뱉었다.



 “크흐, 네까짓게 뭐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냐? 행색을 보아하니 마법소녀도 아닌듯 한데. 설마 손에 들린 그 장난감을 믿고 건방을 떠는 건 아니겠지?”



 허나 여인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심히 오른손의 물체를 케라가에게 조준했다.



 솔라는 그 광경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오래전, 솔라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타난 마수라는 생명체에겐 인간이 지닌 그 어떤 병기도 통하지 않았다.


 저 마수들의 고향에서는 벌레 수준의 피식자에 불과한 하급 마수가 전략핵무기의 폭발 한가운데서 유유히 빠져나올 정도로.


 만약 전세계의 소녀들이 마수들의 방호력을 뚫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힘인 마력을 각성하지 못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소수의 도시 형태 생존구역에서조차 살아남지 않았으리라.



 그러니, 지금 저 폐인과도 같은 여인이 손에 들린 권총 하나만 가지고 마법소녀인 자신조차 대적하지 못하는 마수와 겨루고자 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행위.


 마법소녀로서 각성했을 때부터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겠다 맹세한 소녀로서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었으나 마법소녀 샤이닝 솔라가 아닌, 사지가 부러지고 마력이 바닥난 평범한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고함을 치는 것 밖에 없었다.



“도망치세요!!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테니 어서!!! 제발 여기서 벗어나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외침이 들리기는 했는지 여인은 잠시 마수의 발치의 소녀를 힐끔 바라보기는 했지만 이내 관심을 거두고 마수에게 말을 건넸다.



 “조그만 애새끼 이겨놓고 폼잡으니까 좋냐? 혀 길게 내빼지 말고 덤비기나 해라. 설마 이깟 장난감에 쫄아서 그렇게 말이 많아진건 아니겠지?”



 그 과감한 도발에 케라가는 격노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도 모기가 귓가에서 앵앵된다면 짜증이 날진대, 한 번의 손짓이면 핏물이 될 미물이 자신들과 유사한 언어로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에 화가 나지 않을 마수가 있을리가.



 “늙어빠져서 마력을 각성할 수조차 없는 년이 제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마법소녀가 아닌 네 년은 네 손에 들린 장난감이 아니라 네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내 몸에 생채기조차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네 몸을 갈갈이 찢어 그 어리석은 언동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리 외치며 케라가는 눈 앞의 미물을 찢어 죽이기 위해 발 밑 소녀의 비명소리를 배경삼아 달려나갔다.



 아무 속임수 없이 직진해오는 마수를 보면서 여인은 권총 모양의 물건, 즉 제 몸에 이식된 기계장치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현재 에너지 잔량은 약 47%.》


 “어리석은 건 너다, 마수. 네 말엔 틀린 곳이 최소한 3곳이나 있거든.”



 여인은 틀린 점을 지적할 어휘를 찾다 어릴 적 이식수술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7살짜리 아이에게 들려주던 게 동화도 소설도 아닌 과학과 관련된 딱딱한 이야기라니, 제 평생의 역작을 지키겠다며 사망확률이 70% 가까이 되는 수술에 하나뿐인 딸을 집어넣은 작자다운 선정이라 할 수 있겠다.


아니, 그 이야기는 일단은 소설작가가 쓴 것이니 그 작자 나름대로 신경 써준 것이려나? 제 목숨을 노리러 오는 마수를 눈 앞에 두고 떠올릴 법한 재미없는 농담이다.



《최대출력 활성화시 예상 소모량 11.7%》


 “첫째, 난 늙지 않았어. 늙은 과학자는 가능과 불가능도 구별하지 못하는데 내 머리는 아직 할 수 있으니까.”



 아서.C.클라크의 과학 제 1법칙


 어떤 뛰어난, 그러나 나이든 과학자가 무언가가 "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경우, 그의 말은 높은 확률로 틀렸다.



 케라가는 자신이 지금까지 달려온 가속력을 그대로 주먹에 담아 휘두르려 했다.


 설령 맞는다면 철근 콘크리트 벽이라도 속절없이 무너질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여인은 그보다 조금 앞서게 짧은 단어들의 조합을 떠올렸다. 가시화, 그리고 최대출력 활성화.


 그러자 여인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작은 목소리.



 《사용자 승인. 대불법개발생물체 직접적 신경 연결형 위장 병기(Masking Anti Guilt Invented Creature Weapon - Attaching nerve directly), 약칭 MAGICWAND 최대출력 활성화.》



 바로 후, 케라가의 주먹이 내질러졌다.



 쾅-!



 주먹의 풍압과 충격만으로 일어난 먼지 속에서 마수는 의문을 품었다.


 소리는 요란했으나 그의 주먹이 전해주는 감촉은 미물들을 눌러죽일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아주 단단한 쇳덩어리나… 오래전 사라지신 최고위 마수분들 같은…!’



 “그리고 두번째.”



 먼지가 걷히며 그 틈사이로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케라가는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자신의 손에 고깃덩이가 되었어야 할 미물이 여전히 말을 지껄이고 있었으니.


 예상은 했으나 실제로 그것을 체감하고 반응하는 것은 다른 문제. 그렇기에 마수는 손쉽게 다음 행동을 결정하지 못했다.



 “불가능한지 아닌지는 시도해보지 않은 지금에서는 아직 모르지. 불가능을 검증하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시도해보는 것 뿐.”


 아서.C.클라크의 과학 제 2법칙


 어떤 일의 가능성의 한계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불가능의 영역에 아주 살짝 도전해 보는 것뿐이다.



 케라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주먹을 붙잡고 있는 거대한 손 형태의 기계덩어리와, 그 뒤에서 태연히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였다.


 그 기계손에서 끼릭-하는 소리가 나자, 그의 주먹에 가해지는 압박은 점차 더해졌고 결국 그 통증에 마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이 도시를 책임지는 마법소녀가 자신의 전력을 다 바쳐도 듣지 못한 귀중한 소리를 일으킨 장본인은 자신의 수확이 아닌 척추어림에서 제 신경으로 직접 주입되는 기계음에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에너지 예상 소비량 초과. 에너지 잔량 33.2%, 에너지 소모량 초당 2.3%. 현 전투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 모델 개선 예정. 이 이상의 에너지 과소비 방지를 위해 사용자에게 리펄서 빔을 활용한 조기 전투 종료를 요구.》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에너지 모자라서 힘드니까 얼른 싸우는 거 끝내고 쉬자는 찡찡거림.


 얼핏보면 합당하나 일상생활에서 라면 하나 먹는 것도 뭐라 훈계하는 AI가 이럴 때까지 간섭하는 건 여인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팔자에도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 저 몸 속 깡통 때문이라면 더더욱.


 

 ‘쯧, 이 녀석 배터리가 떨어지는 걸 방치하자면 내 오른팔과 척수를 포기해야하니 수지타산이 안 맞아. 그것만 아니었어도 확 떼어다 고철상에 팔아버리는 건데.’


 《본 AI의 가치는 마수출현 이전 기준 우완, 척추 이식 시장거래가의 약 243배이상으로 추정. 사용자의 발언 오류 수정 요청.》


 ‘그래그래, 내가 다 잘못했으니 빔이나 준비해라.’


 《사용자 승인. 발사 대기.》



 여인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마수는 고통을 참으면서 두손으로 제 주먹을 감싼 기계팔을 어떻게든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 모습에 여인은 한번의 비웃음을 남기며 마지막 지적을 입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마법소녀가 아니라고? 틀렸어.”



 케라가는 점점 저 거대한 기계손의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곳은 분명 도시를 지키는 마법소녀도 신참이며, 강함도 별볼일없으니 쉬운 임무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마법소녀는 마법을 쓰는 소녀라는 뜻이잖아? 내가 아직 만으로는 20세 아래니 소녀라 할 수 있고, 마법도 쓰고 있으니까 마법소녀라 할 수 있지.”



 그 말을 들은 마수는 최후의 발악처럼, 헛된 반박을 내뱉었다.



 “마법이라니!! 이 흉측한 기계 어디에 마법이 존재한단 말이냐!!!”



 그러자 여인은 이 곳에 나타난 후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를 드리웠다.



 “일단, 이 깡통은 일단 마력으로 움직여. 그리고…”



 그리고, 소리만이 있었다.


 여인의 머릿속에만 들리는 기계음과, 



《리펄서빔, 발사.》



 저 멀리 떨어진 소녀에게도 들릴 거대한 파열음이.



 콰아아아아아아앙-



 

 툭-



 마지막으로, 마수의 그나마 잔존한 하반신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소리가.


 그 후 이어진 무엇도 방해하지 못할 것 같은, 영원할 듯한 정적을 깬 것은 여인의 뒷말이었다.



 “...아서.C.클라크의 과학 제 3법칙에 따르면,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거든.”



 쯧, AI 주제에 사람 말을 끊지 말란 말이야. 그리 작게 덧붙이며 여인은 절반만 남은 마수의 사체로 다가가 오른팔을 뻗었다.


 이젠 고작 20%남짓 남은 제 척추와 오른팔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방금 리펄서 빔을 발사했기에 아직 다 식지 않은 기계손이 사체에 닿자 조금은 역겨운 고기 익는 냄새가 퍼졌으나 애초에 후각기능에 없는 여인의 몸 속 군식구는 상관없이 게걸스레 아직 증발하지 않은 마력을 흡수할 뿐이었다.


 만약 이 깡통이 사람이었다면 같이 마주앉아 식사하진 못하겠다고 여인은 생각했다.



 《에너지 흡수 완료. 현재 에너지 잔량 64%》



  역겨운 냄새에 코를 막고 있기도 잠시, 어느새 흡수 완료를 알리는 기계음이 들려오자 여인은 다시 거대한 기계팔을 제 몸속으로 수납했다.


 몇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에 눈살을 찌푸린 후 다시 은신처로 되돌아가려는 순간, 소녀의 질문이 그 걸음을 가로막았다.



 “다…당신… 누구예요?”



 부러진 다리를 어떻게든 끌고 온 마법소녀는 의문과 경계를 한껏 담아 질문을 던졌다.



 “아…아무리 봐도 마법소녀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그리 손쉽게 이 마수를 해치울 수 있던거죠..? 제가 아니라 더 강력한 선배님들이 계셨더라도 힘든 일일텐데..? 대체 정체가…?”



 생각도 미처 다 정리치 못하고 마구잡이로 내뱉는 질문이었으나 그 속에 담긴 의도만은 전해졌다.


 여인은 이제 그 질문에 어떻게 명쾌하게 답할지 고민이었다.



 이 깡통은 S시가 아직 서울이라 불리고 정부가 남아있을 적 천재 연구원들을 모아 만든, 당시 불법개발생명체라 알려진 마수를 때려잡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병기다?


 아니면 미친 사이코 과학자였던 아버지가 제 평생의 역작을 대대로 남기겠다며 하나뿐인 딸년을 수술을 가장한 인체실험의 결과물이다?


 혹은 아버지가 뒤져버린 후엔 몸에 든 잔소리쟁이 깡통 때문에 마수를 잡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가련한 피해자다?



 주관적으로도,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여인에겐 그럴듯하고 괜찮은 표현으로 상황을 요약하는 재주가 없었다.


 그러니 방금도 자기만 관심있는 과학 3법칙 얘기를 주절주절 떠들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것은 다 유일하게 대화하던 여인의 아버지와 몸 속 깡통이 사교성을 기르기엔 적절치 않은 인선이기 때문이다.


 절대 몸 속 깡통이 주장하듯 자신의 선천적 성격과 전무한 대화의지 때문이 아니라고 여인은 생각했다.



 그래, 이리 고민할 필요는 없다. 더 이상 척 봐도 친구가 많아보이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의 눈빛을 받기도 힘들다.


 여인은 늘 하던대로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무 단어나 내뱉고 도망가기로 했다.


 간신히 골절의 고통을 참으며 서있는 마법소녀를 뒤로하며, 여인은 걸어갔다. 그리고 읇조렸다.



 “비록, 나는 너희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쓰진 못하지만, 과학이라는 마법을 사용하며, 그 힘으로 사람을 구하고자 한다.”



 솔라는 그날 석양 아래에서 보았다. 



 “내가 나이는 조금 많지만, 지금 대체할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니… 좀 전에 자칭했듯, 여전히 날 마법소녀라 칭해야겠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업적, 마법소녀가 아님에도 마수를 죽인 사람을.


 그리고 자신을 능가하는, 혹은 이 세상 누구보다 강할지도 모를 인간을.


 그런데도 이름 하나 밝히지 않고, 묵묵히 사람을 구하고자 헌신하는 영웅을.



 그래, 훗날 세계 최강의 칭호를 거머쥘 마법소녀 샤이닝 솔라에게 인생의 지향점이 되어줄 이상향이 생긴 순간이었다.


 잠시 후 방구석에서 컵라면으로 때우다 또다시 질책을 들을 여인에겐 평생의 스토커가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고.


 

 그렇게, 하루의 해가 저물며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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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좀 보여서 걍 삭제했다 수정하고 재업함


다 쓰고 나서 생각한건데 미묘하게 가면라이더 느낌나네


마법소녀 가면라이더 백합물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