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중 이를 규정한 조항은,


민법 제 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1항.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이후 뭐 2항, 3항도 있긴 한데 쟁점은 아니니까 중략.



참고로 2022년 헌재가 이 조항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고, ->이 당시에도 위헌(4) 합헌(5)의 비율로 위헌쪽으로 많이 기울었음을 알 수 있는데


민법 제 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2. 혼인이 제809조 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참고로 2022년 헌재가 대신 이 조항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헌법불합치(계속 적용) 판결을 때렸는데...



부연 설명하자면 민법 809조 1항에 대해서도 현재 그 범위가 8촌으로 너무 넓다(전세계적으론 4촌 범위가 일반적인 듯함)라는 차원에서 위헌적 견해가 높아진 거지, 저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선 딱히 이견이 없다. 즉 근친혼 금지 조항은 있어야 하되 너무 넓게 막고 있는 거 아니냐는 게 현재 헌법재판소의 중요 쟁점인 듯하다.



반면 815조 2항의 경우는 그 의미가 뭐냐면, 8촌 이내의 근친혼으로 밝혀지면 혼인 관계가 법적으로 신고해서 성립했든 어쨌든 원천무효라는 것. 이 무효란 의미는 취소와 다른 건데, 취소는 장래효라고 그 순간부터 법적 효력이 없음을 의미한다면 무효는 애초에 유효였던 상태가 없음을 의미한다. 혼인 관계 취소라면 취소가 확정된 순간부터 더 이상 두 사람은 혼인 관계가 아님! 이라는 의미라면 혼인 관계 무효는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혼인 관계였던 적이 없음! 이라는 의미.


여기에서 헌재는 이미 자식도 낳고 수십 년 혼인을 지속해 오다가 우연하게 저 근친혼 금지 조항에 해당된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 몇몇 사례들까지 예외 없이 모두 무효라고 보는 저 조항이 너무 빡세다고 판시한 건데... 그래서 저 조항은 올해 12.31까지 개정이 없으면 2025.1.1 0시부터 소멸되는 조항으로 그 때까지만 잠정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이 되시겠다.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근친혼 금지 규정이 국가권력의 지나친 간섭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관점에선 그러면 애초에 민법이니 법전을 두고 자연 상태의 모든 인간에게 어떠한 제약이라도 거는 모든 국가적 권력 혹은 작용에 대해서 다 간섭이 심하다고 볼 건지 궁금하다.


물론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적 생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국가의 제약에 대해선 일반 상식상 동의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혼인 생활 문제와 같은 지극히 사생활에 가까운 영역에 대하여 국가권력의 간섭이 정당한가? 라고 물어볼 수 있다.


당연한데 내가 하고픈 말, 그리고 제도권에서 흔히 구분하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국가가 제도적 장치로 규율하는 내용과 각 국민이 갖는(피부로 느끼는) 실생활 속의 자유과 제약 범위인데, 쉽게 말해 법령이 커버하는 힘을 규범력이라고 한다. 법령이 얼마나 그 내용을 규정하고 실제 효력을 미쳐서 사람들이 얼마나 그걸 따르고 어기기도 하냐 뭐 이렇게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오늘의 논의 범위 내에선 쉽게 말하자면 법적 혼인 상태와 사실혼의 구분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물론 사실혼도 단순 동거와 다르게 나름 혼인 사실이 인정되는 부분도 있고 뭐 그런데, 그건 복잡하니까 생략하고.


법 개념적으론 어떤 긍정적인 부분을 유도하든가, 어떤 부정적인 부분을 차감하든가 하는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긍정적 유도에는 다시 어떠한 혜택을 줘서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인센티브 방향을 고민하든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느끼게끔 해서 유도하는 두 차원이 있다. 반대로 부정적 행위를 하는 자를 처벌하든가 해서 불이익을 제공해 그걸 줄이거나 부정적 행위를 하지 않으면 혜택을 제공(금연 보조 바우처 제공처럼)하는 방식 두 차원이 있는데.


이는 국가권력이 작용할 때의 이야기고, 원칙적으로 자유국가 하에서는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 모든 부분은 걍 사적인 영역에 자유롭게 맡겨져 있는 게 현실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민법이라고 대한민국의 웬만한 사적 영역의 민간 활동은 저 법에 규율되긴 하지만, 그 법이 규율하지 않는 영역은 자유 의사에 맡긴다고 아예 대놓고 명시되어 있다. 즉 국가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한 부분만 아니면, 국민은 제멋대로 행동할 자유가 근본적으로 있는 것.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법률혼이 있다고 해서 사실혼이 금지돼 있는 게 아니다. 알아서 의사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냥 선택하면 된다. 혼인 신고를 할지 말지. 안 한다고 딱히 벌금 같은 불이익을 때려 맞지도 않는다.


다만 유산 상속 문제에서처럼 법률혼의 배우자가 당연 상속 유류분을 갖지만 사실혼 배우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보장받는 범위 기타 등등이 다를 뿐. 대신 사실혼은 관계의 결합과 중단 부분에 있어 매우 자유로워서 사실혼이 깨진다고 해서 돌싱 취급 받지 않는 것처럼, 여타 행정기록이 남지 않는 뭐 그런 일장일단의 차이가 있다.


이게 왜 가능한가, 를 살펴보면


혼인을 하고(그러니까 두 사람이 서로를 부부라고 인정하는 사실적 상태) 이를 국가기관에 가서 공인(혼인 신고)하는 과정이 필수적 절차가 아니기 때문인데... 그걸 하지 않으면 사실혼이겠지만, 여러 제도적 혜택이 없다는 사실적 불이익을 제외하면 법적으로 딱히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인데(ex.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가령 아이를 낳고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받는 것에 비해 혼인 절차는 그렇지 않다는 점.


국가 권력이 빡세게 간섭하냐 아니냐를 들여다 볼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금지 조건이나 제약의 강도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확실히 고려해야 하는 건 그 법을 따르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후속 조처 또는 강제력을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강제 징수 절차가 들어오거나, 불법 점거를 했을 때 대집행 절차가 들어온다는 걸 보면 실제로 국가 권력이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그 강제 절차의 빡셈에 따라 그 조항의 강도를 대략 예측해 볼 수 있는 건데.


그런 관점에서 저 "8촌 이내 혼인은 근친혼이니까 하지마"란 금지 조항은, 그 힘을 뒷받침해 줄 조항이 그저 그러한 근친혼의 법적 효력을 무효로 부인하겠다란 정도에 그치는 걸로 보아, 근친혼 하면 깜빵 감 혹은 벌금 아니면 하다못해 과태료 등등을 받을 수 있다라고 외치는 다른 금지 조항에 비해 딱히 빡센 조항은 아닌 걸로 생각된다.


정리하자면 근친혼 하지마 -> 내가 하면 어쩔 건대? -> 어쩌긴ㅎ, 인정 안 해줌.


이 정도 조항이란 거. 그리고 그 "인정 안 해줌ㅎ" 조항조차 너무 포괄적으로 예외없이 빡세게 잡는다고 지금 헌불 상태임.


그러니 국가의 과도한 간섭이란 주장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게 정당하지 않았다면 전세계적으로 근친혼 금지 조항이 웬만해선 법으로 규정돼 있는 현상이 설명 불가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