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국가정보학/정보기관 관련 정보글

예전에 '나는 테러리스트다'라는 제목의 노벨피아 소설(예천불지 작가껀데 연중남ㅠㅠ)보고 썼던 글에서 조금 가져옴




먼저 테러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음.

테러리즘은 일반적으로 정치와 종교, 사상적 목적을 위해 폭력적 방법의 수단을 통해 민간인이나 비무장의 개인, 단체, 국가를 상대로 사망 혹은 신체적 상해를 입히거나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행위이다.


가령 중동 테러조직이 '미국 씨이빨 새끼들아 방 안 빼?'라며 미국 대사관에다가 TNT 가득 채운 승용차를 꼬라박거나(실제로 아프간 전쟁 초반에 있었던 테러, 당시 정문 근처에 CIA정보관이 현지 통역과 만나고 있었는데 죽을 뻔한 거 다큐에서 썰품ㅋㅋㅋ)하는 짓은 테러의 정의에 해당됨.


'정치적/종교적 목적'을 위해 '미국 정부'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재외공관'에서 '폭발물'을 터트렸으니까.


일단 테러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고, 학계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고 있음.


고전적 테러리즘 그리고 뉴테러리즘.



[A. 고전적 테러리즘]

1.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 테러가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진짜 유일한 저항수단임

2. 주로 정치적, 군사적 이유로 발생

3. 테러의 목표=피해자로 피해자가 한정되어있음

4. 주로 협상이나 요구조건을 제시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함

5. 수행주체가 매우 명확하고 조직적임


→ 각국의 독립운동이 테러냐?는 질문이 나올 때 '테러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전적 테러리즘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음. A-1처럼 고전적 테러리즘이란 결국 약소국이 강대국을 상대로 저항하는 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지.


아일랜드 과격 무장 단체가 영국 정보기관 본사에 로켓을 쏜 것도 어찌보면 고전적 테러라고 할 수 있고, 아주 먼 옛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독립을 요구하며 비행기를 하이재킹한 것도 넓은 폭에서 보면 이쪽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음.


고전적 테러리즘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정부도 나름대로 협상의지를 드러내곤 했음. 가령 중동의 독립주의자들이 '이란 정부의 극심한 학살과 탄압'에 저항해 런던 소재 이란 대사관을 인질로 잡았을 때도 영국 정부는 이란 정부와의 협상을 도와주려 했지. 근데 이란이 '좆까!'라고 반응하고 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인질 몇몇을 살해하면서 결국 대테러부대가 진압에 나섰음.


어쨌거나 고전적 테러리즘이 발생하던 시절에는 정부나 테러단체나 나름대로 명분과 목적이 있었음. 테러리스트들도 투쟁가라는 인식이 강해서 동정을 샀고, 인질들을 배려하면서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 날을 기점으로 모든 게 변해버렸음.


각국 정부는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강경한 군사적 개입을 지지하는 쪽으로 노선을 정했음. 세간의 인식 역시 테러리스트=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호로자식들로 바뀌었고.


그래서 등장한게 바로 뉴테러리즘임.


[B. 뉴테러리즘]

1. 국가도 아니고 저항도 아님. 즉, 비국가행위자가 테러의 주체

2. 주로 종교, 민족, 사회문제에서 출발함

3. 테러의 목표가 그냥 대량 살상이라 아무나 막 죽임

4. 협상? 담화? 시발 그런거 모르겠고 일단 존나 죽이고 외신+SNS에 홍보영상 올림 그리고 후원+몸값 뜯어내서 호의호식함

5. 수행주체가 애미씨발 무슨 다들 지좆대로인 점조직들임


→ GWOT(테러와의 전쟁) 이후 테러에 대한 강경대응 기조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테러리스들도 덩달아 강하게 나오기 시작했음. 총기 난사, 생화학 무기 테러, 자살폭탄테러, 드론 폭격, 비행기 꼬라박기, 등등등.


특히 어떤 '단체'가 테러를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개인 혹은 점조직 단위의 자생적 테러(Lone wolf라고 부름)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음.


혐오와 비난에 기인한 무차별 총기난사/명확한 이유조차 없이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와 적개심에서 비롯된 칼부림처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유 없는 테러들이 자생적 테러의 대표적인 예시ㅇㅇ


이런 문제는 2020년대 들어서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도 사실상 테러안전지대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음. 무엇보다 자생적 테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이 국내 전체를 이잡듯이 감시해도 사실상 탐지하는 게 불가능함.


막말로 어떤 미친 새끼가 길가다가 편의점에서 식칼 구하고 바로 사람들에게 휘두르는 걸 어떻게 미리 알아내겠음?


극단주의 정치/종교계열 테러단체들은 차라리 정보기관이 감시라도 하지, 이런 애들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모름. 어느날 갑자기 직장에서 짤리고 이혼당한 사람이 훼까닥 돌아서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


물론 SNS나 커뮤니티에 범행을 예고하는 놈들도 없진 않은데, 이런건 보통 테러 몇 시간전에 기습적으로 올리거나 대부분 테러가 '시작된' 시점에 올라가도록 준비해둔 경우가 많음(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이슬람 사원 테러 때도 아마 라이브 중계하면서 알려졌던 걸로 기억함. 만약 틀렸다면 댓글로 알려줘.)


사실상 인터넷에 올라오는 '테러예고글'의 절대다수는 어그로를 끌고 싶어하는 병신새끼들 짓이라, 그걸 조사해도 인력과 시간만 낭비할 뿐 제대로 된 테러예방효과를 거두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중동 테러단체의 TTP랑 MO는 내일 제대로 작성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