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말해두자면, 나는 원작의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단 원작을 읽기는 한 만큼, 원작과 어느정도 비교해가면서 보게 된다. 따라서 원작의 열광적인 팬이나 영화 자체로 보고 평가하는 사람들 양쪽 모두와 생각이 좀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보는 듄1과 듄2의 가장 큰 차이는

듄1은 상대적으로 원작의 내용에 충실하고 원작의 장면들을 근사하게 살려내는데 더 중점을 둔 반면

듄2는 원작에서 빠진 내용을 독자적으로 채워넣은 부분이 많고, 그에 맞춰서인지는 몰라도 원작에 있는 부분들도 변형되었다는 점이다.


이건 감독의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원작 자체의 내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선 듄 원작에서 폴이 프레멘의 지도자가 되는 과정이나 전쟁 장면은 묘사가 사실상 거의 없다. (영화 1편에서 나온) 결투에서 이긴 걸로 쉽게 받아들여지고 결투에서 죽은 사람의 아내와 자식들까지 주어졌고, 뛰어난 전사라는 점 등으로 대충 지도자가 되고, 전투도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 전략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전투 장면들에 대한 묘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말로 때우고 넘어가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다른 문제는 원작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고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1편 내용에서는 그 점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2편 내용에서는 21세기 영화의 캐릭터로는 너무 냉정하고 감정선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페이드 로타 하코넨의 경우에는 단순히 캐릭터의 매력을 위해서 바꾼 것인지 교활한 생각을 묘사하기보다 그냥 결투 액션을 보여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원작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넣으면서 원작의 묘사와는 결이 좀 달라졌다. 폴과 페이드의 결투도 원작에서는 서로 계략을 생각하고 간파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페이드의 교활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로 돌아오는,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지만, 영화에서는 딱히 모략 같은 것 없이 정정당당하게 결투해서 폴이 이겼다 정도이고, 사실 액션이 다른 장면에 비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추가로 페이드가 결투를 신청한 점이나 폴이 결투를 받아들인 점, 그 결투에 무엇이 걸려있었는가와 같은 부분은 묘사가 너무 짧아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챠니 관련인데, 챠니는 원작에서 성숙한 성인처럼 행동하고 전략적 사고에 폴 이상으로 충실하지만, 영화에서는 "반항하는 미국 청소년"이라는 느낌의 캐릭터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챠니가 썩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 같지 않다. 애엄마인데가 자식이 죽어도 슬픔을 억제하고 폴에게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지라고 권고(이건 다음 권 내용이지만)하는 캐릭터보다 현대 관객에게 더 설득력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연하고 있는 연극 무대에 올라가서 방해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객들이 "폴이 메시아의 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고 하면 그것도 의문스럽고.


그래서 전체적인 인상은

고전적인 소설에 현대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섞어넣으면서 고전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다소 수정했는데

그 현대적으로 수정한 부분이 그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수십년 전에 나온 고전적인 소설보다 21세기의 영화가 더 익숙한 관객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족)

(지금은 어차피 볼 사람들은 거의 다 봤겠지만) 듄 시리즈 같은 영화에서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원작이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원작팬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해도 원작팬들을 상당히 고려해서 만든 영화이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제작할 때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이 감상에 문제가 되도록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내용을 공개해도 상관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