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띄워야 가독성이 좋은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2줄씩 띄워둠

한줄씩 띄우는게 좋다면 추후에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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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세상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폭풍우가 매섭게 치던 어느 날, 던웰 제국에서 황제의 아이가 태어났다.

분명 경사스러워야 할 일이 돼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황제와 주변의 인간들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 아이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머리에는 짧고 작지만 단단한 뿔이 있었고, 얇지만 반들반들하고 미끈미끈한 비늘을 가진 꼬리가 나있었다.



" 이... 이건 대체... "



황제는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 인간이 아닌 마물을 낳다니, 황후여 그대는 마녀였던 건가? "



황제의 옆에 있던 주교는 황후를 자신들의 앙숙을 대하듯 차갑게 쏘아붙혔다.



" ...그럴일은 없습니다. 저는... 이 제국의 황후,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또한 제국에 헌신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회의 명에 따라 이 황성에서 나간 적이 없고 마물과 접촉을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의심하신다는 겁니까...? "



출산을 한 뒤 지쳐있는 황후는 있는 힘을 다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라. 이것은 명백한 마녀의 증거이다. 그대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보았고 우리들의 주 또한 보고 계신다. 이런데도 끝까지 발뺌할 셈인가? "



" ...저는,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이때까지 그 어떤 마물과도 접촉한 적은... " 



" 그만! 그만들 하라! 위병은 들어라! 마녀와 그 아이는 폭풍우가 그치는 대로 도시의 광장에서 불로 태워 공개적으로 처형을 할 테니 지금 당장 감옥에 던져 넣어라! "



위병은 말없이 황후와 그 아이를 묶은 다음 그 둘을 데리고 감옥으로 향했으며 그때 울려 퍼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제국에게 더할 나위 없이 불길한 울음소리였다.


" 황제여, 그대는 마왕을 토벌한 용사였고 지금은 인간들을 위한 제국의 황제이다. 설마 지금의 일로 실의에 빠진 것은 아니겠지? "



" 그럴 리가 있겠소. 나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치를 수 있소. 그 어떤 희생도. 설사 나의 아이라고 하더라도. "



그 대답에 만족한 듯 주교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 그렇다면 조만간 마녀를 대신할 새로운 황후를 준비하겠다. 마물을 절멸시키기 위한 아이가 나올 때 까지 노력해 보도록. "



" 알겠소. "



주교와 그의 수하들은 황제의 방에서 떠나갔고 이제 남은 사람은 황제와 그의 측근 신하들만이 남아있었다.



" 폐하, 괜찮으신지요? "



한 신하가 황제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 나는 괜찮다. 그대들도 이만 물러가라. "



"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



측근 신하들을 황제의 명령에 따라 황제의 방에서 나갔다.



" 마물은 절멸시켜야 한다... 반드시...! "



황제의 마물에 대한 꺼져가던 원한은 업화가 되어 더욱 더 강하게 타올라 갔다. 











감옥에 갇히게 된 황후와 그녀의 아이는 꼼짝없이 처형당할 상황이었다.

황후는 태어나고부터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왔고 교회의 규칙을 따랐으며 자신 또한 인간을 위해 헌신해 왔다.

하지만 그 믿음과 헌신에 돌아온 것은 마녀라고 멸시당하고 처형을 기다려야 하는 정말이지 억울한 최후이었다.



" ... 이야 그건 그렇고 황후가 마녀였다니 정말 앞날은 한 치 앞도 보기가 힘들지 않아? "



" 그렇다니까, 그리고 그 아이는 그 뿔과 꼬리 게다가 울음소리까지 정말이지 끔찍했어. 어떻게 그런 걸 인간이 낳겠어? 마녀니까 낳을 수 있던 거지. "



밖에서 간수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일이 있기 전이었다면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다.
오직 마녀라는 마물들의 앞잡이, 제국의 영원한 적일 뿐.



" 인간들을 위해 헌신하고 돌아온 것은 죽음뿐이라니.. 정말이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



황후의 혼잣말에 마물의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황후를 골똘히 쳐다봤다.



" 하하 그래 내가 우습지? 너는 인간을 괴롭히고 죽이고 즐기는 마물이니까? "



그러자 그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 너... 너 지금 내 말을 알아들은 거야..? "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마.. 마으... 마으마! 맘므아! "



아이는 황후에게 양손을 뻗으며 자신을 낳은 엄마를 사력을 다해 불렀다.


그러자 놀란 황후는 다급히 아이의 입을 막았다.



" 쉬잇..! 간수들이 들으면 너와 나를 떨어뜨려 놓을 거야. 그러니까 소리는 내지 말고 끄덕이거나 절레절레로 대답하렴. 알겠지? "



아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후는 그런 아이를 보며 마물이라도 자신의 아이라는 모성이 자극됐다.
과연 그것이 진정한 모성인지 아닌지는 알 길은 없었지만 말이다.



" 일단은 너의 이름을 정해야겠지? 이름도 없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죽음은 슬플 테니까. "



그 말을 한 뒤 황후는 생각에 잠겼다.



 ' ...후우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지... 교회가 그렇게 말하는 신이 있다면 당장 얼굴에다 드롭킥을 꽂아버릴 텐데... 아차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지... 이 아이가 어떤 마물인지도 모르는데... 종족을 딴 이름을 정하기는 애매하겠고... 예전에 딸을 가진다면 쓰려 했던 이름을 쓰는 게 좋으려나? '



잠시 생각이 옆으로 샛지만 생각을 다시 본궤도로 돌린 황후는 자신의 아이에게 지어줄 이름을 정했다.



" 흠흠! 자 그러면 너의 이름은 에실리아야. 네가 아무리 마물이라고 하더라도 너는 나의 아이란다. 훗날 폭풍우가 끝나고 우리가 같이 처형을 당한다 해도 나는 너를 끝까지 내 딸이라고 생각할게. 그러니까 에실리아... "



황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 앞으로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착한 아이로 있어 줄 수 있겠니? "



에실리아은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황후의 풍만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품에 머리를 묻고 느긋하게 머리를 비볐다.



" 후후... 던웰 제국이 아닌 제국과 국경을 맞댄 리피드 왕국이었다면 공주로 살며 정말 행복하게 지냈을 텐데... "



그렇게 한탄을 하며 폭풍우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도중 지하감옥에 안개가 스멀스멀 차올라왔다.



' 안개? 방금까지 안개는 없지 않았었나? 혹시 모르니까 대비하는 게 좋겠지.. '



황후는 자신의 옷을 찢어 임시용 마스크를 자신과 에실리아에게 씌웠다.

에실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황후에게 응석을 부려왔고 황후는 그런 에실리아을 쓰다듬어 주었다.
황후의 직감은 맞았는지 간수들은 하나둘 쓰러져갔다.
간수들이 다 쓰러지자 감옥의 입구에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걸음 소리는 황후가 보는 앞에서 멈추었다.
그곳에 서있는 인물은 바로 황제의 측근 신하 중한 명이었다.



" 황후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황제의 측근 신하... 그리고 제국이 그토록 싫어하는 마물들 중 하나 도플갱어입니다. "



" 응? 도플갱어? 측근의 신하 정도면 꽤나 황제와 긴밀한 인연이 있었어야 했을 텐데... 그건 그렇고 도플갱어는 남자였던가? "



황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플갱어에게 물었다.



" 아, 저의 본래 성별은 여성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여성으로만 카피 못 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남성으로 카피 돼 있는 것은 조금 불쾌하지만 말입니다. "



도플갱어는 너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 그리고 저는 그저 타인을 따라 연기를 할 뿐. 실제 측근 신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습니다. "



조용히,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도플갱어는 말했다.

도플갱어의 말에 순간적으로 실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그렇구나.... 그런데 당신이 이런 짓을 벌인 거야? 이런 짓을 벌이면 앞으로 제국에 발을 붙일 수는 없을 텐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한 거지? "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는 황후의 물음에 도플갱어는 안색이 돌아왔고 황후에게 진정하라는 듯 양손을 내밀었다.



" 일단은 진정하시죠. 천천히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그것은 제 역할이 아닌 것 같군요. 제가 마법 스크롤로 차원문을 열테니 그곳에 마중 나와 있는 또 다른 마물에게 중요한 계획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도플갱어의 말이 끝난 뒤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낸 스크롤을 황후가 있는 감옥 안으로 던지자 스크롤이 발동되며 차원문이 생겼다.

차원문은 정말 칠흑같이 어두운 공허와 같은 기운을 내뿜어왔고 혹여나 잘못된 좌표가 기재돼있다면 그곳은 바로 황천으로 가는 지름길이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황후에게 제시된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죽느니 차라리 그 어떤 곳이라도 살아남아 보이겠다고.



" 그래... 알겠어. 어차피 여기에 가만히 있다가 처형을 당해 죽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인생이지 않겠어? 그렇지 에실리아? "



" 아부! "



황후의 물음에 에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자, 그러면 앞으로 어떤 인생이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전력으로 맞부딪혀주겠어! "



황후의 말에 에실리아는 그에 응하듯 한 손을 하늘로 내질렀다.
그리고 황후는 차원문을 향해 나아갔다.



" 이제부터, 이 제국을 무너뜨리는 계획의 시작입니다. 부디 잘 성장해주시길. "



황후와 에실리아가 떠나간 감옥에서 도플갱어는 이 말을 남기고 조용히 감옥을 떠나갔다.





차원문을 통과한 황후와 에실리아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탁 트인 들판과 하늘에 펼쳐진 밝은 별들 그리고 마물들에게 큰 힘을 준다는 보름달이 떠 있었다.



" 그건 그렇고 폭풍우가 멎었구나. 그렇기에 도플갱어가 그런 일을 꾸민 거려나? 음... 그리고 이 지점에서 기다린다는 마물이 있다고 했었는데... 에실리아 혹시 어떤 기척이 느껴지니? "



황후의 말에 에실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황후는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변에는 인간이나 마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 도플갱어가 거짓말을 했나...? 잘못된 좌표로 전송이 된 건가? 아니면 기다린다는 마물이 자유분방 하다던가? '



황후는 도플갱어의 말에 따라 또 다른 마물에게 어떤 일인지 듣고 그 마물과 함께 해야 할지 아니면 스스로 에실리아와 함께 제국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그런데.... '



황후는 에실리아를 보았다.

에실리아는 마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갓난아이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 에실리아, 배고프진 않니? 또 어디 힘든 곳은 없고? 일단은 너에게 무엇을 먹이고 싶어도 인간의 갓난아이처럼 모유를 제대로 소화할지도 모르겠구나. "



황후의 말에 에실리아는 황후의 풍만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크기를 지닌 가슴을 자신의 작고 아기자기한 손으로 만졌다.



" 어머나~ 그렇게 배가 고팠던 거니? 미안해 에실리아.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으면 그곳에서 배를 채워 줄 테니까, 조금만 참으렴? 알겠지? "



에실리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후의 품에서 눈을 살며시 감았다.
황후는 눈을 감은 에실리아를 쓰다듬고 아까 둘러보았을 때 달빛이 잘 비치고 앉아서 쉬기 좋은 시원한 물이 흐르는 강가 옆에 있는 그루터기로 향했다.


황후가 강가로 향하는 동안 주변의 작은 생물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던 폭풍우가 지나간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생전에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소리로 울었다.
그 울음소리는 마치.

자신들은 저 커다란 파도를 이겨냈다고.
앞으로 크고 작은 파도가 덮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비탄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자신 혼자만이 아닌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는 동료들이 있다고.

그리고 죽음의 늪에서 살아남은 이 삶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황후는 그저 듣기 좋은 울음소리라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지만, 그들의 울음소리와 그들이 하는 말은 에실리아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마력의 순도가 가장 높아지는 보름달이 뜬 날, 마물의 자유분방하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그러한 것이 아닌 인내심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타인을 아끼는 소망들이 에실리아의 마음에 채워져갔다.



" 자~ 도착! 여기라면 에실리아도 밥을 먹기에는 좋겠지. 그렇지 에실리아? "



에실리아가 작은 생물들의 울음소리를 귀담아듣는 사이 황후는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한 뒤 에실리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아! 그리고 지금부터는 힘껏 말해도 괜찮단다. 근처에는 나를 제외한 그 어떤 인간도 없으니까. "



" 아우! "



황후의 말에 에실리아는 힘차게 손을 들며 대답했다.



" 어라라? 의외로 아이와 친해지셨군요? 제국의 황후님 "



황후와 에실리아가 서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조용히, 그리고 우아하게 다가오는 마물이 있었다.

그 마물은 아름답게 빛나는 날개가 달려 있었으며 귀는 뾰족하고 풍만한 가슴과 온화한 느낌을 풍기는 얼굴이었다.
마치 아름다운 삼림의 여왕처럼.



" 당신이 이곳에 마중을 나온다던 마물인가요? "



황후는 갑자기 나타난 아름다운 마물에게서 에실리아를 보호하듯 경계하며 물었다.



" 네, 맞습니다.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황후님. 혹시 기분이 좋지 않으셨는지요? "



요정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죄를 했다.

사죄하는 그 요정의 모습은 달빛을 받아서 그런지 아름답고 빛나 보였다.



" 괜찮아요. 에실리아와 단둘이 있으며 서로 긴밀하게 됐으니 나쁜 것은 없었으니까요. "



황후의 말에 동의하듯 에실리아는 황후의 몸에 찹쌀떡처럼 붙어버렸다.



" 후후 정말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에실리아는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죠? 저희 장난기가 많은 요정들이 어린아이가 먹기 좋은 음식을 가져오고 있는데 어떠신지요? "



요정은 에실리아를 상냥하게 바라보았다가 표정의 변화없이 황후를 보며 말했다.



" 그것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는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는데 혹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이제 저는 황후가 아니니 저를 에우엘로 불러주세요. "



에우엘은 머리를 긁적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 네 알겠습니다. 에우엘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요정들의 여왕 티타니아입니다. "



티타니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는 세상의 그 어떤 미녀들이 똑같이 미소를 지어도 똑같이 아름다울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그런 티타니아를 본 에우엘은 약간의 짜증과 상당한 부러움을 느꼈지만,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 그렇군요. 티타니아씨 얼마나 오래 뵐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에실리아? 너도 잘 부탁한다고 해야지? "



에우엘의 말에 에실리아는 티타니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티타니아는 순간 미소가 흐트러졌으나 금방 원상태로 돌아갔다.



" 응? 티타니아씨 혹시 어디 아프신 곳이 있으신가요? 표정이 잠시 흐트러지셨는데. "



" 네? 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딱히 아픈 곳은 없고 건강하답니다. "



티타니아는 가볍게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때 저 멀리서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는 요정들이 있었다.



" 여~~~~ 왕~~~~~~ 님~~~~~~! 부탁하신 일을 끝냈으니 이제는 놀아도 괜찮죠? 그렇죠? "
" 여왕님! 여기 있는 인간이랑 이 마물아이는 누구에요? 새로운 친구들인가요? 장난쳐도 되나요? "
" 우와! 여기에 인간이 올 줄이야! 여기는 결계 때문에 올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온걸까? "
" 와~이! 와~이! 새로운 친구들이야! 와~이! 와~이! "
" 안녕 어린 친구! 너는 어쩌다가 여기로 왔니? 혹시 장난 좋아해? "



그 요정들은 에우엘과 에실리아에게 호기심이 쏠린 듯 그 주변을 맴돌았다.

요정들의 소란스러움에도 천진난만한 에실리아는 행복한듯 웃으며 양팔을 휘저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에우엘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에우엘님, 잠시 괜찮으시다면 에실리아님을 요정들에게 맡기고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계획, 아시고 싶지 않으신가요? "



티타니아 특유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에우엘은 에실리아를 조용히 그루터기에 내려주었다.



"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에실리아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어요. "



상황을 파악하고 에우엘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에실리아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아앗! 에실리아가 울려고 한다! 울면 안 돼! 안된다구! "
" 울면 숲의 정령님이 선물을 안 주신단말야! 에실리아는 정령님의 선물이 받고 싶지 않아? "
" 여왕님이 에실리아를 울려버린 거야? 그런 거야? "
" 에실리아가 운다면 마을에서 가져온 비기를 쓰는 수밖에 없겠ㅈ... "
" 야야 쟤가 쓰려는 거 막아야해! 저걸 여기서 쓰면 큰일 나! "



언제나 소란스럽고 장난기많은 요정들이지만 에실리아를 장난의 대상이 아닌 보살펴야 하는 대상으로 보며 열심히 에실리아를 달래고 있었다.



" 후후... 그렇구나. 에실리아, 엄마는 에실리아와 함께 오랫동안 같이 지내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까 잠시만 요정들이랑 놀고 있으렴. 응? 에실리아는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알겠지? "



에우엘의 말과 요정들의 소란에 에실리아는 눈물이 나왔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을 본 요정들은 문제를 일으키려던 요정의 포박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 에실리아에게 날아가 붙었다.
그리고는



""" 귀여워~ """



라며 얼굴들을 비볐다.

에실리아의 대답을 본 에우엘은 에실리아를 쓰다듬고 티타니아와 함께 멀리 떨어졌다.



" 아! 그러고 보니 에실리아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했었어! "
" 그러면 방금 여왕님이 시키셨던 꿀을 에실리아에게 먹여주면 되려나? "
" 그럼 내가 먹여줄래! 나 한번 먹여주고 싶어! "



그 말과 동시에 요정 하나가 마법으로 꿀을 꺼내며 에실리아에게 다가갔다.



" 자! 에실리아! 이거 엄~~~~청 맛있어! 아~~ 해봐! "



요정이 꿀을 들고 있는 찰나의 순간, 에실리아는 꿀과 요정을 입으로 넣었다.



" 꺄아! 에실리아가 요정을 먹었어! "
" 이제 우리들도 잡아먹히는 거야? 나는 죽기 싫어! "



요정들은 혼란에 빠져 갈팡질팡하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런 와중에도 에실리아는 입을 오물오물 했다.



" 나는 괜찮... 아하하하하! 에실리아, 간지러워 아하하하하하! "



에실리아의 입속에서 먹혀버린 요정의 소리가 들려왔다.
에실리아는 배시시 웃으며 입을 벌려 보였고 그 안에는 꿀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요정이 있었다.



" 하아... 하아... 이런 장난은 처음이야... "



웃다가 지쳐버린 요정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표정은 정말이지 요염했지만, 신체가 매우 작아 그저 귀여워 보일 따름이었다.
다른 요정들은 황홀에 빠진 요정을 보고는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랬다가는 여왕이 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된다고 판단했기에 다른 방법으로 에실리아에게 꿀을 주기로 했다.



' 장난도 치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 뭐가 없을까? '
' 그러면 마을에서 축하의 날에 하는 놀이는? '
' 그거는 우리가 장난치기에 체급차이가 너무 나지 않아? '
' 그런가?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
' 아니면 감사제에 하는 놀이는 어때? '
' 오! 그건 좀 괜찮은 것 같아! '
' 그러면 그걸로 할까? '
''' 찬성!! '''



요정들이 의논 끝에 정한 놀이는 무엇이었을까?

천진난만한 요정들의 감사제는 무엇에 감사하는걸까?

그것은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 그래서 에실리아가 마물이 됐다는 말인가요? "



에우엘은 진실을 듣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국을 무너뜨리고 세상에 평화를 위해서... "



" 제국을 무너뜨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꼭 지금! 저와 에실리아에게 그랬어야 했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 용만... 당한 채....?  "



에우엘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로 에실리아에게 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



" 하지만 지금의 마왕님께서는 이 계획으로 희생되는 자들을 최대한 도우라고 하셨고 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소원을 들어드린다고 하셨습니다. "



티타니아의 말에 에우엘은 눈물을 닦고 올곧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 그 마왕이라는 자, 자신이 뱉은 말은 잘 지키겠지? "



" 네. 마왕님께서는 자신이 한 말을 꼭 지키십니다. 저희 마물에게만이 아닌 인간들에게도. "



그 말을 한 티타니아의 눈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지한 눈빛이었다.



" 그래... 알겠어. 방금까지는 단순한 투정이었어. 미안해. 그럼 중요한 이야기는 끝난 거지? "



" 계획에 대한 설명은 끝났습니다. 혹시 지금 당장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지금 즉시 마왕님께 말을 드려 볼텐데 어찌하실 건가요? "



에우엘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 에실리아는 요정들이 잘 봐주고 있지? "



" 네. 정말 잘 놀고 있답니다. "



" 흐음...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이라... 혹시 마왕에게가 아닌 티타니아 너에게도 해당해? "



" 네? 음... 괜찮지 않을까요? "



잠시 얼빵한 표정을 지은 티타니아였다.

그 모습을 본 에우엘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고 그것을 본 티타니아는 지금 상황이 잘못됐음을 인지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말이지... 그래 너의 그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을 만지게 해줬으면 좋겠어! "



" 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



에우엘의 정말 예상치도 못한 말에 티타니아는 벙쪄 버렸다.



' 응? 가슴? 부드러운? 풍만한? 응??? 으응????? '



" 그렇다면 문답 무용! 자 간다! "



에우엘은 이전의 기품있던 황후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티타니아에게 달려갔다.
마치 이전에 훈련을 받은 병사처럼.



" ㅈ.. 잠ㅅ.. 잠시만요?! 에우엘님?!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 "



티타니아는 에우엘의 민첩한 움직임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듯 에우엘의 손은 계속해서 빗나갔다.



"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계속 말랑말랑한 그것을 만지고 싶었다고!! "



참으로 망측한 발언이 아닐 수 없으나 에우엘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말랑말랑한 물체를 만지며 푸는 그러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 말랑말랑한 거라면 볼이라던가 허벅지라던가 여러 군데 있지 않나요??! 왜 굳이 가슴을?! "



" 그거야 당연하잖아! 가슴이야말로 가장 부드러우니까!!! "



여기서 잠깐, 티타니아는 요정들의 여왕으로서 어른스럽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다른 요정들과 다를게 없는 장난꾸러기이다.

여왕이기에 장난기를 억누를 뿐이지 요정과 마찬가지로 장난을 치길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에우엘의 행동은 마치 장난기가 넘치는 어린아이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임으로써 그녀의 스위치가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 에우엘님! 아니.. 에우엘! 좋습니다. 그렇게 저의 가슴을 만지고 싶으시다면 어디 한번 만져보시죠. 하지만 당신이 지칠 때까지 제 가슴을 만지지 못한다면, 에우엘! 당신의 가슴을 제가 만지겠습니다! "



그렇게 시작된 가슴 만지기 대결인지 뭔지는 의외로 지치지 않는 에우엘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나 마법으로 에우엘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고 여왕이 되기 이전에 요정으로써 수많은 장난들을 치며 단련된 체력으로 이 싸움의 승자는 정해져있던 것이었다.



" 아~~~~~!! 말씀드린 순간! 에우엘선수! 체력이 거의 바닥이나 쓰러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에우엘선수의 가슴은 여왕님의 극상의 손놀림의 장난감이 되어버려요!! "



한창 싸우던 도중 언제 찾아왔는지 모를 요정 다수와 에실리아가 여러 의미로 치열한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요정의 소리에 정말 흥미롭던 싸움은 찬물에 끼얹어진듯 멈추었다.

싸우던 두 사람중 한명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고 또 다른 한명은 장난꾸러기들을 어떻게 혼낼지 궁리를 하는 듯 했다.



" 흐응~? 우리 요정님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



티타니아는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폭풍우와 같았다.



" 아하하하하 여왕님이 화났다! 모두 도망쳐! "



요정들은 일제히 사방팔방으로 도망쳤다.



" 에실리아? 이건 꿈이란다. 알겠지? 세상에 요정이 있을리가 없잖니. 오호호호호! 그리고 여기에 있는 친구는 코스프레란다. "



' 코스프레? '



에우엘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피하려 했고 자신이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됐다.
에우엘의 말에 중얼거리며 생각에 빠진 티타니아.
그런 모습을 본 에실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치내져서 다해미야 "



그리고 웃었다.
에실리아는 이 말을 하고는 몸을 말고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 일단 잘까... 에실리아도 봐준 거 같고... 춥지 않도록 불이나 피워둘까... "



불을 피우려던 에우엘.
그때 생각을 끝낸 티타니아가 마법으로 불을 피웠다.



" 불 정도는 쉽게 붙이니 먼저 푹 주무세요. 저는 그 장난꾸러기들을 잡아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 "



티타니아는 웃으며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투박한 나무막대를 휘두르며 말했다.



" 아... 고마워 티타니아. 너도 무리하지 말고 못 찾겠다 싶으면 이쪽으로 와서 쉬어. "



" 네. 그럼 나중에 뵐게요. "



적어도 에우엘과 티타니아 그리고 요정들과 에실리아가 친해진 이 날은 정말 이상하지만, 인간과 마물들의 화합의 가능성이 아니었을까?

파란만장했던 도성 탈출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에우엘과 에실리아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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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창작해서 올리는데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고 이정도면 건전한거 맞겠지?

읽고 가독성 괜찮은지 말해줬으면 좋겠음

반응이 괜찮으면 이야기 이어서 쓰고 아니면 말고

빨리 몬무스의 순애야스 매끄럽게 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