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어두운 밤, 어두운 샛길, 그리고 그 어둠마저 잡아먹으려는 진득한 달빛.
건장한 남자 하나가 피묻은 주먹을 거두고는, 달빛을 가리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거 뭐야?"
"내가 어떻게 알겠나? 이새끼 담을 준비나 해"
손가락을 뻗은 남잘 무시하곤, 그보단 작은 남자가 자루 안을 넓히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온몸이 붉은 작은 생명체가 엎드려 있었다.
"버러지새끼, 그렇게 도망칠 생각 하지 말랬는데 매번 이래."
"야, 저거 봐봐"
"빨리 이놈 담기나 해. 데려가서 치료해놔야 팔 수 있다고."
"아가리하고 저거 좀 보라고!"
남자의 손가락질에 마지못한 작은 남자는 하늘을 쳐다봤다. 그의 말대로, 무언가 검은 것이 달을 가리고 있었다.
아니, 검은게 아니었다. 짙은 붉은색. 짙붉은 장막이 달을 서서히 삼키고 있었다.
"저거 뭔데..."
경이로운, 비현실적인 상황에 두 남자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달은 점점 어두워졌고, 회색빛만을 뿜어내다 서서히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비웃는 속삭임, 오열하는 목소리, 욕짓거리, 그들 곁에 아무도 없음에도 남자 둘의 귓바퀴를 타고 들려왔다.
둘은 서로 붙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상황 덕분에 공포에 질려버렸기에.
-또각
구둣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속삭임 대신 이번엔 몸을 옮아매는 압력에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우욱..."
"웩..."
빈속이라 실제 구토는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계속 역겨움과 공포, 불쾌감에 몸을 비틀고 있었다. 구둣소리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들의 몸상태는 악화되어갔다.
-또각
그리고 마지막 구둣소리가 들려왔다.
둘은 고갤 들었다. 보면 안됀다는 본능을 무시하고, 이성적인 인간의 사고능력상 '상황인식'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곳에는 토끼 귀가 난 하얀 모자를 쓴 여자가 있었다. 붉은 달빛 아래서도 스스로 빛나는지 이 상황과 이질적인 성스러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달빛과 같은 아리따운 붉은 빛을 내뿜는, 사파이어같은 눈동자였다.
눈동자는 그 두남자 옆에 쓰러져 있는 피범벅의 소년과 자루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금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뭘 하려했어?"
"우웁!"
그녀의 물음에 남자 둘은 동시에 구역질했다. 비린맛이 혀에서 느껴지지마자 둘은 손으로 입을 훔쳤고, 동시에 피가 뭍어있는걸 확인했다.
"두번 묻게 할거야? 난 그렇게 인내심이 많지 않아."
"우웨에에엑...."
결국 큰 남자 쪽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생긴 그림자속에서 나온 손이 그를 옮아매며 삼키기 시작했다.
작은 남자는 두 눈으로 그 과정을 똑똑히 뇌리속에 새겼고,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다시금 여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만 남았구나."
"예, 예! 말씀만 하십쇼! 다 답하겠습니다!"
비굴해진 남자를 본 여자는 그제서야 입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조금더 다가와서는, 쪼그려 앉아선 그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 아이한테 뭘 하려 한거야?"
"도망,치려고 하길래...헤헤, 손좀 봐준 겁니다! 예!"
"왜?"
"이 아이는 말입죠, 우리 상단의 상품입니다. 노예입죠! 지금 혼좀 내주고 데려가서 치료해줄려고 했습니다!"
"그렇구나, 상품이 도망치면 안돼지. 맞는 말이야"
"그렇죠! 헤헤, 헤헤헤헤!"
"에헤헤헤"
"헤헷,헤! 헤...헤..."
해맑게 웃는 그녀를 따라 웃지만, 남자는 어째선지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아니, 되려 아까보다 더한 불쾌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그게, 법! 법에 저촉되는 일은 없습니다! 상품의 훼손과 수선은 소유자 본인의 정당한 권리 아니겠습니까! 헤헤! 헤헤헤헤!"
식은땀에 옷이 다 젖어가는 그는 최대한 자신을 변호하려 했다. 여자는 고갤 끄덕이며 그윽한 눈빛을 유지했다.
"맞는 말이야"
"그렇죠! 당연히 그렇죠!"
"쳐 맞는 말"
"예?"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뒤 그림자에서 수많은 손이 뻗어나왔다. 남자는 수많은 검은 손에 입과 몸이 감싸진 채, 그림자 속으로 온몸이 비틀리며 천천히 빨려들어갔다.
"필요악도 아니면서, 자기변호 하는 녀석들이 제일 역겹다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여자는 무릎을 털곤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진득한 피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걸 느꼈다.
그녀는 의식이 없는 소년쪽으로 고갤 돌렸다. 피부가 생기를 잃을 정도의 출혈량. 하지만 생명은 남아있는 경계선에 선 아이.
"흐으으으음..."
사실 그녀는 아이가 싫었다. 쉽게 칭얼대고, 자존심만 쎈 녀석들이 귀찮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바포메트를 싫어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녀석을 냅두고 가기도 그랬다.
어차피 냅둬도 뒤에 올 후속지원군들이 알아서 낚아채 갈 것이다. 죽는다 해도 마력덕분에 언데드로 살아나선 불사자년들과 떡이라도 치겠지.
아무래도 상관없단걸 깨달은 그녀는 씽긋 웃고는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결국 이마를 짚은 채 돌아왔다.
입으로 "썩을썩을썩을썩을썩을썩을"을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소년을 가리키자, 그의 아래로 그림자의 손이 뿜어져 나왔다.
다만 이번엔 중환자를 운송하듯 적당히 조인 채 그를 공중에 살짝 띄우고 유지되어 있었다.
"아잇, 정말!"
그녀는 자신에게 화가 난 채 발을 동동 굴리곤 그림자 왕좌에 앉았다. 그러곤, 수많은 검은 형체들이 소년과 그녀의 왕자를 어꺠에 맨 채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
소년이 일어나자 본건 흰 옷에 감싸인 탐스러운 갈색 젖 두개였다. 당연,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있으니 그것부터 보는게 맞긴 하다만.
"한창일 나이일 건 알겠는데, 지금은 이쪽을 봐줄래?"
손가락을 따라가자, 검은 생머리의 미인이 웃고 있었다. "보여?" 라며 그녀가 그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자...
"혹시, 새 주인님 이신가요?"
그의 힘 없는 질문에 여자는 한탄했다. 피멍좀 가라앉게 했더니 꽤나 외모가 받쳐주는 얼굴이 나오길래 기대했는데 이런 질문이 왔다.
당연, 그녀는 '응!'이라 답하라는 본능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아니, 당장은."
이성이 그걸 붙잡았다. 양심이 안녕하냐고 누군가 비웃는게 눈에 선해서였다.
"당장은?..."
"응, 너 노예상인 기억나니?"
그녀의 질문을 듣자마자 소년은 몸을 떨며 고갤 끄덕였다. 가여운 아이, 치료하기 전까지만 해도 과한 출혈에 뼈도 성한 곳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녀는 그를 위해 조금 이야길 지어내고자 했다. 사심 살짝 끼운 계획을 머릿속에 0.03초만에 착착 세우고는 빵긋 웃었다.
"내가 조금 잡무가 많아서 말이야. 괜찮은 집사를 고용하려고 했거든. 그래서 찾아보다가... 그 상인 아저씨가 너를 추천해주더라."
물론 그 상단의 장은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피를 뿜어내며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널 말이야. 막 두들겨패고 데려온거더라고. 그래서 널 좀 싸~게 사들였지. 조금의 협박과 협상덕분에!"
"그렇군...요. 그러면, 제 새 주인님...이라고 생각해도 될련지..."
"아니, 난 널 노예로 두지 않을거야."
그녀의 답에 소년은 머리 속으로 물음표를 마구 띄우고 있었다. 설마 잡아먹으려는 마녀같은 걸까?
그녀는 한 양피지를 꺼내들고는 갈기갈기 찢었다. 그순간 소년은 자신을 옮아매던 손목의 노예문신이 사라지는걸 눈치챘다.
소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지금 이순간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도망쳐도 그녀는 법적으로 아무 짓도 못한다. 잘하면 새로운 신분으로 새 삶을 살 수 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계획을 새우기도전에 그녀는 무언갈 또 휘갈겨 써놓은 양피지를 내밀었다. "글은 읽을 수 있지?" 란 그녀의 말에 고갤 끄덕이며 소년은 양피지에 쓰인 것을 읊었다.
"고용...인은...매월... 통합화폐기준... 3골드...골드? 골드?!"
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값싼 빵 하나에 구리동전 10장하는데 그 구리동전이 3만개다. 3만개면 값싼 빵만 삼천개다. 아니, 더 맛있는것도 가능하다! 매일같이!
"그리고 수,숙식보장, 보너스 지급, 연차에 따른 월급인상?... 이거 거짓말 아닌가요?"
"나는 거짓따위 다루지 않아. 믿지 못한다면 데몬이라도 불러다 공정하게 계약할까?"
자신감 가득 찬 그녀의 미소에 그는 마지못해 고갤 저었다. 분명 거짓말 하는건 아닐 것이다. 그의 직감이 그리 믿어라 하고 있었다.
"싫다면 상단으로 돌려..."
"할게요!"
덥석 그의 차가운 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안타까워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소년이 삶에 생기가 생겼으니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했겠지.
"그리고, 그...주인님이라 부르겠습니다. 혹시 주인님의 존함은 어떻게 되나요?"
"나? 나 말이지..."
그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그녀의 옆에 놓인 토끼모자를 바라보곤 싱긋 웃었다.
"버니야. 화이트버니"

------------------------------------
개못쓰네 병신새끼 ㅋㅋ

이거보고 마녀뽕차서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