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챈시 산범마을 행정복지센터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오늘도 그곳 만큼은 시끄러웠다.


"아니 여보쇼! 올해부터 연금이 안나온다는게 말이 돼?!"


"저기... 선생님... 진정하시고, 올해부터 법이 개정되서 평균 수명이 150세를 넘는 장수종분들은 연금이 안 나와요."


"아니! 내가! 살날이 앞으로 3천년은 남았는데! 국가에서 안 챙겨주면 내 인생은 누가 보장해주는데!"


'야이 미친 노망난 깐프년아 3천년이면 한반도 반만년 역사의 절반인데

그 시간동안 너같은 놈들 밥맥여주면 나라 꼴이 잘도 돌아가겠다!'


"..... 그 선생님... 잠깐 진정하시고 대신 노인 일자리 사업에도 다시 나오실 수 있으시니까..."


"아니! 내가 이 나이 먹고! 일까지 나가야 혀?!"


산범마을 행정복지센터의 김몬붕씨는 최근에 생긴 여자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험한 말을 삼키고 좋게 말했으나

정작 그에게 돌아오는 말은 궤변과 억지 뿐이었다. 정말 다행인것은, 그에게도 따뜻한 손길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여보,,, 그만혀,,, 면사무소에서 난리치면 안되지야,,,그,,, 총각, 내꺼는 좀 알아봐줄수 있남?"


"그... 선생님, 후천적으로 수명연장시술이나 영생을 터득하신 분들도 이제 적용이 안되서요...

만약 수명연장시술을 안 받으셨다면 마도병원에 가셔서 진단서 받아오시면 가능합니다."


"아니! 내가 엘프라고 남편이 수명연장 했다는것은 종족적 차별 아녀?! 공무원이 그래도 되는거여?!"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남편은 80세라는 나이에는 걸맞지 않게 젊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 그런게 아니라..."


"그만 좀 혀,,,, 나이먹고 그러면 못써,,,, 알겠서 총각, 소란펴서 미안혀~"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고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완벽한 아이의 몸을 갖고있는 남편은, 노인이라고는 하나, 엘프라는 특성상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를

힘으로 끌고 나가기는 힘들었다.


"난 이러고는 못살어! 모든것을 불태우는 태초의 화염이여..."


"경비원! 여기 마법써요!"


"꺄아아아악! 사람살려!"


"당신 왜그려!"


정말 다행히도 바로 달려와준 청경들 덕분에 마법이 끝까지 시전되는 일은 없었다.

요즘 청경들이 마법차단학 기본으로 깔고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잠시 후, 담배를 태우고 있던 김몬붕에게 과장이 말을 걸었다.


"몬붕씨, 고생했어. 오늘은 이만 퇴근할래?"


"아뇨, 괜찮습니다. 아직 일이 많아서."


"그려, 고생이구만. 장수종들 중엔 저런 사람들이 많다니깐, 다음부턴 오면 그냥 나나 다른 사람들한테 보내."


"정말요?"


"그렇다니깐, 집에서 일도 잘 안하던 백수들이 여기선 노인연금이 나온다니까 그냥 여기 와서 결혼하고 영주권 딴거야.

뭐, 장수종들이 다 문제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인간계로 많이 이주해오긴 했지."


사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정말로 보내도 되는지에 대한 확인이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적당히 얘기를 듣다가 담배를 다 태운 그는, 한개피만 더 피울까 하다가 그냥 자리로 돌아왔다.


"네 다음분~"


"그,,, 총각,,, 내 이번달 연금이 들어오지 않아서 말이여,,,"


역시, 한개피 더 피우고 올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