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야간 알바 열심히 뛰면서 용돈 좀 벌었던 시기.


성인이 되고 6년간 사귄 여친에게 특별한 선물을 사주고 싶었던 나는 인생 처음으로 반지를 선물해주기로 다짐했어.


솔직히 반지가 되게 비쌀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렇게 비싸진 않더라고? 그래서 여친이 원래 쓰던 반지 사이즈를 여친 남동생을 통해 알아내고 여친 생일날 선물로 줬어.


반응은? 엄청 좋아해줬지. 물론 많이 비싼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그런건 아니니깐 평소에 끼고 다니면 된다고 말해줬어.


선물을 받은 여친은 직접 끼워줄 수 있냐고 손을 내밀었는데 끼워주려는 순간 아차했지.


연인 사이면 어디 손가락이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손가락은 아니라는걸 알고 있는데 이게 쥰내 헷갈리는거야.


잘못 끼워서 실망하면 어떡하지?


단 몇초 사이에 수많은 고민이 지나간 나는 단 하나의 변명을 생각하고 검지에 끼워줬어.


여친은 당연히 의아해했어. 당연히 약지일 줄 알았다고 약간 실망한 뉘앙스도 있었지.


연인 사이라면 약지에 끼는걸 알게 된 나는 일부로 그런것처럼 이렇게 말했어.


"약지는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때 가서 직접 끼워주고 싶었어."


만약 약지에 안끼우더라도 통하고 약지에 끼웠어도 굳이 말할 필요 없던 완벽한 변명.


내가 생각해도 개쩌는 변명이었다하고 속으로 감탄했는데 여친은 귀가 새빨개지면서 부끄러워하더라.


솔직히 당황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