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노예 엘프 순애 어때?

어느 날 납치되어 노예로 팔린 엘프는

평소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우를 당하게 되고,

험한 꼴을 당하고 이내 버려져서 다시 노예 시장으로 돌아온 거지.


인간에 대한 증오와 공포로 몸을 떨면서

자신은 또 다음에 무슨 꼴을 당하게 될 지 몰라 이를 갈고 있는데.

구매자가 나타난 거지.

후드로 가려져있어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키가 꽤 작아 보이는 남성이었어.


값을 치르고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해 노예문을

갱신하기 위해 얼굴을 보게 되는데,

이번 주인은 아직 앳되어 보이는 인간의 소년이었어.

자신과 나이 차이만 따져도 150살은 족히 넘을 것 같은 그런 소년.

순수하게 빛나는 밤색 눈은 살풍경하고 

더럽고 냄새나며 시끄러운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더욱 대비되었지.


귀족이나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보기에는,

후드 안 쪽의 옷도 그리 귀해 보이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잔상처와 굳은 살이 군데군데 박힌 손이

귀하게 커온 것 같지는 않았지.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이 사람은 내 주인이고, 외견만 이럴 뿐,

실상은 잔혹하기 그지없는 악취미를 가진 사람일 지도 모르잖아?

이미 그런 경우를 경험한 그녀는 이를 갈며

이미 몇 번 겪었지만 언제나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노예문 갱신 의식을 치렀지.

어려 보이는 주인을 구슬려 자유의 몸이 되고 말리라 하는 다짐과 함께 말이야.


그녀를 데리고 온 소년의 첫 명령은 누더기를 벗고 욕실에서 씻으라는 거였어.

예상 외의 명령에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시키는대로 해야지 뭐 어쩌겠어.

그녀는 씻으며 생각했지. 

집안을 보니 혼자 사는 것 같은데, 도망치기 딱 좋은 게 아닌가...하고 말이야.

물론, 이번 주인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몸에 닿는 온수와 함께 스쳐지나갔지만,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지.

인간은 마족만큼이나 거짓말을 잘하는 존재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


씻는 도중 갑자기 들어온 소년에게 놀라며

아 역시, 벌써부터 그렇고 그런 일을 시키려는 거구나.

하는 그녀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는 그녀의 몸을 씻겨주었지.

최대한 그녀의 나체에서 시선을 피하려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 정말 순수한 소년 그 자체의 반응이었지.

그러고는 그는 다시 욕실 밖으로 나갔고,

그녀는 잠시 멍해졌지.


몸을 다 씻고 나올 즈음에는,

그녀가 입을 옷이 밖에 놓여져 있었어.

하늘하늘하고 보송보송한 부드러운 옷.

보아하니 지금 막 가서 새로 사온 듯 했지.

오늘은 지쳤을 테니 편하게 침대에서 쉬라는 소년의 말에 그녀는 귀를 의심했지.

침대에서 자라고 하는 주인은 없었거든.

일반적으로도 노예에게 이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었지.


다른 목적이 있겠거니 하고 침실 문을 열어보니 침대는 하나밖에 없었어.

그럼 주인인 소년은 어디에서 자는가? 하는 의문에 소년을 보니,

자신은 넓은 의자에서 자겠다고 하는 거 있지.

침대는 조만간 새로 하나 더 들여놓겠다면서.

도대체 자신의 환심을 사서 뭘 하려는 꿍꿍이일까 밤새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오래간만에 단 잠에 빠졌지.


꿈에서 그녀는 고향에 있었지.

하지만 어째서일까,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고향의 풍경도 전부 물감이 번진 것처럼 희미했어.

순간적으로 온몸에 돋는 소름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지.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자신이 있는 곳을 다시 기억해냈지.


그녀 때문일까, 주인도 깼는지 밖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왔어.

이내 소년은 등을 들고 침실로 왔지.

무슨 일이 있었냐면서.

안 좋은 꿈이라도 꿨냐고.

아직 남은 잠기운 때문일까.

소년의 걱정하는 얼굴이 가증스러운 이전 주인의 얼굴과 겹쳐 보였어.


순간적으로 그녀는 공격 마법을 썼고,

에너지의 구체가 허공을 가르며 소년을 향했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소년은 도망치지도, 방어하지도 못했지.

순간 그녀는 아차 싶어 황급히 마법을 취소했고,

다행히도 소년에게 닿기 직전에 구체는 흩어져버렸어.

소년은 뒤로 주저앉았지.


어떻게든 미소를 유지하려 애쓰면서, 그는 다시 일어났어.

멋대로 들어와서 미안하다고.

내일 크게 시킬 일은 없으니 다시 자라고.

그러면서 다리를 떨면서 방문을 나서려고 했지.

어째서일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년을 붙잡았어.

왜인지 그를 이대로 떠나게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지.


"....미안해요. 잠깐만...곁에 있어주실 수 있나요?"

"....네."


그녀는 침대 가에 앉은 소년에게 고개를 여러번 꾸벅이며 사죄를 했지.

그런 그녀에게는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어.


"왜 노예문을 쓰지 않은 건가요..?"


자신의 배 쪽에 자리한 노예문은,

주인의 말에 노예가 절대복종하도록,

그리고 노예가 주인을 해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마법이야.

주인이 발동시키기만 해도, 끔찍한 고통이 엄습하지.

노예가 함부로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야.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이걸로 노예를 처분할 수도 있거든.


하지만 그는 크게 다칠 수 있었던 방금 전에도,

노예문을 쓰지 않았지.


"굳이 그런 걸...써야 하나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전 당신을 그렇게까지 해서 통제하고 싶지 않아요."


참 이상한 주인도 다 있지.

그제서야 둘은 통성명을 했지.

소년은 자신은 집안일을 돌보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자신을 산 것이라 설명하면서,

크게 신경쓸 일은 없으니 편하게 있어달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갔지.

알 수 없는, 어쩌면 그리운 따뜻한 느낌에 그녀는 다시 잠들었지.


"......."


그렇게 벌써 세 달이 지나갔어.

그녀는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어.

집안일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곤 말했지만,

사실 자신이 손댈 건 크게 없었어.

남자 혼자 사는 것 치고는 소년의 집은 깔끔하게 정돈하고 사는 편이었기에,

진짜 할 일이 별로 없었거든.

길어야 반나절이면 다 해치우고 시간이 남아돌았지.

가끔 가다 집에 돌아와서도 집안일을 자신이 해치우는 소년을 보면서

이래서야 입장이 완전 거꾸로 된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던 그녀였지.

도망치고 말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었어.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그녀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소년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는 노예인 자신에게도 존댓말을 해 주는 싹싹한 성격이었지.

가끔 가다 잠이 안 오는 날 밤이면,

엘프에게 전승되는 옛이야기 같은 것을 들려달라고 부탁하고는 했지.

그러다가 잠들어버린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

그의 행동은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면도 분명 있었지만

순수하고 아직 어린 면이 더 많아 보여서, 그녀의 모성을 자극하곤 했지.

뭐, 그녀는 아직까지 미혼이었지만 말이야.


터벅, 터벅.


문간에 울리는 소리에 그녀는 주인을 맞으러 나왔지.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어.


"돌아오셨나....어?"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년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지.

어깨에는 화상을 입었고, 붕대로 대충 감은 머리 쪽에서는

피가 아직도 배어나오고 있었어.

게다가 옷은 이곳저곳 찢어져 있었지.


황급히 그를 침대로 옮긴 그녀는

머릿속을 뒤져 치유마법으로 응급처치를 했지.

한 숨 돌린 그녀는 의사를 불렀고,

소년은 목숨을 건졌지.


"..........으음."


그가 침대에 누워 잠만 잔지 이틀 쯤 지났을까.

소년은 눈을 떴지.

그 소리에 그녀는 헐레벌떡 침대로 달려와 손을 잡았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소년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녀를 껴안았어.

애착 인형을 뺏기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말이야.

그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


".....남아주셨네요."

"노예가 주인 두고 어딜 간다는 건가요."

"내가 죽었으면, 자유의 몸이었을 건데."


실제로 그랬다. 주인이 죽으면, 노예문은 효력을 잃기 때문에.

만약 그를 치료하지 않고 죽게 놔뒀다면,

이곳을 탈출해 자유의 몸이 되겠다던 그녀의 목표는

그를 구슬릴 필요도 없이 달성되는 셈이었다.

다른 노예였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죽을 때까지 내버려두었겠지.






시간이 없어서 여기까지 ㅎㅎ...

나중에 제대로 써 올게.

노예엘프-주인 소년 간의 주종 순애물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