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심히 울리는 벨소리가 사무실에 퍼진다. 급한 연락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이름만 확인한다.


 '아코'


 "..."


 벨소리를 내려 소음을 제거한 뒤, 다시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


 '모톡'


 얼마 뒤 이번엔 모모톡 알림이 울린다.


 "린?"


 아까 왔던 잡상인 전화와는 달리 필요한 일로만 연락하는 린이었기에, 모모톡을 확인한다.


 '선생님. 게헨나의 아마우 양이 선생님이 샬레에 계신 건지 확인해달라는 연락을 보내왔는데요. 어떻게 된 거죠?'


 '린. 나 지금 금붕어 산책시키러 나왔다고 해줄래?'


 '참고로 이미 샬레로 이동 중이라고 했었습니다.'


 목덜미를 따라 식은땀이 흐른다.


 '빨리! 나 아비도스로 금붕어 산책 갔다 해줘!'


 똑똑


 다급하게 답장을 보내는 타자 소리와 함께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계신가요?"


 "없다고 하면 돌아가나요?"


 "자리에 계셨군요? 제 연락을 받지 않으셔서 타 학원에 가신 줄 알았는데?"


 문 너머의 손님이 반갑지 않은 건 또 처음이었다. 정확히는 껄끄럽다. 랄까, 타 학원 갔을 것 같았으면 왜 샬레를 직행한 걸까 이 학생은.


 "아, 아코구나. 무슨 일이니? 연락은 선생님 일 처리하느라 무음으로 해놔서 못 들었구나?"


 떨리는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이, 문이 열리며 나타난 건 게헨나의 감정미화원 아니, 게헨나 선도부 소속 선임행정관 아마우 아코 양. 왼팔에 태블릿을 낀 채 걸어오는 그녀의 눈이 매서웠다.


 "무음이었던 거, 확실하겠죠?"


 찌릿, 나를 째려보는 아코의 눈길을 피했다. 절대 점심을 넘어가는 햇빛이 비친 눈빛이 매서워서가 아니다.


 며칠 전, 나는 아코와의 내기에서 승리해서 눈앞의 그녀를 무릎 꿇게 하고, 목줄을 채웠었다. 아무리 내기라고는 했지만, 학생한테 할 행동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만나면 어색할까 봐 기껏 없는 체를 했더니 이 상황이다.


 '아니면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라고 하면 저 자존심 높은 행정관의 허리에 채워진 권총이 나에게 이름값으로 '핫 샷'을 날릴까, 두렵기에 그저 마른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아무튼 선생님과 상의해서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서 직접 왔습니다.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어? 어어 잠시라면 괜찮아."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중앙에 자리한 테이블에 앉았다. 아코도 태블릿을 조작하며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태블릿에 띄워진 서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아코. 며칠 전 일에 대한 생각은 별거 아닌 수준이었는지, 무덤덤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나만 그런 건가 하는 뭔지 모를 애매한 감정이 맴돌았다. 그렇게 서류에 대한 질문과 대답, 상의가 오가면서 잠시 사무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까지면 될 것 같네요. 2번 사안은 정정해서 다시 알려드릴게요."


 생각보다 길어진 잠시를 지난 장시간의 대화 끝에 태블릿의 화면이 꺼졌다.


 "그래. 알았어."


 "..."


 "..."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며칠 전 그 일이 좀 마음에 쓰였기에 선뜻 먼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길을 아코에게 옮기니, 늦어진 시간에 저물어가는 햇빛 탓일지, 아코의 얼굴이 조금 붉어 보였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아코가 눈을 돌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렇게 길게 토론하셨으면서 마실 것 한 잔도 못 내주시나요?"


 "응? 아, 줄게. 잠시만."


 확실히 생각보다 길어진 토론에 쉬는 타임도 없었기에 목이 마를 수 있었다. 부리나케 탕비실로 가, 차 두 잔을 타왔다.


 "여기"


 "...감사합니다"


 다시 침묵. 곧 해가 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거렸다.


 "...덤덤하시네요."


 "응?"


 고개를 돌리니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진 아코가 째려보고 있었다.


 "제게 며칠 전 그런 짓을 하시고는..."


 "...그건 서로 사과하고 끝나지 않았니?"


 "...몰라요"


 아코가 고개를 숙였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뒷머리만 긁적였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봤어요."


 "스트레스들이 쌓인 건 늘 그랬을 텐데, 왜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심해졌다 생각했을까.."


 "왜 선생님한테만 스트레스를 표출했을까.."


 "왜 선생님을 만난 횟수가 늘어났을까.."


 "...그렇게 제가 내린 결론은 그거였어요."


 아코가 숨 고르듯 한숨을 내뱉었다.


 "선생님을 만나서 얘기하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렸고, 스트레스를 풀어서 좋았고, 좋아지니 더 보고 싶었고, 더 보고 싶으니 이유가 필요했고, 이유는 스트레스였어요."


 "그러니까 별것도 아닌 것도 화가 났고, 그게 스트레스가 된 거예요."


 아코가 고개를 들었다. 격해진 감정 탓인지,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담겨 있었고, 얼굴은 석양보다 빨갰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순간부터 가슴이 멈추질 않아요. 여기 오기로 한 어젯밤부터는 한숨도 못 잤고, 등교해서는 뭘 했는지도 기억 안 나고, 샬레 오는 길의 손은 미친 듯이 떨렸어요!"


 아코가 내 멱살을 붙잡았다. 얼굴이 가까워지니 아코 눈 밑의 다크서클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정작 당신은 왜 덤덤한 거예요? 난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당신은 왜! 어른은 이런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거예요?!"


 "아코......"


 아무렇진 않지 않았다. 별거 아닌 하소연을 하면서 얘기할 때, 괴롭힘당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넘길 때, 억지 부리고 심술부렸지만 쌤쌤이라고 넘어갈 때.


 좋은 시작은 아니었고, 투닥거리는 날들이어도. 아무렇진 않진 않았다.


 "책임져요. 목줄 채우고, 바닥을 기게 해서 시집 못 가게 한 것도! 가슴 미친 듯이 뛰게 해서 당신 밖에 안 보이는 것도! 다 책임져요!!"


 우리 둘 다.


 "그래."


 "책임지라고ㅇ... 에?"


 "그래. 책임져줄게."


 "에? 어? 그, 에?"


 갑자기 벙쪄버린 아코 뒤를 팔로 감싸 안는다.


 "이걸 원했던 거 아니야?"


 "큿?!"


 황급히 아코가 고개를 돌리며 팔로 입가를 가렸다. 확실한 건 이 구도는 아코가 그린 그림에 있지 않았다. 그 사실에 만족하며 아코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다가갈수록 아코의 얼굴은 더더욱 빨개졌다.


 "아니, 맞긴 한대. 잠, 잠시만요!!"


 "도망칠 곳은 없다. 아마우 아코."


 "////~!!!"


 결국 버둥거리던 아코의 손이 내려가고, 눈이 서서히 감겨가고, 얼굴은 가까워져...















 덜컥-.



 "선생님? 아마우 양이 아직 샬레에서 나갔다는 기록이 없ㅇ....


 ""?!?!?!""


 우당탕탕!!


 ....어서요."


 큰일 날 뻔했다.


 "아아, 린! 차를 쏟아서 말이지! 아코도 이제 갈 거야! 그치, 아코?!"


 "네네! 나나가미 수석행정관! 마음 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서류만 챙겨서 금방 갈게요!!"


 "......"


 싸늘하다. 린의 비수 같은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걱정밖에 안 된다. 눈이 손보다 빨랐다.


 "...해도 졌으니 빨리 이동하시길."


 ""그래!!/네!!""


 문이 닫히자, 어색한 바람이 불어왔다.


 "...갈까?"


 "...그렇네요."


















 태블릿을 주우려는 아코의 턱을 잡아 돌렸다.


 쪽.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아코를 내버려둔 채 뒤돌아선다.


 "첫날인데 키스할 수밖에 없잖아? 늦겠다, 빨리 가자!"


 "비겁해요!!!!"


 쫓아오는 아코에게서 도망친다. 잡혀서 빨간 얼굴 들키면 어른으로서 조금 부끄러우니까, 조금 있다가 잡히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