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집에 안전하게 들어가시고오늘 18홀 무척 빡셌오그나저나 성규씨앤드류씨인가하여간 노총각이라고 너무 편안한 생활에 빠지면 곤란해요능력도 되시는 분이 신부감들이 줄설텐데성규씨같은 회원이 있으면 우리야 좋지만서두

 

하아골프 동호회 고수님들께서 저를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그런 의미에서 또 한잔 건배합시다~~”

 

 

골프동호회에서 모처럼 삼겹살 회식에 쏘맥을 곁들여 먹으니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내 집은 꽤 멀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한다.

 

내 이름은 차성규이고 미국식 약칭으론 Andrew라고 부른다.

나도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

냉혹하기도 하고 냉철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한때 순정파인 적도 있어서이다.

 

 

내 나이 35, 27세때 미국에 혈혈단신으로 유학을 와서 산전수전 공중전 거치면서 학업을 마쳤다.

나는 운이 억세게 좋은 사나이이기도 하고 운이 나쁜 놈이기도 하다.

유학생 시절 엘에이 자바타운에서 험한 일 알바를 해보기도 하면서 볼꼴 안볼꼴들을 다 보며서 살았다.

학위 취득후 첫 직장에서 영주권을 받고 퇴사한후 작은 사무실 하나를 차렸는데 그게 하필 흐름을 잘타 대박을 터뜨렸다.

그 돈 일부를 빼어 주식 사 놓았더니 그게 요즘 구글아마존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커서 적절한 시점에 현금화했다.

그래서 Topanga Canyon이라는 엘에이 해안가에서 좀 내륙으로 들어간 산간지역의 아름다운 곳에 2층에 방 네 개화장실 두 개짜리 집을 현찰로 구입했다.



그렇게 준비를 해 놓고 신부감을 맞을 준비를 똬악 했는데옘병~~

교포녀들의 생각은 내 생각과 달랐다.

그리 예쁜 여자를 밝히거나 어린 여자를 밝히거나그렇다고 고학력 전문직 여성을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뭘 그리 부모들부터 따지는게 많다니.....실은 나의 재산 내역을 제대로 상대방에게 밝히지 않은 것도 있었다.

재산 내역을 그대로 밝혔을 때 급변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하여결혼후 공동명의가 어쩌구 가사분담이 어쩌구딩크족이니 싱크족이니출산을 연기하자는둥 속보이는 소리를 하면 내가 차단을 할 수밖에.

몬놈의 아이를 안 낳으려는데 결혼이야이건 신분적 안정성을 위하려는 수작일뿐이야.

한국에 기반한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여자를 구해보기도 하고부모님 추천으로 한국에 있는 여성을 만나기 위해 가슴두근거리며 비행기를 타보기도 했는데솔직히 말하면 한국에 있는 원주민 여성들에 비하면 엘에이 교포여성들은 순한 맛이었다.

우리나라는 문화적 단점이 너무 쉽게 휩쓸린다는거야

언론이나 매체에서 무슨 새로운 트렌드라고 하면 99%가 휩쓸려 버리는거라고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나는 그렇게 판단했어.


미국이라는 나라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갖는 스테레오 타입과 달라.

패미, PC, 극단적 자유주의자들도 있는 반면에 보수적인 경향이 더 높은 곳이야.

다만 그런 이들끼리 반목하거나 레딧같은데서 싸우기보다는 존중하는 문화도 있고지역별로도 문화가 달라서 마치 같은 미합중국이라 해도 사람들의 성향이 주마다도 제 각각이야.

미국이라는 여러 인종을 만날 수 있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결혼은 아무래도 문화와 언어의 난맥과 인종적 이질감으로 인해 그리 쉽게 선택할수 있는게 아니었다.

중국계나 일본계 여성같은 외모적 이질감이 없는 여성들도 결국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하는 외국녀들이었으니 나는 동양여성들 조차도 결혼상대로 감안한적이 없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포기한대신 골프산악자전거헬쓰지역소외계층 봉사 등을 하면서 나름의 인맥도 쌓고 엔조이 하면서 내 인생은 그리 흘러갈 것 같았다.

 

 

 

오렌지 카운티 풀러툰이라는 엘에이 동남부지역에서 골프와 뒷풀이를 마친 나는 그놈의 하이웨이의 체증이 장난이 아니라 옛 자바시장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지름길로 새기 시작했어.

뉴욕 할렘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의 유리를 내리고 신호대기를 하면 안된다는 곳이기도 해.

 

노숙자 봉사때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거기에 한국인들이 몇 명 섞여 있다는 것이 아니었어.

우리는 학교 다닐 때 게으르고 농땡이 피우면 거지가 된다고 배웠쟎아?

퇴역군인전직 CEO, 교수의사변호사경찰간부 출신도 있다고 하면 믿겠어?

그들이 노숙자로 전락한 이유는 주로 알콜중독과 약물중독그리고 우울증에서 발전한 정신분열증 탓이야.

미국법으로 정신분열증은 강제 치료가 불가능해

그래서 미국에 노숙자들이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체질적으로 실내생활을 못 견뎌

멀쩡한 집 놓아두고 집 앞에 텐트치고 침낭깔고 드뤄눕는게 정신분열증의 발전 증세중의 하나야.

그 증세는 유학생 시절 정신병원에서 알바하면서 알게된거야.

 

다운타운 봉사시절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아저씨가 소위 전문직 출신 노숙자들과 대화하는걸 엿들었어.

그들은 자신들이 길거리에서 그렇게 지내는거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투였어.

그리고 그들에게 중독치료나 정신병 치료를 받고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어.

 

그 시절 다운타운 노숙자 봉사를 하면서 나는 충격적인 것을 본적이 있어.

여자 노숙자인데 미친 여자야게다가 임신까지 했더라고.

미친 여자거지를 강간하는 고추가 뇌에 꽂힌 더 미친 놈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게 충격이었어.

아니면 그 여자 거지가 강간당하고 임신하면서 미쳤을지도 몰라.

그 여자를 본 환영은 두고두고 트라우마처럼 오래가더라고.

 

 

 

어느덧 내 차는 해질녁의 다운타운 동쪽의 슬럼가를 지나고 있어.

버려진 봉제공장재개발한답시고 철거된 건물이 장기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을씨년스러운 곳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었어

 

그런데 저기 문을 굳게 닫은 예전 봉제공장 건물 아래에서 낡고 헤진 드레스 하나를 걸치고 짝이 안맞는 샌들을 신은 자그마한 소녀같은 노숙여성이 훌쩍훌쩍 울고 있는거야.

어두워져서 잘 안보였지만 긴 밤색 머리카락이었고 깡 말른 여자야.

예전같으면 혀를 차면서 빨리 통과해 버리고 잊어야 했던 장면이었지만 나는 왜 그랬는지 몰라.

뭔가 알수 없는 힘이 내 차를 가지 못하게 붙들고 있는 느낌이었어.

그때 보니깐 불량배들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걸 눈치챘어.

예전에 목격했던 미친 임산부거지가 생각나서 도저히 그대로 통과할 수가 없었어.

나는 Genesis G80 차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창문을 열고 그녀를 향해 외쳤어.

 

 

예야어서 내차 뒷자리에 타거라이 아저씨가 안전한데로 데려가줄게

 

그 여자는 나를 보더니 머뭇거렸어.

일반인 여성들도 늘 성폭행이나 납치 그런걸 의식하고 겁내하면서 살아간다고 하더라고.

 

 

빨리 타기나 해어서뒤에 불량배들 쫓아오는거 안 보여졔네들한테 끌려가서 몹쓸짓 당하는것보다는 깔끔한 나한테 몹쓸짓 당하는게 낫지

 

그 노숙소녀는 내가 동양인임을 알고는 오히려 안심하는 눈치였어.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은 온순하다고 알려져 있거든좋게 말해서 온순이고 실제로는 호구지만.

그 노숙소녀는 굶주려서인지 원래 힘이 없었는지 내 차의 문을 여닫는것만도 힘이 부쳐 보였어.

그녀가 차에 오르고 문이 간신히 닫히자그녀를 쫓아오던 불량배들은 바로 내차 뒤에까지 도달했지만 포기해 버린 것 같아.

나는 차를 몰고 일단 그곳을 빠져나가 그녀를 좀 안전한 곳에 내려놓기로 했어.

 

 

“I appriciate you with all my heart! Sir.......”

 

다급한 상황에서 안정된 상황으로 급변된 그녀가 그녀의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는 이 말은 정중한 표현이었고 고급스러운 영어 구사 방식이었어.

 

 

이봐요꼬마 숙녀......여기가 어떤데인줄이나 알아요하루에도 강간사건에 폭행사건이 몇건씩이나 일어나고 코 앞이 경찰서인데도 방치되는 무법지대야어린 소녀가 있을 곳이 못돼

 

그녀는 숨을 고르고 울먹이며 내게 말했는데 의외였어.

 

 

저는 풀러툰에서 살던 가정주부였어요하아하아흑흑........어느날남편한테 매를 맞고 흑집을......쫓겨났어요방랑하다가 여기까지 왔고여기서도.....더 갈데가 없어요방금 전에는 다른 패거리한테 뺨을 여러대나 맞았고 또 다른 패거리들은 저를 욕을 보이려 해서 도망치고 있었어요....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안전한 곳에 내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미러를 보니깐 완전한 거지인 그녀의 눈빛은 가로등을 반사하며 파랗게 빛나고 있었어.

볼을 완전히 점거한 눈물은 시커먼 석탄 국물이더라고.

하지만 그녀의 진술이 어이가 없고 황당하더라고솔직히 그녀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어.

그러면 뭐 나도 솟된거지.

 

 

“21세기에그것도 미국에서아내가 남편한테 집을 쫓겨나 거지가 된다있을수 있는 말씀을 하셔야지그래 그게 언제요그리고 왜 쫓겨난거요남편이 약물이나 알콜중독자였오다른 직업은 없소그렇다면 굳이 이런 생활 안해도 돼요내가 소싯적에 노숙자들 돌보미를 해서 조금 알아요.”

 

흑흑흑.......저도 몰라요두달전인가석달전인가한달전같기도 하고요남편이 저를 때리는건 직전에 늘어났어요저는 잘못해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제 지갑이랑 차열쇠랑 핸드폰이랑 모두 압수당한채 그냥 집밖으로 내쫓긴거에요.”

 

지역 경찰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받을수도 있지 않소?”

 

남편은 잘 나가는 변호사에요지역경찰간부나 판사들과 대학동기도 있고 절친도 있대요중상층 지역이라 경찰은 무조건 노숙자들을 시 경계선 바깥으로 밀어내 버리죠한 일주일 동안 쇼핑몰에서 걸식으로 살았었는데 결국 경찰에게 단속당해서 내가 살던 동네에서도 쫓겨 났어요....으흐흐흑

 

 

남편놈이 변호사인데다가 지역 판사와 경찰과 유착관계다이거 각이 딱 나왔다.

 

야만스레 아내를 내쫓고 어디서 딴 생각 못하도록 폰과 차와 지갑을 다 뺏었다?

변호사란 놈이니깐 법의 허점을 잘 이용하는거겠지

미국에선 배우자가 6개월 이상 실종상태면 일방이혼이 가능하니깐.

이건 100% 딴 여자가 있는거고그 여자랑 공모해서 벌인 짓일게다.

또한 이래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이 노숙자의 메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다운타운을 벗어나 코리아타운을 거쳐 웨스트 엘에이로 진입하고 있다.

웨스트 엘에이는 예전 폭동당시 엘에이 경찰들이 폭도들에게 코리아 타운을 미끼로 열어두고바리케이트를 치며 백인들을 보호했던 곳으로 유명했다.

 

그 순간 나는 차 안에 퍼지는 도저히 형언할수 없는 냄새를 잊고 있었음을 알았다.

쩔은 오줌 냄새마른 똥냄새길거리 노숙자들의 특유한 체취그녀가 입을 뗄때마다 풍기는 구취 냄새

거기다가 서양인 특유의 암내인지 노린내인지.....아호아.....어질어질했다.

차 지붕의 문루프를 개방하고 앞 창문을 모두 열고 에어컨까지 틀었지만 그 냄새는 빠질줄을 몰랐어.

이 빌어먹을 여인네를 빨리 내려놓고 도망치는게 급선무였지.

 

마침 웨스트 엘에이의 작고 소박한 공원 갓길에 차를 세웠다.

 

 

이곳은 안전한 곳이오당신의 뺨을 때릴 놈도욕을 보일 변태들도 없오공원 벤치에서 잠을 청할수 있을 곳이오화장실도 개방되어 있으니

 

내가 그녀에게 잠자리와 화장실을 제공하는 듯한 인심을 쓰며 그녀를 차에서 내려 주었다.

그녀는 이제야 울음을 그치고 나한테 거듭 고맙다며 은혜를 꼭 갚겠다고 한다.

니미럴 은혜는 무슨빨리 내려서 갈길이나 가라고내 차의 냄새 빼는데 일주일은 걸리겠구만.

 

그녀는 몇 번 내게 감사 인사를 하더니 공원 안으로 걸어갔는데 갑자기 반대편 갓길에 서 있단 차의 지붕에서 경광등이 번쩍거리더라고.

그녀는 몸이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고험상굳게 생긴 경찰이 한명 나와서 그녀에게 뭐라뭐라 하는거야.

뭐 알아서들 하라고 하고 나는 창문을 모두 개방한 상태에서 차를 출발시키는데 그녀가 불편한 드레스 차림과 짝이 안맞는 샌들 차림으로 엉거주춤 내 차를 향해 뛰어 오더라고.

근데 밤이라 안 보였을텐데 내 왜곡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백미러에 내 차 트렁크쪽을 바라보는 그녀는 또 다시 울고 있었던거야.

 

 

(지랄........솟됐다)

 

나는 차를 후진시키고 뒷문을 개방했어.

그녀는 버겁게 차문을 열고 닫았고 울먹이면서 내게 또 고맙다고 한거야.

 

 

경찰놈이 뭐래요?”

 

이 동네에 주민들 민원이 많아서 노숙자 차림을 한 사람을 보면 무조건 내보낸데요어떡하죠다시 다운타운으로 가야하는데.........으흐흑.......제발 저를 그리로 보내지 마세요..........아아아그때!”

 

그녀는 그때 일들을 회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른 안전한 동네를 찾아 내려줘봐야 지역 경찰들에게 단속당하여 쫓겨날 것이고결국 돌아갈 곳은 그 지옥같은 다운타운일게다

 

 

부탁이에요, Sir......Please.......저를 도와 주세요.”

 

남편에게 데려다 주면 되겠오집 주소와 남편 전화를 기억하오?”

 

남편은 내가 더 이상 필요없다며 날 때려서 내쫓았어요....남편에게 돌아가지 못해요

 

당신은 무슨 흉측한 잘못을 남편에게 했소?”

 

“.........최선을 다했지만 그 사람 기준엔 안 맞았을 것 같아요그래서 쫓겨나서 이런 벌을 받고 있는거에요

 

남편을 꽤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군요

 

전 제 남편 조나단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어요.”

 

 

아이고이건 무슨 신파극인가 말이다.

나를 버리신 님을 그리도 생각한다고?

거친 노숙생활로 내몰아 버린 남편을 원망하지 않는 그녀는 혹시 바보일까정신분열증 환자일까.

 

 

부디......흑흑제가 다운타운으로 돌아가면.....생각도 하기 싫어요그 몇 달동안의 일들....익숙해진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무서운 것들이 있어요길거리에서 똥오줌 싸는건 습관이 되어 버렸고 팬티도 없이 지내요급식소에서 남자들이나 나보다 키큰 여자들한테 밀려서 맨 끝에 찌꺼기만 배식받는것도 할만해요하지만 찬 이슬 맞으면서 자거나 이유없이 매를 맞거나 욕을 당하는건 상상도 할수 없어요

 

이 여인을 또 새로운 안전한 지역에 내려 놓아보았댔자 경찰에게 쫓겨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건 명약관화했다.

이건 내가 덤탱이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웬지 지금의 이 견딜수 없는 후각을 참아가면서 내 마음 어딘가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오기가 생성되는걸 느꼈다.

 

나는 아직 차를 출발시키지 않고 있으면서 문루프와 창문 네 개를 모두 개방하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 여자는 내가 차를 출발시키지 않고 있는 상태조차 불안해 했다.

내가 아마도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할까봐 불안했는지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담배꽁초를 차 바깥으로 내던졌다.

그렇게 차내에서 담배 한 대 피웠다고 차안에 가득찬 악취가 없어지진 않는다.

저 여인은 노숙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기에 다른 고학력 인탤리 노숙자들과는 달랐다.

그녀가 사용하는 영어는 정중하고 고급진 표현이어서집에서 쫓겨나기 전에는 중상류층의 전업주부였을 것이고 그 이전의 학교교육도 어느 정도 받은 티가 났다.

 

 

당신이 내 질문에 성실히 답한다면 내가 도와줄수 있는 도움의 범위에 영향을 끼칠수 있지최소한 당신을 다운타운에 도루 내려놓지는 않지만성의없는 답변을 하거나 회피한다면 당신을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저기 경찰에게 인계할 수가 있어.”

 

나는 그녀가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내게 도움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고 확신했고또한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그녀가 편집증 환자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침을 꼴딱 삼켰고나는 콘솔 박스에 있던 물 패트병을 권해서 그녀에게 마시도록 했다.

진작에 줄 것을그녀는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물을 순식간에 비우고 살짜기 미소를 지었다.

 

 

주부 이외의 다른 직업은 없었오?”

 

“3년전까지 풀러툰의 하이스쿨에서 영어교사였어요남편 벌이가 내 벌이의 열배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일이 바빠지는 남편에게 내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던거에요

 

풀러툰이라, 방금 내가 골프모임을 마치고 떠나온 곳이 풀러툰이란 도시다.

그곳은 중상류층의 베드 타운이면서 최근에는 비지니스 도시로서도 성장하는 지역이다.

게다가 한국인들 사이에 캘리포니아의 8학군이라 불리우는 교육도시로서 어지간한 공립학교들은 사립학교 수준에 근접했고 똑똑한 학생들도 많고 우수한 교사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교편 생활을 했을 정도면 이 노숙녀도 탁월한 교사였음에는 틀림없다.



나이랑 고향학교결혼한지는 얼마나 되었오?”

 

올해 29살이에요고향은 아이오와중부에 있는 농업도시아이오와 주립대학 영어영문학과 출신이에요대학 신입생 시절 시니어였던 남편을 만났어요제가 졸업하던 23살에 결혼한지 6년이 되었어요.”

 

친정에 연락할 생각은 안 해보았오휴대폰을 압수당했다 해도한시간만 구걸하면 공중전화비 정도는 나올텐데

 

그녀는 잠시 침울해지고 답변을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낸 듯 내게 말했다.

 

 

제가 결혼하고 얼마 후에 부모님은 무남독녀인 저에 대한 소명을 마친 기념으로 여행을 다녀오시다가..........”

 

....됐어요더 길게 말해봐야 또 징징 우시게 생겼구만

 

실제 그녀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처지였다.

 

 

다른 갈곳이나 계획은 있소당신은 이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뜻이 읽혀서 말이오

 

“..........갈곳이 없어요계획도 모르겠어요.....그런 계획을 찾아주시는데 도움이 되어 주신다면 평생 은혜 잊지 않겠어요

 

나는 미국 백인 연놈들의 성향을 잘 안다.

잘해주면 그때는 절친인양 좋아하지만 필요없으면 남남행세하는거.

그리고 저 한심한 여자가 뭘 내 은혜를 알아서 뭘 갚는다고.

 

내가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자자기를 차 안에서 내치지 않은 나에 대해서 그녀는 계속 고맙다고 연신 고맙다고 되내었다.

 

 

알았으니말수를 줄여요양치질 못한 티가 확 나는구만!”

 

얼마후 나는 Ross라고 하는 저가형 대형 옷가게와 가재도구 용품 전문점에 차를 세웠다.

보통 떨이물건들만 빗자루로 긁어 모아서 파는 곳인데 잘하면 좋은 브랜드 제품도 걸렸고 대체적으로 가격에 비해 쓸만한 물건들이 많은 곳이다.

 

 

당신의 드레스가 다 헤져서 상표까지 드러났구만그 상표보니깐 나름 명품 브랜드인 것 같고 디자인도 아름답고 여성스럽소원래 집에서 쫓겨날 때 당시의 그 옷이오?” 

 

“..........짐머만 브랜드에요남편이 사준 옷이었어요이옷을 입은 그대로 쫓겨나 이옷 밖에 없어서.....”

 

변태 아니니깐 마지막 질문에 성실히 답해 주시오옷 사이즈는 보통 S일 것 같소신발 사이즈와 팬티와 블레지어 싸이즈생리대는 패드를 쓰는지 탐폰을 쓰는지싸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시오.”

 

맞아요전부 S에요팬티는 M을 입기도 했는데 아마 지금은 S가 맞을거에요블래지어는 32B, 발사이즈는 6(235)이에요

 

나는 차에서 내리자 그녀도 따라 내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내 뒤로 바짝 섰다.

양쪽 발에는 전혀 다른 샌들을 신고 있었기에 걸음이 불편할수 있었을 것이다.

짜증스러운 투로 그녀에게 말을 뱉었다.

 

 

이봐저기 가게 입구에 험상궂은 경비원 보이지저치가 당신을 입장시켜줄 것 같아얌전히 내 차안에 있으면 내가 다녀올께

 

워낙 늦은 시간이라 넓은 매장은 정리중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물건들은 다 팔려 버린 상태였다.

거기서 그녀의 규격에 맞는 드레스 3나이트가운 1샌들 하나슬리퍼 하나선글래스 하나팬티 3블래지어 3팩을 구입했다.

더하여 여성용 목욕제품과 여성용 스킨로션타올생리대물티슈꽃향기가 함유된 데오드란트(서양인들이 겨드랑이에 뿌리는 스프레이), 마스크팩을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해도 600불이 넘지를 않았다.

 

나는 방금 구입해온 물건을 차 트렁크에 넣고 실내로 들어갔을 때 그녀는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려고요?

 

일단 우리 집으로 갑시다씻고먹고자고 나면 당신이 해야할 일이 생각날지도 모르겠오

 

어머감사합니다절 돌봐 주셔서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께요당신 덕에 하룻밤 신세질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여

 

그놈의 은혜는당신이 몬 능력으로 갚는다고당신을 자립시킬수 있는 길을 도울거요

 

 

말리부 하이웨이 옆산으로 빠져 곧 우리 집에 도착했고 그녀를 내리게 했다.

그녀는 집 출입문에 있는 걸이형 문패의 [Andrew Sunggyu Cha]라는 문자를 해독하자 갑자기 파란 눈을 번득인다.

 

 

”Oh, Are you a Korean?“

 

어떻게 알지?“

 

교사 시절한국학생들이 많았어서 대강 알아요한국인 학생들은 예의바르고 똑똑했고 특히 수학과 과학에 두각을 나타냈죠

 

그대신 영어를 못하고 약간 대인기피증이 있었겠지.......당신의 이름은?“

 

”Emma Baker에요, Maiden name(친정 성씨)는 Allen이라고 했어요그냥 엠마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그녀에게 Ross에서 구입한 물건을 내어주며 가지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땅에 질질 끌었다.

영양이 부족해서 체력이 약해진건지 원래 완력이 부족한건지도 헷갈렸다.

 

엠마는 내 집의 밝은 조명에 익숙하지 않은 듯 파란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녀에게서 나던 악취는 이제 비교적 넓은 내 집의 응접실에 퍼져나가고 있다.

나는 응접실 한가운데 있는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게스트 화장실이야욕조가 있으니깐 저기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던 찌든 때와 냄새를 빼기 전엔 나올 생각을 하지 말어옷이랑 목욕 물품도 있으니깐 일단 저기에 가지고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비닐봉다리에 그 남편놈이 사줬다는 다 헤진 드레스 쳐집어 넣으면 내가 알아서 버릴테니깐

 

정말 감사드립니다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한국식 예법을 어디서 배웠는지 두손을 모으고 허리를 거듭 숙였다.

아마도 한국인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한국 영사관이나 문화원에서 이벤트를 할 때 현지 교사들도 참여를 하는데 그런데서 주워 배운 듯 했다.

 

 

휴우빨리빨리 들어가악취가 나니깐양치질 한뒤에 가글까지 하는거 잊지 말고데오드란트 뿌리는거 잊지마백인들과 일할 때 악취에 완전 멘붕와서 트라우마까지 있는 몸이니깐

 

그녀를 응접실에 딸린 목욕실에 들여보낸뒤 테라스와 창문을 모두 개방하고 에이컨까지 켰다.

이 지역은 제법 밤에 추운 지역이라 히터를 조금 틀어야할 상황인데도 나는 그 놈의 냄새 때문에 에어컨 키고 벌벌 떨면서 2층의 내 개인 공간으로 갔다.

샤워를 하면서 내 몸에도 어느덧 저 여인의 냄새가 밴듯해서 별로 쓰지도 않던 바디샴푸를 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