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감자와의 대화

오늘도 그제도 일어날 일만을 기다리며 거울던전과 경험치, 끈 던전의 채광만을 반복하던 지루한 나날이었다.


"째깍째깍"

(어디보자... 이번에는 4번 편성으로...)


나도, 수감자들도 익숙해져서 생채기 하나 없이 빠른 던전을 돌고있었고, 너무나도 순조로운 진행이였다.


하지만, 싱클레어의 정신력 관리를 실패해서...


"그 오물을...."


"데에에엥ㅇ!!!!!"

(어... 어!!! 잠만 이러면 싱클레어 정신력이!!!)


"데에에에엥!"

(안돼애애애!)


그렇게 -45 정신력이 되어버린 싱클레어의 폭주로 이상은 그대로 짓이겨졌다.


그리고 잠시 뒤...


"째깍째깍"

(이상, 괜찮아?)


나는 이상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러 갔다.


"아아... 그대였는가... 나는 괜찮다네 단테. 신경 써주어 고맙네."


"째깍째깍..."

(아니야... 요즘 너무 안정적으로 돌았다고 내가 너무 해이해진거 같아...)


전 인격의 강화를 중점으로 생각하여 투자한 결과로 전 인격의 4 동기화와 40레벨이라는 목표에 도달해서 한동안 들떠있었다.


"단테."


"데에에엥"

(다음에도 이럴순 없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만 해이해진 정신으로 나의 실수가 발생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 이후 부터는 정신을...


"진정하시오, 관리자 단테."


"내 비록 그대의 실수로 싱클레어군에게 산산히 조각나 버린 것은 맞으나."


"단테, 당신은 이미 나의 고통을 느낌으로써 이미 그 대가를 치루지 않았소?"


"...째깍째깍..."

(...고마워 이상. 하지만...)


이상은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실수는 실수였다. 그저 용서한 것 만으로는 마음이 편치않았다.


"..."


하지만 이상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따라 관리자가 되어주고 있소."


"어떤 때는 냉철한 관리자로써 베지 못할 머리를 베어내라 하였고,"


"어떤 때는 수감자들의 능력을 믿고 기꺼이 등을 내어주는 친구로,"


"어떤 때는 뜨지 못한 눈을 띄워주는 눈이 되어주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깨어진 유리 앞에 서있던 나를 일으켜준 거울 속의 상이했던 이상으로,"


"그리고 어떤 때는 이전에 닥쳤던 길 잃은 항해사의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했지."


"..."


이상의 진심어린 위로는 죄책감으로 뒤덮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어주는듯 했다.


"그대는 열심히 했소. 오늘 일은 별일 아니었다고 싱클레어군과 그대의 마음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을 싱클레어도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째깍째깍"

(이상, 이제서야 물어보는건데)


"무엇이오?"


"째깍째깍?"

(K사에서 일어났던 일 이후로 마주보던 과거는 이젠 어떤것 같아?)


이상의 위로는 모순적이게도 다시 한번 이상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대, 오늘도 그 때 처럼 나에게 관심이 많구려."


"비록 시계를 돌린다 하여도, 마주보던 고통은 각인되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 덕에 날아오르던 생각의 추락도 잊게 해주었으니...

지금은 그저 한편의 단잠을 접어두겠소."


"그것이 이상적이기에."


그렇게 이상은 여전히 어렵지만, 나를 위해 차근차근 말을 하가 시작했다.


"마주보던 과거에도, 향해갈 미래에도, 지금 그대의 앞에도 나는 존재하오."


'오늘, 나는 눈물을 흘리던 눈을 마주보고 있었고, 그 때에 나는 신이 수놓은 별들을 천장 삼았소."


"하지만 바라보던 별들에 하염없이 흘리던 눈물에

이제는 거둬진 어둑함이 퍽이나 쓸쓸하오."


"째깍째깍...?"

(그래서... K사에서 봤던 눈물에서 슬픔을 느꼈다는거야?)


"그렇소. 이미 워낭소리와 알싸한 향기는 저 멀리에 흩어졌지만..."


"그 눈물에 씻겨간 죄의 무게라는 수직선에는

직교하는 최솟값에 비춰진 종말의 삼색이었소."


"다시 한번 그 때를 돌아볼 용기가, 나에게도 생겼다는 것이겠지..."


"째깍째깍..."

(해야할 일이었다고는 해도, 괜찮은거야... 이상...?)


"별들을 보아도 예수는 되살아나지만

그 예수를 찌른 창마저 이미 없는 그를 신성시하여

롱기누스는 그들의 정방형이오."


"사람은 지나간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멋대로 절망하고말지."


"흩어진 구인회에서 구보로부터 불려온 사각형 내부의 사각형 내부의 사각형은 내 눈을 가리어 볼 수 없게 만들었소."


"그 때 모이를 쪼며 내 머릿속 썼던 논문의 방향은

이제는 흩어간 거울 속의 친우와의 대화였지만..."


"이상의 상이는 논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저 거짓된 논문이라 되뇌일 뿐이오."


"..."


"포르말린에 절여져가던 척수의 신경 다발에 말해주던 거울 속의 상이는..."


"그제도 찢어졌던 차원의 틈일 뿐이지만..."


"박동하던 유리속에 꼬여있는 가능성에서부터"


"아직 그 거울 앞의 박제는 살아있다 말해주었소."


"관리자."


"..."


"아니, 나의 친우."


"단테."


"그대 덕분이오. 다시한번 감사하오."


"째깍째깍"

(....천만해. 내가 너에게 더 고맙지.)


비록 이상의 말 그대로, 워낭소리와 알싸한 꽃잎의 향기는 흩어졌지만...

이상이 마주보려는 과거를 함께하겠다 다짐하였다.


그렇게 다시 한번 날개를 펼친 이상의 등에는

이제는 허하게 뜷려있는 가슴 속 구멍이 아닌


이제는 날아오른 이상을 아시오?

라고 묻는듯한 자신감이 서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