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이후 이야기.

그러므로 5장 스포 주의.





"휴..."


우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퀴케그의 밧줄을 바라보는 이스마엘.


(이스마엘? 괜찮아?)


그 일이 있던 이후, 이스마엘은 모든 걸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로 하였지만.


떠나간 이들을 향한 그리움을 이겨내는 걸 어려워했다.


"아? 네?"


(괜찮은 거야?)


"아.."


"저는 괜찮아요..."


(...)


자기 마음이 조금만 불편하면 미친 듯이 뭐라 하던 게 엊그제였던 거 같은데, 그새 거짓말이 많이 늘었네.


(이스마엘, 자기 인생을 항해하는 건 자신이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모든 건 짊어질 필요는 없어. 혼자서 항해하는 선장이 어디 있어?)


"업무시간도 끝났는데 좀 혼자 내버려두면 안 되나요?"


(알겠어.)


이스마엘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별로 좋을 거 같지는 않은데.)


***


"업무시간도 아닌데 왜 부르는 거야 귀찮게."


(어 히스클리프, 와줘서 고마워.)


"그럼 용건만 빨리 말해. 나 피곤하다고."


(알겠어.)


(너도 알겠지만, 지금 이스마엘이 많이 힘들어해.)


"... 그럴만하잖아?"


"가까웠던 인연들이 떠나가는 걸 직접 봤잖으니까. 힘들어할 만 하지."


"항상 까칠하던 녀석이 저러니까 걱정되네."


(????)


"왜?"


(너 히스클리프 맞냐?)


"야.. 내가 성격이 더럽기는 해도 이 정도 양심은 있거든?!"


히스클리프가 가끔씩 중얼거리던 케시가 떠올랐다.


이스마엘에게 언젠가 케시랑 해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비춰봤던 걸까?


(뭐, 아무튼.)


(그래서 너만이 할 수 있는 위로를 해줬으면 해.)


"뭔데 그게?"


***


(훌쩍)


"퀴케그.. 스타벅... 핍..."


똑똑.


"누구세요?"


....


"누구시냐고요."


......


"어휴.."


문을 연 이스마엘 앞에는 퀴케그 인격의 히스클리프가 있었다.


"..."


"퀴, 퀴케그?!"


"아, 아니. 히스클리프, 볼일이라도 있어요?"


"너, 시계가 걱정해."


"아..."


"걱정해 줄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음..."


"나도, 너랑, 같은 기분이었다."


"하, 당신이요?"


"네가, 케시 떠났을때."


"너처럼, 하루 종일. 울었었다."


"하루 종일이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들어라, 가만히."


"..."


"케시가, 날, 미워하고, 원망할까."


"난 두려웠다, 그게."


"지금, 너도 그럴 거다."


"..."


"걱정하지 마, 아무도 널 원망하지. 않을 거다."


"니 탓이, 아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내가, 이 인격으로 널, 봐도."


"조금도, 원망스럽지 않으니까."


"내가, 밉지 않으니까, 너를."


"..."


"케시, 나도 지금 그립다."


"그래도 내가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케시는."


"선원들도, 같은 생각일 거다. 네가 밉지, 않으니까."


"네, 잘 알겠어요."


"제가 진정 선원들을 그리워한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러면 안되겠죠."


"생각했다, 잘."


"음.. 저기..."


"안아도 돼요?"


"난, 케시가-


"당신을 안고 싶은 게 아니고요!"


"퀴케그를 안아보고 싶네요. 한 번만요."


"그럼 딱, 한 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