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YIN

S-08-11-02
탐식 죄종
S-08-11-02
분노 죄종

S-08-11-02
나태 죄종





관찰 기록
언제였을까요, 제가 우연치 않게 정글 쪽을 지나게 될 일이 있었을 때였죠.
커다란 꽃과 나무, 기상천외하게 생긴 벌과 나비가 있는 곳이었죠.
그런 공간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생명들이 많아요.
마치… 그 꽃과 같이 말이에요.
식물은 보통 혼자서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해요.땅에 뿌리 박힌 채로 다시는 움직일 수 없다고요.
그리고 그것이, 동물과의 차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이것들은 식물이지만 떼로 움직이는 야수와도 같아요.
사나운 이빨이 달린 꽃을 머리처럼 앞으로 내밀고는 여럿이서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죠.
이미 팔 다리가 되어버린 뿌리들로는 영양을 받아들일 수 없고, 영양을 보존할 만한 곳도 없어 보여요.
그럼에도 그 줄기는 비쩍 말라 붙은 채로, 잃어 버린 영양을 얻을 곳을 찾고 있는 것 같았어요.
입으로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집어 넣지만, 전혀 자신을 채우지 못하는…
괴기한 생물인 것 같아요.
관찰 기록
그 길쭉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는 거지?
말라붙은 오징어 다리 같이 생긴 게… 
중앙에 빨간 물 같은게 흐르고 있었지.
방망이로 두 번 정도 후려 봤는데, 멸치 같이 생긴거랑은 다르게 맷집은 꽤 되는 거 같더라고.
그것보다 문제가 있는데… 그 새끼, 공격 방식이 이상해.
날카롭게 생긴 주둥이를 사람 몸에 꽂고… 그 빨간 물을 몸에 집어 넣는다고!
빈 속에 술이라도 집어넣은 거처럼 쓰리단 말이야… 짜증나고… 답답해서… 아, 아무튼 기분이 이상해져. 
별 것도 아닌데 화가 난단 말이지.
그걸 맞은 놈 중에 몇몇은 터져버리기도 하던데, 나는 되도록이면 안 겪었으면 좋겠어.

→ 원래도 항상 별 거 아닌 데에 화내지 않았나요?
→ 꼽주지 마라.
관찰 기록
그건 바위와 같았소.
어떤 식으로 그 정도의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소. 
과학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생김새였으나, 어쩌면 그 무엇보다 과학적인 물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소.
그것은 항상 떠서 가만히 있었소.
가운데에 박혀 있는 눈알을 불퉁하게 굴려 댔소.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다른 이에게 날아가 부딪히기도 하였소.
그것이 무엇에 마음이 동하는 지는 아직 모르겠소. 
그러나 그것을 꼭 알아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도 드오.
어쩌면 돌멩이는 살아있소.
그것을 생명이라 부르는 자는 없으나, 나 또한 누군가 생명이라 불러주지 않으면 살아있지 아니한 것일 수도 있겠소.
그저 우리는 귀찮았던 것이 아닐까 하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말이오.
저 돌멩이는 아마도 게으른 생명이오. 그리고 나도 그러할 것이오.
S-08-11-02
우울 죄종
S-08-11-02
오만 죄종

S-08-11-02
색욕 죄종







관찰 기록
-투명한 몸으로 만들어진 벌레 형태의 무언가다.
-생명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을 생명으로 성립할 여러 물리적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의 몸에는 물이 차있다.
-그 안에는 장기로 보이는 것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장기로서 작용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안에 채워진 물도 생명 활동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저 고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아니면 그저 동물성 플랑크톤과 닮은 것일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바라보니, 마음이 문자 그대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아서…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관찰 기록
예로부터 기술의 상징을 바퀴에 비유하곤 했어요.
인간이 자연에 없던 무언가를 상상만이 아니라, 현실화 할 수 있는 능력을 자각하는 계기이기도 했죠.
동시에, 인간이 오만한 생물이 된 계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만은 바퀴의 형태를 띄나 봅니다.
쇠붙이는 구르는 걸 멈추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것에 살점이 패여 나가든지, 잔디가 짓밟히든지, 상관 없는 것만 같아요.
왜냐하면, 자기는 구를 수 있고…
나머지는, 구를 수 없으니까요.
관찰 기록
그것들은 끔찍한 살 덩어리처럼 생겼어요…
앞에는 흉측한 주둥이도 있고요… 
혓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주둥이 안에는 손이 있었어요.
두 팔이 뱅뱅 꼬인… 손이요. 
그 안에 있는 눈이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전 봤어요.
이걸로 부족하다는 듯이, 저를 잡아 먹고 살을 채우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죠.
말로 듣지 못했어도 알 수 있었어요.
…그런 눈빛을 처음 본 게 아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