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현생 때문에 이제야 올림

기다려 준 사람 있으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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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어제는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일까. 고민이 있는 것 치곤 꽤나 빨리 곯아떨어진 싱클레어는 마른 세수를 하였다. 내가.. 돈키호테 씨를 감싸주는게 가능할까? 애초에 꽤나 실력 있는 돈키호테 씨에게 자신이 감싸줄 일이 있기나 할 지가 고민이었다. 물론, 가끔 몸이 앞서가서 위험할 때도 있-

이건가? 조금의 실마리를 잡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뺨을 짝 하고 양손으로 치며 정신을 차린 싱클레어는 준비를 마치고 방 밖으로 나섰다. 이곳 저곳에서 수감자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끙.. 다들 잠은 잘 잤어? 난 어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뒤척였네.>


"그러고 보니 지난 저녁 오후 약 11시 47분 경, 매우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였다."


멈칫, 싱클레어는 뫼르소의 한마디에 몸이 굳었다. 이 일로 갑작스레 원흉을 찾는다던가,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모두에게 이 마음을 들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 일이라면, 어제 제가 메피스토펠레스를 확인하다가 커다란 소음이 난 것일 뿐. 별 일은 없었답니다. 뫼르소 씨"


"음, 그렇군. 알겠다."


다행히도 파우스트가 눈치껏 적당한 변명을 늘여놓았고, 뫼르소가 별 의심 없이 넘어갔다.


<얘들아, 오늘은 거울던전을 돌거야. 어제 잔뜩 쉬기도 했고. 어떤 일이 있을 지 모르니 미리 준비를 해야지.>


단테가 째깍였다. 역시 예상대로 오늘은 거울던전을 돌 예정인 듯 하였다.


"있잖아! 혹시 돈키호테랑 싱클레어 너희 둘이서 섕크 협회 인격 좀 보여줄 수 있을까? 같은 협회 부장이기도 하고~ 둘이 합 맞추면 어~엄청 멋있을거 같단 말이지!"


"음. 두 분께서 서로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도 있겠군요."


로쟈가 은근슬쩍 돈키호테를 부추겼다. 이에 질세라 파우스트도 한마디를 얹으며 실리적인 이유까지 덧붙여주었다.


"나는 괜찮다네! 싱클레어 군? 자네는 어떠한가?"


"저도 좋은 생각인거 같아요.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역시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돈키호테였다. 그러나, 조금은 아쉬워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음.. 새로 추출된 꿈꾸는 전기양의 에고를 써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중지 인격쪽이 더 어울리니까.>


"에이, 단테. 시너지야 중지 인격이지만 죄악은 우리들이 채워줄 수 있다구. 걱정 마~ 어짜피 적당히 넘길 수 있잖아?"


<그래, 서로 배워가면 그것도 나름대로 좋겠지.>


로쟈의 말에 단테는 수긍하고 단말기를 달그락거렸다. 그러고서 고갤 들어 수감자들을 바라보았다. 서로간의 무언의 동의가 오가는 순간이었다. 그러고는 이내, 유리창이 깨어지듯 와장창 소리가 나면서 모두에게 인격이 덧씌워졌다.


"출발하도록 하지 단테! 너희도 어서 따라오도록! 작살잡이, 내 곁을 지키며 공격을 받아내라."


"선장 따르겠다. 공격. 받으러."


<역시 항상 놀랍단 말이지.>단테가 선장 이스마엘과 작살잡이 히스클리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인격이란건 역시 신기하다. 수감자들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것도 그러하고. 물론 돌아오면 나처럼 어색해하는 수감자들도 있지만. 단테가 그렇게 생각하였다.


"이봐, 시계양반? 어서 가자고~ 자꾸 꾸물거리면 손님으로 대할 수도 있어?"


<아, 그레고르. 금방 갈게.>


"아이 참. 놀리는 맛도 없어 이젠."


쩝. 해적 그레고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놀릴거면 다른 레퍼토리를 생각해두는게 좋을걸?> 하하! 좋아, 그거 좋네! 단테가 말하는 것을 듣더니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드는지 즐겁게 웃는 그레고르였다. 그렇게, 조금씩 달라진 수감자들과 단테가 문을 향해 들어갔다.


"5과 부장 돈키호테 씨, 한 수 배워가겠습니다..!"


"좋네! 4과 부장 싱클레어 군, 나도 자네에게 한 수 배워가도록 하지."


섕크 협회의 둘이 인사를 나누는걸까. 아니면 수감자인 둘이 인사를 나누는걸까. 그 애매한 경계에서 싱클레어는 무의식 속의 기억을 떠올렸다. 돈키호테 씨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싱클레어는 검에 이끌리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첫번째 방이야. 얘들아. 조심해서 가자>


"알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G사 부장 오티스가 뺨에 자라난 곤충의 부속지를 움직이며 나아갔다. 오티스를 선두로하여 들어간 방에서는 이단심문관들이 전열을 맞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각 수감자들이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로쟈같이 손이 무기인 경우는 주먹을 쥐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 잠시 잡생각을 떨친 단테는 단말기를 들고서 수감자들의 뒤에서 그들을 보조했다.


"..흐드러지게 피어나겠군."


선두는 동백 이상이었다. 끼이이이익. 한 손에 들린 동백나무 가지를 휘두르며 이단심문관의 갑옷을 힘차게 가르던 이상은 갈라진 갑옷의 틈 사이로 가지를 쑤셔박았다. 끄으..억.. 신음소리를 흘리던 이단심문관이 힘차게 거대한 망치를 머리위로 휘두르자.


"이봐, 너무 안일한거 아니야?"


콰-앙

손에서 날 수 있는 소리이긴 한지 의문스러운 소리가 난다. 디에치 협회 로쟈가 주먹을 휘두르면서 망치를 날려버리는 소리였다.


"그대가 막아주리라 생각했기에."


눈을 감고서 답하던 이상은 금안을 빛내며 박혀있는 가지를 바깥으로 휘둘렀다. 이단심문관의 옆구리를 가른 가지에 의해 내장과 갑옷의 파편이 우악스럽게 흩날리고, 그 곳에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대도 저물어갈 땐 참으로 아름답군."


이상은 가지를 한 번 더 휘둘러 묻어있던 상스러운 것들을 털어내며 여유롭게 부채질을 하였다.


"나의 필살의 집념을 보여주마!!"


빠른 속도로 이상을 지나쳐 손에 든 작살을 고쳐잡은 이스마엘은 그대로 상대의 머리를 꿰뚫었다. 승리가 눈 앞에 있다!! 이상과는 반대로 온 몸에 피칠갑된 자신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이스마엘이였다.


"..그대는 조금 침착해지는게 좋지 않겠나."


"이봐, 이상. 자네는 조금 더 저돌적일 필요가 있어."


이상과 이스마엘이 서로에게 약간의 신경전이 담긴 조언을 건낸다. 저러면서도 어찌 싸우지는 않으니 참 다행이네.. 단테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후우.. 한편, 다른 쪽에서는 심호흡소리가 들려온다. 순박해보이던 청년의 눈엔 살기가 어리고. 검과 하나가 되어 언제고 튀어나갈 준비를 마친 참이었다.


"에쥬,프레?"


답변이 돌아올 리 없는 문답을 넌지시 건내며 상대를 바라보던 싱클레어는.


"알레!"


돈키호테의 결투 선포를 알리는 목소리와 함께 합을 맞춰 튀어나갔다. 그러고서는 상대의 못을 받아내며 앙가즈망을 취한다. 채앵!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퍼지고, 자세가 무너진 상대의 틈을 놓치지 않고 갑옷 사이를 찔러낸다. 순백의 갑옷이 피부에 새로이 생겨난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더럽혀져가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그 곁에서 자랑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상대의 망치를 농락하듯 데팡시브를 한다. 이단심문관은 망치를 휘두르지도 못한 채 돈키호테의 연격을 몸으로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이거 굳이 내가 안 나서도 전투 센스는 다들 좋단 말이지.>


째깍. 단말기를 들고 있던 단테가 얼굴을 긁적였다. 다들 텐션도 좋으니 오늘은 조금.. 쉬어가야 겠..?


단테의 여유로운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참을 결투에 몰입한 돈키호테의 뒤로 이단심문관의 망치가 다가오는 모습을 본 것이다.


<싱클레어! 돈키호테를 지켜! 7시 방향이야!>


거기구나. 어느 때보다 더 짙은 살기를 뿜는 눈길이 7시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꽁트르 아따끄. 눈이 비치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섬격이 오가자, 이단심문관은 말 그대로 곤죽의 형태가 되어 무너져내렸다. 시체만 봤다면 둔기로 내려쳤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돈키호테가 자세를 고치고서 플레쉬로 상대를 흐트려뜨리고, 싱클레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메흐씨, 싱클레어 군! 자네가 아니었으면 치명상을 입었겠군. 단테! 자네도 고맙네!"


꽤나 멋있는 동작이로고. 어설픔이 담긴 포즈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나도 저런 표정을 지으면 더 멋있게 보이려나. 흐음.. 입을 가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돈키호테였다.


그러고는, 언제나 그렇듯. 순조로운 돌파였다. 거봐 단테, 내가 쉽게 간다 했지? 로쟈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단테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어라? 이 방은 조금 느낌이 이상한데요~?"


디에치 협회 홍루가 열쇠를 돌리다가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파우스트에 의하면, 이 방의 에고기프트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 거울던전이 그에 반발하여 더욱 어렵게 재구성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벌써.. 이걸 고르지 않더라도 일단 여기 들르게 된 순간부터 어려워지는거지?>


그렇습니다. 세븐 협회 파우스트가 앞으로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였다.


<그렇다면.. 이걸로 할까.>


단테가 오래된 조각상을 들었다. 그러자, 선택받지 못한 에고 기프트와 방 자체가 깨어지며 파편이 불길한 기운을 뿜으면서 사라졌다. 앞으로의 여정은 더욱 어렵겠지.


<얘들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자.>


단테는 수감자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낸다. 수감자들이 그 대답에 호응하며 나아갔다.


확실히 아까보다 훨씬 어려워진 상대들이었다. 이전에도 점차 강력해지던 상대들이었지만, 이번은 그 궤를 달리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래된 조각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돈키호테와 싱클레어가 활약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금만 더..!"


이제는 그 누구보다 빨라진 싱클레어가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움직이머 적들을 섬멸했다. 빠득, 이스마엘이 이를 갈았다.


"저들은 내 명령에 죽었어야 해.."


이런, 이스마엘의 정신력이 점점 낮아졌다. 에이해브의 인격을 대체하는 거울세계의 이스마엘인지라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 아니꼬울 것이다.


<싱클레어! 돈키호테! 흐트러진 적은 이스마엘에게 맡겨! 이스마엘! 네 시간이야.>


상대의 목 앞에서 간신히 멈춰 선 싱클레어의 검이 거두어지고, 다음 적을 향해갔다. 알겠네 단테! 돈키호테도 이에 질세라 자신만만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움직였다.


"하.. 하하..! 내 시간이다! 나의 시간이야! 제군들! 나를 따르라!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적들을 꿰뚫는 이스마엘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에 가까웠다. 무표정에 가까운 히스클리프도 눈에 광기가 서려있었다. 이걸로 이스마엘은 잠시 해결됐고..


"으음.. 기분이 오묘하군."


일등 항해사의 기억이 흘러들어온 것일까. 이상은 조금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듯 하였다. 그런 잡념을 떨치려는 듯, 부채를 휘두르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바람을 휘날린다. 알싸한 향내가 비릿한 혈향을 조금은 감춰주는 것만 같았다.


"동료들의.. 껍데기를 쓴 것들.. 내 그대들의 안식정도는 기원해주리다."


눈물을 흘리는 기해연의 식구들을 처리하며 이상이 말했다. 흐드러져라. 그들의 시체에서 붉은 동백꽃이 하나 피어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게 다가오는 홍적 에고의 기해연이 있었다.


"앞장서겠습니다."


치이익, 우우웅. 슈트에서 기계적인 소리가 들려오더니 코뿔소팀 뫼르소가 내 앞을 막아서며 기해연이 휘두른 부적에 감싸인 기다란 봉을 에너지 칼날로 받아치고선, 그대로 돌진하며 날려버렸다. 꿰뚫려라. 이미 상처투성이인데다가 흐트러진 상대의 심장부근을 칼날로 후벼파며 완전히 리타이어시킨 뫼르소였다.


<고마워 뫼르소. 덕분에 안전하게 지나갔네.>


"아닙니다. 다만, 다음부턴 어찌 될 지 모르니 회피술이라도 배우시길 추천드립니다."


정말 토끼팀 히스클리프나.. 아니면 저기 동백 이상이나.. 걔네들에게 배워야 하나.. 하하. 단테가 크로머 때부터 느낀 회피 수단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어찌저찌 나아가던 와중이었다. 3층의 끝자락,

꾸에에에엥

꾸르륵

꾸우에에에


입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울음 두꺼비인 듯 했다.


"저 친구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으로 귀엽소..!"


"눈알만 휘두르지 않는다면 훨씬 더 귀여웠겠지만요~"


돈키호테와 홍루가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저녀석이 생긴게 귀여운 편이긴 하지. 애들의 정신력만 안 깎아먹었다면.. 단테는 벌써부터 수감자들이 침식되어 피아구분도 못한 채 미친듯이 에고를 난사할지도 모르는 앞날에 몸을 한차례 떨었다.


<정신 단단히 차리자고. 너희들의 정신력을 쭉쭉 갉아먹을테니까.>


꾸우에에에에에엥


자신의 울음을 들어달라는 듯, 울음 두꺼비는 아무런 태세를 취하지 않을 채 그저 데구룩, 눈알을 굴리며 우울한 목소리로 울고있을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한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단테가 째깍대며 울음 두꺼비에게 말을 건냈다. 벌써부터 축 처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 수감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자! 얘들아. 눈은 한 쪽만 부수는거 잊지 마! 양쪽 다 부수는건 리스크가 너무 커서 우리 많이 골치아플테니까.>


전투 진열을 갖추려는 순간,


"목표가 눈 앞에 있다!!"


"선장의 말, 따른다."


데에엥! 단테가 당황하며 시계를 울렸다. 그러다 이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해탈한 채.


<아.. 이스마엘.. 넌 다음은 리우 협회로 가자..>


저번에 보고서 작성때도 그러더니.. 고래의 심장을 목도한 에이해브마냥 튀어나가는 이스마엘이었다. 그래.. 이스마엘.. 네가 뭔 잘못이 있겠니.. 에이해브 그 작자가 미친거지.. 넌 그 가능성을 덧씌웠을 뿐이고.. 히스클리프 너는 그 인격때문에 이끌린 것 뿐이니..


뛰어오른 히스클리프와 이스마엘이 각각 양쪽 눈에 작살을 쑤셔박았다.


꾸르에에에에엑!!


눈알에 스크레치만 난 것이..


"어.. 저녀석의 화만 돋군거 같은데요.."


싱클레어가 내게 나지막히 말했다. 그러게 싱클레어. 나도 울고 싶다.


<얘들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투태세를 갖추자..>


퍼어억! 질퍽한 것에 강타당하는 소리가 들린다. 각각 울음 두꺼비가 휘두른 양 눈에 맞은 이스마엘과 히스클리프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직 버틸만 하다. 괜찮다. 단테."


왼쪽 눈알에 맞은 히스클리프야 애초에 맷집이 튼튼한 인격이라 괜찮았지만..


"네녀석이.. 감히.. 이 선장을 가로 막을 수 있다 생각하는게냐?"


오른쪽 눈알에 맞은 이스마엘은 눈을 부릅뜨며 한껏 깔린 목소리를 내었다. 안그래도 최대치를 못 찍은 정신력이 마이너스를 향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로... 다..... 바다....'


이스마엘의 귓가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기이한 열망과 충동이 온 몸을 휘감으려 들었다. 닥쳐라!! 다행히 아직은 저항하는 모습을 모이는 이스마엘이었다.


<뫼르소. 이거.. 좀 위험해보이거든? 로쟈 너도 후방에서 뫼르소랑 같이 나 좀 지켜줘>


알겠습니다. 알았어 단테~ 이정도면 내 신변은 문제 없고, 이젠 이들을 보조할 차례다.


<오티스! 너는 다른 수감자들을 보조해! 이상! 네 공격은 지금 이 녀석한텐 효과가 애매하니까 주의를 끌어서 최대한 회피하고!>


"알겠네, 내 최선을 다해보리다."


"..알겠습니다."


스읍.. 흐아압!! 오티스가 내뱉은 날카로운 기합이 울음 두꺼비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홍루! 혓바닥은 너가 카운터 쳐! 네 열쇠 정도면 충분할거야! 료슈! 오른쪽 눈을 공격해!>


"알았어요 단테 씨~"


"흠.. 알. 시."


알겠다 시계 대가리.. 겠지? 뭐.. 어찌됐건 료슈도 파직거리는 칼을 뽑아들었다. 홍루는 즐겁다는 듯 여전히 열쇠를 돌리고 있었다.


<나머진 몸통을 공략해! 맷집이 있어도 계속 피해를 누적시켜!>


다들,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였다. 이상은 몰아치는 눈알세례를 퍽 고귀하게 회피해가고 있었다. 쾅! 콰앙! 쿵! 질퍽한 눈알이 바닥이 파일 정도로 강력한 타격을 날렸다.

그리고, 눈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찰나의 순간,


"눈. 새. 망. 두."


꾸에에에에에에엥


"눈알에 새겨주지, 망할 두꺼비..라네요.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단테 씨."


눈알에 글을 새겨넣는 료슈였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그런 료슈의 말을 해석해주고는 모자를 정돈한 뒤,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혀를 발사하려는 울음 두꺼비는 홍루가 맡기로 했으니..


"앗? 제가 왜 공격 태세를 갖췄었죠?"


하필이면 전투와 관련된 기억이 휘발된 덕에 강력한 혓바닥에 나가떨어진 홍루였고..

그 틈을 놓칠세라 눈알을 철퇴마냥 주위를 둥그렇게 휘두르며 수감자들을 날려버린 울음 두꺼비는,


꾸르우에에에엥


한차례 더 눈알을 휘둘러왔다. 빠르게 회피한 수감자들도 있었으나..


"꺼흑... 컥..."


저마다 앓는 소리를 내며 피를 토하는 수감자들이 있었고, 개중엔 당연히.


'내가 널 이끌어줄게.. 우리의 빛바랜 형광등이.. 앞길을 비춰줄거야..'


"바다.. 바다로..!"


파도가 이스마엘의 주위를 휘몰아치더니 그 눈에도 깃든다. 이내,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깊디 깊은 바다로! 배를 버려라!!"


'걱정 마.. 우린.. 함께할테니까..'


꿈먹는 탁류에 침식된 이스마엘이 외쳐온다. 저 친구.. 참 착한 친구던데.. 왜 침식때는..


'그르릉.. 사랑이라 이름 붙인 동정심이 널 꿰뚫으리니..'


"아.. 쿨럭.. 너무 춥고.."


'그들은 이기적이고.. 동정심은 날 상처입히네..'


깨작, 세로 동공이 나타난 이상도 침식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툭.


'그들이 네게서도 모든걸 앗아갈거야.. 네 눈 앞에서.. 끔찍하게도..'


"아... 아아..!"


아직까지 겪어본 적 없는 꿈꾸는 전기양의 침식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오버클럭 한 번 해서 미리 확인하는건데.. 로쟈와 뫼르소가 방어태세를 갖는다. 와장창! 비가 내리는 것만 같더니 이상도 결국은 떠돌이 여우에게 굴복하고 침식당했다.


<싱클레어, 혹시 돈키호테를 말릴 수 있어? 이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에고의 침식이 일어나면 피해가 너무 커질거야.>


돈키호테에게 가장 가까운 싱클레어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겼다. 잘 되어야 할텐데..


'오도가도 못한 채로.. 묶어서.. 눈 앞에서 잔혹하게 빼앗기는 모습을 비출거야...'


"내게서.. 그것들을 앗아가지 말아줘... 그만 둬.. 내겐 소중한 거란 말이야.."


저게.. 돈키호테의 진정한 모습인걸까. 침식을 당할 때면 곧잘 보이는 약한 돈키호테의 모습은, 평소의 당당한 연극체 말투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모습이었다.


파직, 파지직

돈키호테의 주위를 보랏빛 섬광이 감싼다. 머리 끝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간다. 눈은 이미 진작에 보랏빛으로 파직거리며 빛난다. 그런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차마 바닥에 닿지 못한 채 전기에 승화되어 사라졌다. 싱클레어는 침을 삼켰다. 파직, 파지직. 떨어지는 눈물에 자신의 마음도 아파온다. 아냐, 정신을 다잡아. 싱클레어. 여기서 동요하면, 돈키호테 씨는 더 큰 상처를 입을거야. 


"돈키호테 씨.."


어짜피 우정의 일종으로 바라보실거다. 아니면 관리자님의 명령이나, 수감자 싱클레어의 인격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 싱클레어는 조금 고민하더니, 돈키호테를 꽉 끌어안았다.


'네게서 모든걸 앗아갈거야! 그만둬! 제발.. 내겐 이제..'


"이거 밖에 남아있지 않단 말이야.."


울음기 어린 목소리가 고막뿐만 아니라 심장마저 쿡쿡 쑤셔온다. 파직, 눈물이 떨어지는 자리가 따갑다. 애초에 온 몸이 감전되는 기분이다. 끔찍하게 아픈 격통이 온 몸을 강타한다.


"끄윽.. 돈키호테 씨.. 제가.. 제가 지켜줄게요.. 그 무엇도 앗아갈 수 없도록... 윽..! 끄아악.."


삼키고 싶은 고통스런 신음이 목구멍을 비집고 기어나온다. 꿈꾸는 전기양의 반항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쿠르릉, 쾅! 이젠 작은 스파크에서 번개가 되어 내리친다.


<정신 차린 수감자들은 울음 두꺼비를 막아! 싱클레어가 시간을 벌어주고 있어! 파우스트, 홍루, 히스클리프! 너희는 물주머니랑 소다, 공즉지색으로 모두를 회복시켜!>


단테 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쏴아아, 철벅, 데에엥.. 멀쩡한 인원들이 우릴 지키려 하고 있었다. 물주머니의 효과를 받으면 조금.. 살만 하겠지..


"돈키호테 씨.. 아윽... 돈키호테 씨가 절.. 도와주신 것 처럼.. 저도....!"


'그럴 리 없어! 거짓말이야!!'


"으윽... 우리가.. 널 위해 전깃줄도 끊어줬잖아.. 날 믿어.. 돈키호테 씨... 당신도, 힘들 땐 기대요.. 혼자 끌어안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


'아...'


"싱클...레어..?"


눈물을 흘리던 돈키호테가 침식이 풀린 대가로 온 몸에 힘이 풀린 채 잠시 싱클레어에게 제 몸을 맡겼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 싱클레어를 바라봤다. 그래.. 너희들은... 날.. 날 도와줬었지.. 전격이 거두어지고, 금발과 금안이 다시금 돌아왔다. 흘러내리던 눈물이 전기에 승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이젠 안심해도 될 것이다.


"싱클레어 군?!"


완전히 정신을 차리신 돈키호테 씨를 보니, 안심한 나머지 온 몸에 힘이 풀렸다.


"하.. 하... 한 턴만... 쉴게요.."


털썩, 싱클레어는 칼에 의지한 채 완전히 흐트러진 상태로 주저앉아버렸다. 한 턴만 쉬면... 초롱 에고로 체력을 회복하자..


"..싱클레어 군, 그대가 날 지켜줬으니, 이번엔 내가 지켜주겠네."


평소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표정의 돈키호테이다. 참으로.. 멋있으신 표정이었다.


하늘에서 우산이 쏟아지며 박혀온다. 돈키호테가 싱클레어 대신 빠른 속도를 이어받아 눈을 빛내며 섬광같이 움직였다. 노란 빛이 지나간 자리의 우산은 그 궤적을 잃고 싱클레어를 빗겨가며 바닥에 박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산이 없어질 무렵, 빗방울을 막기 위해 돈키호테는 싱클레어에게 다가가 망토로 그를 가렸다.


"너무 춥고... 빗방울을 차차, 굵어만 가구료."


이상이 여우의 모습으로 우산이 박힌 곳에서 피를 흘리며 울음 두꺼비에게 달려들었다. 울음 두꺼비의 등에는 우산이 가시마냥 박혀있었고, 그 상태에서 입에 문 우산으로 피부를 가르니, 우울감이 액체의 형태로 미친듯이 터져나왔다.


꾸에에에에에엥


울음 두꺼비가 고통에 신음할 새도 없이, 이스마엘이 바닥 속으로 잠수했다. 돌바닥이 선장의 명령을 받들어 액체의 모습으로 선장을 위해 길을 트여줬다.


"바다, 바다로. 배를 버리고 모두 아래로 내려간다. 반짝이던 깊은 그곳으로!"


이스마엘이 뛰쳐올라 거대한 입으로 울음 두꺼비를 찢어발겼다. 꾸에에.. 고통 속에 찢겨나간 울음 두꺼비는 알의 형태로 돌아갔다. 다행히 오늘의 가장 거대한 파도를 넘긴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