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인데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네

반응 안 좋으면 삭제함

지금은 초반이라 싱클만 짝사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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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싱클레어에게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 할 고민이 있었다.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웃음거리로 보일수도 있는 귀여운 고민. 그것은, 싱클레어가 돈키호테에게 마음을 갖게 된 것이었다.

분명 로쟈 씨나 홍루 씨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구태여 하지 않은 이유는, 한참을 놀림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유약한 싱클레어에게 그런 과한 관심은 사절이었다.


물론 싱클레어가 모르고 있던 점은 이미 그 둘은 눈치를 챈 채 쿡쿡대며 언제쯤 이어질 지에 대한 내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들 좋은 아침이오!! 우리의 다음 종착지 우워-더링 하이츄-까지는 얼마나 남은겐가?"


"땅은 보이지 않아. 아직도 버스는 출렁출렁."


<돈키호테.. 넌 아침에도 참 활기차구나...>


오늘도 돈키호테가 뒷문에서 첫 번째로 뛰쳐나오며 활기차게 말했다. 단테는 익숙해진듯 혼자 중얼거리면서 돈키호테의 뒤를 이었고, 오늘따라 일찍 일어난 카론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시크하게 돈키호테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하였다. 아무래도 지상까지는 여전히 한참 남은 듯 하였다.


"단테 씨, 오늘의 일정은 어떻게 되시죠?

파우스트는 거울던전을 돌며 수감자들을 강화할 재화를 모으길 추천합니다."


<음.. 어제 거울던전을 3번이나 돌기도 했고.. 길을 잘못 들었다가 파도까지 겪었으니 오늘은 좀 쉬는걸로 하자.>


어제 카론 씨가 조금.. 신나긴 하셨지.. 어제의 그 끔찍한 드리프트와 죽어가는 이상 씨의 곡소리, 분위기가 서늘해지면서 갑판위로 오르던 인어 무리들.. 싱클레어는 아직도 생생한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차례 몸을 떨었다.


<얘들아! 오늘은 좀 쉴 예정인데, 그냥 여기 앉아서 서로 얘기나 할까?>


단테가 째깍거렸다. 음, 벗들과의 담소라.. 윽. 나 T사의 맛집 리스트 안다 손~? T사는 몰라도 U사의 맛집은 알고 있어요. 단테의 말이 끝나자 금새 시끌벅적해진 버스.. 였던 배 내부였다. 베르길리우스는 한숨을 쉬며 카론의 곁을 지켰다. 시끌벅적한 메피스토펠레스 내부가 내키진 않아도 누군가의 배가 뚫리거나 머리가 뭉개지진 않았으니 애써 무시하기로 한 듯 하였다.


싱클레어는 창가의 창백한 얼굴인 이상과 눈을 빛내며 료슈가 훈련시킨 갈매기를 바라보는 돈키호테의 사이에 앉았다. 그러고서는 갈매기를 바라보는 돈키호테의 눈을 흘긋 바라보았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노란 머리칼과 오묘한 주황빛을 함께 띄는 눈, 그리고 그만큼이나 반짝이는 미소. 그래, 난 저런 모습에 이끌렸을지도 모른다. 싱클레어는 과거를 떠올리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알 수 없는 어느 순간부터 눈이 가던 것이 서서히 마음이 가고, 그 감정을 깨달은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지라 떠올리는 것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음? 싱클레어군? 혹시 내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겐가? 따로 문제가 없다면 어서 끼룩군을 보게나! 오늘은 머리 위에 그릇까지 올려둔 것이.. 너무나 귀엽지 않은가..!!"


"흠, 짐.예.나.않."


"아앗... 그.. 그쵸! 짐승의 예술도 나쁘지 않다는거죠 료슈 씨?"


너무 빤히 바라보았던 것일까. 들켰다는 사실에 조금 붉어진 얼굴에 연신 부채질을 하며 료슈 특유의 단축어를 번역하는 싱클레어였다. 끼룩군보단 돈키호테 씨가... 뒷 내용은 상상조차 잇지 못한 채 귀가 더욱 빨개진 싱클레어였다.


한편, 맞은편에서 이스마엘과 U사의 맛집에 대한 토론을 나누던 로쟈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아까의 촌극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바라보았기 때문었을까. 이스마엘이 조금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재밌는 일을 보고 만 로쟈에겐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로쟈가 끼룩군을 바라보던 홍루에게 신호를 줬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홍루는 금새 눈치를 채고 눈웃음을 지었다.


"좋아 이스~ 다음에 같이 가면 꼭 알려주는거다?

얘들아~! 히스도 여친 보러가는데. 우리 파릇파릇한 병아리 꼬맹이들 첫사랑이 있었는지 한 번 물어봐도 될까~?"


"아이 씨...! 여자친구 아니라고!!"


서투르게 머리카락을 다듬던 히스클리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쑥쓰러워하잖아 히스~? 그리고 오늘도 사람 놀리기에 진심인 로쟈였다.


한편 싱클레어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창문을 연 참이었다. 소금기가 어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얼굴의 열기가 가실 기미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야속하던 참에 로쟈가 한 번 더 기름을 부운 격이였다.


"무.. 무슨 소리에요 로쟈 씨..! 저.. 저...... 저는 학업에 집중하느라고 차마 그럴 여유가 없었단 말이에요..!"


"어우, 싱클레어? 그.. 네가 불운한 청춘을 함께 보낸 건 알지만.. 그, 좀 진정하는게 좋을거 같다. 그.. 힘내고, 어."


당혹감에 말을 버벅거리던 싱클레어는, 잔뜩 격앙된 말투로 반박하였다. 그레고르는 분노의 원인이 크로머 때문이라 생각한 것일까. 격앙된 싱클레어를 진정시키려 하였고, 그 덕분에 싱클레어의 첫 사랑은 적당히 넘길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로쟈와 홍루는 조금 아쉽다는 듯 얼굴을 긁적였다.


"이제 나의 차례인가? 내 첫사랑은 당연히! 정의로운 특색 해결사들이라네!! 특히나 붉은 안개 나리는 어찌나 멋있고도 낭만이 넘치시던지..!! 아, 물론 붉은 시선 나리도 그 무력하며 카리스마에 참으로 멋있다 생각하고 있소! 그리고.. 그리고 또..!!!"


"워~ 워~ 꼬맹이? 조금 진정하라구. "


으븝..! 끄믕으 으느으!! 해결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돈키호테는 역시나 점점 말이 빨라지더니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런 돈키호테를 막으려 로쟈가 웃으며 입을 살포시 막았다. 꼬맹이가 아니라며 항변하는 돈키호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으나, 다행히 시동이 걸리기 직전에 돈키호테를 저지하는 것에는 성공한 듯 하였다.


모두가 그런 돈키호테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과연 돈키호테다운 답변이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싱클레어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특색이 된다면 돈키호테 씨는 날 바라봐 주실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사랑의 감정이었지 동경이 아니었으니.


"이봐, 돈키호테. 동경말고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잘 알고 있는거지? 왜 막 그 가슴이 간질거리는.. 그런 감정말이야."


얘가 설마.. 아니, 돈키호테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그레고르는 혹시나 하는 궁금증에 돈키호테에게 물었다.


"나도 잘 알고있소! 당장 검은 침묵만 하더라도 사랑하는 그이와 가정을 꾸렸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설마 내가 그런걸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오?!"


진심으로 억울함을 표하는 돈키호테는 침울해보이는 표정이었다. 꼬맹이 취급이라니... 꼬맹이 아니란 말이오.. 울상으로 중얼거리는 돈키호테 씨의 표정은 썩 귀여웠...


"저.. 저 갈매기들 밥 좀 주고 올게요!"


다시금 화끈한 얼굴을 감추러 도망가듯 갑판으로 나간 싱클레어였다.


"우으으... 어쩌면 좋아..."


상상의 주체를 돌리기 위해 빵가루를 뿌리던 싱클레어는 빵가루를 품에 안은 채 홀로 갑판에서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헤집고 있었다. 속절없이 엉켜가는 머리카락만큼 싱클레어의 속도 엉켜가는 듯 했다.

들키진 않았겠지? 너무 수상하게 뛰쳐 나온걸까? 후회가 물밀듯이 쏟아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곳에 계속 있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귀여운 표정의 돈키호테를 계속 바라보는건 불가능했다. 그건 뛰쳐나오는 것보다 더욱 수상할테니.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주인의 맘을 알기는 하는건지 끊임없이 두근대는 심장은 싱클레어에게 그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정을 어찌 말하겠는가.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회사 동료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진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계약때문에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꼴이지만.


"다들 너무하오!! 날 찾지 마시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고 있던건지도 모를 무렵. 돈키호테가 소리치며 갑판으로 뛰쳐나왔다. 말을 들어보니 수많은 일을 겪어온 덕분에 꽤나 가까워진 수감자들에게 잔뜩 놀림받은 것이 분명했다. 문득, 내부의 상황이 궁금해서 창문을 들여다보니 로쟈 씨와 눈이 맞았다. 윙크를 하는 걸 보아하니...

싱클레어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돈키호테 씨를 일부러 잔뜩 놀려서 나랑 단 둘이 있게 한 걸거다. 분명 홍루 씨도 아시겠지. 그냥 다 때려치고 나중에 도움을 구하자.. 싱클레어는 눈썹에 잠시 힘을 주어 찌릿,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로쟈 씨.. 다 봤으면서 모르는 척 하시기에요? 닿을 리 없지만 왠지 닿았을 법한 텔레파시를 보낸다.

우선, 싱클레어는 모르는 척 하기로 하였다.


"돈키호테 씨? 어쩌다가.."

 

"아니 글쎄에 로지온 양이 거짓말이라면서 놀리지 않소! 그 말을 듣더니 히스클리프 군도 똑같이 맞다면서 꼬맹이라 하는게 아니겠소 꼬.맹.이!!"


그렇게 꼬맹이가 아니라 했는데!! 빼액 소리를 지르는 돈키호테의 목소리에 갑판에 앉아있던 갈매기들이 놀라 푸드덕대며 날아올랐다. 잠시 배 위에서 따지듯이 끼룩대며 원을 몇 번 그리더니 다시금 갑판에 눌러앉는 갈매기들이 보였다.


"하하.. 돈키호테 씨.. 조금 진정하시고 이어서 말해보셔요."


"쓰으읍..! 후.. 그러고 나서는 이스마엘 양이 이어서 '천하의 돈키호테 씨가요? 에이.' 라면서 운을 붙이는게요..! 얼굴이 하얀 고래마냥 창백하던 이상 군도 웃고.. 무려, 관리자 나리까지 웃었단 말이요!"


아, 억울하다는 듯 울상을 짓고 있는 돈키호테 씨는 참으로 귀여웠다고 자신할 수 있다. 어느 인격을 불러와도 지금 감상은 똑같으리라. 아니, 아니지.. 고갤 저으며 붉어진 귀와 흐뭇한 미소를 감추고 생각을 이어갔다. 역시, 운을 처음 띄운 건 로쟈 씨구나. 다른 분들은 그냥 재밌어서 놀린 듯 하고... 


"돈키호테 씨도 억울하셨겠네요. 아무래도.. 저희가 좀 작기도 하고, 어려보이기도 하잖아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오.. 심지어 그대와도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차이가 나잖소?"


아, 그대를 욕보이려 한건 아니네 싱클레어 군. 당연히 알고 있으니 사과하시진 않으셔도 돼요..! 서로간의 짧은 문답이 오갔다.


"음.. 저, 돈키호테 씨. 이렇게 둘이 있으니 한 번 물.. 물어보는건데, 돈키호테 씨는 동경의 대상 말고는 조.. 좋... 좋아하시는.. 첫사랑이 있던 적이 있으세요..?"


싱클레어는 말을 뱉은 직후 바로 후회했다. 가끔가다 돈키호테 씨만 엮이면 자신은 왜 이리 충동적인 건지. 머릿 속 필터조차 거치지 않은 말이 입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그러니까! 전 중간에 바람 쐰다고 나갔다 보니 뒷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서 그랬어요! 다른건 아니..고..."


으아아 싱클레어!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변명을 내뱉어 봤자 더욱 수상할 뿐일텐데. 무언가 변명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키호테 씨는 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듯한 순수한 표정을 지으실 뿐인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었다.


"싱클레어 군이 나가고선 별 말 없었다네. 다만.. 지금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하자면, 아무래도 내게 그런 사람은 없었다 할 수 있겠군. 사랑극은 과거에 해결사들의 무훈시에서나 가끔 본게.. 다랄까."


잠시 과거를 떠올리듯 먼 곳을 바라보며 무표정을 지은 돈키호테는 이내, 다시 웃는 상으로 돌아와 싱클레어에게 말했다. 


"뭐,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이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네! 이 몸도 가까운 상대가 생긴다면 로시난테를 대하듯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네!"


그 전에 사랑이란 감정은 조금 더 배워야겠지만 말이오.. 에헤헤.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 놓고서는 자신없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퍽 우스운 것이었을까. 머릴 긁적이는 돈키호테의 실없는 웃음 소리가 말 끝에 따라붙었다.


"...그게 제가 될 수 있다면.."


"음? 방금, 무어라 말 했는가?"


아뇨! 전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침울해진 싱클레어가 눈을 피하며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싱클레어 군? 사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가?"


"사랑..이요? 사랑은... 상대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정신을 차리면 어느샌가 시선이 향해있고.. 상대를 소중히 대해주고 싶고.. 심장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라는 듯이 계속 요동쳐요."


"그런 것인가.. 그런데, 싱클레어 군?"


"네?"


"어째선지 조금.. 행복해보이면서도 씁쓸해보이는구려.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라도 있는게요?"


아.. 너무 티가 났던 것일까. 돈키호테마저 자신을 간파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싱클레어는 말을 이었다.


아뇨.. 아무것도.. 돈키호테 씨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삼켜낸 뒷 말은 계속해서 입안을 맴도는 듯 했다.


"..그럼 저희도 다시 들어가볼까요? 다들 안에서 뭘 하시는지도 궁금하고, 끼룩군도 귀엽다 하셨잖아요?"


"하긴, 더 있다간 걱정할지도 모르겠소. 자! 그럼 같이 가세나!"


돈키호테가 싱클레어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아앗.. 쑥스러움에 싱클레어의 귀가 다시금 빨개졌으나, 앞만 바라보던 돈키호테에게 이를 들킬 일은 없었다.


"어이! 졸개놈들! 잔뜩 토라져서는 뛰쳐나가고, 관리자님의 품격을 위해서라도 그 습관은 고치도록!"


<하하.. 애들이니까 그만 둬 오티스..>


"관리자님이 용서하셨으니 이번은 넘어가도록 하지! "


허탈하게 웃는 단테를 뒤로, 돈키호테가 관리자 나리.. 어찌..!라는 표정으로 울상을 지었다. 겨우 달랬는데 다시 뛰쳐나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이은 싱클레어는 다행히 얼타던 제 손을 이끌고 간 돈키호테의 덕분에 자리로 향했다.


잠깐만, 손?


아직까지도 손을 잡고있는 돈키호테의 모습에 뺨까지 열이 오르는 듯한 싱클레어였다.


"아, 미안하구려. 이제 앉았으니 손은 놓아주겠네."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땐 돈키호테에 싱클레어는 내심 아쉬웠다. 물론 돈키호테라면 손을 잡아도 되냐 물을 때 아무 의심 없이 잡아주겠지만, 자신이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으므로, 돈키호테가 놓아준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러고는 료슈가 끼룩군에게 접시돌리기를 훈련시키고, 이스마엘과 히스클리프가 투닥거리며, 로쟈가 회식거리를 정하는 등의 과거보다 훨씬 가까워진, 이제는 친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관계인 버스 내 인원들이 떠드는 아침이 흐르고..


<그럼.. 수감자들의 업무 종료를 승인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변동 가능성을 가진 최대 12시간의 수면 및 휴식을 시작합니다."


다들 좋은 밤 되시길. 잘자~. 내일 또 봅세! 업무시간이 종료되고 각자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잠시만요! 로쟈 씨! 홍루 씨!"


"응? 꼬맹이, 상담하려구?"


"제 방에서 하실래요? 저번에 U사에서 몰래 인어 차를 하나 사왔거든요~"


으엑, 그게 뭐야 자기? 로쟈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홍루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생각을 포기한 것인지, 싱클레어의 어깨를 붙잡고선 홍루의 방으로 이끌었다.


"어어?? 잠, 잠시만요! 제가 갈게요! 넘어질거 같단.. 우아악!!"


"아얏!"


신난 마음에 급하게 끌고가려던 로쟈는, 자신의 키보다 한참 작은 싱클레어의 보폭을 생각하지 못했고, 그렇게 발이 걸린 싱클레어와 덩달아 로쟈도 넘어지면서 홍루를 덮쳤다.


"이것도 혹시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인가요~?"


그럴리가!/요! 순진한 홍루의 말에 반박하던 로쟈와 싱클레어였다. 얽히고 섥힌 셋은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홍루의 방으로 들어섰다. 금은보화가 쌓여있고-개인의 심상 내에서 구현되었을 뿐이라 사용하려 들고 나가는 순간 사라져버린다고 말했다.- 잔뜩 멋드러지게 꾸며진 붉은 의자에 앉은 홍루를 뒤로, 싱클레어는 홍루에게 허락을 맡고선 침대에 걸터앉았고, 로쟈는 대충 금화들을 그러모아 앉았다. 이거 빈백에 앉는 기분이라 은근 좋단 말이지~ 로쟈의 칭찬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봐요. 언제부터 아셨어요?"


알고도 놀려먹은 둘이 괘씸하다 느낀 싱클레어는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찌푸렸다. 로쟈는 머쓱한 듯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싱클레어, 놀려먹은건 미안해~ 그치만 너희 너무 귀여웠는걸? 대신 우리도 많이 도와줄테니까~"


아까도! 잘했지? 박수를 짝 치며 로쟈가 칭찬해달라는 듯이 자랑스레 말했다. 아까 돈키호테와 단 둘이 있게 했던 사건도 역시 둘이 짜고 친게 맞았다. 물론 애초에 신호를 보낼 시점부터 눈치를 챘지만..


"아무래도 싱클레어 씨와 돈키호테 씨가 언제 이어질지로 내기까지 했으니, 도와주는게 맞겠죠~"


"아잇.. 그걸 말하면..!"


"지금 저랑 돈키호테 씨로 내기까지 하신거에요?!"


이젠 완전히 울그락불그락해진 싱클레어의 얼굴이었다. 퍼억, 아얏. 퍼억 소리가 났는데 가볍게라 할 수 있을까. 아무튼 간에 로쟈가 홍루의 뒷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미안해! 지인짜 악의는 없으니까 한 번만 봐주라 응? 진짜 성심성의껏 도와줄게! 아참, 홍루도!"


"후.. 좋아요. 두 분께서 나쁜 짓 하신 것도 아니고.."


애초에 화를 오랫동안 낼 정도로 잘 분노하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로쟈의 모습에 진정한 싱클레어가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으음~ 그럼 혹시 어쩌다 좋아하게 되신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역시 본인 입으로 듣고 싶네요~"


홍루가 손을 들고 나긋하게 물었다. 마치 잠들기 전에 이야기 하나만 더 들려달라 칭얼대는 아이와도 같은 순진무구한 표정이었다. 로쟈도 눈을 반짝이며 싱클레어를 바라보기 시작했으나.


"그냥.. 어느 순간부터 눈이 가고, 마음이 가더니.. 이렇게 되어버려서 잘 모르겠어요."


"자세한 일을 모르는건 아쉽지만, 그래도 낭만적이신걸요~?"


"오오, 우리 꼬맹이 웃는다!"


표정에 아쉬움을 드러내던 것도 잠시, 돈키호테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드러내던 싱클레어를 본 둘은 다시금 신이 났는 지 조잘거리며 웃었다. 그 때문에 싱클레어는 자신의 표정을 자각했고, 한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움을 타고 있었다.


"지금 그 표정 말야~ 고백 성공하면 돈키한테도 꼭 보여줘~! 어~엄청 좋아할 껄?"


"으으.. 그, 그래서 어떻하면 좋을까요..?"


반박해봤자 손해보는 건 자신이란 걸 깨달은 싱클레어가 운을 땠다. 로쟈와 홍루가 잠시 눈을 맞추더니, 슥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재잘거렸다.


"싱클레어 씨는 은근 날카로운 눈매가 멋있단 말이죠?"


"맞아 맞아! 그냥 확! 남자로써 멋짐을 보여줘봐~ 돈키가 반하게 만드는거지~"


"예를 들면.. 저희 집 시종들은 자기 남친이 실수로 넘어지면서 묘한 포즈가 되버렸는데, 평소와는 다른 그 표정에 반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지 뭐에요~"


"미치셨어요 홍루 씨?! 절!대! 그런 건 못해요!"


오늘따라 소리 많이 지르네 꼬맹이~ 로쟈가 한마디 올렸다. 실수로라도 넘어지면서 돈키호테 씨를 덮치는 그런.. 포즈가 된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안쓰러울 정도로 새빨간 토마토같은 얼굴이 되어버린 싱클레어는 온 몸에 진이 빠진 듯, 자리에 다시 주저 앉았다. 하아아.. 사실 놀리려는거 아니실까. 애초에 내 얼굴 어디가 멋있는 건지.. 싱클레어는 연신 마른 세수를 해댔다.


"음~ 근데 어쩌면 좋죠? 돈키호테 씨는 은근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없으실거 같단 말이죠?"


"그으..건, 우리가 맡자 홍루, 우리 꼬맹이도 용기를 내 줬는데 우리가 좀 거들어줘야 하지 않겠어? 눈치 정도는 챙겨주자구."


그때 였을까.


똑똑,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고, 로쟈와 싱클레어가 한껏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돈키호테가 왔다면, 방의 주인을 제외하면 긴장감에 정적이 흐르는 방이었다.


그렇게, 용기를 낸 로쟈와 싱클레어가 창 밖을 보았을 땐.


"걱정 마세요, 저는 파우스트랍니다."


"파우스트 씨~ 들어오세요~!"


무표정하게 있는 파우스트를 살갑게 맞이하는 홍루였다.


=


"이거.. 판이 커지는 기분인데요.. 그리고, 파우스트 씨는 어떻게 알고 오신거에요?"


싱클레어는 오늘 몇 번을 포기하는 지 모르겠었으나. 그 카운트를 한 번 더 늘렸다. 파우스트가 왠일로 옅은 미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답니다. 심지어, 무한한 거울 세계의 여러 싱클레어 씨는 돈키호테 씨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까지요."


"저기, 파우. 그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파우스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평소와 같은 평온한 얼굴로 대답하는 파우스트였다. 파우, 자기.

여기 앉아~ 서있지 말고~ 자기 옆의 금화를 대충 정돈해 둔 로쟈의 말에 파우스트는 적당히 그 곳에 앉았다.


"그리고, 아까 전의 대화를 경청한 결과.

파우스트에 의하면 확률상 꽤나 홍루 씨의 방법은 효과가 좋았음을 밝히고 싶군요."


즐거운 듯 다시금 옅은 미소를 띄는 파우스트였다.


"다들... 놀리는거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9장 2절의 에고를 든 싱클레어와,


"다들!! 에고 들어! 빨리!!"


피해를 막기 위해 얼음다리 에고로 받아치고 있는 로쟈와,


"진심이긴 하지만, 파우스트의 농담이 조금 심했군요."


"어디~ 잠시 진정해보실까요~?"


분홍욕망 에고로 싱클레어를 묶으려 하는 홍루, 물주머니의 피로 불을 끄는 파우스트가 있었다.


<뭔가.. 큰 일이 난 것 같은데... 별 일 아니겠지?>


그리고 계약으로 연결된 탓인지 이 이변을 어렴풋이 눈치 챈 단테가 침대에서 뒤척였다. 오늘도 잠들기엔 머리가 불편한 하루였다.


=


"죄송해요! 잠시 정신을 놔 버렸나봐요!!"


"괜찮아요~ 제 허환경으로 청소하면 되니까요~"


분홍 리본에 묶인 싱클레어가 연신 사과를 했다. 홍루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간단하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물론, 그렇다고 방이 멀쩡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에고의 주인들도 얼음 부스러기에, 그을린 자국과 피범벅이 된 상태인데, 방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읏차~"


그리고, 방을 청소하겠답시고 허환경을 쓴 홍루가 있으니. 물까지 뒤집어 써 가히 가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 엉망이긴 하지만, 효과적으로 청소됐군요."


파우스트가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이어서 말하자구!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러갈라 급하게 다시 대화를 이끄는 로쟈였다.


그렇게 쫄딱 젖은 생쥐 꼴의 네 명이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파우스트는 다음 날에 갈 거울 던전에서 싱클레어 씨가 돈키호테 씨를 감싸주며 호감도를 쌓는 방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테한테 섕크 협회 인격 입어가자고 하자! 쥐어들자 인격은 멋있음 어필엔 너무.. 좀 그렇잖아?"


"그건 그렇죠.."


"이왕 하는거 돈키도 세트로 입혀달라 할까? 합을 맞추면서 가까워 지는 경우도 많잖아?"


"맞아요~ 저희 집안 버틀러 분들 중에도 그렇게 가까워진 분들이 있었죠."


그나마 조금 건전한 방안들이 속속들이 나오자, 싱클레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금은, 아까의 난동이 나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그 방안은.. 미쳤어. 고갤 흔들며 머릿 속을 환기시킨 싱클레어는 시간을 확인했다. 다름이 아니고 밤 늦게까지 자신을 위해 상담을 해줌으로 인해 이 곳의 인원들이 다음 날에 있을 일정에 지장이 갈까 싶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앗,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그, 듣기 싫다는건 아니고! 다들 내일 피로하시면 안되시니까.."


"당연히 알고있지 싱클레어! 오해할 걱정은 하지 말라구. 자~ 그럼 다들, 오늘 1차 꼬맹즈 고백기 대회의는 여기서 그만둘까?"


"꼬맹즈.. 고백기...요?"


"하긴~ 제일 꼬맹이에 가까운 두 분의 연애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회담이니 좋은 이름이네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파우스트를 마지막으로, 급작스럽게 이름붙여진 1차 꼬맹즈 고백기 대회의는 막을 내렸다. 싱클레어는 아직도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었지만.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엔딩으로 하룻밤의 막을 내렸다.

물론, 다들 추가로 씻는데에 한참을 썼다는 것은.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