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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링크


*시작하기 전에, 본인은 군사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럼 이스마엘 양이 말한 그 어떤 사람이 등장하기 전까지 여전히 잠수함은 사람이 손으로 돌리면서 운용했던 것이오?


아, 그건 아니랍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잠수함의 가치를 알아보고 발전된 잠수함을 만들었답니다.


파우스트 양 말대로요. 가장 먼저 1863년, 프랑스 해군에서 최초로 기계 추진 장치를 사용한 잠수함 '플롱죄르'를 만들었소.


최초의 기계 추진식 잠수함 플롱죄르(Plongeur, 잠수부). 다만 당시에는 가솔린 엔진이 없었고 증기 기관을 사용했기에는 난감했기에[1], 압축 공기를 충전하여 추진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플롱죄르 함의 설계사, 시몽 부르주아 제독.(설계 당시 중위)


또한 1864년에는 스페인 사람 나르시스 몬투리올이 엔진에 공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는[2] 잠수함을 만들었고요.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장비가 탑재된 잠수함 'Ictíneo II'.


개발자 나르시스 몬투리올.


오오! 공기가 필요없는 잠수함이라니! 공기가 필요없는 증기 기관이라도 만든 것이오?


아, 그건 아니고요, 과산화수소, 이산화 망가니즈, 아연, 염소산칼륨 등의 화학 물질을 반응시켜 추진력을 얻었답니다.


단 저기 사용된 물질들이 인체에 매우 위독한지라 발전되지는 못하였소.[3]


이상 씨랑 파우스트 씨 말대로, 남북전쟁 이후로 잠수함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점점 발전해 나갔죠.


그러다 마침내 1897년, 마침내 현대적인 최초의 잠수함이라고 불릴 만한 잠수함이 탄생하는데, 그게 바로 '홀랜드' 잠수정이에요.


최초의 현대식 잠수정, SS-1[4] USS 홀랜드.


개발자 존 필립 홀랜드.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입니다.


홀랜드가 만든 잠수함의 특징은 바로 수상에서는 디젤 엔진을 돌려 추진하고, 수중 항해에서는 충전된 배터리를 사용해 추진했다는 점이죠.


째깍째깍째깍(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네. 대단한 일이었답니다.


홀랜드가 만든 잠수함 전의 잠수함은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소. 화학 반응을 이용해 추진하는 방식은 앞서 말했듯 독성이 너무 강했던데다, 부식성도 강해서 잠수함 부품에 무리를 주었소.


그렇다고 디젤 엔진이나 증기 기관을 쓰자니 잠수하면 연료를 연소하는 데 필요한 공기를 수급할 수 없어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했고.


하지만 수중에서 배터리를 이용해 추진하는 방식은 사람의 몸이나 잠수함의 부품에 무리를 주지 않았던데다가, 배터리에는 연소할 산소가 필요 없었으니 수중 잠항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답니다.


네. 그 말대로 홀랜드가 만든 잠수함을 처음으로 받아본 미 해군은 곧 그 획기적인 추진 방식에 만족해 홀랜드에게 일곱 척의 잠수함을 더 발주했죠.

미 해군의 두 번째 잠수함, USS 플런저


다만 홀랜드가 만든 잠수함도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작아서 승조원 복지가 열악했다는 거겠지?


어떻게 아셨어요?


몰라서 물어? 척 봐도 작아 보이는구만.


네. 히스클리프 씨 말대로 홀랜드의 잠수함은 크기가 너무 작아 사람이 여덟 명 밖에 안 탔는데도 그 크기 때문에 내부가 상당히 열악했죠.


홀랜드 잠수함의 내부. 척 봐도 좁아 보인다.


그런데 왜 작게 만든 거야? 크게 만들면 좋지 않나?


일단 당시 배터리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던 탓에, 무턱대고 크게 만들면 배터리가 배의 크기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배터리를 더 많이 넣기에는 당시 배터리가 충전량에 비해 무거웠기에 잠수함 성능을 저하시켰고요.


그리고 그 당시 잠수함의 크기를 키울 필요를 딱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있소. 당시 잠수함은 고속정처럼 연안 초계용으로 자주 활용했기에 앞바다에서 왔다갔다 하기만 할 잠수함을 굳이 크게 만들 필요가 없었던 거였지.


그래서 1914년까지 미 해군의 잠수함들은 무게가 500톤을 넘어가는 잠수함이 없었죠.


어라... 그런데 1914년이요? 1914년이라면 분명...


네. 맞아요. 그렇게 한동안 연안초계용으로만 쓰이던 잠수함은 1차 세계대전을 맞이하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죠.


초기형 잠수함인 독일의 U-9. 1910년 건조, 길이 57미터.


후기형 잠수함인 독일의 U-135. 1917년 건조, 길이 83미터.


알겠네요. 잠수함의 크기가 커졌다는 건, 잠수함이 더 이상 연안 초계용으로만 쓰이지 않았다는 거겠죠?


맞아요. 독일을 예로 들자면, 전쟁 초기 연안에서 초계 임무만을 수행하던 잠수함들은 전쟁 중후반기가 되면서 대서양까지 장거리 항해를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어뢰, 식량 등을 가능한 많이 싣기 위해 점점 잠수함 크기가 커졌죠.


전쟁 때문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배터리 성능이 발전하고 디젤 엔진 크기가 작아진 것도 있고요. 다만 그렇게 극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고, 차근차근 조금식 발전해 나갔답니다.


다만 정작 1차 대전 시기 유보트 최대 전과가 연안 초계에서 벌어진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요.[5]


아무튼 이런 독일 유보트의 화려한 전과는 미 해군에게 자극을 주었고, 미국도 독일 잠수함을 연구해 잠수함을 발전시켜나갔소.


그리고 1차 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고, 승전국이었던 미국이 독일 잠수함 몇 척을 받아와 연구하면서 미 해군 잠수함의 발전에 박차를 가했죠.


전후 미국이 전리품으로 받아온 유보트 중 한 척인 U-111


때마침 미국의 잠재 적국으로 일본이 지목되면서, 미 해군은 먼 거리에 위치한 일본 연안에서 작전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는데 나섰고, 그 과정에서 잠수함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죠.[6]


2차 대전이 끝나고 가장 먼저 건조된 바라쿠다급 잠수함은 그 크기가 100미터가 넘어가는 대형 잠수함이었고요.


USS 바라쿠다, 1924년 건조, 길이 104미터


그 정점은 나왈급 잠수함이었죠. 길이가 110미터가 넘어가는, 전간기와 2차 대전을 통틀어 가장 큰 잠수함이었으니까요.[7]

나왈급 잠수함. 1928년 건조, 길이 113미터


그럼 1930년대에 건조된 잠수함은 그 크기가 한 150미터는 되겠소?



아니요. 카샬롯급 잠수함같이 그렇게 크지 않은 잠수함도 만들었죠.


카샬롯급 잠수함. 1933년 건조. 길이 84미터.


아무튼 이렇게 착실히 잠수함을 건조하고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 1941년 쯤이면 미 해군은 90여척에 달하는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죠.


그리고 이후 잠수함 기술이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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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증기 기관을 사용하려면 석탄을 연소시키기 위한 공기가 필요한데, 물 속에서 공기수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기기관을 사용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2]이 체계가 바로 오늘날 최신 잠수함에 쓰이는 AIP(Air Independent Proupultion) 기술입니다.

[3]이후로 2차 대전 시기 나치 독일 해군이 과산화수소 추진 체계를 장착한 잠수함 '발터 부트(Walther Boot)'를 만들어보았지만, 역시 과산화수소의 독성 때문에 실전에 투입되지는 못했습니다.

[4]SS는 해군에서 어떤 배인지를 구분하는 식별 코드로, SS는 디젤로 구동하는 잠수함을 뜻합니다.

[5]1914년 9월 22일, 앞서 언급한 독일 유보트 U-9가 연안 초계 중 영국 장갑순양함 세 척(HMS 크레시, HMS 아부키르, HMS 호그)을 발견하고 공격해 세 척 모두 격침시켰습니다. 이는 1차 대전기 독일 유보트 최대의 전과 중 하나였습니다.

[6]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유럽 연안에서 작전하기에는 미 본토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잠수함 크기가 커진 것도 있었습니다.

[7]엄밀히 말하자면 일본에서 건주한 센토쿠급 잠수항공모함이 더 크긴 한데, 이건 잠수'항공모함'이니 논외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