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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정했어?>

...

그래, 정했다.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그러게요. 이제 남은 사람도 몇 없는데...

너.

...네?

너라고.

아, 제 차례라고요?

하하.

<...혹시 안 하고 싶어서 웃는 거야?>

아뇨, 이제 와서 안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이런 건 처음 해봐서, 조금 떨리네요.

<히스클리프, 이스마엘을 고른 이유가 뭐야?>

별 거 있겠냐?

말할 게 생각나서 그렇지 뭐.

어머, 히스!

매일 우리 이스한테 틱틱거리더니, 속으로는 귀여워하고 있었던 거야?

츤. 츤.

하, 말을 말아야지.

시계대가리, 헛소리 더 나오기 전에 진행이나 빨리 해. 

아까부터 벼르고 있었으니까.

<내가 딱히 진행을 맡은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스마엘 차례구나. 한 번 해보자.>

하아...

네, 해보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히스클리프?>

잠깐 기다려봐. 금방 시작한다. 

흠흠.

...여어, 요정주 한자안~

와하하, 표정까지 똑같소!

그럴싸하구료.

...

뭐야, 꼽냐?

너도 내 여우비 에고 따라하면서 놀리잖아.

아뇨, 딱히 꼬운 건 아니고요.

제가 출렁임 에고 인격을 쓴 게 그렇게 귀여워보였나요? 의외네요.

어...

뭐야, 반응이 왜 이래.

히스... 설마 귀여워하는 거랑 놀리는 걸 구분 못하는 거야?

우리 이스가 겨우 그런 걸로 부끄러워하겠어?

히스클리프...

차라리 출렁임 인격을 쓴 상태에서 헤롱거리는 게 귀엽다고 하지 그래.

생각이 짧군, 졸개.

충분히 귀여움을 어필할 수 있는 소재를 성대모사 한 번으로 날리다니.

...이거 내가 잘못한 거야?

<그, 글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런데 이스마엘 씨의 거울세계 인격 중에는 유독 귀여운 인격이 많으신 것 같아요.

...

화나신 거... 아니죠?

화 안 났어요.

신선해서 그래요, 이런 경험.

계속 말해줄래요? 어디가 어떻게 귀여웠는지 저도 궁금하니까.

네, 그럼...

히스클리프 씨가 말한 출렁임 인격은... 술에 취해있어서 그런지 하는 말마다 어린애같은 면이 보이고...

LCCB 대원 인격으로 전투를 마치면 이 정도면 훈장감이라고 말하다가 급히 교신 끊는 게 귀여웠던 것 같네요.

<오, 그건 확실히 귀여웠지.>

<사실 그 인격은 이스마엘이 뿌듯해하는 거 보는 맛에 쓰는...>

...

<미안...>

그리고 리우 협회 인격은... 늘 배고파하는 게 귀엽게 느껴진 것 같네요.

맞아, 리우 협회!

못 먹고 왔다는 우육면 이야기 할 때마다 어찌나 아쉬워보이던지~

인격 사용 해제하기 전에 한 그릇 주고 싶어진다니까?

동감이오.

한 끼 쯤 배불리 먹이고 싶은 인격이었소.

<언젠가 우육면 잘 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면...>

<리우 협회 인격패를 쓴 채로 먹어보자, 이스마엘.>

저야 좋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 맞아요?

따지자면 그건, 회사에서 업무를 위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사적으로 쓰는 거잖아요.

<그, 그런가?>

관리자님, 제가 늘 말하잖아요.

항상 정신 똑바로 차려요. 이제 당신이 제 나침반이란 말이에요. 

이런 사소한 데에도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해요?

...솔직히 말해도 돼?

우리 이스는 단테랑 이럴 때 가장 귀여워~

뭐, 뭐가요?

<으응?>

이해 못해도 못한 대로 또 귀여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난 말이야, 우리 이스를 그냥... 유능하지만 조금 까칠한 직장 동료 정도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언제부터 생각이 바뀌었는지 알아?

언제부터였소, 로지온?

칼프마을에 들어가던 중에, 이단심문관들이 와서 단테에게 그랬잖아.

단테가 의체를 쓰고 있으니 단테는 이단이고, 우리는 현혹 당한 거라고 말이야~

아아, 그때 말이군요?

저도 기억나네요~

아, 맞네. 그런 일이 있었지.

...

<그, 그래서?>

그때 단테가 분위기 풀겠답시고 재미없는 농담 했었잖아. 기억 나, 단테?

<농담? 아, 그거?>

<다들 나한테 현혹당하고 있었던 거냐고, 나만 몰랐다고 그랬었지 아마?>

그런데 그 말 듣고 우리 이스가 발끈했었잖아?

저 치들이 단테를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있는데 화도 안 나냐고 따졌는데, 난 그게 그렇게 듣기 좋더라~

...그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어떻게 잊겠어~

단테가 '너희도 날 시계대가리라고 부르잖아'라고 대답하니까, 이스가 '전 시계대가리라고 한 적도 없...!' 이러다가 혼자 삐쳤던 게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때 표정이 인상적이긴 했지.

뭐랄까... 서운한 표정이었어.

오오, 이스마엘 양의 표정이 재미있어졌소!

<그때 많이 섭섭했었구나...>

<그 일은 지금이라도 사과할게. 내가 널 못 알아준 것 같네.>

...됐어요. 이미 지난 일이고...

저도 여러모로 사과할 게 많으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스마엘, 나도 하나 말할 게 있어.>

네, 말해주세요. 관리자님.

<이스마엘이 가장 귀엽다고 느낀 건...>

<어... 미안. 이건 안 되겠다. 혹시 이따 다시 해도 돼?>

...?

뭐야뭐야.

혹시 말하기 쑥스러워서... 시간 벌려고 그래?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하아.

단테, 너도 이럴 때에는 그렉이랑 다를 바 없어~

연기 좀 잘 해봐. 다 티난다구~

시계대가리는 얼굴이 시계가 아니었으면 온갖 비밀을 다 들켰겠지.

적이건, 아군이건.

멍청하긴!

관리자님은 너무도 유능해 감정을 숨길 필요조차 없어서 연기에 서툰 것뿐이다!

<변호해줘서 고마워, 오티스...>

<...변호 맞지?>

아닐지도 몰라요, 저거.

아무튼~

단테... 아무리 말하기 쑥스러워도, 말 꺼내놓고 갑자기 입 닫는 건 염치가 없지~

우리 이스도 그렇고, 다들 부끄러운 거 참고 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그냥 말할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그런지 궁금하네요.

<딱히 대단한 건 아니고, 개인적인 건데...>

<시 협회 인격을 쓴 이스마엘이 가장 귀엽...>

...

...

...

<...내가 이럴까봐 말 안 하려고 했어.>

<나만 귀엽게 느낀 걸지도 몰라서...>

어라, 그게 무슨 의미죠?

<그게... 시협회 인격을 쓴 이스마엘은... 나한테 좀... 뭐라고 해야 하나...>

집착하는 편이지.

으음. 그건 집착이 맞구료.

들고 다니는 수첩에 단테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기도 하더라고~

붉은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관리자님의 머리색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가만.

혼자 내버려두면 조용히 중얼거리기도 하던데. 뭐라고 했더라?

혹시 들은 사람?

아, 그거라면 내가 알고 있소!

돈키호테 씨, 잠깐...!

그대들, 잘 듣게! 이스마엘 양은 이렇게 말했네!

관리자님? 제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뭐야, 연기 왜 이렇게 잘 해.

의외의 재능이구료.

에헴!

...

<이럴까봐 말 안 하려고 한 거였어...>

에이, 무슨 소리야 단테?

집착이건 아니건 뭐가 중요해~

귀여우면 귀엽다고 말할 수 있어야지. 안 그래?

...

<...저, 이스마엘?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제가 그 인격을 쓰면, 모든 모습이 귀엽게 보이는 건 아니죠?

언제가 가장 귀여운데요?

<그건...>

...

<그건...>

<갑자기 말 걸면, '임무중에 찾아오시면 안 되는데...'라며 말을 흐리는 거...>

어머, 이스!

귀 빨개졌어!

...조용히 해요. 저도 아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제 더 없죠? 있나요?

<사실 몇 개 더 있기는 한데...>

<대호수에 갔을 때 얘기는 생략하자. 그 편이 서로한테 편할 것 같아.>

할. 말. 하. 않.

<피쿼드호 선장 인격에 대해서도... 딱히 말 안 하는 편이 낫지?>

그 인격이요?

하긴, 처음에는 좀 충격적이긴 했죠. 거울세계의 제가 그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건.

그래도 뭐, 이해 못할 것도 아니라서요. 

말 할 게 있다면 해주셔도 괜찮아요.

<그럼 하나 말할게.>

<동료들한테 사냥감 막타 빼앗긴 선장 이스마엘의 표정을 보면 묘하게 흐뭇해진다고 해야 하나...>

...

사냥감을 놓치면 얼굴이 이렇게 팍! 일그러지오!

섭섭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 꼬락서니 보려고 매번 기를 쓰고 막타 친다니까?

반대로 자기가 막타치면 의기양양해지는 게 얼마나 귀여운데~

목소리도 신나하잖아? '적은 이렇게 짓이겨졌다!'

이스마엘 양이 서운해할까 싶어 종종 막타를 양보하기도 하였소.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네요...

<그렇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후.

드디어 끝났네요.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두 번 하고 싶진 않지만...

<고생 많았어, 이스마엘, 다음 사람 골라줄래?>

그래요. 음...

이상한 기분이네요.

제가 당한 수모와 수치를 넘겨줄 사람을 제 손으로 고른다니...

이건 곧 대물림이며, 동시에 되풀이구료.

뭐, 누가 하던 상관없지만...

기왕 주어진 선택권이니, 잘 골라봐야겠네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설 연재때문에 지쳐서 콘문학 쓸 짬이 영 안나네요.

역시 정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