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뒤.

잠시 잠들었다가 깬 케스티가 먼저 눈을 떴을 때에는 아직도 어두컴컴한 새벽이었다. 마주 보고 누운 채 허리를 안고 있는 이올레가 눈을 뜨지 못하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 맑은 얼굴과 미소는 구름이 하늘을 두껍게 덮어 가리고 있어서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데도 선명하게 보이는 듯해서, 케스티는 자신도 모르게 이올레가 할 법한 행동을 했다.

그렇게 얇은 입술 피부를 통해 전해진 촉감은 이올레의 잠을 깨우기에 충분하고도 조금 남은 것 같았다.


“으응…”


이올레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 자신이 움직인 기억이 없는데도 엄청나게 가까이 다가온 케스티의 눈동자가 마음과 시선을 끌었다. 어두컴컴한 밤중이라 표정을 자세히 읽기는 어렵지만, 오랫동안 잠자리를 함께하면서 나누었던 감정들이 이 묘한 행동을 이끌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생각보다 깊게 잠들지 못했던 이올레에게는 케스티의 그런 모습이 더 귀엽게 보였다.


“일어났어?”

“네, 잠깐이겠지만요.”


케스티는 하품이 조금 섞인 미소에 목소리를 담아 답했다. 그 엷은 웃음이 시야가 녹아내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귀여워서, 이번에는 이올레가 고개를 기울여 케스티와 입술을 포갰다.


“그렇겠네.”


이올레는 다음 말을 일부러 숨기며 몸을 들썩거렸다. 한 번 눈이 떠진 이상 다시 잠에 빠져들기는 어려운 일이라, 이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상에 내려갈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허리를 팔로 감싼 채 잠들었다가 눈을 뜬 것이기에, 지금은 케스티가 손을 풀어주지 않으면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물론 케스티도 그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왠지 당장 그러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서로의 온기와 마음을 나누는 일은 매일같이 하고 있기에 별로 특별하지 않지만, 오늘은 왠지 조금 더 오래 이러고 싶었다.


“왜,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그래?”


이올레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케스티의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간 것을 느끼고, 평소 새벽에 막 눈을 떴을 때보다 조금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자신도 방금 자각했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올라나에 들어선 뒤부터 마음 한쪽이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 같기도 했다.

그 물음에 돌아온 케스티의 답에는 이올레가 생각한 것과 거의 같은 느낌이 담겨 있었다.


“오늘만이겠어요?”

“그렇겠지.”


이올레는 케스티가 팔에 힘을 조금 더 싣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한 이른 새벽. 이올레와 라네비아는 이번엔 케스티까지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번엔 한 명이 늘었군. 부관이지?”

“맞아요.”


길지 않은 인사와 소개가 오가는 와중에도 이올레의 얼굴은 눈에 띄게 어두워져 갔다. 이러려고 데려온 것은 맞긴 하지만, 오늘따라 외부인과 케스티가 말을 섞는 모습을 보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마음이 언짢아지지 않았다는 것과 케스티는 어디까지나 부관 역할로 와 있다는 사실로 가슴을 다스리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올레의 그런 반응은 케스티와 라네비아가 보기에도 다소 수상했기에, 케스티의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린 뒤 라네비아가 이올레를 불렀다.


“역시 이상했지?”

“그래. 어젯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나도 별로 큰 사건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그렇…죠?”


이올레와 케스티가 서로를 돌아보며 말끝을 흐린 일이 주변의 눈총을 샀다.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사랑싸움처럼 보이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앞으로 벌어질 전투를 앞에 두고 저렇게 경망스러운 통속극을 벌이는 것이 이번 일을 해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이 이번 일을 방해할 것 같지는 않기에, 사냥꾼들은 금방 상황을 이해하고 정리에 나섰다.


“뭐, 이쪽도 지금까지는 별 일 없었으니까 그걸로 된 셈 치지. 아직 돌아다녀야 할 곳도 많으니까.”

“그래. 그러잖아도 놈들의 흔적이 거의 끊어지다시피했으니까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