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그 탐정부 32화



- 마을 탐험4


2022년 시간 불명, 기자로프의 아지트 지하 1층, 상점 앞.


"그렇다면 다시 출발해볼까? 아, 맞다. 뮤, 아까 나무에 무언가 설치해뒀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맞아. 지금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중이야."

"데이터를 모아? 그게 무슨 소린데?"

"아까 이 미궁의 세계수는 진짜가 아니라고 얘기했었지?"

"응, 그랬지."

"그 세계수를 우리는 델타라고 불러."

"우리..? 라고?"

"그래, 우리. 바로 기자로프 님과 뮤를 말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그리고 이 델타 세계수의 각종 정보들을 데이터라고 해." 


 뮤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뮤가 아까 델타의 가지에 설치한 장치는 원래 세계수의 데이터와 미궁의 데이터 왜곡률을 계산하는 장치야. 쉽게 말해 원본 세계수와 델타 세계수의 데이터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면 델타 미궁에 무슨 일이 생길 지 알 수 없다는 얘기지."

"그럼 그 이상한 흑백 모양의 형체들도 그 왜곡이라는 거 때문이라는 거야?"

"그건 아직 알 수 없어. 하지만 데이터 분석이 끝나면 알 수 있을거야."

"그건 얼마나 걸리는데?"


 올리버가 뮤를 보며 물었다.


"이제 곧 될거야."


 그때 구석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크리스티아네가 다가와서 지하 2층으로 넘어가는 입구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 뭔가 오고있는 거 같은데 착각이려나요?"

"그럴 리가 없어, 언니. 시스템상 이 델타 미궁의 층 사이는 여행자들이 아니고선 왕래가 불가능해."

"그치만 저건 뭔데?"


 올리버가 지하 2층으로 가는 입구 쪽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하 2층에서 봤던 흑백 모양의 형체들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뭐..뭐야 저게?"

"이쪽으로 온다! 다들 싸울 준비해!"

"모두 저의 뒤로 오도록 하세요."


 얼어붙은 뮤를 보며 올리버와 크리스티아네가 각각 무기와 방패를 꺼내며 말했다. 다가오는 흑백의 형체들은 전부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조심해라. 저것들은 뭔가 이상하다."

"알겠어요."


 보젤에게 대답하며 크리스티아네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런 크리스티아네에게 도끼를 든 3개의 형체가 달려들었다. 


"챙!'


 무기와 방패가 부딫히는 소리가 났다.


"뭐죠? 이것들은 제 방패에 닿고도 쓰러지지 않네요?"


 크리스티아네가 덤벼든 첫번째 적을 밀치고 한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러네? 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뮤도 모르겠어. 이것들은 델마 미궁의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아. 이런 건 처음이라 뮤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일단은 저들을 해치워야 한다. 이야기는 그 다음이다."


 보젤이 올리버와 뮤를 보며 말했다.


"어스 퀘이크!"


 보젤은 다시 앞으로 나가며 적들에게 기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거기 맞은 적 하나가 보젤에게 달려들었다. 보젤은 적의 도끼를 피하며 외쳤다.


"올리버! 지금이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올리버가 도끼를 든 적의 뒤로 돌아가 단검으로 일격을 날렸고, 그 형체는 사라져버렸다.


'이건 뭐지? 이상한데..?'


 올리버가 형체를 베며 잠시 멈칫하며 혼잣말을 했다. 


"그럴 시간 없다. 올리버! 다음 적이다."

"어, 알았어."


 그리고 곧 보젤과 크리스티아네에 의해 나머지 두 형체도 사라졌다.


"일단 정리됬군. 나와 리코리스는 지하 2층으로 가는 입구 쪽을 다시 돌아보고 오겠다."


 그렇게 말하고 보젤은 리코리스와 함께 입구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올리버는 잠깐 생각에 빠져있다가 크리스티아네에게 말했다.


"음.. 누나?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말이죠?"

"방금 싸웠던 적들은 좀 이상하지 않았어?"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었죠. 저의 방패에 닿고도 쓰러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돈을 떨어뜨리지도 않았구요."

"그것도 그런데 뭐랄까, 공격할때 느낌이 뭔가 이상했어. 마치 현실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혹시.."

 

 올리버와 크리스티아네의 대화에 갑자기 멜파니가 끼어들었다.


"뭐 생각난 거라도 있어? 동생아?"

"네, 일단은 정보를 좀 더 모으긴 해야할 거 같지만요. 크리스티아네 언니!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볼 수 있을까요?"

"그거야 쉽죠. 스테이터스 오픈! 알고싶은 게 무엇이죠?"


 크리스티아네가 멜파니를 보며 물었다.


"방금 전 적들을 상대할 때, 언니 체력이 달았어요?"

"아니요. 스테이터스 상에선 체력이 줄지 않았네요."

"그럼 혹시 그 전에 만났던 적들과의 전투에선 체력이 줄었었나요?"

"네, 그렇죠. 저의 방패에 닿고 바로 쓰러지긴 했어도 저의 체력은 약간이나마 줄었었죠. 그러고보니 이상하네요. 저와 검을 맞댔으니 저의 체력이 조금이나마 줄었어야 정상인 것인데요."


 멜파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뮤를 보며 물었다.


"그럼 뮤 언니! 혹시 이 미궁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는다면 어떻게 되나요?"

"그런 건 불가능해. 이곳은 창조된 공간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 물론 몇 가지 페널티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된거죠?"


 그렇게 말하며 멜파니는 크리스티아네의 방패를 가리켰다. 멜파니가 가리킨 곳은 방금 전 도끼와 부딫힌 곳이었는데 약간 금이 가있었다.


"그럴리가.. 이 미궁에 있는 존재가 실제로 존재하는 방패에 영향을 끼치다니."

"흠.. 제 가설이 맞다면, 저 형체들은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