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창조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절. 번식의 의미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시절. 나스티카가 아스티카를 상대로 피해 다녀야 했던, 그런 시절. 그런 시절에, 한 나스티카가 있었다.


아이라바타라는 이름을 지닌 나스티카는 킨나라족의 둘째로 태어났다.


아이라바타는 인기가 많았다. 그의 쾌활한 성격은 누구든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런 그와 어울리는 나스티카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는 매일을 충실하게 보냈다. 항상 무리의 중심은 그였고, 그의 친구들은 그가 가만히 있어도 항상 그를 찾아왔다. 그는 그렇게 다가오는 이들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그가 어떤 나스티카 한 명과 어울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이변이라 부를 수도 있으리라.



킨나라. 킨나라족의 첫째.


그 시절에는 왕이라는 개념이 희미했기에, 이름의 힘과는 관계 없이 모두가 평등했다. 그렇기에 킨나라는 왕이 아니라, 그저 첫째라고 불렸다. 그리고 그 첫째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 상당히 특이한 나스티카였다.


킨나라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대신, 킨나라는 꽃을 가꾸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모습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게 비춰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악의를 내비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킨나라가 좋아하는 대로, 혼자 있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 그렇기에 그는 항상 혼자였다.


아이라바타 역시 구태여 킨나라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애초부터, 킨나라와 아이라바타는 완전히 반대되는 존재였으니까. 자신을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리는데 시간을 쓰는 것 만으로 바쁜데, 굳이 혼자를 자처하는 첫째에게 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어느날. 아이라바타는 홀로 큰 방에 앉아있는 킨나라의 모습을 보았다.


어째서일까. 아이라바타는 문득 그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와 가까워졌다. 친구들이 불렀지만, 그보다도 그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만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킨나라와 어울리는 것은 썩 즐겁지는 않았다. 여행을 즐기고, 만남을 즐기던 그에게 식물을 돌보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심심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렇게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킨나라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 어째서인지 딱히 그의 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이라바타는 하품을 하면서도,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킨나라의 곁을 지켰다. 스스로도 그런 자신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들려왔는데 어째서 자신은 킨나라의 옆에서 이렇게 있는 것인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라바타는 계속 킨나라의 곁에서 있었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을 굳이 막지는 않았다. 그렇게 가끔씩 아이라바타를 찾아오던 이들은, 결국 다같이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킨나라는 그런 모임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많은 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아이라바타는 열성적으로 설득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익숙해질 것이라고, 킨나라가 자신 말고도 다른 이들과도 어울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는 아이라바타의 말을 거절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자신을 위해오는 이의 말을 거절할 용기가 그에게는 없었다. 그렇기에 킨나라는 결국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나스티카들이 모임에 참석했다. 아이라바타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렸다. 식물을 가꾸고, 가만히 있는 것에서 벗어나 수많은 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그에게서 답답함을 걷어가 주었다.


아이라바타는 떠들고, 웃으며 수많은 이들과 어울렸다. 꽤나 오랜 시간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그 수많은 나스티카들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라바타였다. 그것은 그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당연한 진실과 같이 다가왔다.


그렇게 오랜만의 모임을 즐기던 아이라바타는 문득 킨나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구석에 가만히 앉아 용족의 첫째와 대화하며 어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이라바타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자신의 이변을 깨닫게 되었다.


킨나라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그렇듯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용족의 첫째와 대화하고 있는 킨나라의 모습을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기분이 나빠졌다. 갑작스레 가슴에 뭐가 얹힌 것과 같이 답답한 기분이 느껴졌다. 킨나라와 식물을 가꾸며 느꼈던 답답함과는 차원이 다른 답답함이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친구들이 다른 이들과 어울린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편했다.


아이라바타는 결국 자신이 킨나라에게 품은 감정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킨나라가 있는 쪽으로 가서 물었다.


"뭐해?"


킨나라는 아이라바타를 보고 말했다.


"으응, 잠깐 쉬고 있었어."


거짓말. 생각을 해 보면, 이번 모임에서 킨나라가 용왕이 아닌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킨나라는 이 자리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곳에서 줄곧 소외되어 용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의 옆에 앉았다.


"어, 뭐야. 더 안놀아?"


다른 친구가 아이라바타에게 물었지만, 아이라바타는 미소짓고 답했다.


"잠깐 쉬려고."


그렇게 킨나라의 옆에 앉은 아이라바타는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이 모여 어울리고 있는 풍경. 킨나라는 항상 이렇게 다른 이들이 어울리는 것을 소외되어 그저 바라만 보았을 뿐일 터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저렇게 함께 어울려 있느라 킨나라에게 신경조차 잘 쓰지 못했고 말이다.


아이라바타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도 친구들에게 향하지 않았다.



모임이 끝나고 난 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미안해."


킨나라는 당황하여 말했다.


"아, 아니야. 네가 뭐가 미안할 게 있다고..."


아이라바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킨나라가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독과 같이 다가왔다.


"내가 너보고 다른 녀석들과 어울리면 좋겠다고, 모임에 참석하라고 부추겨 놓고서는, 막상 너를 신경 써주지 못했잖아. 너는 그런 모임에 익숙하지도 않았을 텐데... 내 생각이 짧았어."


킨나라는 손사레를 쳤다. 이렇게 아이라바타가 사과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미안하게 느껴졌다.


'내가 다른 아이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었다면 이렇게 아이라바타가 사과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킨나라는 아이라바타를 바라보고 말했다.


"저, 이제 신경 써주지 않아도 돼."


아이라바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세상이 무너진 것과 같이 황망한 표정이 되어 킨나라를 바라보았다.


"왜? 내가 불편했어?"


아이라바타는 그렇게 물었다. 킨나라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니... 너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괜히 나를 신경 써주느라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시간 뺏기는 것 같아서... 나랑 어울리는 거, 지루했잖아. 그게 너무 미안해서... 차라리 나는 이제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아이들이랑 어울리는 게 더 행복할 거야."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의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주먹을 꽉 쥐었는지,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킨나라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듣자마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무신경하게 지루하다는 이유로 하품을 하고, 얼굴에 티를 낸 것이 킨나라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아니야. 나는, 너랑 함께 있는 게 좋아서 너랑 같이 있던 거야."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의 눈을 살폈다. 거짓말 하는 사람을 보는 눈빛. 그 눈빛이 가슴에 사무쳐오는 듯 했다.


그는 킨나라에게 다가가 킨나라를 껴안았다. 킨나라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 네가 나를 보고 그렇게 느끼게 만들어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정말로 네가 불쌍하거나 그런 이유로 억지로 너랑 어울린 게 아니야."


킨나라는 아이라바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라바타는 마지막 말을 가까스로 토해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어도, 그냥, 그냥... 너랑 함께 있다는 게 좋아서, 그래서 너랑 어울린 거야."


킨나라는 입술을 들썩였으나, 무어라 더 말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킨나라는 자신을 끌어안은 아이라바타의 몸을 마주 안았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껴안고 있었다.



킨나라는 계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꽃을 가꾸고, 풍경을 바라보고, 글을 썼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라바타는 그런 그의 곁에 항상 붙어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이라바타가 더 이상 하품을 하지 않았고, 지루하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라바타는 그저 하염없이 킨나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달라진 점을 말하자면... 아이라바타가 킨나라를 껴안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아이라바타는 킨나라를 가만히 바라보다 그를 뒤에서 껴안았다. 킨나라는 그렇게 자신을 껴안는 아이라바타의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며, 아이라바타에게 얌전히 안겨 있었다.


그러다 아이라바타가 킨나라를 껴안는 것을 멈추면, 킨나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고, 아이라바타는 그를 도우면서도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런 생활은 이미 그들에게 일상이 되어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초신들은 '라크샤사'의 개념을 공표하였고, 번식의 개념이 생겼다. 가장 먼저 계산을 마친 아수라족이 라크샤사를 양산해 내기 시작했고,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도 점차 라크샤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크샤사를 생산하라는 요구가 아이라바타와 킨나라에게도 닥쳤다.


"그러니까, 우리 종족에서 1인자와 2인자인 너희들이 라크샤사들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종족은 다른 종족에게 뒤쳐져 버릴 거야."


라크샤사 생산을 요구한 나스티카가 떠나고 나서도 킨나라는 고심했다.


아이라바타는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네가 싫다면 굳이 라크샤사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너는 그냥 네가 좋을대로 하면 돼."


"응...."


킨나라는 아이라바타의 그런 말에 위안을 얻었다. 조금이나마 불편하던 가슴 속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라바타와 킨나라는 눈이 맞았다.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껴안았다. 여느때와 같은 포옹이었다. 하지만 그 포옹을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은 결코 여느 때와 같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아이라바타도, 킨나라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터질 것 같았다. 셀 수 없이 많이 한 포옹이었을 텐데도, 서로의 동작이 뻣뻣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침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킨나라는 붙잡은 그 손 그대로 깍지를 꼈다.


둘은 얼굴이 터지기 직전까지 붉게 변한 그 상태 그대로 침대에 앉았다.


그렇게 앉고 나서도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아, 둘은 한동안 서로를 힐끔힐끔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시간이 꽤나 흐른 뒤, 아이라바타는 조금씩 킨나라에게 다가갔다.


킨나라는 아이라바타의 손에 이끌려 침대에 누웠고, 아이라바타가 킨나라의 옷을 살짝 벗기자 그는 신음을 내뱉었다.


"읏..."


그렇게 신음을 흘리는 킨나라를 바라보던 아이라바타 역시 자신의 옷을 벗은 뒤, 온전히 나신이 되어 중요한 곳들을 손으로 가리고 있는 킨나라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볼륨감 있는 몸매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가녀리고,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는 몸이었다. 조금의 군살도 없이 갸냘픈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몸을 본 아이라바타는 그녀를 껴안았다.


서로의 생식기가 닿는 것이 느껴지자, 킨나라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아이라바타는 누워있는 킨나라를 껴안은 그 상태를 한동안 유지하다 껴안는 것을 그만두고 시선을 맞췄다.


혼란스러워 하는 눈빛. 붉게 달아오른 얼굴. 작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입.


아이라바타는 입을 열었다. 이제서야 자신이 느꼈던, 우정과는 다른 그 감정이 무엇인지 입으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해."


그리 큰 목소리도 아니었건만, 그 목소리는 그 어떤 외침보다도 무겁게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킨나라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아이라바타의 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피하고, 홍조를 띈 얼굴로 말했다.


"...나도."


그렇게 말한 킨나라는 자신의 위에 있는 아이라바타를 팔로 감싸안았다. 그 다음,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에게 입을 맞추는 것과 함께, 킨나라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것을 천천히 삽입했다.


"읏."


킨나라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고통은 아니었다. 수라의 재생력은 인간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고, 죽음에 대한 위협이 적어지니 고통도 적게 느꼈다. 그렇기에 그는 고통보다도 생소한 감각 탓에 신음을 흘렸다.


자신의 안을 크고,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채우고 있다. 실제로 뜨거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킨나라는 그렇게 느꼈다. 그렇게 한동안 적응의 시간을 가진 킨나라는 완전히 낯선 감각에 익숙해 진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여도 좋다는 의사의 표시였다.


아이라바타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잘 알 수 없었기에 그의 허리놀림은 어색하고, 느렸다. 하지만 킨나라에게는 그것 만으로 충분히 생소한 감각이었다.


계속해서 거대한 기둥이 자신의 안을 채웠다가 다시 빠져나가고, 빠져나갔나 생각하는 차에 다시 안을 채웠다. 넣은 것 만으로 생소한 감각이 느껴졌는데, 왕복 운동은 생소하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냥 낯설기만 하던 감각에 익숙해지자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흐읏."


킨나라는 신음을 흘렸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아니 좋아지고 있는 것이 맞는가? 잘 알 수 없었다. 낯선 감각에 익숙해지니 이번에는 처음 느껴보는 성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의 안은 단순히 젖어있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질척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느끼고 있는 아이라바타 역시 처음 겪어보는 성감에 당황하고 있었다.


점차 허리를 움직이는 동작이 익숙해져 가는 것과 함께, 왕복의 속도가 빨라졌다. 아이라바타는 자신의 것을 조여오는 킨나라의 안을 느끼며 큭,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킨나라가 신음을 내뱉을 수록 아이라바타는 자신의 이성이 흐려져 가는 것을 느꼈다.


킨나라는 왕복의 속도가 빨라질 수록 무언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그는 깨달았다. 지금이다. 지금이 경계선이다. 이 선을 넘으면, 무언가 와 버린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킨나라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말했다.


"자, 잠깐만. 흐, 흐읏. 나, 지금 여기서 더 하면... 흣, 뭔가, 뭔가 이상해져 버려...."


눈물을 글썽이고, 홍조를 띄우고, 신음을 내뱉으며 그렇게 말하는 킨나라의 모습을 본 아이라바타는 한 줄기 남아있던 이성이 뚝,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왕복의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빨라졌다. 그것을 느낀 킨나라는 다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


푹, 아이라바타의 것이 킨나라의 가장 안쪽을 꿰뚫었다.


"하아아아아아앙!"


킨나라는 생에 최초로 절정을 맛보았다. 허리가 들어올려져 아치형을 이루었고, 그의 표정은 완전히 녹아내렸다. 안쪽은 아이라바타의 것을 놓지 않으려는 듯 기둥을 꽉 조이고 있었다.


아이라바타는 가버린 킨나라의 모습을 보고 더욱 흥분하여 허리를 흔들었다. 킨나라는 아이라바타의 목을 팔로 끌어안아 입을 맞추었고, 다리는 아이라바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결국, 아이라바타의 물건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백탁을 킨나라의 안에 쏟아부었다.


울컥, 아이라바타의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킨나라의 안에 백탁을 쏟아부었다. 아이라바타는 그 사실에 더없는 쾌락과 만족감을 느꼈다. 그가 킨나라의 안을 자신으로 채우고 있었다.


마침내 사정이 끝나고, 아이라바타는 천천히 자신의 것을 빼냈다. 은색의 실이 킨나라의 안과 아이라바타의 기둥을 잇다 이내 끊어졌다.


킨나라는 아이라바타가 완전히 물건을 빼낸 다음에도 자신의 안에서 움직이는 백탁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그의 안에서 액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에 성적 고양이 가시지 않았다.


울컥, 이내 킨나라의 안에서 백탁이 쏟아져 나왔다. 빠져 나온 것 만으로도 인간은 결코 따라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가 다리 사이에서 자신의 백탁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킨나라는 입을 열었다. 그제서야 아이라바타는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너무 과했다고 킨나라가 화를 내지는 않을까 싶었다. 아니,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어쩌면 그가 싫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킨나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이라바타가 걱정한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이거... 흘러나왔는데. 다시... 채워줄 수 있어?"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라바타는 다시 흥분하여 킨나라에게 달려들었다.


"흐아앙!"


킨나라는 신음을 흘리며 아이라바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 그리고 아이라바타는 킨나라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알았다.


둘은 다시금 입을 맞췄다.



시간이 흘렀다. 킨나라는 처음 라크샤사를 낳았다. 아이라바타는 그와의 사랑의 결실을 떨리는 손으로 안아들었다.


때로, 아비 되는 나스티카가 자식 라크샤사를 죽여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아이라바타는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의 결실을 안아 드는 것으로 느껴지는 이 무게가. 체온이. 존재만으로도 어느 것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에게 말했다.


"사랑해."


어느샌가 아이라바타는 기쁨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킨나라는 아이라바타에게 다가가 말했다.


"애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


아이라바타는 아이를 꽉 껴안고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셰스."


부드럽게 미풍이 그들의 몸을 감싸안았다.


"셰스라고 하자."


아이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