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나라는 킨나라족의 왕이었다. 태어날 아니, 창조 될 때부터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래도 너는 왕이니까.'


태초에 그녀가 다른이들만큼이나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 그리고 같은 종족의 그 누구보다도 강했던 시절 그녀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이다. 그녀의 천성은 사교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주변의 다른 이들은 모두 킨나라에게 왕으로서 다른이들과 어울리기를 바랐다. 인간계 구석에서 정원을 돌보기를 좋아하는 킨나라가 어울려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아주 활동적이고 또 외향적인 이들이었다.


킨나라가 피곤함을 참고 왕의 의무를 위해 그들과 어울리면 항상 모임에서 그녀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이바라타는 항상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덕분에 킨나라는 왕으로서 또 아이바라타의 친우로서 어쩔수없이 동족들의 모임에 참여해야만 했다.


'킨나라 저 녀석은 야크샤 족의-'


누군지 모를 수라를 소개하는 아이바라타의 말이 귓가를 스쳐지나갔다. '응. 특이한 이름이네. 다른 종족들과도 알고 지내는 거야?' 킨나라가 맞장구를 쳐주자 아이바라트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본 나스타카의 연인 친구 이름 받은 순서 등등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수많은 정보들을 흘러보내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바라타는 신이나서 그 종족의 왕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했다. 남은 이야기는 본인하고 같이 하자며 손짓하는 아이바라타를 따라 여러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인간계의 킨나라가 정성들여 가꾼 정원은 시간의 흐름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진지 오래이다. 어떻게든 복구해보려고 한때는 아름다웠던 꽃들을 붙잡고 며칠밤낮을 지새우는 동안 사교적인 아이바라타는 몸을 비비틀며 같이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킨나라가 거절을 들은 아이바라타는 뭇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툴툴거리다가 친구들을 보러 떠났다.


킨나라는 둘째가 없는 동안 정원을 복구하고 글을 쓰다가 잠을 잤다. 그리고 혼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질릴 무렵에는 커다란 침대에 앉아서 둘째가 떠난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게되었다. 시끄러운 방해꾼이 떠났다고 기뻐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사람마음이란 것은 그렇게 무자르듯 똑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많은 것은 싫어하지만 아무도 없는 것은 외롭다. 며칠 지나지 않아 킨나라에게 돌아온 아이바라타는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눈치챈 것인지 곧 어디에도 가지 않게 되었다.


아이바라타는 그의 취미에 맞지 않을 것이 확실한 킨나라의 취미에 함께해주었다. 킨나라는 자신을 위하면서도 지루함을 감추지 않는 그를 보며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어렴풋하던 그 감정은 그의 친구들이 올때마다 명확해지고 강해졌다. 자신과 있을 때와는 다르게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마다 기뻐하는 아이바라타를 보면서 킨나라는 왕임에도 불구하고, 왕이기에 더더욱 형용할 수 없는 굳이 묘사하자면 비참함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는 했다. '자신이 아닌 아이바라타가 왕인것이 더욱 옳바르지 않을까'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소심하고 말없는 자신이 왕의 지위라도 없으면 대체 어떻게 될 지 두려워져서 상상을 멈추었다.


 아 씨발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