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실종됐다는데?”


   연이은 실종 소식에 미스티 쇼어 인근 마을의 가드들이 걱정에 차서 대화한다.


“도나, 이게 몇 번째 실종이야? 아, 이 새끼들은 꼭 다니지 말라는 곳으로 잘도 싸돌아다닌다니까.”

“마핀, 이러다가 우리한테까지 오는 거 아니야?”


   얼굴이 붉은 가드, 마핀이 짜증을 내자 보라색 코트를 입은 여자 가드, 도나가 걱정을 표했다. 보통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실종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식의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실종은 성장기의 하급 수라 무리의 소행이 대부분이다. 이는 대게의 상급 수라는 인간을 파리 보듯이 굴기에 굳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실종자 명단에는 제법 강한 마법사 역시 포함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실종된 위치는 라크샤사 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난타 족 상급 수라가 출몰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 일은 아난타 족 상급 수라의 소행으로 받아들여졌고, 토벌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은 임무였기에 통행 금지 조치가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안 듣는 사람들은 꼭 있기 마련이다. 육로 이동 시 시간 단축을 위해서 혹은 짐은 운송하기 편한 이유가 있었다. 또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 역시 경고를 듣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거기는 아난타 족 라크샤사가 있다고 추정되는 곳인데 가면 개죽음이야. 괜히 통행 금지령이 떨어진 줄 알아? 적어도 부활의 신관인 엘라인 하이아스(現 행성 마법랭킹 3위) 님이라도 계신다면 모를까.”

   키가 작은 가드, 나흐리안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지만 신관님이 오실 리가 없잖아.”

“그러면 에어로플래토의 마법 전담반이 파견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두 명도 아니고 곧 있으면 세 자릿수인데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방금 우리보고 사망자 파악하라고 전보 왔는데?”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진 마핀이 폭발했다.


“아니, 이 미친놈들이 우리한테 짬을 때려도 말도 안 되는 걸 짬 때리네! 배 째라 해! 시발! 난 죽어도 못 가!”

“저러고는 결국에는 다 같이 갈 거면서 엄살만 심해.”

“최대한 조심해서 갔다 와야지, 나는 다른 동료들에게 말하고 올게.”


   도나와 나흐리안이 마핀을 달래는 사이, 주변으로 간단한 마도 구를 착용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수라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무장이지만 이들의 상대는 수라가 아닌 하프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프는 돈이 된다. 인권이 없으므로 생포해서 노예로 팔 수 있고 수라 못지않게 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하프를 사냥하는 마법사도 있기 마련이다.

   비록 통행 금지구역이지만 하프를 사냥하려면 하프 거주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며, 이들이 바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프 사냥꾼이다.”

   나흐리안이 가볍게 속삭이더니 마핀이 소리친다.

“이봐! 지금 거기는 라크샤사 급으로 추정되는 수라가 출몰해서 통행 금지구역이야!”


   그렇지만 하프 사냥꾼들은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고 숲을 향해 들어갔다. 위험도가 높아 통행 금지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일반인의 출입이라면 몰라도 B랭킹 이상 마법사들의 출입을 막을 수는 없다. 자신보다 랭킹이 높다면 길을 막는 행위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마법사들이 통행 금지구역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후의 일은 경고를 무시한 마법사들 본연의 책임이다.

   하지만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마을을 경비하는 가드로서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아 진짜, 라크샤사가 저 녀석들 싹 다 물어 죽였으면 좋겠네. 말 한번 더럽게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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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사냥꾼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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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한 참 벗어나자 하프 사냥꾼들이 잡담하기 시작했다.


“또, 또, 저러네, 저번에도 수라 때문에 통행 금지구역이라고 못 가게 막더니만, 그래도 오늘은 귀찮게 안 굴어서 다행이야.”


   붉은색 지팡이를 질질 끌며 여자 마법사가 불평한다.


“쉬미, 투정 부리지 마 가드들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지.”


   낡은 로브를 입은 노란색 장발 마법사가 자신의 동료에게 가볍게 핀잔을 준다.


“우~우~ 나틴, 이 꼰대 마법사. 평상시에는 오지도 않더구먼 곱상한 엉덩이 도시에나 처박고 그만 좀 따라와.”

“이해해줘 내 형이 조금 고지식해.”


   나틴의 동생 니틴이 껄렁하게 웃으며 쉬미의 편을 든다.

‘하아’

   나틴이 가볍게 한숨을 쉰다. 그는 A등급의 마법사이다. 고작 하프 사냥 따위를 할 실력이 아니지만 통행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는 남동생 니틴과 동생의 여자친구, 쉬미를 보호하기 위해서 따라나선 것 뿐이다.

“지나가는 수라들이 우리 소리 듣겠다. 모두 조용.....”

   말을 하다 말고 위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진다. 이건... 초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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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요새 왜 그래?”

“뭐가?”


   레디나가 데미안에게 집중하라며 핀잔을 주고 데미안이 반문한다.


“인간을 죽이다 보니 마음이라도 약해진 거야? 갈수록 망설이는 게 눈에 보여”

“그건...”


   사실이다. 인간을 죽이다 보니 이게 정녕 자신이 생각한 복수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생겼다.


“마치 자신의 행동에 제동이라도 걸어달라는 듯이 구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저번 사냥 때에.....”

“쉿 조용히 해봐. 우리 소리 들리겠다.”


   위치가 발각될까 디마가 걱정스러운 듯 둘 사이에 끼어들었고, 보리스가 이어 말했다.


“안 되겠네. 이번에는 생포하지 말고 여기서 죽이자. 내가 나설게.”


   푸른색의 혜성처럼 꼬리가 긴 에너지 탄이 생성되어 마법사들을 향해 날아간다. 초월기 ‘물살별’, 초월 수치 제한이나 기력 소모량에 비해 위력이 뛰어나지만 정밀 조준이 불가능한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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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티 브라흐마”


‘콰과과광’

   나틴이 위험을 느끼고 보호막을 생성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 호티 브라흐마의 보호막을 간단하게 부서 들어갔고 이내 마법사들에게 꽂혔다.

   치명적인 위력이다. 초월기를 맞은 즉시 사망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물살별’이 무작위로 목표물을 이탈하는 특성이 있어 니틴은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니틴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순식간에 자신의 형과 여자친구가 당했고, 심지어 자신도 죽을 뻔했다. 크게 당황했지만 빨리 도망쳐야 한다.


"호티 바유 호티 찬드라"


   호티 바유 호티 찬드라, 호티 바유의 순간 이동과 호티 찬드라의 지정된 개체(*시전자는 기본적으로 포함)의 오감 왜곡 효과를 합친 융합 마법. 적들에게 자신의 순간 이동 지점을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숨어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은신이 된 개체의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기에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마법이다. 그렇지만 마법이 끊기지 않게 지속적인 계산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상위 랭커를 제외하고는 동시에 다른 마법을 시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형이라면 모를까 니틴은 그렇게 실력 있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래서 니틴은 주로 보조 역할로서 마법을 시전하고 동료들이 감전 마법으로 하프를 생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동료가 당한 순간이라면...

'제길, 기력이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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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 마법인가?'


   은신 마법은 까다롭다. 언제 어디서든 기습이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감 왜곡 마법이기에 육감이 뛰어난 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지만 한낱 하프 따위에게 그런 귀중한 재능이 있을 리가 없다.

   1분 1초가 매우 급한 전투에서 은신 마법에 얼타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당황해서 어? 하는 순간에 내 목이 날아갈 수 있다.


'우드드득'


   초월기 '서리의 땅', 지면에서 얼음 기둥들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레이만이 있는 위치의 얼음 기둥들은 부자연스럽게 솟구친다.

   여기서 데미안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적이 사라져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파해법을 생각하여, 오히려 순식간에 위치를 파악했다.

   솟구치는 얼음기둥에 놀란 나머지 니틴의 계산이 끊겨 모습이 드러났다. 노란색 장발이 찰랑거리는 순간 자신에게 달려드는 하프를 마지막으로 큰 충격과 함께 이내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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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고 컴컴한 오두막 불이라곤 탁자 위의 양초 하나가 전부이다. 또 다른 빛이 없나 고개를 드며 니틴은 깨어났다.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탐색 마법을 사용해보지만 발동이 되지 않는다.

‘젠장, 침묵의 감옥이군.’

   침묵의 감옥, 유언 마법의 시전을 방해하는 감옥이다. 이 안에 들어간 마법사는 그 어떤 마법도 시전하지 못 한다.


“일어난 모양이군, 우리 한번 대화를 해보자고.”


   데미안은 어둠 속에 몸을 숨겼고 오직 그 목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상급 수라가 아니라 인간을 사냥하는 하프들이었나? 내가 하프들에게 사냥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끝났군.’


“네 답변에 모순이 없거나 내가 너의 말에 설득된다면 너의 생존을 보장하겠다. 이해했나?”

“알겠다.”


‘생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겉으로는 알겠다 말하지만 속으로는 데미안의 말을 믿지 않는 니틴이다.


"인간은 인간을 죽이면 살인죄로 처벌을 받지만, 하프를 죽이면 살인이 아니라 고작 벌금형, 즉 재물손괴죄에 처한다. 그렇다면 하프가 너희 인간들을 죽이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간단하군, 그 자리에서 사살해야 한다..”


   데미안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묻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하프는 수라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너도 감정 동조화 현상은 알고 있지 않나? 아 모르는가? 그러면 설명해주지.”


   니틴이 계속하여 말한다.


“감정 동조화, 왕의 감정이 그 종족의 하급 수라와 하프들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현상이지. 한마디로 왕이 화가 나면 같이 화가 나고 왕이 슬퍼지면 같이 슬퍼지는 현상이다. 수라의 피가 25프로 섞인 쿼터들은 감정 동조화 현상에서 자유롭지만 왜 너희 하프들은 감정 동조화에 구속을 당하는 이유에 생각해보지 않는 건가?”

“......”

“그건 하프들이 수라라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라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출입을 허용해주는 게 인간의 너그러움 아닌가?”

“수라는 인간을 공격하지만 하프들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건가?”

“간다르바 족 하프가 감정 동조화 현상으로 폭주해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본 적 없어 보이는군.”


   데미안의 말에 니틴은 자신만만하게 반문한다.


“너는 계속해서 피해를 끼치지 않은 하프들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군.”

“하프가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부터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내 부모님은 그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았지만 인간에게 살해......”


   데미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니틴이 중간에 말을 가로챘다.


"하! 무슨 구질구질한 사연이라도 있나 보지?"

"내 비극이 너에게는 한낱 구질구질한 사연인가 보군."

"듣자 하니 어이가 없군. 네가 버러지 엠창 살인마 나락 인생이 된 사연을 알아야 하나? 네가 그렇게 된 이유는 하프, 그러니까 수라의 천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

"그러면 제일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너희 하프가 차별받는 건 당연하다."


   히죽 웃는 니틴의 뒤로 데미안의 얼굴이 굳어진다.

   저 인간 놈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없어서 그럴지 모른다. 타인이기에 그것도 자신과 무관하고 법에 보호받지 못하는 하프이기 때문에 저런 말이 나오는 거다.

   저런 인간들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어떤 참사를 겪었는지를, 그렇지만 저자는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해조차 과분해 보인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아드레날린이 혈액 속으로 분비되고, 간에서는 근육에 힘을 실기 위해 당을 생산한다.


   숨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입안이 마른다.


   소화기관이 일시적으로 정지하며, 소화를 위한 에너지와 혈액은 근육으로 향한다.


   이것은 분노에 의한 생리적 현상, 가속되는 혈압과 심장 박동은 적대심과 분개로 변질되며 신체는 다가올 싸움을 위한 준비를 끝마친다.




   데미안은 자신의 적을 인지하는 걸 끝으로 데미안의 손이 니틴의 히죽거리는 얼굴을 반으로 가른다.

‘파악’

   사방으로 피가 튀며 흩날리지만 데미안의 의지는 굳건해져 간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을, 왜 자신의 가족이 파국에 직면했는지, 모든 게 단순하고 명쾌해져 간다.

   역시 모든 인간은 죽어야 한다. 처음부터 이 세상은 잘못됐다. 나의 복수는 종의 이름을 앞에 둔 전쟁의 또 다른 양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