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테크노아이즈――.



스로카이

…….



스로카이는 홀로 교단의 넓은 회랑을 걷고 있었다.

회랑 양쪽은 무수한 거인이 나란히 서서, 교단의 옛 영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회랑을 비추었고,

장대한 공간을 환상적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테크노아이즈――교단의 병기나 설비 생산을 담당하는 부문이다.

교도들의 경건한 기도와 기계들의 밤낮을 멈추지 않는 소음 속에서

무수한 예술품과도 같은 작품이 설계되고 제조된다.

그 목적은 단 하나――세상에 교단의 힘을 보이고, 범부에게 기계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기도가 닿지 않는 영역이 확실히 존재한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셀 수 없는 두꺼운 철문을 지난 후,

스로카이는 간신히 넓은 공간에 도착했다.


여기가 테크노아이즈의 중심.

그리고 테크노아이즈의 주인 신시아의 공방이다.





신시아

어서 오시길, 교황 폐하.

송구스럽습니다만, 이곳은 교단의 최고기밀이므로, 폐하의 기사를 대동하고 오실 순 없었답니다.

하오나 너무 긴장하진 마시길, 폐하.


스로카이

농은 그쯤하도록 해라, 테크노아이즈의 주인.

……이것이?


신시아

정확히 아뢴다면, 이것들이랍니다. 폐하.



갖가지 기계부품이 역장에 구속되어서, 스로카이 앞에서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파손한 부품들은 작게 떨어서,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도 보였다.



신시아

거신, 종말병기, 72마신…… 아득한 고대로부터 인류가 창조해 왔던 무수한 전쟁기계.



신시아는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눈앞의 부품을 응시했다.



신시아

이 「하쟈스」는 그 중 하나랍니다.


스로카이

이것들은 어느 정도의 시간 여기에 있었지?


신시아

아직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요.

이 기체의 별명, 폐하의 귀에도 닿았겠지요?


스로카이

……파일럿 이터…….


신시아

이 기체는 과거, 거신과도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조자는 처음부터 그것이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제조자는 이 아이에게 제2의 의사인격과 학습 모듈을 탑재하여,

학습 중에 성장시켜서 최종적으론 거신에 필적하는 힘을 얻도록 설계했습니다.


스로카이

단순한 기계라선, 「학습」과 「먹는다」의 구별을 하지 못했나.

테크노아이즈의 주인, 신시아여.

우리는 이 괴물에게 얼마나 「양분」을 빨린 거지?


신시아

……아직 모자라답니다, 폐하.

과거의 세계에서, 교단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지요.

코끼리가 벌레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듯이, 인류도 아직 신과 교류할 필요는 영원히 없었답니다.

범부들이 우리에게 맞서지 않은 것은, 자기 스스로도 도전할 수 없는 존재라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전쟁 이래, 우리는 범부들의 마음 속에서 신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테크노아이즈의 주인.

저의 관점에서 테크놀로지는 「쓸모가 있느냐」와  「쓸모가 없느냐」로 나뉩니다.

이 하쟈스의 보디에 있는 쓸모 있는 것을 전부 우리 교단의 초석으로 하기 위해서는

폐하의 조력이 필요해요.


제 설명에, 폐하께선 만족하셨을는지요?


스로카이

…….

(모든 것은…… 교단을 위해서…….)



·

·

·





스로카이

이러면 되겠느냐?



스로카이는 특제 콕피트 안에서 거대한 헬맷을 쓰고 있었다.

곁의 역장 속에서는 「하쟈스」의 파츠가 계속 회전했고,

무수한 데이터가 눈앞을 지나쳐 갔다.



신시아

예, 좋습니다.

이 기체의 해석은 현재 거의 완료했지만, 초기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학습 모듈을 완전히 철거했답니다.

우후후, 어쩌면 이것을 「식인기관」이라 불러야 할 지도 모릅니다.

식인기관을 잃은 하쟈스는 전혀 행동을 할 수 없으므로, 중요한 전투 데이터와 내장병기에 관해서는 종이 위로 분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단, 폐하의 기계신의 힘이 있다면”…… 

학습 모듈의 커넥터를 통해서 데이터를 시뮬레이터에 인풋하고, 테스트를 할 수 있을 거에요.


스로카이

테크노아이즈의 주인이여. 그대는 짐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구나.



스로카이가 가볍게 한손을 들어 역장 속의 부품을 가리키자,

거대한 힘에 잡아당겨진 듯이 부품이 튀어나왔고, 조립되고, 실내의 다른 부품과 결합했고,

마지막에는 완전한 한 대의 기체로서 공방의 중앙에 우뚝 섰다.



신시아

…….


스로카이

교단의 풍격에 맞도록 조금 디자인에 손을 댔지만, 대부분은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교황의 사명이라면…….)

이제부터 이 기체의 이름을 「네로」로 하겠다. 성능을 테스트할 거면 철저하게 조사하거라.


신시아

과연…… 폐하이십니다.



테크노아이즈의 주인은 진심 어린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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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병기 하쟈스

(교단에서 개조된 후의 명칭 「네로」)


12거신전쟁 때는 이상한 병기가 별의 수만큼 개발되었다.

하쟈스도 그 중 1대다.

이 무서운 몬스터는 탑승한 파일럿을 통째로 삼키는 무서운 악벽이 있다고 한다.


파일럿이 이 기체의 무서운 힘을 행사했을 때는 그 자신에게도 은밀히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하쟈스의 출력이 높아짐에 따라서, 콕피트 내부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파일럿을 천천히 체내의 코어로 끌고 들어간다.


파일럿이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기체의 코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아서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었고, 

또한 파일럿들의 비참한 운명을 굳이 상상하는 자도 없다.


「파일럿 이터」.

이것이 이 기체의 별명이며, 이 기체의 무서운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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