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허억…… 허억…….



남자는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의 위기는 벗어난 것 같았다.

지하의 어두운 환경에 눈이 익숙해진 건지, 남자는 이젠 발광하지 않는 콘솔을 흘낏 봤다. 

――하지만 그 행위에 남자의 기분은 계곡 바닥까지 추락했다.


탄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애타는 심정을 섞어서 콘솔을 후려갈기려 했지만, 

귀중한 기기가 망가지는 것을 우려한 건지 그러는 척만으로 그쳤다.


알렉산더 리키. 불사조라 불렸던 그는 옛날엔 조금 유명한 용병단의 단장이었다.

바바랄의 영주들에 의한 혼전 속에서, 그는 크고 작은 16개의 전쟁을 경험했고, 도합 7명의 영주를 섬겼다.

반드시 매번 고용주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끈질김과 행운으로, 팀은 어떤 곤경에서도 몇 번이고 위기를 뛰어넘었었다.


리키는 기술과 경험만 있으면, 뛰어넘지 못할 벽은 없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의 허용치를 완전히 넘고 있었다.


그는 아는 대로 수많은 신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힘을 담아서 기도를 바쳤다.

신들이 이 절망의 늪에서 자신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기를.



리키

응?



그의 기도가 닿았는지는 불명이지만, 

먼 통로의 막다른 곳에서 어떠한 빛이 흔들리는 것을 눈치챘다. 

리키는 신중하게 벽에 붙어서, 통로 저편에 있는 광원을 관찰했다.


이윽고 어두운 통로가 대출력의 서치라이트로 대낯처럼 밝게 비추어졌다. 

그리고 피처럼 붉은 기체가 그 속에서 나타났고, 그의 앞을 달려서 지나쳤다.



리키

이건…… 순찰인가?



피처럼 붉은 기체들은 이 암흑 속에서 자신을 덮쳤던 무언가와는 달리, 

긴 종대를 짜고 질서정연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출력의 서치라이트에 비추어져, 리키를 덮쳤던 「야수」들이 마침내 그 정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파괴된 기계로 구성된 「사체」의 무리였다.

그것들은 썩어 문드러졌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최저한의 형태만을 유지하면서 통로의 암흑 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핏빛의 기체들은 아무 주저도 없이 기계적으로 그 사체들을 쓰러뜨렸고, 분해했고, 파편의 산으로 바꾸어갔다.

그것들이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리키

…….



핏빛의 부대는 신속히 임무를 완료시키고서, 정연하게 다음 포인트로 향했다. 

어두운 통로에 정숙이 돌아오자, 모퉁이의 벽에 붙어서 숨어있던 리키는 

BM을 조종해서 남겨진 기계 잔해에 다가가서 속을 뒤졌다.


그는 행운아였다. 잔해 대부분은 쓸모없었지만, 

리키는 자신의 지식에 의지해서 약간의 파츠와 탄약을 보급하는데 성공했다.


핏빛의 부대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지면에 남겨진 흔적을 더듬어 가기로 했다.

이미 방향을 잃은 그의 입장에서, 이 길이라면 조금이라도 위험을 조우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 붉은 기체들과 자신을 덮친 놈들이 다른 진영인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과 그 사체들을 구분할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의 염려를 증명하는 것처럼, 갑자기 서치라이트의 빛이 리키의 기체에 쏟아졌다.


!!!


상대는 아무 주저도 없이, 즉시 모든 무기를 리키의 기체에 겨누었다.


「쾅!」


갑자기 어딘가에서 1발의 포탄이 붉은 기체에 명중했고, 붉은 기체는 무심코 비틀거렸다.





남자 A

안 늦었구나…….


리키

버……버니?


남자 B

여긴 마치 지옥 같아……. 다들 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었어.



만신창이의 기체 1대가 리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 기체는 심하게 손상되었고, 탄흔투성이였는데도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리키

콜린?? 너…… 너희들…….


남자 C

이 자식은 정찰병이야. 대부대가 오기 전에 없애버리자!


리키

루시! 넌…….


남자 C

고작해야 정면장갑이 파괴되었을 뿐이야! 

네가 소리 지르면서 날 쏜 빚은 전부 끝나고 나서 받아낼 거다!

빨리! 준비해!


리키

그래! 가자!





(동료들과 함께 정찰부대를 제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