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느새 지나간것인지, 하늘은 검었다.


 항상 제출한 보고서가 영 그렇다며 갈구는 부장.


 자기들끼리 모여 날 잡아먹으려고 드는 후임들.


계속해서 올라가기만 하는 세금.


 모든것이 고통이요, 내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다. 언젠가는 해소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출출한 배가 신경쓰였다. 저 밖 달빛이 외로이 보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편의점을 들어갈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국밥집이 보였다.


 도깨비불에 홀린듯 다가가니, 역시 국밥의 향기가 눅진하게 울려퍼졌다.


 들어가 앉아 멍을 때리니 종업원이 왔다.


 매마른 입을 가져다 준 물로 적시고, 내 속을 적시기 위해 설렁탕을 시켰다.


 회사를 이직할까, 조금 근무횐경이 좋은 곳으로 갈까, 생각하던 중에.


 반찬이 차려지고, 국밥이 나왔다.


 한 접시에 담긴 소 수육 약간, 소 부산물 약간. 깍두기와 고추. 김치와 양파 장아찌. 그리고 쌈장과 초장. 마지막으로 곰탕이였다.


지극히 평범한 구성이였다.


 젓가락을 들어 소 수육을 집고 초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기름진 소의 맛이 흘러나왔다.


숟가락을 들어 설렁탕의 국물을 맛보니, 설렁탕 특유의 맹맹함과 고소함과 기름짐이 같이 들어왔다.


 그 느낌이 내 깊은 곳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몸이 따뜻해졌다.


 나는 이런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위로받는것이다.


 내가 겨우 국밥에게 위로받을만큼 초라해졌나 헛웃음이 나오지만. 반대로 국밥이 나를 위로해줄만큼 벼랑에 몰려있다는 소리이다.


 조용히 국밥을 먹고 나오니 밤 하늘이 아름답게 보였다.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국밥에게 위로받은것이다.


 아니, 이것은 확실히 위로받은것이다.


 다시 차에 시동을 건다.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