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잔데 여자 목소리가 남
그래서 전화를 하다가 보면 5명 중 2명 꼴로 오해를 하곤 해
처음엔 '참 재밌는 세상이네' 싶었지
기왕 이렇게 태어난 거 목소리를 가지고 놀아보자 싶었지
그렇게 성우톤 연기도 해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낚시도 해보면서
이리저리 목소리를 훈련시켜 봤지
나쁘지 않았어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그 여리여리한 목소리가 꼭 장점인 것은 아니더라
중후하고 묵직한 남자 목소리가 괜히 신뢰를 중요시 여기는 기업의 광고 나래이터로 쓰이는게 아니더라
그 때부터 하이톤의 내 목소리를 싫어하곤 했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더 성인'이 되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성대는 인체 기관 중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늙는다더라
즉슨 목소리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
여자로 오해받는 목소리도 앞으로 쭉 가져가야 할 내 목소리란걸 깨닫고
그 때부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
내가 갖고 태어난 배경을 탓하지 않게 된 것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애
그런 자세를 갖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결과적으론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