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는 아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소련 전투기에게 침을 발려져 버린 나의 기체였다.
설상가상 악에 받혀 어떻게든 점수 조금 더 벌고자 쫓아오는 소련군 전투기는 덤이었다.


그에게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꼬리를 잡힌 채 실랑이를 벌이기를 몇 분, 점점 좁혀오는 소련 전투기의 화망을 피하기 위해선 승부수가 필요했다.
고도를 내리며 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킬 만한 곳을 찾던 큰 대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련군 전투기조차 내가 건물 사이로 저공비행을 시작하자 이내 추락하리라 여겼는지 고도를 높여 사라져 갔다.


땅에 가까워지자 기어를 내리고 엔진을 꺼버린 이후 하늘의 뜻에 맡기며 최대한 조종간을 곧게 유지하고자 했다.
플랩은 쓸 수 없었다. 하나가 이미 떨어져 나간 후였기에 펼쳤다간 중심을 잃어버리고 말리라.
끼긱, 끽- 덜커덩 소리를 내며 기체가 요란하게 요동쳤다.

실패했나 생각하던 찰나, 비행기는 성공적으로 대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대로는 끝나가고 있었고 커다란 기둥이 점차 그 모습을 키우며 다가오고 있었다.
부딪히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전에 전투가 끝날까. 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다.
150, 140, 110...90...60...
다행히 기체는 기둥에 부딪히기 전에 제동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살았다.
그제서야 기둥의 위에 조각되어 있는 한 석상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석상은 바로,
승리의 여신상이었다.

SI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