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Eiji: Wolf of ninth avenue
Chap.1-5



디지털 월드에서 디지몬을 입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한 가지는, 툴을 구사하여 디지몬을 포획하는 것.
또 한 가지는 디지몬의 알―― 디지타마를 채취하는 것이다.
알이라고는 해도 새나 물고기의 알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현재의 정설로는 디지몬에게는 성별이 없다. 암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디지몬이 탄생하는가 하면, 이것도 정설로는 디지타마에서 태어난다.
디지몬은 죽으면 그 영혼이라고 할 법한 데이터를 남긴다.
그렇게 하여 디지털 월드의 어딘가에, 또, 새로운 디지타마로서 부활한다고 한다.
마치 윤회전생을 떠올리게 하나, 디지몬의 생태는 모르는 것투성이다.


인류는 아직도 디지털 월드의 아주 일부밖에 몰랐다.



밝지 않는 밤은 있다.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박모(薄暮. 저녁노을), 황혼의 하늘. 아니 하늘처럼 보이는 것은 네트워크의 바다, 구름처럼 보이는 것은 웹의 파도, 별똥별은 정보의 스트림…… 이곳은 하늘에 있는 물 밑바닥. 일렁이는 옅은 빛은, 아득한 해면 위에 있는 리얼월드에서 오고 있다.
네트워크의 세계는 맑고도 아름답게.
하지만 누군가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예외 없이, 어딘가 망가져서 정체되어 있었다.


녹슨 철 비가 퍼붓고, 바람은 피 냄새가 난다.


화학물질의 자극적인 냄새가 감도는 오수가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오고 있다.
시궁창…… 이라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
광독(鉱毒)이 흐르는 봉쇄도시도 이렇게나―― 군데군데 기묘한 형광색으로 반짝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 데이터가 한데 모인 흐름이, 강둑을 깎아내면서 울타리가 부러진 강 입구에서 밖으로 토해내져 간다.


디지털 월드에〝흐름〟이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시간의 흐름. 물질의 흐름, 날씨 등의 자연현상이 있는 것은. 명백하게 사회생활이 만들어낸, 이런 쓰레기의 산이 있는 것은.
일설에서는 인간사회를 비롯한 리얼월드와의 네트워크를 경유한 접촉이 디지털 월드에, 이만큼의 데이터 다양성과 순환을 가져왔다고 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한때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이, 현지의 제국을 멸망시킬 정도의 병원균을 가져왔듯이.
성간 운행이 가능해진 SF세계에서, 우주선에 붙어있던 미지의 세균이 무시무시한 크라이시스를 일으키는 패닉 무비의 줄거리처럼.
인류와 디지털 월드의 접촉은 이 이세계와 그곳에서 사는 생물을, 그때까지, 그 후로도 일변시켜버렸다는 말이 된다.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그것은 알 수 없다.


선악에〝굴레〟를 채우는 것은 경찰이 할 일이 아니니까.


에리어에는, 보이지만 않을 뿐, 몇 개의 의도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헤드업 가상 모니터에 와이어 프레임 모식도가 떠오른다.


――〝철창해안(鉄錆海岸. 라스트 코스트)〟


누가 부른 것인지, 그런 이름이 붙여진 붉은 사철의 해안이다. 이곳에는 쓰레기 데이터의 흐름에 모인 디지타마가 자주 표착한다.
그것을 노린 밀어꾼도.
「부반장님! 수상한 디지몬 반응 확인」
경찰 무선 보이스 채팅이 들어온다.
가상 모니터의 강 입구 에리어 맵에 빨간 점이 흩어져 있었다. 미확인 디지몬이다.
「여기는 타마히메, 계속 색적할 것」
강 표면에서 잠망경처럼 튀어나온 그녀의 디지몬의〝눈〟을 빌린다.
「상세 색적합니다…… 에스피몬, 성장기, 사이보그형, 바이러스종」
「확인했다. 양철 장난감인가」
뭐라고도 설명하기 힘든, 보고서로 작성하기 힘든 모습을 한 디지몬이다.
척 봤을 때는 레트로한 쇼와 코미디 계열 로봇 방송에 나오는 장난감……? 뒤집어 놓은 눈사람 같은 가분수 몸통에, 매니퓰레이터로 된 팔 부분, 다리 부분에는 로켓 분사구의 노즐뿐이다.
「총 4체입니다」
「크래커가 안 붙어 있군……! 4체 모두 Bot냐 이 자식들」
쯧 하고 혀를 찼다.
Bot(봇)이란 경찰 속어로, 툴로 인한 자동 조종 상태의 디지몬을 가리킨다.
「요즘 들어 크래커 사이에서 유행하는 디지몬입니다」
「사이보그형은 툴과 상성이 좋으니까 말야. 초심자 체포 들어가신다」
디지털 월드에 디지몬을 풀어놓고 방치, AI 툴에 맡겨놓고 일정 범위를 탐색해서, 노리던 데이터를 포획 채취한다. 자주 있는 크래커의 수법이다.
이것이 리얼에서의 서버라면 노리는 것은 기업 비밀이나 개인정보 등이 되겠지만…… 이런 디지털 월드의 해안에서 크래커의 벌이가 될 법한 것이라고 한다면.


――디지타마, 몇 개나 주웠어?
――아직, 한 개.


도청.
크래커 무리의 GriMM에서의 보이스 채팅 회화를 주워올린다. 목소리가 어리다. 보이스 체인저를 사용한 흔적 없음.
「보이스채팅 다 흘리고, 전부 바로 누설…… 초보자냐?」
디지몬은 bot이지만 조작하는 크래커들도 온라인으로 이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넷 게임 감각인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부반장」
부하들은 크래커와 마찬가지로 디지몬을 독과 툴로 조작하고 있다.
이 라스트 코스트와 디지털 월드의 경치도, 가상 모니터의 모식도나 수치로는 관측하고 있으나, 직접 보고 있지도 않고 냄새도 맡고 있지 않다.

알고는 있지만,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라는 건, 어딘가의 유명한 학자의 말이었던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장소에서는 그녀, 부반장 타마히메 사츠키 뿐이다.


툴로 후각의 99%를 차단.
사츠키의 디지몬은 이 라스트 코스트 같은 열악한 환경을 오히려 무척 좋아한다만…….
「경찰은 범죄자를 취향 따라서 고를 수는 없으니…… 전원 체포」
10 이상의 녹색 점이, 갑자기 가상 모니터의 모식도에 출현했다.
크래커의 에스피몬들은 진작에 사츠키 휘하의 경찰에게 포위되어 있었던 것이다.
「놈들의 보이스 채팅에 강제 개입. 동시에, 코만드라몬 분대는 2방향에서 타켓을 제압」
「라져」
에스피몬은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다.
크래커들에게는 애당초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디지몬이 있는 이 장소조차 모르고 있을 터이다.
그들 크래커에게 보이고 있는 것은 손에 든 디지몬 독의 조악한 액정 화면뿐이다. 그래서 경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녀―― 사츠키에게는 보인다.
있는 그대로. 오감으로.


그녀는 〝굴레〟를 초월한 자니까.


「잘・도! 나타났겠다 밀어 크래커 놈들!」
보이스 채팅에 강제 개입, 경고.
울려 퍼지는 미성을 듣고 에스피몬들이 드디어 이쪽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 때에는 슬그머니 포복 전진하고 있던 사츠키 부하의 디지몬들이 일어서, 밀어꾼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코만드라몬 성장기 사이보그형 바이러스종


경찰 제식 장비 디지몬이다.
외견은 용인, 리저드맨이라고 할 법한 모습「POLICE」라고 써진 헬멧과 보디아머를 장비하고 어설트 라이플을 쥐고 있다.
코만드라몬은 표면에 특수한 텍스처 가공이 되어 있어 주위 환경에 따라 전자전 미채를 입는 것이 가능했다. 이것으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디지타마를 발견!」
코만드라몬이 밀렵된 디지타마를 확보한다.
도구와, 물건은 진압했다.
남은 건 리얼의 크래커 본인을 검거하면 3점 세트다. 라는 건 아니다.


――경찰?!
――디지대냐고! 재수도 없네!


드디어 사태를 파악한 크래커들이었지만, 보이스 채팅에서 허둥대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사츠키는 현재 시각, 체보 용의를 고했다.
「――현행범 체포, 순순히 오라를 받아! 말해두겠지만 회선 꼬아서 도망쳐 봤자 헛수고니까…… 벌써 파악했어! 경찰 깔보지 마, 너희들 이름이랑 학교도 특정했으니까!」
지긋지긋하게도 크래커들은 고등학생인 것 같다. 체포가 아니라 보도(補導)일지도 모른다.
나쁜 선배들에게 꼬드겨져 크래커 놀이로 용돈벌이.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체포라니…… 무슨 용의야! 우리가 뭘 했다고……」
「부정 접속 방지법 및 네트워크 기본법, 디지털 파괴활동 방지법 위반! 쉽게 말하면 디지타마 밀어죄다 이 자식아!」
사츠키는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여긴…… 디지털 월드라고!」
「어느 나라도 아냐! 왜 일본 경찰이 참견하는 거야!」
과연 크래커 꼬마들은, 약간 지혜가 있어서 포기가 느리다.
사츠키는 스읍 하고 숨을 들이키고, 내뱉고, 목소리에 가시를 세웠다.
「네트워크의 자유, 디지털 월드의 자유란 거냐……?」
「?!」
「크래커 팀의 이념 말이지……? 참 잘나신 주장이다마는…… 알겠냐, 잠꼬대는 SNS에서나 해! 어금니 잡아 뽑아서 덜덜 떨게 해줄까, 썩어빠진 크래커놈들아!」


촤아아아아아아악!


수면에서 눈알만 내놓고 잠복해 있던 사츠키의 디지몬이, 잠수함처럼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메에~~~~~~~~!


경광등의 빨간 불빛이 회전한다.
그 디지몬의 모습, 역겨운 신음소리, 질척한 대박력에 크래커의 에스피몬들은 떨었다.
사츠키의 디지몬은, 자그마치――
「귓구멍 파고 잘 들어! 리얼의 너희들이 일본국민이고! 위법행위에 손을 담고 있는 한! 일본경찰의 신세를 져서 보호자를 부르게 된다고, 귀찮구만 이 자식들…… 어이, 거기 움직이지 마!」


――〝다이배니쉬〟!


갑자기 에스피몬이 사라졌다.
차례차례로, 코만드라몬이 총구 끝의 타겟을 놓친다.
소실 매직이다. 에스피몬이 배꼽 위치에 있는 버튼을 누른 순간, 라스트 코스트의 배경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광학미채?! 건방지게!」
투명 망토다.
일제사격. 코만드라몬들이 어설트 라이플을 쏴갈긴다.
분대 전력 화력.
코만드라몬에게 질세라 미채를 감싼 에스피몬은, 하지만, 보기 좋게 경찰의 포위를 빠져나갔다. 이것은 크래커의 조작은 관계없는, 디지몬 AI의 자기 방위 기능이다.
「〝메카노몬〟!」
사츠키가 지시하자 동시에 등 뒤에서 2체의 디지몬이 더 미채를 풀고 출현한다.


――메카노몬 머신형 성숙기 바이러스종


에스피몬이나 코만드라몬보다 대형 디지몬이다. 스케일감으로 말하자면 높이 3, 4미터 정도. 보디 컬러는 흰색 베이스. 그 외견은 로봇, 팔 부분이 긴 사람 형태 파워드 슈츠 그 자체다.
디지몬은 서류상 경찰 비품 취급이지만, 메카노몬은 특과(特科)차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조종을 맡은 전임 코만드라몬이 탑승해 있다.


윙 위이잉…………


외눈 모노아이가, 번뜩 하고 주변을 살핀다.
메카노몬은 강력한 탐지기, 각종 센서 등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는 것으로, 현장 지휘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치잉――


메카노몬의 몸통에 박힌 리니어 렌즈에서 광학병기가 발사되었다.


――〝트윙클 빔〟!


파직파직 하고 불꽃을 흩뿌리며 광학미채가 풀리며, 에스피몬은 번쩍번쩍 춤추듯이, 사철을 말아올리며 해안에 쓰러졌다.
가상 모니터에 남은 3개의 빨간 점은 사라지듯 점멸하며 뿔뿔이.
「놓치지 마! 쏴!」
「다음 탄 차지 중…… 전부 다 포착할 수는 없습니다!」
사츠키와 메카노몬에 탄 부하가 교신한다, 그 때,


――〝쁘띠 임펄스〟!


뇌명과 함께, 라스트 코스트에 번개의 묶음이 내리꽂혔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사츠키의 판단이 늦어진다.
「…………?! 에스피몬이!」
경찰 무선이 어지러이 오간다.
숯검정이 된 에스피몬들이 차례차례로 낙하해 대파됐다.
번개 창이 남은 3체의 에스피몬을 동시에, 정확하게 꿰뚫은 것이다.
누구냐……?!
사츠키는 헤드업 가상 모니터에 출현한 새로운 마커를 찾았다.


그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었다.


기능 정지한 에스피몬의 위에.
그 모습은, 마치 전설의 뇌수(雷獣)인가.
「저건 〝펄스몬〟……?!」



――펄스몬 성장기 수인형 백신종


〝전광석화〟――그 이명대로 지그재그로 고속 이동하는 디지몬의 모습은, 눈으로 포착하는 것조차 힘들다.
새로운 크래커인가. 코만드라몬 분대가 총구를 돌렸다.
「펄스몬을 쓰는 녀석은, 내가……」
사츠키는 그 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경찰이 알고 있는 한 한명뿐이다. 그 녀석은…… 해커!」
「부반장님! 지시를!」
「해커〝저지〟인가!」



힐끔 사츠키의 디지몬을 흘겨본 펄스몬은、
「마무리가 허술하네, 디지대 부반장 씨」
미소와 손가락 키스를 던지고, 홀연히 네트워크의 바다로 번개처럼 뛰어 사라졌다.
「저……! 볏 끝까지 화났다~~~~!」
「부반장님!」
코만드라몬 분대가 지시를 재촉한다.
사츠키는 업신여겨진 분노로 내심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현장 지휘관으로서 어떻게든 평정을 되찾았다.
「에스피몬을 제압…… 밀렵된 디지타마를 확보. 리얼에 관한 건 앞으론 관할부서에 맡겨」
「저 펄스몬은……」
「웃기지도 않는 해커 자식은 냅둬. 어차피 따라잡을 수도 없어. 놈도……」
사츠키는 부루퉁해졌다.
펄스몬…… 저것과 링크한 해커도 사츠키와 〝동류〟다.


――〝굴레〟를 초월한 자.


「라져, 부반장님」
「미안, K라인―― 경고 기준치를 넘을 것 같아. 타임 리미트…… 어기면 반장이 시끄럽게 굴고, 페널티로 감봉당하고」
「네, 먼저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디지타마 말입니다만……」
부하가 빠른 말로 보고했다.
「?」
사츠키는 드디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나빠졌다.
방금 전까지 해안에 굴러다니고 있었을 터인 디지타마가, 없어져 있었던 것이다.
잽싸게 집어간 것은, 물론…….


그야말로〝전광석화〟――


「펄스몬…… 해커 저지! 증거품 내놔, 이 자식아~~~~!」












볏 끝까지 화났다 : '머리 끝까지 화났다(頭に来る)'를 강조해서 머리보다 위에 있는 새의 볏 끝까지 화났다는 표현. 오래된 영화 시리즈 'お姐ちゃんシリーズ' 에서 등장한 후로 유행어가 됐다고 한다.



출처) https://gall.dcinside.com/m/vitalbracelet/17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