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메티스는 보육원에 선물을 나눠주러 가는 레다를 따라간다. 루돌프에게 엉겁결에 루돌프 복장을 건네받은 메티스는 본의 아니게 귀여운 뿔과 빨간색 코를 달고 레다와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빨간 코를 보며 호들갑을 떠는 아이들을 보며 성가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본 메티스는 진심을 다해 선물읗 나누어준다. 보육원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둘의 활약으로 따뜻해졌고 레다와 메티스의 마음 속도 따뜻해졌다.

"레다가 선물 나눠 주는 거 구경해 봐도 돼?"
"코는 건드리지 말아줄래?"
"우리... 내년에도 같이 또 오자."









12월 24일.

인간계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라 불리는 날.

수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과 계약하기 위해 악마와 서큐버스는 진작에 나가고 집에는 선물보따리를 점검하는 레다와 그걸 재밌게 바라보는 메티스가 있었다.

"레다. 그 선물은 누구 주는 거야?"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줄 것이니라."

평소에는 자기만 알고 항상 독선적인 공주님처럼 구는 레다지만 선물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그녀의 입에 걸린 미소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내 건 없어?"

"별 웃기는 소릴 다 하는구나. 너도 나한테 안 주지 않았느냐?"

"음... 레다. 나 선물 대신 레다가 선물 나눠주는 거 구경해 봐도 돼?"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도 구경하고싶다면 내 일을 좀 돕거라."

"이거? 알았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레다, 산타복장 정말 잘 어울린다."

"후훗. 이게 바로 공주님의 품격이지."

'그런 말만 안 해도 더 좋을 텐데.'

영차 하며 선물보따리를 어깨에 걸쳐맨 레다는 앞장서 집을 나섰다.

"근데 루돌프는 어디 있어?"

"보육원 근처에 대기한다고 했느니라."

"설마 평소의 그 옷 입고 가지는 않겠지...?"

"안 그래도 루돌프 복장을 준비했지."

"신경을 많이 썼나보네. 작년에 그렇게 좋았어?"

메티스의 질문에 작년의 일을 회상하던 레다는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이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따뜻해지더구나."

"그런 부끄러운 말 잘도 하네."

"네, 네가 물어보지 않았느냐!"

레다의 빨개진 뺨을 바라보던 메티스는 길 건너에 있는 루돌프를 발견했다.

"저기 루돌프다. 손에 들고 있는 건 루돌프 복장인가봐."

"그런데 왜 들고 있느냐. 입고 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보육원 가서 갈아입으려나보지."

신호등을 건너 루돌프에게 가자, 환한 미소로 그가 둘을 반겨주었다.

"레다 누님, 일찍 오셨네. 메티스 너는?"

"선물 나눠주는 거 구경하러 왔어."

"마침 잘 됐네. 사실 내가 오늘 급한 볼 일이 생겨서. 잘 부탁한다 메티스!"

"자, 잠깐만!"

루돌프가 던지듯이 주고 간 루돌프 복장을 손에 든 메티스는 얼빠진 얼굴로 레다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이거 입으라곤 하지 마."

"하, 한 번만 입어주거라."

"나 집에 갈 테니까 선물 잘 나눠줘."

정말로 등을 돌려 가버리려는 메티스의 팔목을 잡은 레다는 선물보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없으면 아이들한테 선물은 누가 나눠누겠느냐?"

"레다가 나눠줘."

"아이들은 산타랑 루돌프를 세트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자, 고집 피우지 말고 어서."

"싫어~"

"네가 그렇게 가버리면 보육원 아이들이 모두 실망할 것이니라."

"실..."

망하라지. 라고 말하려던 메티스는 레다가 보여주던 미소를 떠올렸다. 이 자의식과잉인 공주님이 그런 미소를 띄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메티스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도와주는 거야."



"이, 이게 뭐야!"

보육원의 빈 방에서 배 부분만이 하얀 갈색 루돌프 옷을 입은 메티스는 거울을 보며 소리쳤다.

"잘 어울리는데 뭘 그러느냐. 자, 이것도 받거라."

레다에게서 루돌프 뿔이 달린 머리띠와 루돌프 코를 받아들은 메티스는 분노에 치를 떨다가 이내 화내기를 포기하고선 머리띠를 쓰고 코에 빨갛게 빛나는 루돌프코를 붙였다.

"으으... 빨리 하고 가자. 너무 부끄러워."

레다는 루돌프 복장을 한 메티스를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선물보따리를 들었다.



"와아~~ 산타할아버지다~~"

"할아버지라니! 이 몸은 공주님이니라. 레다 공주님!"

"산타할아버지~"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던 레다는 메티스의 코를 가리켰다.

"저, 저건 루돌프이니라. 잘 봐. 코가 빨갛지?"

"어? 진짜다!"
"루돌프야, 집은 어디야?"
"뿔 만져봐도 돼?"

순식간에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이 귀찮았던 메티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다.

'이런 능력이 있는 걸 알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지.'

"......"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읽은 메티스는 오히려 전보다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나 진짜 루돌프야."
"집은 주인.. 아니, 북극에 있어."
"코는 건드리지 말아줄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선물을 나눠준 레다와 메티스는 빈 선물보따리를 가지고 보육원에서 나왔다.


올때마다 훨씬 가벼워진 보따리를 옆구리에 낀 레다를 곁눈질하던 메티스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레다. 저 아이들..."

"그래.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지."

레다는 기다렸다는듯이 말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좋은 날 아니겠느냐? 이 날만큼은 저 아이들도 행복해야지."

"...걔들, 우리 덕에 행복했을까?"

"부끄러운 질문을 잘도 하는구나."

"나, 남이사!"

레다와 티격태격 하며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메티스의 입가에는 아까 레다가 보여주던 미소가 걸려있었다.





루돌프 메티스의 상상도는 여러분에게 맡기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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