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헤겔관념론에 입각한 마르크스주의가 68운동 이후 상당히 약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다시 급부상한 지젝의 헤겔 읽기는 헤겔 관념론 하에서의 보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부정을 주장하는 해체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며, 오히려 그 보편주의라는 것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기에" 완벽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침.


 단편적으로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철학적 기초 중 하나인 인간철학에 대해서 지젝 본인이 주창한 "실재는 이성이며 이성은 곧 실재이다"라는 명제가, 사실 헤겔의 "실체 그 자체가 주체다"라는 명제와 큰 연관성이 있고 또한 그것이 '불완전'하나 그렇기에 미래로의 개방성이라는 성질과 발전가능성을 내재한다고 주장함.


 이러한 면에서 인간의 발전가능성과 미래를 높게 평가하는 지젝의 철학이 옛 것이라고 치부되던 헤겔의 철학을 '틈'이라는 개념에 주목하면서 그 문제를 '라캉적' 그리고 '사변적'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그 보편주의에 대한 비난을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었던 것임. 


 결국 "보편주의"라는 것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헤겔을 라캉적으로 읽는 방법이라는 것이 교조주의적인 수렁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임. 그러한 면에서 지젝의 철학관은 흥미로우면서도 새롭고, 또한 '유용함'.


개인적으로는 초기 저작 중 하나인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 칸트, 헤겔, 그리고 이데올로기 비판'을 추천함, 정말 재밌게 읽은 철학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