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I. 레닌은 『유물론과 경험 비판론』에서—당시 러시아에서 유행하던— 경험 비판론 부류를 비판하였는데, 경험 비판론은 논리적 판단을 통한 인식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경험만을 객관적 사실로서 판단하는 사조입니다. 따라서 넓게 본다면 실용주의와 논리 실증주의 모두 경험 비판론의 형식 안에 속하는 것이니, 경험 비판론의 근간에 대한 비판은 이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경험 비판론은 현상과 행동의 실재적 경험만을 가치 판단의 근거로서 승인한다는 점에서 얼핏 유물론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물질의 연관과 매개성을 부정하고 감각을 매개로서 그것의 결과, 현상만을 받아먹는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주관주의—레닌의 표현으로 유아론—이며, 유물론에 대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 비판론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재론자들이 일컫는 '물자체'라는 것은 경험의 외부에서 인식될 수 없고, 규정될 수 없는 공허하며 추상적인 물질의 존재임으로, 이것은 객관적 실재로서 증명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물질은 사실 물자체로서 실재하는게 아닙니다. 이러한 실재론자들의 시도가 실패함으로서 사물은 단지 정신의 내부에서, 관념의 집합체로서 실재합니다. 따라서 세계의 본질은 의식적 표상이며, 이외의 것은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반대로 객관적 실재론의 위치에 있는 유물론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 정신은 객관적 실재인 외부 물질의 반영으로, 상대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물질 관계들이 정신에 대립함으로서 개별적인 사실이 파악됩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사물에서 감각의 순서대로 파악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경험 비판론의 문제는 경험이 항상 외적 물질에 대한 반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감각이—객관과 주관의 대립으로서— 대자적인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독자적인 것이라면, 감각은 감각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만을 유일한 존재로서 승인하는 경험 비판론은 역설적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거짓이라면 반대로 어떻게 우리가 아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없다면 지식의 발견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객관적 사실로서 승인하는 것은 인식의 성립과 발전에 있어 필연적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인식을 우선 물질의 전제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식이 뇌와 신경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뇌와 신경계가 의식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 유물론의 입장입니다.
이때, 유물론에선 인식할 수 없는 객관적 실제가—물자체가— 전제된다면 우리는 어떻게하여 이것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가? 가령, 개별적 존재인 인간은 어떻게하여 통일된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인간은 개별적인 인식을 가지기 때문에 인간에게 파악된 진리는 모두 상대적 진리지, 절대적 진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이론 의식의 편협한 한계입니다. 여기서 유물론은 한계를 극복하고 상대적 진리를 절대적 진리로 전환시키기 위해 '실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유물론은 학자에게 개별 사물과 역사에 대한 추상화를 중단하고 방구석에서 벗어나길 요구하는 것입니다.
학자가 도달해야할 최초의 장소는 우선 공터입니다. 자연에 대한 창조적 개변, 다시 말해 노동을 통함으로서 인간은 자연에 대해 목적성을 가지고, 자연적 물질을 사회적 물질로 변화시킵니다. 이를 통하여 비로소 자연은 이론적인 것으로서 의식화될 수 있습니다.
학자가 도달해야할 두번째 장소는 싸움터입니다. 여기서 인간은 인간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치적으로 투쟁하고, 상대의 의식을 자신의 것으로 강요하게 됩니다. 대결하게 된 상대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인간은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해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인간은 비로소 진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진리는 우리가 멋대로 형성한 것이 아니라, 수천년의 철학과 과학이 쌓여옴으로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 역사는 그 자체로 통일된 진리입니다.
따라서 실재에 대한 파악은 인간의 의식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변증법적 지양을 거침으로서 가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우선적으로 물질에 대한 투쟁을 실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레닌이 말하는 물자체에 대한 '성숙한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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