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최고 인기팀 중 하나이자 역대 최다 우승을 이루어낸 해태/기아 타이거즈. 그 수많은 우승 횟수 못지않게 원년부터 이어진 특유의 빨간 유니폼으로도 유명한 팀이다. 그리고 그 빨간 유니폼은 영국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해태가 빨간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해태 타이거즈 초대 감독이자 타고난 술꾼인 김동엽의 영향이 지대했다. 팀 창단을 앞두고 디자인 된 유니폼을 확인한 김동엽은 원정 유니폼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렇게 투덜대던 와중 김동엽은 마침 평소에 즐겨 마시던 한 술병을 쳐다보게 된다.



당시 해태에서 생산하던 런던드라이진. 컨셉답게 병에 영국을 대표하는 근위병과 국회의사당을 그려넣은 라벨을 부착하고 있었다. 근위병 특유의 검빨 유니폼을 본 김동엽은 바로 원정 유니폼에 해당 색상을 넣을 것을 요구했고, 그렇게 해태 특유의 검빨 유니폼이 탄생했다. 이후 이 검빨 유니폼은 막강한 해태를 상대하는 상대팀에게도 공포, 햇빛을 매우 잘 흡수하는 특유의 검은색 때문에 그걸 입고 뛰는 해태 선수도 공포였던 유니폼으로 군림한다.

허나 이 검빨 유니폼을 탄생시킨 김동엽은 겨우 13게임만에 총감독이라는 허울뿐인 직책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사실상 해임을 당한다. 이번에도 원인은 술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조창수, 유남호 코치를 술을 마신채로 구타하거나 술집 여자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것이었다. 아직 정보가 빨리 퍼지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김동엽은 MBC 청룡의 감독으로 부임받을 수 있었지만,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를 적으로 만나 1무4패로 해태에게 탈탈 털리면서 다시 해임되는 등 업보를 제대로 청산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태에서 술로 역사를 쓰고, 흑역사도 쓴 김동엽은 해태에서 완전히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니폼은 해태의 모든 순간을 지켜보았고, 후신 기아에서도 빨간 유니폼만은 그대로 남아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