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50파운드 화폐의 디자인. 후면엔 앨런 튜링과 초기 컴퓨터의 모습이 있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유로를 쓸 때 꿋꿋이 자국 화폐를 고집하는 나라 중 하나인 영국. 다들 알다시피 통화 파운드의 기호는 £이고, 무게 파운드는 lb로 표기한다.

파운드의 기호는 이름 때문에 소문자 f에서 따온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L을 장식한 기호이다. 허나 파운드의 스펠링은 Pound. £이나 lb와는 전혀 겹치는 스펠링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대체 왜 £이나 lb가 파운드를 상징하는 기호가 된 것일까.


(황도 12궁)


기원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는 무게 단위로 libra pondo를 썼는데, 무게를 잰다는 뜻임. 

이 단어의 앞뒤 단어에서 각각 여러 가지의 명칭이나 단위가 나오게 되었는데 각각 살피면 다음과 같다.


libra

1. 무게를 재는 도구인 천칭으로 뜻이 파생됨. 라틴어 단어로 이름이 붙는 별자리 중 천칭자리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2. 고대 로마의 화폐 단위인 리베루스(Liberus).

3. 2에서 파생된 앙시엥 레짐 당시 프랑스의 화폐 단위인 리브르(Livre).

4. 2에서 파생된 이탈리아의 유로화 이전 화폐 단위이자 터키의 화폐 단위인 리라(Lira, Lirası).

5. 무게 파운드의 기호이자 화폐 파운드의 표기로도 쓰이는 lb. libra의 머리글자인 L에서 유래된 £.


pondo, pondus

1. 무게를 재는 단위 명칭 파운드(Pound).

2. 1에서 파생된 영국의 화폐 단위인 파운드(Pound).


화폐 이름을 파운드로 했던 이유는 옛날에 금화 하나로 1파운드 무게의 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1파운드 무게의 은은 순은이 아니라 92.5%의 순도를 가진 스털링 실버를 뜻하는데, 순은이 원체 내구력이 약한 금속이라 일부러 다른 금속을 섞어서 저런 것임. 따라서 화폐 체계 이름도 파운드 스털링이 된 것.


여담으로 고대 로마의 다른 화폐에서 유래된 화폐 단위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솔리두스와 데나리우스.


솔리두스(Solidus)

1. 앙시엥 레짐 당시 프랑스의 수(Sou).

2. 영국의 실링(Shilling).


데나리우스(Denarius)

1. 앙시엥 레짐 당시 프랑스의 드니에(Denier).

2. 영국의 페니(Penny)의 옛 약칭인 d의 유래. 지금은 p를 쓴다.

3. 북마케도니아의 화폐인 데나르(Denar, денар).

4. 아랍의 화폐 단위인 디나르(Dinar, دينار).

5. 돈을 뜻하는 단어들인 스페인의 디네로(dinero), 이탈리아의 데나로(denaro), 포르투갈의 디녜이루(dinhe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