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지방 출장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창밖의 풍경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고,

 

주변의 나무들은 차를 따라 검은 실루엣으로 그려져 있었다.

 

피로에 지쳐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앞의 어둠 속에서 뭔가 커다란 것이 날아왔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콱!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충격이 유리창을 강타했다.

 

급한 데로 차를 길가에 세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손은 떨렸다. 

 

눈앞의 유리창에는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형체가 분명했다. 

 

거대한 독수리의 시체였다. 

 

충격에 부리와 발톱이 유리창에 박혀 있었고, 날개는 축 늘어져 있었다. 

 

피가 깨진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덕분에 충격에 휘말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독수리의 충혈된 거대한 눈동자가 마치 나를 응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뭘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지?

 

허둥지둥 일단 차에서 내렸다.

 

그 바람에 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며 액정이 나갔다.

 

젠장... 젠장...

 

깊은숨을 내쉬고 우선 유리창에 박힌 독수리를 떼어내려고 다가갔다.

 

독수리가 깨어났다.

 

그대로 떠났으면 좋았을 것을.

 

가엽게도 미처 죽지 못한 것이다.

 

파닥파닥 고통에 신음하듯 온몸을 떨며 그 자리에 박혀있을 뿐인 불쌍한 몸뚱이.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독수리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내 귀를 찌르며 끝없이 울려 퍼져갔다. 

 

그 순간, 

 

어릴 적 보았던 끔찍한 사고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비슷했다.

 

창문.

 

유혈.

 

신음.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간단한 것이다.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깨진 창문 사이로 평소보다 크게 엔진 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쉬지 않고 어두운 밤길을 달렸다.

 

정처 없이 달리다 도착한 곳은 쉽게 엄두를 못 내던 장소.

 

 



여전했다. 







주변은 조용했고


여전히 유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