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 쓰고 싶어서 시간 투자 좀 해 보기로 함
(만화 홍보하는거 아님. 좋아하는 만화지만 절대 아님.)
보통 해부학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뼈와 근육, 그리고 각종 내부 장기를 떠올림.
뭐 사실 생물체를 째거나 토막내보면
피 다음으로 눈에 띄는게 그런 것들이긴 함.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들 보다는
별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각종 기관의 기능과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신경임.
(뭐 따지고 보면 우리 몸에서 생존에 안 중요한 건 없지만
해부학 중에 내가 젤루 좋아하는 파트라 그냥 신경 이야기만 하겠음)
근데 이 신경들이 주행하는 경로를
좀 맘 먹고 공부하려면
생각보다 상당히 골 때림
뭐 어찌보면 당연한게
사람이 나름 생각을 해서 만든
고속도로만 해도 은근 그 연결관계가 복잡한데
자연적으로 생긴 생체구조가
공부하기 쉽게 생겨먹길 바라는 건
사치라는 건 알고 있음
근데 이제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 소리가 절로 나옴
누가
이따구로
연결해놓으래
사실 실제로 해부를 해보면
오히려 이런 느낌에
더 가깝다곤 하지만...
그래도 외우려면
눈물 쏙 빠지는 건
똑같음
그래서 예시로서
그 눈물이 쏙 빠지는 예시로
눈물을 흘리기까지
어떤 신경 경로를 통해
신호가 전달되는지를 알아보자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
얘가 가장 골치 아파서
아직도 생각이 나서 그러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봐주셈
(뭐 학습용 자료 만드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의도적인 각색과 과장이 있을 수 있음.)
(경로가 2종류 있는데 둘 중 하나는 내가 잘 몰라서
그나마 잘 아는 하나만 이야기하겠음)
도착지 위치부터 알아보자.
"헤이, 구글!
눈물샘 어디있어?"
여기 있어요.
그럼 출발점은?
"헤이, 구글!
눈물 흘리라는 명령은
뇌의 어디서 내려?"
위침분비핵입니다.
(저거보다 더 아래에 있다는 문헌도 있는데
일단 난 저렇게 배움)
응? 눈물 이야기 중인데
갑자기 침????
그래 뭐 같이 흘릴 때도 많으니...
그럼 애 혼자서 침/눈물
둘 다 뿜뿜하느냐?
ㄴㄴ 괜히 침분비핵을
위/아래로 나눈게 아님
각자 담당은 이러함.
위침분비핵: 눈물샘, 턱밑샘, 혀밑샘
아래침분비핵: 귀밑샘
헷갈리게시리
출발할 때 위/아래가
침샘에 도착하고 나면 바뀜
뭐 아무튼
출발지 이름은 그렇다치고
이제 몇 번 도로 타고 나가면 될까?
7번으로 나가면 된다
7번 뇌신경, 얼굴신경!
근데 여기서 또 이름 땜에
혼란이 생김
자 일단,
왜 이름이 얼굴신경일까?
얼굴 표정 근육을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임.
눈물 흘리는 것도
표정의 일종이라서
여기로 들어가나?
뭐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은 없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그래서는 절대 아님
그 7번 뇌신경이라는게
대충 이렇게 생겼는데
(간단한 버전이라 여기엔
위침분비핵 그런거 업따)
앞서 말한 근육 움직임 기능과
연관이 있는 <얼굴신경>
+
1도 상관이 없는
빨강이/파랑이/초록이
<중간신경>
이 둘을 한데 묶어서 다시
얼굴신경이라고 부른다
(운동성) 얼굴신경 + 중간신경 = 얼굴신경
시험에서 틀리라고
이따구로 네이밍한 것이 틀림없다
자 다시 돌아와서
7번 뇌신경 중에서
운동성이 아닌 얼굴신경,
중간신경 중 첫번째 가지인
큰바위신경으로 나가면 된다.
좀 더 자세히 쓰자면
뇌 중에서도
다리뇌 부위에서 나와서
옆머리뼈의 속귀길로 들어간 뒤
(이 역시 이름값을 못해서 바깥귀길이랑은 해부학적으로 연관이 없다)
옆머리뼈의 위쪽 틈새를 뚫고 나오면
여기서부터 큰바위신경임
참고로 뼈를 한 번 뚫고
들어갔다가 나왔지만
크게 보면 유턴하는 형태인지라
여전히 머리뼈 뚝배기 안쪽임
위치를 대강 말하자면
측두엽 아랫면 정도
자 이제 여기서
앞으로 쭉 전진하다가
나비뼈
옆머리뼈
뒤통수뼈
세 종류의 머리뼈가 모여 생기는
파열구멍을 통해
처음으로 머리뼈 바깥으로 나옴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또 나비뼈에 있는 터널로 들어감
pterygoid canal이라 부름
(p는 묵음)
다시 이 터널을 빠져나오면
이제 환승센터와도 같은
날개입천장오목이라는 공간에 도달함
여기에 날개입천장신경절이라는 애가 있는데
이 신경절이라는 곳에서 다른 뉴런으로 환승하게 됨
(상당히 잘못된 설명이긴 하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다시 말하면 출발점인 위침분비핵에서
여기 날개입천장에 이르기까지
여러개의 신경세포(뉴런)들이
이어달리기 하듯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
아주 기이이이이이이다란 신경세포 여럿이
평행하게 주행하며 여기까지 달려온 것.
이 경우는 몇 cm 안되지만,
인간 생체에서 길이로 따지면 1m가 넘는 애도 있으니
참 놀라울 따름...
이런 신경세포의 신비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고
아무튼 다음 신경세포로 신호를 넘기고 나서는
도로번호도 갈아탄다.
7번에서 5-2번으로!
이 글에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지만
또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따라
잘 나오던 뇌신경 5-2번, 위턱신경에
슬쩍 낑기게 됨
이후 전상방으로 나아가
아래눈확틈새를 통과하여
눈알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와
광대신경으로 이름이 바뀌고
광대신경을 빠져나와,
이번에는 5-1번, 눈신경의 가지 중 하나인
눈물신경으로 갈아타면서
드디어 목적지인 눈물샘에 도착하게 됨.
이렇게 정리해둔걸 보고서
"뭐야, 작성자가 찡찡댄 것 치고는
ㅈ밥이잖아? 할만한데? 재밌는데?"라고 생각한
거기 당신!!!
나보다는 재능이 있군!
1쓰담 드립니다.
신경해부학
츄라이츄라이
함잡솨봐
마지막으로
댓글로 이것들 좀 알려주고 가셈
- 이런거 계속 쓰면 볼거임?
- 글로만 쓰면 너무 딱딱할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써봤는데 좀 어떤 것 같음?
- 추가로 써줬으면 하는 주제도 있으면 알려줭
- 오류 지적이나 상세 질문도 물론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