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츠키노모리 여학원의 아침.

 

 “평안하신지요(고키겡요)?”

 

 “평안하신지요(고키겡요)?”

 

 여학생들이 아가씨의 전형적인 아침 인사를 나누며 등교하고 있었다.

 

 나, 나가사키 소요 역시 그 무리의 여학생 중 하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익숙지 않았던 이 인사법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렇게 나는 친구들과 조신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반인 1-A반에 들어가 내 자리에 앉았다.

 

 “자, 여러분. 오늘은 예고했던 전학생이 왔어요.”

 

 조례시간. 담임이 전학생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전학생이 온다고 했던가. 흠. 츠키노모리 여학원의 전학생이라니 어지간히 사회력 풍부한 재력가 따님이 아니고서는 적응하기 힘들 텐데, 나처럼 벼락부자 출신이 부모 의견에 수동적으로 따라서 들어온 거라면 가엽겠어. 뭐, 도와주진 않을 거지만.

 

 “자, 들어오렴.”

 

 담임의 말에 교문이 열리고 분홍색 머리의 짜증 나는 얼굴이 등장했다. 하늘색 눈동자에, 귀여운 덧니,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바보처럼 계속 저 얼굴일 듯한 미소... 아니, 잠깐만 쟤... 아논 쨔...

 

 “치하야 아논이라고 합니다.”

 

 ...???

 

 ...??????

 

 어째서? 아논이 츠키노모리에? 어? 전학생?

 

 나는 순간 완전히 학교에 있을 때 지어야 할 미소의 포커페이스가 망가졌다. 마치 천둥이 내 머리를 직격한 듯한 충격이 얼얼하게 안면에 남았다.

 

 

 

 

 

 쉬는 시간.

 

 “아, 아논 쨩...? 네가 츠키노모리에 전학생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애초에 왜 나에게 말을 안 했...”

 

 “와, 소요링. 그 얼굴 진짜 오랜만에 본다. 이제 다시는 그 낯짝으로 밴드에 있어 주지 않으니까 이제 신선해 보이네.”

 

 여기서 그 얼굴이니 낯짝이니 그런 소리 하지 마.

 

 “와, 나가사키 씨. 전학생과 아는 사이세요?”

 

 “아, 뭐... 그렇지.”

 

 “소요링하고는 같은 밴드를 하고 있어!”

 

 그 이상 너와 나의 관계를 언급하는 이야기는 하지 마. 제발. 눈치라는 게 있으면 좀...

 

 아... 아논이 나를 엿보며 씨익 웃는 게 보인다.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가 있어서 일부러 씹는 거구나.

 

 “소요링! 근사한 별명이네요. 저도 그렇게 불러도 될까요?”

 

 “응, 물론.”

 

 왜 나를 가리키는 별명을 남이 쓸지 말지를 아논 쨩 네가 허락하고 있는 걸까?

 

 아아, 표정 관리가 힘들어.

 

 

 

 

 

 다음 날. 나는 학교에 등교했다.

 

 “나가사키 씨, 그거 들으셨나요?”

 

 “무슨 이야기?”

 

 “아논 씨가 츠키노모리 학생회장이 되었대요! 경사랍니다!”

 

 하아...?

 

 내 뇌에서 이성이라는 유심칩이 빠져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츠키노모리의 모든 학생이 강당에 집합하고, 나는 강당 무대에 학생회장으로서 서 있는 학생회장 아논 쨩을 보았다.

 

 “치하야 아논? 누구지?”

 

 “시로도 참 세상 물정이 어둡다니까! 정말 몰라? 요즘 내 브랜드의 새로운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Anon Tokyo 사장님이라고!”

 

 Anon Tokyo 그 웃기는 이름이 그렇게 유명해졌다고?

 

 “으므므... 1학년인데도 저 아우라... 카리스마... 학생회장에 걸맞아...”

 

 “확실히 츠-짱보다는 신장이 커서 믿음직한 느낌이 있네.”

 

 “나나미 짱! 내 신장 가지고 놀리지 마!”

 

 “전부 좀 조용히 하지 않을래? 새 학생회장의 포부가 안 들리거든?”

 

 아우라? 카리스마? 아논 쨩이? 어디가? 화, 확실히 날 마이고로 다시 끌고 오려고 도발했을 때는 패기가 있기는 했는데... 아무튼 그거랑 이건 다른 거고!

 

 

 

 

 

 학생회장 연설이 끝나고, 나는 아논 짱을 찾아갔다.

 

 “어째서 학생회장 한 거야(난데학생회장얏타노)?”

 

 “응? 나가사키 씨? 아니, 나는 리더 체질이라서 하지 않기엔 몸이 근질거리거든.”

 

 리더 체질...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어라? 잠깐만? 내 호칭이 나가사키 씨?

 

 “아논 쨩? 내 호칭 바뀌지 않았어?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그래? 뭐 호칭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 않아? 나가사키 씨.”

 

 “...어. 그렇지 호칭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

 

 소요링 같은 별명은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 오늘 나 밴드에 늦을 것 같으니까 알아둬.”

 

 “어? 그래. 무슨 일이 있는데?”

 

 딱히 궁금하지 않지만, 예의 상 물어보는 거다.

 

 “오후에 토모링과 함께 사키사키, 무츠찌랑 카페에 가기로 했거든.”

 

 “사키사키? 무츠찌? 하네오카 아니면 중학교 시절 친구야?”

 

 “사키사키는 하네오카 때 사귄 친구가 맞아. 토가와 사키코라고 해.”

 

 ...???

 

 “그리고 무츠찌는 츠키노모리 와서 사귄 와카바 무츠미라고 해. 알아?”

 

 몰라. 그런 애는. 그보다 어째서... 사키 쨩이... 

 

 그때, 아논 짱이 나에게 폰을 보여줬다.

 

 [사키사키! 오늘 이 카페에 가보지 않을래? 물론 돈은 내가 다 부담해줄게.]

 

 [고마워! 아노 쨩!]

 

 [맞다. 전에 사키사키가 직접 쳐서 녹음한 곡 정말 좋았어! 나도 대충 기타 연주 얹어봤는데 어때?]

 

 [꼭 들을게! 아노 쨩의 기타 연주 나 엄청 좋아하거든!]

 

 사키 쨩이... 아논 쨩과 즐겁게 라인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내가 라인을 보내면 바로 차단을 하는 사키 쨩이...

 

 “그럼 나가사키 씨! 내일 학교에서 보자!”

 

 “아, 잠깐만 아논 쨩! 나, 나도 같이 데려가주면 안 될까...?”

 

 나는 아논 쨩에게 매달렸다. 아논 쨩과 함께 간다면 사키 쨩과 카페에서...

 

 “미안해. 나가사키 씨와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닌 것 같아서 그건 안 되겠어.”

 

 뭐?

 

 “그럼 갈게.”

 

 아논 쨩이 뭔가 이상한 말을 하고 떠난 것 같은데... 어라...? 왜 내가 버려지는 포지션이 된 거지...?

 

 아니야... 아논 쨩에게도 버려지다니 이건... 으아아아...!

 

 

 

 

 

 하아... 하아... 꿈? 아, 꿈이구나. 그래, 꿈이야.

 

 나는 창문 너머로 바깥이 어두운 걸 보아 아직 늦은 새벽인 걸 알아챘으며, 나를 덮고 있는 이불과 침대의 감촉에서 가장 편안한 내 방의 기운을 느꼈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어.

 

 전학생 이야기도, 학생회장 이야기도 전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지. 하하...!

 

 “음냐... 소요링... 왜 그래?”

 

 “아니야. 아논 쨩. 엄청나게 무서운 꿈을 꿨거든. 아논 쨩이 나더러 나가사키 씨라며 거리를 두는... 꿈... 이었는데...”

 

 나는 옆에서 들리는 아논 쨩 목소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눈을 비비며 상반신을 일으킨 아논 쨩이 잠옷 차림으로 있었다.

 

 “아논 쨩이 왜 여기 있어?”

 

 “왜 여기 있냐니? 연인이 한 침대에 있는 게 이상해? 본인이 유혹해놓고는 참 이상한 말을 다 하네.”

 

 캬아아아아아악!

 

 

 

 

 

 하아... 하아... 꿈? 아, 꿈이구나. 그래, 꿈이야.

 

 나는 창문 너머로 바깥이 어두운 걸 보아 아직 늦은 새벽인 걸 알아챘으며, 나를 덮고 있는 이불과 침대의 감촉에서 가장 편안한 내 방의 기운을 느꼈다.

 

 혹시 몰라 주위를 둘러봤다. 휴우... 내 침대에 나밖에 없다. 하아... 하아...

 

 자야 하는데, 자는 게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