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밤.

 

 미나토 유키나는 이마이 家의 이마이 리사 방에 잠옷 차림으로 있었다. 유키나는 녹색 계열의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파자마에는 회색의 고양이 무늬가 박혀 있었다. 리사 방이지만, 그 방에는 유키나밖에 없었다. 유키나는 침대 근처의 바닥에 침대를 등받이 삼아 앉은 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혼자서 핸드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리사...”

 

 유키나는 문이 열리며 리사가 나타난 걸 인지하고 리사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리사는 수건을 목에 두른 채 잠옷 차림으로 나타났다. 리사는 분홍색 계열의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리사는 막 목욕하고 나온 듯 뽀송뽀송했으며, 살짝 모락모락한 김을 두르고 있었다.

 

 “유키나, 오래 기다렸어?”

 

 “글쎄, 음악에 집중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어. 어차피 이 시간에는 방에서 혼자 음악 듣기만 하니까 상관없어.”

 

 “같이 목욕했으면 기다릴 것도 없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성인 여성 둘이 함께 들어가 목욕하기엔 좁잖아.”

 

 유키나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리사와의 대화에 임했다.

 

 리사는 방긋 웃으며 유키나의 옆에 앉았다.

 

 “여러 번 다시 말하는 거지만, 생일 선물로 함께 자달라니 너무 값싼 거 아니야?”

 

 “값싸지 않아~ 정말 유키나는 뭘 모른다니까!”

 

 8월 25일. 그 날은 이마이 리사의 생일. 이제 몇 분도 남지 않았다.

 

 리사는 생일 선물로 유키나에게 자신의 방에서 함께 자는 걸 요구했다. 어린 시절과 같은 기분은 다시 만끽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12시 지났어. 리사, 생일 축하해.”

 

 마침내 8월 25일이 되고, 유키나는 리사에게 생일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응. 매년 감사해. 유키나.”

 

 “매년 축하의 말 가지고 일일이 감사해하지 마. 기본적인 거잖아.”

 

 리사가 실실 웃으며 유키나의 축하의 말을 행복하게 받아들이자 유키나는 부담스러워했다.

 

 유키나는 부담에서 멀어지려는 듯 다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슨 음악 듣고 있어?”

 

 “사요가 보낸 신곡의 멜로디.”

 

 “나도 들어볼... 아!”

 

 리사는 유키나의 한쪽 귀의 이어폰을 뺐다가 유키나의 귓속을 보고 말았다.

 

 “유키나, 귀청소한지 얼마나 된 거야? 귀가 더러워.”

 

 “남의 귀 안은 엿보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유키나는 담담하게 리사의 지적을 받아쳤다.

 

 “잠깐만 기다려봐.”

 

 “...?”

 

 리사는 갑자기 유키나 곁을 떠나 서랍장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뭔가를 꺼내 유키나에게 돌아왔다.

 

 “귀, 파줄까?”

 

 리사가 서랍에서 찾고 있던 건 바로 귀이개였다. 가느다란 막대기에 한쪽 끝에 솜털이 달린 귀이개. 리사는 그걸 오른손으로 집어 든 채 유키나에게 귀청소를 해주겠다는 권유를 했다.

 

 “내가 직접 팔게.”

 

 하지만 유키나는 하나의 표정의 미동도 없이,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

 

 “뭐~ 내 귀파기가 싫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남에게 맡겨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뿐이야. 애초에 생일 주인공에게 일을 시킬 수는 없잖아.”

 

 유키나는 정론을 말하며 손을 뻗어 리사의 손에 든 귀이개를 가져가려고 했다. 본인의 말대로 귀청소는 스스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사는 그걸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오른손을 올려 유키나에게 귀이개를 넘겨주지 않았다.

 

 “후훗...”

 

 “...?”

 

 그리고 리사는 갑자기 자만심 넘치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키나는 리사의 행동도, 웃음소리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베이스 천재 미소녀 리사짱이 명하노니, 어...”

 

 리사는 갑자기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꼬는 괴상한 포즈를 한 채, 괴상한 말을 읊더니 말을 중단했다.

 

 “이건 모카의 대사가 되어버리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그리고 리사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냈고, 메일을 받았다.

 

 “후훗...”

 

 “거기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데?”

 

리사는 다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유키나는 리사의 이 기행의 의미가 알고 싶었다.

 

 “신앙을 수호하는 수녀 리사가 명하노니, 이 신의 가호를 부여받아 ‘나만이 쓸 수 있는’ 성스러운 지팡이로, 사람의 청각을 어지럽히는 마물을 퇴치하는 것에 협조해다오...!”

 

 “...”

 

 유키나는 말없이 리사의 기행을 쳐다봤다. 유키나는 이제야 리사의 의도를 깨달았지만, 너무 황당하여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뭐, 뭐라도 말해봐! 나만 뻘쭘하잖아!”

 

 유키나의 침묵이 10초를 넘기자 리사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더니 결국 폭발하듯 유키나에게 따져 들었다.

 

 “웬 아코 흉내야? 그나저나 조금 전 누구에게 메일을 보낸 거야?”

 

 “린코. 대사 좀 짜달라고 부탁했어. 새벽까지 아코랑 게임하겠다고 했으니까 아직도 안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 부분까지도 아코구나.”

 

 유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귀청소는 리사에게 맡길게.”

 

 “정말로?”

 

 유키나가 거절을 무르자 리사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유키나에게 재차 확인했다.

 

 “응. 아코 흉내를 낼 정도로 하고 싶어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지. 오늘은 리사의 날이니까.”

 

 “유키나, 고마워~”

 

 “고마워해야 할 건 봉사를 받는 내 쪽이지.”

 

 유키나는 한쪽 귀의 이어폰도 떼어내고 핸드폰을 적당히 먼 곳에 놓아 두었다.

 

 “그럼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워봐. 쉽게 말해, 무릎베개네.”

 

 리사는 무릎 꿇고 앉은 채 오른손으로 귀이개를 들고, 왼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두들겼다. 빨리 여길 베개 삼아 누으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키나는 별 생각 없이 리사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린 채 누웠다. 리사가 귀청소하기 쉽게 옆으로 누워 귀를 리사에게 대령했다. 유키나의 시선은 바깥쪽을 향했으며, 유키나의 뒷머리는 리사의 품에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키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건 유키나의 귀청소할 때의 버릇이었다. 시각을 차단하고 귀 안쪽의 감각에 보다 강하게 집중하여 효과적인 귀청소를 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유키나 본인이 귀청소를 하는 게 아니니 눈을 감을 필요는 없었지만, 유키는 버릇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부드러운 베개... 막 목욕하고 온 참이라서 그런가 향기로운 무언가가 코끝을...’

 

 유키나는 볼에서 느껴지는 리사의 허벅지 감각을 그렇게 평가했다.

 

 “무릎베개 꺼내면 난 애가 아니라고 부끄러워할 줄 알았어.”

 

 “어째서? 이러는 편이 귀청소하기 편할 거 아니야.”

 

 “응, 그것도 그렇지.”

 

 리사는 그저 유키나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 리사의 마음도 모르고, 유키나는 한결같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럼 발굴 시작할게.”

 

 리사는 유키나의 귓속에 귀이개를 집어넣었다.

 

 “...”

 

 유키나는 귓속에 이물질이 들어오는 감각을 느꼈다. 딱딱한 막대기가 유키나의 귓속을 침범했지만, 거친 느낌은 없었고, 리사의 손결답게 다정함이 한가득하여 유키나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리사는 우선 유키나의 귀 가장자리부터 부드럽게 쓱쓱 긁어갔다. 유키나는 간지러움을 느꼈지만, 너무 가벼워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남이 해주는 귀청소는 오랜만이네. 마지막으로 받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그것참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네. 오랜만에 귀를 허용해주는 상대가 나라니 말이야.”

 

 “감사니 영광이니 부담스러우니까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말아줘.”

 

 “하하, 알았어. 그럼 본격적으로 파고들게.”

 

 리사의 그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귀이개를 귀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옮겼다. 동시에 리사는 유키나의 귓속 귀지를 잘 볼 수 있게 몸을 숙여 얼굴을 유키나 귀 가까이로 이동했다.

 

 ‘귀 쪽으로 리사의 시선이 느껴져. 내 귀지가 보인다고 생각하니 뭔가 조금 부끄럽네.’

 

 유키나의 양쪽 볼이 살짝 붉으스름한 빛을 띄웠다.

 

 리사의 본격적인 귀청소의 위력은 대단했다. 여전히 거칠지 않고 다정한 손길로, 유키나의 귓속을 부드럽게 훑고, 긁고 지나갔다. 특히 힘 조절이 그야말로 신의 손이었다. 유키나가 고통을 호소할 만큼 강하지도 않으면서, 귀청소를 하는 의미가 없을 만큼 힘이 약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귀지를 발굴했다.

 

 “느, 능숙한 실력이네. 연습한 거야?”

 

 “음? 우리 집 남동생에게 조금?”

 

 “리사 너 남동생 없잖아.”

 

 “하하, 그렇지. 농담이야. 뭐, 가끔 엄마나 아빠에게 해드리는 정도야.”

 

 리사는 유키나의 칭찬에 행복하다는 듯 웃었다.

 

 ‘귀 안쪽에서 귀이개가 마음대로 휘저으며 다니고 있어... 귀이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감각, 귀지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감각... 왜지? 평소에 하는 귀청소인데, 리사가 지금 해주는 귀청소가 무지 기분이 좋아. 귀가 녹을 것 같은 감각...’

 

 귀청소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유키나는 점점 귀 안쪽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움찔움찔거렸다. 하지만 본인은 자각이 없었다.

 

 딱 좋은 세기의 긁기가 계속해 유키나의 귓속을 사정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유키나의 볼의 붉기가 점점 진해져 갔다.

 

 “손님~ 목의 살결이 엄청나게 좋으시네요~ 제가 흡혈귀였다면 한 번... 콱 물어버리고 싶을 정도라고요~ ...물어드릴까요?”

 

 “이, 이상한 콘셉트 잡지 마!”

 

 그때, 리사가 유키나의 귀에다 대고 갑자기 농담을 건네며 귀를 농락하자 유키나는 필요 이상으로 성질을 냈다. 안 그래도 귀청소로 민감해진 귀에 녹아내릴 듯한 목소리와 유혹하는 듯한 대사를 하니 유키나의 포커 페이스가 무너진 것이었다.

 

 유키나의 성질에도 리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유키나의 반응을 귀엽게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이 푹신푹신한 솜털, ‘본텐’을 사용하겠습니다~”

 

 리사는 귀이개를 180도 돌려 솜털을 유키나의 귓속에 집어넣었다. 딱딱한 귀이애에 의한 긁기와는 다른 부드러운 자극이 유키나의 귓속을 더듬고 지나가 유키나는 다른 쾌감을 받았다.

 

 “대체 얼마나 귀청소를 안 한 거야? 발굴할 게 엄청나게 많잖아.”

 

 “확실히 최근에 신경을 안 쓰긴 했어.”

 

 “그나저나 남에게 귀지를 보이는 것에 저항은 없어? 귀지란 건 귓속에 뭉친 때잖아? 그런 더러운 걸, 거기에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걸 몸 안에 쌓고 지내는지 숨김없이 보여준다니 저항이 있을 만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신경 안 써.”

 

 유키나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정말 신경 안 써?”

 

 “그렇다고 했잖아.”

 

 “어라? 유키나. 눈을 감고 있어서 모르는 거야?”

 

 리사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마치 유키나를 놀리듯이 유키나의 귀에 속삭였다. 그 속삭임에 귀가 간지러워 유키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

 

 “유키나의 앞쪽에 전신거울이 있거든. 유키나의 표정이 움찔움찔거리는 거 다 보였어.”

 

 유키나는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말이다. 새빨개진 얼굴, 잘 익은 사과 같은 귀, 촉촉해진 눈망울... 그것이 전부 유키나의 눈에 보였다.

 

 ‘...여태껏 이런 얼굴을 리사에게 보여주며 태연한 척 굴었던 거야? 특히 귀는... 리사가 집중적으로 보고 있던 곳인데...’

 

 유키나는 부끄러움이 한 번에 몰려왔고, 자신도 모르게 리사의 바지자락을 꽉 붙잡았다.

 

 “후우우...”

 

 “흐아아앗...!”

 

 그런 유키나에게 결정타를 넣듯 리사는 유키나의 귀에서 솜털을 떼고, 유키나의 귀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 부드러운 입김이 귀 안쪽에 닿자 유키나는 반사적으로 신음을 뱉었다.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데, 본인이 기분 좋다는 걸 마음껏 표현하게 되는, 그야말로 잔인한 쾌감이었다.

 

 “...”

 

 입김이 끝나고 유키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유키나? 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보지 마.”

 

 “이미 실컷 봤으니까 더 봐도 이제 상관없지 않나 싶은데 말이야.”

 

 “놀리지 마!”

 

 유키나는 리사에게 성질을 냈다.

 

 “정말 행복했다고? 내 귀청소에 그렇게 행복한 반응을 보여주니까 말이야. 하는 보람이 철철 흘렀어.”

 

 “정말 짓궂어...”

 

 유키나의 성질에도 리사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유키나를 대하자 유키나는 더 이상 리사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자, 다음.”

 

 “다음?”

 

 “이제 절반했을 뿐이잖아? 인간의 귀는 두 개라고? 다른 한쪽 귀도 해야지. 자, 몸을 돌려서 얼굴을 내 품 안쪽으로 옮겨봐. ...왜 더 받기 싫어?”

 

 리사의 마지막 말은 질문형이었지만, 마치 답을 확신하는 듯했다.

 

 “싫지... 않아.”

 

 유키나는 자신의 귀지와 부끄러운 반응을 드러내는 감각에 저항을 느끼면서도 리사에게 받은 그 귀청소의 달콤한 쾌감을 잊지 못하고 얌전히 몸을 돌려 얼굴을 리사 품 안쪽으로 옮겼다.

 

 리사는 유키나의 선택이 기쁘다는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것으로 유키나의 표정을, 저 멀리 거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볼 수 있게 됐네?”

 

 “뚫어지게는 보지 마...”

 

 “응, 응. 알았어. 그러면 2차 갈게?”

 

 리사는 유키나의 귀여운 반응을 즐기며 귀이개를 또다시 유키나의 귓속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유키나의 모든 뇌세포가 모두 내 포로가 되어버릴 만큼 달콤한 말도 속삭여줄게.”

 

 그리고 유키나의 귓속에 울리는 달콤한 선율.

 

 유키나는 이번 기회에 톡톡히 보았다. 자애로운 천사 같은 소꿉친구의 악마 같은 면모를 말이다.

 

 ‘이래서는 완전히 올해 생일 선물은 나, 같은 상황이잖아...’

 

 유키나는 마치 자신이 리사 생일을 위한 선물이 된 것 같았다.

 

 

 

 

 

 

 후기

 

이제 와서 생각한 거지만, 8월 25일은 한여름인데, 잠옷이 긴팔인 건 그림 오류가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림 수정이 귀찮아서 생각하기를 포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