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때 열린 하나사키가와 여학원과 하네오카 여학원의 공동 문화제. 그리고 2학기 가을... 다시 한 번 두 학교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번에는 운동회. 청춘의 땀들이 불타는 3일간의 이벤트다. 하나사키가와 여학원은 홍팀, 하네오카 여학원은 백팀. 곧 두 여학원의 청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대망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치가야 댁.

 “아리사! 오늘 드디어 하네오카 여학원과 운동회를 하는 날이야!”

 “알아. 알아. 학생회 소속으로서 운동회 이벤트를 위해 뼈를 갈아버릴 수준으로 일을 했으니까. 너와는 다르게.”

 아리사는 평일 아침에 방에서 나오면 카스미가 교복 차림으로 밥을 얻어먹고 있는 광경이 보이는 것에 더는 토를 달지 않게 됐다. 1년 반 정도 지났으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질 만했다.

 “나도 아리사를 엄청나게 도와줬잖아.”

 카스미는 아리사의 표현에 크게 토라졌다.

 “장애물 경주에서 물건 빌리기 때 쓸 종이 정도는 적어준 거?”

 “그밖에도 많이 이것저것 해줬다고!”

 “난 오히려 네가 사고 치지 않을까 내내 노심초사였거든? 물건 빌리기 종이도 ‘반짝반짝하고 두근두근하는 거’라고 추상적인 말을 적었다가 사요 선배에게 혼났잖아.”

 “그, 그건 혼난 뒤에 제대로 ‘반짝반짝하고 두근두근한 것’ 중 구체적인 물건들을 적었다고!”

 아리사는 어떻게든 당당함을 유지하는 카스미의 태도에 한숨을 쉬었다.

 아리사는 등교 준비를 마친 뒤 카스미와 함께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고 했다.

 “흠...”

 “왜 그래?”

 그때, 카스미가 뭔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자 아리사는 넘어가지 못하고 표정의 이유를 물었다.

 “왠지 뭔가를 깜빡한 거 같아서...”

 “체육복 집에 두고 온 거 아니야?”

 “아니, 그건 미리 학교에다 둬서 챙기지 않았어.”

 “정말이지? 나중에 두고 왔다고 나에게 매달려도 난 체육복 빌려주지 않을 테니 알아둬.”

 “아리사, 쩨쩨해!”

 카스미는 아리사를 덥썩 안았다.

 “떨어져!”

 “힝. 그럼 이 석연치 않은 기분은 뭘까?”

 “그냥 기분 탓이겠지. 가자. 두고 간다?”

 아리사는 카스미를 두고 밖으로 나갔다.

 “같이 가~”

 그런 아리사를 카스미는 급히 따라갔다.

 

 히카와 자매의 집.

 “힝... 언니랑 한 팀이고 싶었는데...”

 히나는 아침을 먹으면서 투덜거렸다. 히나의 투정에 사요는 또 시작이냐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 소리야? 두 학교가 공통으로 치루는 운동회라 각 학교의 학년, 반 별로 팀을 나누는 건 복잡하다고 단순하게 하나사키가와는 홍팀, 하네오카는 백팀으로 하기로 회의 때 결정났잖아.”

 “난 끝까지 반대했다구!”

 “하아... 학생회장이라면 모두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사요는 히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이제 곧 임기 종료잖아. 사심뿐인 투정을 부리기보다는 널 존경하는 학생들을 위하는 방향을 우선해줘.”

 “아아, 그것도 참 룽하지 않아. 학생회장, 재밌었는데. 더 이상 츠구 짱을 부려먹을 수도 없게 되고...”

 “넌 하자와 씨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뭐든 부탁하면 어떻게든 해주는 만능 부회장.”

 사요는 너무나도 철없는 여동생의 언변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하자와 씨... 못난 여동생을 둬서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속으로 츠구미에게 히나 대신 심심한 사과를 올렸다.

 

 등굣길. 린코와 아코가 함께 등교하고 있다. 학교가 다르므로 어디까지 겹치는 길까지만 함께할 예정이다.

 “모처럼 두 학교끼리 하는 운동회인데 린린이랑 다른 팀이라니...”

 “팀이 같아도 달라도 어차피 ‘홍백전에서는’ 아코랑 함께 뭔가를 할 일이 없었을걸? 학년이 다르니까.”

 “그래도~”

 아코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만을 토해냈다.

 “홍백전에선 함께할 순 없지만... 마지막 기마전이라면 함께 싸울 수 있어.”

 “응. 로젤리아의 모두와 함께 말이지. 특이하게 5인 1조 기마전이니까.”

 아코는 운동회 마지막 이벤트 기마전을 생각하며 벌써 불태우고 있었다.

 

 다른 등굣길. 애프터글로의 모두가 함께 등교하고 있다.

 “히마리는 테니스와 기마전 말고 하는 거 있어?”

 “음? 줄다리기, 콩주머니 던지기, 장애물 경주... 그리고...”

 란의 질문에 히마리는 자신이 참가하려고 하는 종목들을 하나둘 읊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종목에 참가하는 거 아니야? 구기 종목은 테니스뿐인 거 같지만.”

 “히~짱, 츠구하려는 모양이네.”

 히마리가 너무 많은 종목을 읊자 츠구미는 걱정했으나, 모카는 별 걱정하지 않았다.

 “응. 츠구할 거야! 운동회 때 많이 움직여서 살을 획기적으로 뺄 거라고!”

 “하하! 히마리, 의욕 만점인 게 보기 좋네! 난 응원할게.”

 히마리가 불타오르자 토모에가 뜨겁게 받아줬다.

 “하나사키가와에서 테니스를 하는 학생은... 오쿠사와 씨인가?”

 “와~ 히~짱이 곰 인형탈과 맞서는 경기도 볼 수 있겠네~”

 “아니, 학교에서 하는 운동회이니까 미셸 복장으로 안 오겠지.”

 모카가 농담을 치자 란은 어김없이 츳코미를 걸었다.

 “난 어떤 종목이든 재밌을 거 같지만, 역시 가장 기대되는 건 기마전이야. 5인 1조. 우리 5명 모두 함께 1위를 노리자고!”

 토모에는 운동회 마지막 이벤트 기마전을 향해 열을 올렸다. 토모에가 띄운 열에

 “그래! 토모에! 기마전이야말로 우리들의 우정, 팀워크를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야!”

 히마리도

 “난 관심 없어. 평소대로 할 뿐이야. ...다만 미나토 씨네 기마는 박살 낼 거야.”

 란도

 “응! 모두 열심히 하자! 우리의 견고한 우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테니까!”

 츠구미도 모두 열이 올랐다. 5명이 함께 하는 게임이라는 게 그들의 우정이 불타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랜 소꿉친구 사이이기에 형성될 수 있는 단단한 우정이란 것. 하지만 그 우정이란 건 의외로 무너지기 쉬운 법이다.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유치한 화제에 말이다.

 “근데 기수는 누가 해?”

 “““당연히 나지.”””

 모카가 던진 의문 하나에 란과 히마리, 토모에가 동시에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리고 순간 같은 대답을 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기수란 건 가장 힘이 좋은 애가 맡아야 하는 거야. 당연히 내가 적임이야.”

 토모에는 당연히 기수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미나토 씨네 기마를 무너뜨리는 기회는 양보할 수 없어...”

 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당연히 밴드 리더인 나 우에하라 히마리가 기수여야지! 안 그래?”

 히마리는 당연히 기수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뭐~ 히~짱 무거울 거 같아서 히~짱이 기수라면 힘들 거 같은데~”

 “어차피 네 명이서 드니까 무겁지 않을 거고, 애초에 난 그렇게 무겁지 않아!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무겁다면 키가 가장 큰 토모에일 게 뻔하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기수는 역시 천재 미소녀 모카 짱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카 역시 기수 후보에 발을 들였다.

 “저, 저기 얘들아? 시, 신경전은 좋지 않다구? 으앙~ 얘들아, 말 좀 들어봐! 제발!”

 한편 츠구미는 유일하게 기수 후보에 들어가지 않고, 금방이라도 깨질 거 같은 소꿉친구 우정을 위험천만하게 바라보며, 싸움을 중재할 준비에 들어갔다.

 하나사키가와 여학원. 100m 달리기(2학년) 종목.

 운동장 위에 하얀 석회가루로 그어진 선. 곧 그 위로 하나사키가와 여학원과 하네오카 여학원의 주자들이 서서 누가 더 빨리 100m를 지배하는지를 겨루게 된다.

 “...일단 물어볼게. 오타에, 그 기타는 뭐야?”

 “내 기타인데? 아리사, 몰랐어?”

 “그건 알아! 근데 이제 곧 주자로서 뛰어야 할 네가! 왜 기타를 들고 대기하고 있냐고!”

 아리사는 어김없이 답답하게 만드는 타에의 사차원 언변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야 기타를 치면서 달리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재밌지 않아!”

 “포피파 홍보도 되지 않을까?”

 “이거 하네오카 여학원 즉, 백팀과의 승부거든?! 그런 짓을 해서 점수를 낮게 받았다간 모두에게 험한 말을 듣게 될걸?! 결과적으로 포피파의 이미지만 나빠질 거라고!”

 아리사는 단전에서 끌어올린 분노로 타에의 바보짓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고, 결국 타에는 기타를 리미에게 맡겼다. 수습은 됐지만, 아직 납득이 되지 않은 타에의 표정이, 아리사의 성질을 살짝 긁고 있었다.

 “어이, 카스미! 너도 오타에 같은 생각으로 기타 가져온 거 아니겠지?”

 “기타? 안 가져왔어.”

 아리사는 타에와 정신 세계가 비슷한 카스미의 기행 여부도 확실히 체크했다.

 ‘기타? 기타... 기타 두고 왔어... 하지만 왜지? 가져와야 하는 기분이 들어... 오늘 라이브도 연습도 없는데.’

 아리사가 떠나자 카스미는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뭔가를 떠올려내려고 애썼다. 잊으면 안 될 걸 잊어버린 듯한 그 기분은 너무나도 찝찝해서 카스미는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기타를 반납한 타에는 주자로서 100m 달리기 시작점에 선 뒤, 신호탄 소리에 맞춰 전력질주를 했다. 평소 조깅으로 신체 단련이 되어있는 타에였기에 꽤 좋은 성적을 냈다.

 한편...

 “와... 타에 선배의 달리기 겁나 멋져부려...”

 롯카는 황홀한 표정으로 캠코더에 저장해놓은 타에 달리기 장면을 돌려보고 있었다.

 

 하네오카 여학원. 테니스 종목.

 하나사키가와 여학원과 하네오카 여학원의 각 테니스 여고생들이 집결했다.

 “히~짱! 공룡을 멸망시킬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는 거야!”

 “공룡을 멸망시킬 정도의 한 방이라니... 그런 건 만화에도 안 나온다고!”

 히마리는 시합에 나서는 길에 모카가 의미 모를 농담을 하자 실없이 웃으며 받아쳤다.

 “역시 우에하라 씨도 테니스 종목에 참가하는구나.”

 “응, 미사키 짱. 리사 선배도 있어.”

 “리사 씨라면 아까 봤어요.”

 하나사키가와 여학원의 미사키가 인사하러 오자 히마리는 반갑게 맞이했다.

 “미사키 짱과는... 아, 같은 조라서 서로 한 시합 이기면 바로 붙을 수 있겠네.”

 “응. 반드시 이겨서 코트에서 보도록 하자.”

 미사키와 히마리는 코트에서의 재회를 약속했다.

 “그럼 함께 에이, 에이, 오!”

 “...”

 히마리는 미사키와의 우정이 샘솟는 것 같아 끓어오르는 흥을 구호로 표현했으나, 미사키는 반응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모카 역시 마찬가지.

 “...미안. 나 그런 거 받아주는 걸 잘 못 하거든.”

 “그냥 함께 ‘에이, 에이, 오’라고 외치기만 하면 되는 건데~”

 히마리는 미사키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울상이 되었다.

 그리고 히마리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하나사키가와 여학원. 단체 줄넘기 종목.

 하나사키가와 여학원과 하네오카 여학원에서 각각 팀을 A~D조로 나눠 경쟁.

 아야가 있던 하나사키가와 A조는 아야가 멋지게... 계속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광탈. 마야가 있던 하네오카 B조는 마야가 멋지게 발목을 잡으면서 광탈. 멋진 광탈 승부였다.

 

 하네오카 여학원. 콩주머니 던지기 종목.

 콩주머니 던지기. 그것은 봉 위의 바구니와 봉 주위의 바닥에 잔뜩 흩어진 콩주머니로 하는 게임. 바닥의 콩주머니를 주워 봉 위의 바구니에 던져 바구니에 콩주머니를 계속 채워놓는 것이다. 제한시간이 종료되면 양팀의 바구니를 확인하여 더 많은 콩주머니를 바구니에 넣은 쪽이 승리한다.

 ...그런 게임일 터이다.

 [안녕~ 하네오카 히나 짱 학생회장이야. 이번 콩주머니 던지기는 내 아이디어가 더해져 수영장에서 열려. 수영장 한가운데에 봉과 바구니를 설치했어. 그리고 통상 콩주머니 던지기와 다른 점은 바로 콩주머니가... 수영장 물 바닥에 있다는 점이야. 잠수해서 빨리 콩주머니를 건지도록 해. 그리고 물 높이는 120cm 정도밖에 안 되니 빠져 죽을 일은 없으니 안심해.]

 방송 스피커로 수영장에 전해지는 히나의 목소리.

 평범해야 할 콩주머니 던지기는 히나의 돌발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 이색적인 게임이 되었다. 원래는 히나는 수영도 잠수도 못 하는 사람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에 물 높이를 2m로 할 생각이었으나, 린코, 사요, 츠구미의 지적에 물 높이가 120cm로 하향 먹었다.

 이리하여 콩주머니 던지기 종목은 다름 아닌 하네오카 실내 수영장에서 개최됐다. 실내 수영장엔 학교 수영복 차림의 두 학교 여학생들이 집합했다. 콩주머니 던지기 역시 하나사키가와 여학원과 하네오카 여학원에서 각각 팀을 A~D조로 나눠 경쟁했다.

 “가을에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하다니 히나 짱도 참...”

 치사토는 한숨을 쉬었다.

 시합은 시작되고 많은 여학생들이 수영장 안에서 뒤섞인 채 물 속의 콩주머니를 집어들었다.

 “이거 뭐야. 콩주머니... 물 잔뜩 먹어서 무거워졌어. 던져도 높이 올라가질 않는데?”

 치사토는 콩주머니를 있는 힘껏 던져도 높이 날아가질 않고, 바구니에도 잘 닿지 않자 당황했다.

 “치사토 짱... 그것뿐만이 아니야. 후에엥~ 빗나가면 처음부터 다시 물 속에 있는 걸 주워야 해.”

 카논은 울면서 잠수, 던지기를 반복했다.

 “잠수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말이구나. 이거 꽤 힘겨운걸...”

 치사토는 처음에는 단지 장소를 수영장으로 바꿨을 뿐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잠수도 몇 번이나 반복하니 기운이 쭉 빠져나갔다. 치사토 외의 많은 사람이 열심히 콩주머니를 던졌는데도 바구니엔 콩주머니가 많이 차지 않았다.

 “훗. 어라, 치사토. 많이 힘이 빠진 모양이구나. 내가 부축해줄까?”

 “카오루. 상대 팀이라면 이쪽에 신경 쓰지 말고 너희 팀 바구니에 신경 쓰지 그래?”

 하네오카 A조의 카오루가 치사토에게 작업 같은 멘트를 던지자 치사토는 차가운 말투로 받아쳤다.

 “크, 큰일이야! 치사토 짱!”

 “카논, 왜 그래?”

 “젖은 카오루 씨를 보고 우리 조 학생들이 기절하기 시작했어!”

 “뭐?”

 치사토는 이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하나사키가와 A조의 절반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아... 카오루 씨... 이곳은... 천국?”

 “리미 씨! 정신 차리세요! 무사도! 마음속으로 무사도를 그리는 거예요! 카, 칼을 물면 영혼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칼을! 누가 칼을!”

 하나사키가와 A조 이브는 의미불명의 말로 물 위에서 의식을 잃어가는 리미를 흔들어 깨웠지만, 리미는 일어나지 않았다.

 “치사토 씨, 어쩌죠? 이대로는 우리가 지겠어요!”

 “아니, 이브 짱. 잘 보니 우리만 열세인 것도 아닌 거 같아.”

 “무사도?”

 치사토의 말에 이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타 씨. 저기, 아군까지 쓰러뜨리고 있는데?”

 한편 하네오카 A조 유키나는 카오루에게 쓰러져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하네오카 A조 학생들을 가리켰다. 하네오카 A조 역시 하나사키가와 A조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새끼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짓을 해버렸군. 아아, 어쩜 나는 이리 죄 많은 여인인지.”

 “하하, 카오루. 인기 죽이는데!”

 하네오카 A조 리사는 이 상황이 그저 재밌다는 듯 구경하고 있었다. 승패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다.

 몇 십 분 후.

 “저건 뭘까요. 하나사키가와 B조... 인간의 움직임이 아닌데요.”

 하네오카 B조의 아스카... 아니 아스카를 포함한 하네오카 B조의 모든 학생은 하나사키가와 B조의 상황을 보고 당황했다.

 “코코롱!”

 “응!”

 하구미는 발로 묵직한 콩주머니를 들어올려 물의 허공에 띄운 뒤 잽싸게 손으로 집어 올렸다. 띄운 덕에 최소한의 잠수로 집는 게 가능했다. 하구미는 그렇게 빠르게 콩주머니를 회수하고, 회수하자마자 코코로에게 던졌다. 코코로는 물 속에서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하구미가 던진 콩주머니를 공중에서 낚아채 바로 바구니에다 던져넣었다.

 “수영부 소속인 나도 이 게임에 적응하기 어려운데, 저 두 분은 대체...? 팀워크도 무서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지고...”

 아스카는 그냥 순수하게 감탄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코코로와 하구미는 물의 제약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바구니에 잔뜩 콩주머니를 넣었다. 코코로의 타고난 운동신경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필연의 기적이었다. 하구미 역시 코코로만큼은 아니지만 특출난 운동신경으로 열심히 코코로를 보조했다.

 결국 콩주머니 던지기 종목은 코코로와 하구미의 대활약으로 하나사키가와가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