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흰 눈이 내리는 오늘은 바로 나, 키리가야 토우코의 생일이다. 오늘 방과 후 내내 모니카 애들과 바깥의 눈을 가지고 여러 가지 놀이를 했다.

 “토우코 짱! 왜 자꾸 나에게만 던지는 거야! 마시로 짱이나 나나미 짱, 루이 씨에게도 던져!”

 즐거운 눈싸움이라던가.

 “어라. 나나미가 만든 눈사람 얼굴 퀄리티 대박~! SNS 감인데!”

 “우와... 나나미 짱 대단해. 나 같은 건 눈을 크게 뭉치는 것도 힘겨운데.”

 “어? 이, 이 정도는 평범한 거 아니야?”

 모두 힘을 합쳐 커다란 눈사람 만들기라던가.

 “대체 어째서 차가운 눈 위에 눕는 거야? 이해할 수가 없어.”

 “루이도 참 그런 차가운 말은 하지 말고 애들이 누울 때 함께 누워! 내 생일이니까 함께 즐기자고!”

 눈밭에 누워 눈의 감촉을 느끼며 하늘 구경이라던가. 실컷 작은 눈 축제를 즐겼다.

 방과 후 내내 눈으로 논 우리들은 다음 이벤트를 즐기러 장소를 옮겼다.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1박 생일 파티 시작한다!”

 “““예~!”””

 “...”

 다음 장소는 우리 집. 모니카의 모두가 우리 집에 모여 1박 묵고 갈 예정이다.

 “그럼 첫 번째 이벤트로 *야미나베를 시작한다!” (*야미나베: 여러 사람이 각자 서로가 모르게 준비해 온 재료를 밤중에 불을 끈 어두운 방 안에서 냄비에 넣어 끓여 먹는 놀이. 보통은 이상한 재료를 넣어 벌게임에 진 사람에게 단독으로 먹인다.)

 나는 탁자 위에 뜨거운 국물이 담긴 냄비 하나를 버너째로 올려놓았다.

 “음식으로 장난치면 못 쓴다는 루이와 후-스케의 의견이 반영되어 이 야미나베는 벌게임 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모두가 먹는다는 가정하에 제대로 된 재료를 넣어 만들 예정이야. 뭐, 미리 고지했으니 모두 알고 있지?”

 나는 일어서서 방 전등 스위치에 손을 댔다.

 “그럼 이제 불 끌 테니 각자가 준비한 재료 준비하도록 해.”

 나는 불을 껐다. 나, 시로, 나나미, 후-스케, 루이 순서로 한 명씩 재료를 넣었다.

 “그럼 어두워서 힘들겠지만, 얘들아 재료 중 아무거나 집어서 먹어보도록 하자.”

 내 지시에 맞춰 모두 냄비 속에서 아무 재료를 젓가락이나 작은 국자로 집어 자기 그릇에 담아갔다. 첫 시식은 오늘의 주인공인 나. 눈앞의 정체 모를 것을 입 안에 넣는다는 긴장감을 숨 쉬듯이 느끼며 시식했다.

 “내가 집은 건... 음... 고기인가. 소고기?”

 나는 입 안에 씹히는 소고기의 감칠맛을 천천히 음미했다. 국물을 잔뜩 머금어 더욱 복잡한 맛이 밴 감칠맛이었다.

 “맞아. 내가 소고기를 가져왔어.”

 “후-스케, 너무 평범하잖아.”

 “국물 요리에 고기가 없다니 너무 심심하잖아.”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아무렇지 않게 소고기를 가져왔다는 게 나에겐 문화 충격인데.”

 시로가 또 묘한 구석에 놀라고 있어. 이 정도는 평범한 거 아닌가. 아, 나나미 같은 생각을 했어.

 “그나저나 국물에 살짝 칼칼한 맛이 있네. 다른 애의 재료 때문인가?”

 나는 국물의 맛에서 느껴지는 칼칼함을 자각했다. 덕분에 고기의 맛도 국물의 맛도 더욱 풍부해졌다.

 “윽... 맛없어...”

 다음은 시로. 뭐지? 시로가 싫어하는 채소 종류인가?

 “뭐지... 이거? 시금치?”

 “시금치라면 나야.”

 “루이 씨? 왜...”

 “애들이 고기만 잔뜩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됐거든. 균형을 골고루 맞춰야지. 시금치 외에도 당근이나 양파, 버섯도 넣었어.”

 “으으...”

 루이 덕분에 뭔가 복불복 같은 느낌이 나기 시작했어.

 “나도 고기네. 고기는 츠-짱 말곤 가져오지 않았나 봐?”

 다음은 나나미. 나랑 같은 고기가 당첨됐나 보다.

 “나는 면을 가져왔어.”

 나는 내가 가져온 재료를 말했다.

 “나, 나는 하구미 씨네 감자 고로케...”

 시로는 고로케구나.

 “나는 고추를 넣었어.”

 “칼칼한 맛의 정체는 나나미의 고추였구나!”

 “응. 처음엔 야미나베란 말에 타바스코소스를 넣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된 재료를 가져오라고 해서 고추를 가져왔어.”

 나나미는 매운 걸 좋아하니 말이지.

 “뭐랄까, 신기할 정도로 우리 서로 겹치는 게 없었네. 고기 담당, 채소 담당, 면 담당, 고로케 담당, 각종 채소 담당...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재료를 준비했잖아? 정말 웃기네!”

 나는 웃으며, 이 신기한 기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우코 짱 말대로야. 신기하게 겹치지 않았네. 마치 이 야미나베... 우리 모르포니카 같은걸. 모두 성격이 제각각이지만, 한마음인 우리.”

 “나왔다. 시로의 독특한 표현!”

 나는 시로가 또 시적인 표현을 쓰자 반갑게 지적했다.

 “성격이 제각각인 것엔 동의하지만, 한마음이란 표현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네.”

 “루이도 참 그럴 땐 분위기 봐서 동의해줘야지.”

 나는 질리지 않고 퉁명스러운 소리를 하는 루이를 보며 웃었다. 물론 어두워서 루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야미나베로 저녁을 채우고, 우린 다음 놀이로 트럼프로 도둑잡기나 했다. 표정에서 패가 다 보이는 시로, 시로와 정반대로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루이, 평범해서 좋다고 하는 나나미, 열정은 넘치지만 항상 지는 후-스케... 정말 시로의 말대로 우린 그 야미나베 같다. 이토록 다른 점으로 가득하지만, 서로 힘을 합쳐 멋진 음악을 자아내니까.

 “도둑 잡기도 질리네. 이대로 취침하기엔 아까운데, 뭐할까.”

 “토우코 짱, 저 DVD는 뭐야?”

 “저거? 옆동네 갸루 친구에게 빌린 거야.”

 시로는 내 방의 책꽂이에 있는 DVD 더미들을 가리켰다.

 “이건 ‘플라워 프린세스 열!!’이잖아.”

 “어라? 후-스케 아는 거야?”

 “그, 그게... 동생들이 보는 거라고 아는 거야. 딱히 챙겨봤던 건 아니야.”

 “그래? 이왕 발견한 김에 우리 이거 감상이라도 할까?”

 훗. 아직 밤은 긴 거 같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불태울 수 있을 때까지 불태우자. 친구들과 함께, 멋진 밴드 동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