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9월 15일은 나, 후타바 츠쿠시의 생일이다. 내일은 내 생일과 별개로 광장에서 모르포니카의 라이브를 할 예정이다. 정확히는 헬로! 해피 월드의 주최 라이브에 게스트로 연주하는 형태다. 한 해에 하루뿐인 내 생일에 모르포니카의 라이브를 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다.

 

 9월 13일 오후. 나는 하자와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접객 일을 하고 있었다. 흐흥~ 이제 일이 몸에 배서 웬만한 일은 완전 여유라고.

 “오~ 오늘 츠-짱이 아르바이트하는 날이구나~”

 “네, 모카 선배.”

 하네오카 여학원 교복을 입은 은발의 이 여성 손님은, 아오바 모카 선배. 이 하자와 커피점의 자녀분이자 내 아르바이트 선배인 하자와 츠구미 선배와 같은 밴드 동료이자 소꿉친구이시다. 나긋나긋한 말투와 마이페이스한 성격이 특징인, 쉽게 말해 귀찮은 선배이시다.

 마주하자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부터 들었다. 왠지 토우코 짱을 상대할 때의... 감각이 되살아나...

 “그럼 츠-짱, 이 가게의 비밀 메뉴 3번 세트 하나 부탁해~”

 “네?”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메뉴에 당황했다. 비밀 메뉴? 그런 게 있었나? 하지만 모카 선배는 아마 이 커피점에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텐데...

 “어라, 이브 찡은 즉각 즉각 반응하던데, 츠-짱은 느릿느릿하네~ 이거, 이거 후배 교육을 제대로 못 한 선배에게 따끔한 말을 전해야 하겠구먼~”

 “므므므...!”

 나는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모카 짱! 츠쿠시 짱을 괴롭히면 못 써!”

 “이런~ 따끔한 말은 내가 들었네~”

 내가 당황하고 있자 츠구미 선배가 나타나 날 구해줬다. 아, 거짓말이었구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몸짓과 태도에 그만 속아 넘어가 버렸다. 모카 선배가 나보다 더 이 커피점에 대해 잘 안다는 배경 역시 나에게 악영향을 줬다.

 그래도... 어른다운, 유연한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내 실책이다.

 “므므므... 죄송해요. 제가 좀 더 믿음직했더라면 츠구미 선배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럼 모카 선배, 이번엔 제대로 주문을... 아앗!”

 나는 모카 선배의 주문을 받기 위해 주문표와 펜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기합을 넣으면서 그만 실수로 손에서 펜을 놓치고 말았다.

 “아아! 앗! 휴우...”

 다행히 나는 손에서 위로 튕겨 나간 펜을 바로 손으로 잡아내면서, 펜을 떨어뜨리는 실태까지는 범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선에서 끝난 것만 해도 충분히 부끄러운 해프닝이었지만.

 “오오, 츠-짱 츠쿠하네(*츠쿳테루)~” *‘만들었네’랑 발음이 같음.

 “네? 제가 뭘 만들었나요?”

 “하하, 츠쿠시 짱. 모카 짱의 대충 갖다 붙이는 말장난 같은 거니 무시해도 돼...”

 “츠구의 츠구한 설명 고맙소이다~”

 뭐랄까, 모카 선배는 나나미 짱과 토우코 짱을 하나로 합친 느낌이다. 이것도 쉽게 말해 귀찮은 느낌이란 거다.

 이후 모카 선배는 떠나고... 나는 결심했다. 오늘만은 이 이상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말이다!

 내가 그런 결심을 굳히고 있는 중에, 새 손님 일행이 들어왔다.

 “어라. 오늘은 츠쿠시 짱이구나.”

 “아, 아야 선배!”

 분홍 머리의 아이돌 마루야마 아야 선배. 분명 치사토 선배를 제치고 한 밴드의 리더를 맡고 있는 훌륭한 분이실 텐데, 왠지 모르게 나와 동질감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죄송한 착각이다. 그리고...

 “어라? 이브 짱은 없어?”

 “히나 짱, 이브 짱은 오늘 라디오 방송 스케줄이야.”

 “아, 맞다.”

 “히나 씨... 오늘 사무소 안무 연습 때도 같은 질문을 했다가 치사토 씨에게 같은 대답을 들었던 거 같지 말입니다...”

 같은 아이돌 치사토 선배, 히나 선배, 마야 선배도 함께 왔다. 물론 일반인은 눈치 채지 못하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한 몸처럼 달고 있었다.

 안 돼... 이 선배들이 오시면 나는...

 무척 귀여움을 받아서 나는 어린애가 되고 만다고~

 

 9월 14일 오후. 나는 여동생들과 함께 나나미 짱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나나미 짱!”

 나는 여동생들과 함께 자리에 앉은 뒤, 나나미 짱의 뒷모습이 보여 반사적으로 인사부터 했다.

 “...”

 “나나미 짱?”

 ...? 나나미 짱은 몸을 돌려 나를 봤는데도 대답이 없어 나는 나나미 짱의 이름을 물음표와 함께 다시 불렀다.

 “응. 그래, 이쪽이 츠-짱이구... 아니아니, 잠시 딴 생각 좀 했어~”

 뭔가 나나미 짱이 굉장히 실례가 되는 말을 하다가 취소한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설마 나와 여동생들 사이에서 누가 나인지 구별 못 한 거겠어? 나는 나나미 짱을 믿어.

 “아니, 사실 순간 누가 츠-짱인지 못 알아봤어. 미안해.”

 인정하지 마! 므므므... 사람이 모처럼 열심히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사과의 선물로 이거 줄게.”

 “이건...?”

 나나미 짱은 곰(熊)돌이 모형을 한 핸드폰 고리를 내게 넘겼다. 핸드폰 고리의 곰돌이 모형은 무지갯빛 별을 끌어안고 있었고, 전신엔 ‘ア’ 모양의 문신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과자 사은품이야~ 똑같은 게 2개 나왔는데 하나 츠-짱에게 줄게~ 이 핸드폰 고리는 말이야... 이걸 손에 쥔 채 별똥별 아래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어~”

 “뭐야 그 소문. 너무 가짜인 티가 팍팍 나잖아. 흐흥~ 그래도 뭐 받아갈게.”

 나는 나나미 짱이 말한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의 선물은 기분 좋게 받아갔다. 정말로 믿지 않는다고? 그런 건 애나 속는 거니 어른스러운 난 속지 않는다고?

 “아, 맞다~ 소원을 빌 때는 약간 주의하는 게 좋대~ 그도 그럴게, *아쿠마(ア熊)이니까~ 인간의 소원을 장난으로 나쁘게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악마

 “뭐야 그 말장난.”

 정말로 유치한 곰돌이네.

 

 밤.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빠와 마주쳤다.

 “내일은 광장에서 라이브를 한다고 했지? 아빠가 푸드트럭을 대령해줄까?”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이제 애가 아니에요! 아빠의 진심 어린 응원이 부끄러워질 나이라고요!”

 “고1이면 충분히 애지.”

 “므므므...”

 아빠는 여전히 날 애 취급했다. 그야 애이긴 하지만! 나는 학급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고, 밴드에서 리더를 맡고 있다구! 그런 위치의 내가 애 취급 받아선 안 돼!

 나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므므므... 어제도 오늘도 난 잔뜩 애 취급받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행동을 연발했다. 키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크지를 않고... 젠장, 키만 컸더라면 애 취급을 덜 받을 수 있을 텐데. 채소를 먹으면 키가 잘 큰다고? 흥, 그런 건 미신이다. 따, 딱히... 내가 채소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그때, 책상 위에 오늘 나나미 짱에게 받은 곰돌이 핸드폰 고리가 보였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침대에서 일어서 책상 위의 그 곰돌이 핸드폰 고리를 쥐었다. 어째서? 그리고 창밖을 보니...

 “별똥별!”

 나는 그 때 나나미 짱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보 같고 유치한 소문이지만, 너무나도 절묘한 우연에 난 나도 모르게 그 소문에 발을 담갔다.

 곰돌이 핸드폰 고리를 쥔 채 그 별똥별에 소원을 속삭였다.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내가 빈 소원... 그것은 ‘이상적인 나’를 그리는 염원의 말...

 이걸로 나는 키 크고 믿음직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당시의 나는 몰랐다. 그 바보 같은 유치해 보이던 소문의 무서움을... 곰돌이 핸드폰 고리의 파괴력을...

 

 다음 날, 나는 잠에서 깼다. 당연히 스스로 일어났다. 위원장인 내가... (이하생략)

 그러나 그 날 아침은 뭔가 이상했다.

 “엄마...? 아빠...?”

 항상 나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할 부모님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방에도 부옄에도 거실에도... 정말 어디에도 말이다. 다행히 여동생들은 방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부모님뿐만이 아니었다. 이성을 잃은 난 경찰에 연락을 했지만 경찰 전화번호를 눌러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이 세상엔 나의 지인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이 세상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었다.

 선생님도 없었다. 친구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없었다. 마시로 짱도, 루이 씨도, 나나미 짱도, 토우코 짱도 전부 없었다. 밴드 지인 중에 연락이 닿는 건 아코 짱과 츄츄 씨뿐. 연락이 닿는 사람들도 혼비백산이었다.

 나는 그저 집에서 여동생들을 안심시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생일이지만 생일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생일 라이브도 라이브를 함께할 사람도 관객도 없는 이상 이젠 꿈속의 일이 되어버렸다.

 어째서 이런 일이... 아코 짱과 츄츄 씨 말고 왜 다들 사라진 거지? 공통점이라곤 나처럼 키가 작은... 아니, 나보다 키가 작은 것뿐인데... 어?

 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키가 큰 사람들이 사라졌으니 이젠 세상에서 내가 키가 가장 큰 사람 같다고... 그런 생각이 들자 과거의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맞다~ 소원을 빌 때는 약간 주의하는 게 좋대~ 그도 그럴게, 아쿠마이니까~ 인간의 소원을 장난으로 나쁘게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설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믿음직한 사람이기 위해 세상에서 나보다 키가 큰 사람과 나보다 믿음직한 사람을 전부 세상에서 없애버린 건가...?

 그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나를 바꿔준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꿔버린 거라고?

 나나미 짱 말대로 아쿠마(악마)답게 장난스러운 소원 이행이었다. 그럴 수가...

 나는 방으로 달려가 곰돌이 핸드폰 고리를 찾아냈다.

 “이, 이런 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그래! 처음부터 이런 것에 기댄 게 잘못이야! 키가 커지는 것도 믿음직스럽게 변하는 것도 전부 내 노력 나름이어야 해!”

 나는 창밖으로 핸드폰 고리를 던져버렸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날짜는 9월 15일... 아침. 사람들 소실 사건은 전부 내 악몽으로 정리됐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그 곰돌이 핸드폰 고리의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나미 짱에게 물어봤지만 나나미 짱은 그런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고, 그런 핸드폰 고리를 나에게 준 적도 없다는 대답을 했다.

 그렇다면 그건 대체 뭐였을까... 정말 전부 내 악몽...

 나는 그 뒤로 조금씩 싫어하던 채소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또 마음이 약해져 그런 소원을 빌면 안 되니까... 차근차근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