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기업의 면접장. 나, 토야마 카스미는 면접을 보고 있었다. 나의 복장은 여성용 정장, 다르게 말하면 회사원의 전투복. 지금 여러 사람 앞에서 나 자신이 심사 당하고 있다.

 긴장감에 목이 뒤틀릴 거 같이 마르고 심장이 쿵쾅쿵쾅 떨렸다. 고교 시절, 중요한 라이브를 앞뒀던 그 심정 그 감각 그대로...

 “토야마 카스미 씨, 어째서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고 하는 겁니까?”

 심사위원의 상투적인 질문. 다행히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미리 짜놓았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반짝반짝, 두근두근하기 위해서요!”

 그것은 내게 있어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대사. 주문의 효과로 한순간 긴장감이 사라지고, 내 마음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이 필살의 대사만 있다면 취업은 아주 간단ㅎ...

 

 취업에 또 실패했다. 면접에서 또 떨어졌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앗짱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별머리도 안 했는데. 나는 반성을 위해 면접 때 일을 다시 회상해보았다.

 ‘반짝반짝, 두근두근한 게 정확히 뭘 말하는 겁니까?’

 ‘반짝반짝, 두근두근은 반짝반짝, 두근두근입니다!’

 좀 더 자신감 있게 말했어야 했나? 면접은 역시 너무 어려워...

 반짝반짝, 두근두근했던 고등학교도 졸업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공부와 담을 쌓았던 나는, 대학 진학보단 취업을 선택했다. 지금은 취업도 못 해서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 백수일 뿐이다.

 포피파는 해체되지 않았다. 더 이상 고교 시절처럼 매일같이 아리사네 창고에 모여 연습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밴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리사는 도쿄대에 들어가서 공부하느라 바쁘다. 그래도 시간을 틈틈이 내서 분재 관리와 밴드 연습은 철저하게 소화해주고 있다.

 오타에는 학생 때처럼 계속 라이브 하우스 관련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 기타 실력을 더욱 갈고닦기 위해 해외로의 수련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리미링과 사~야는 일반 대학에 들어갔다. 아리사만큼은 아니지만 바쁜 대학 새내기 인생을 보내는 중이다.

 뭔가 오늘내일이 거기서 거기인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같은 기분이다. 뭐, 알바는 하고 있지만...

 “흑흑... 앗짱~ 나 취업 못하면 앗짱이 날 먹여 살려줘야 해~ 알겠지?”

 “내가 왜 언니를 먹여 살려줘야 해!”

 아아, 앗짱마저 날 거부해~ 내가 들러붙으려고 하자 진심으로 날 껌딱지처럼 보는 눈으로 내 품을 떼어내고 있어.

 “그러고 보니 롯카 짱이 ‘카스미 선배를 위해서라면 제가 카스미 선배를 먹여 살릴게요!’라고 했었는데... 앗짱에게 기생할 수 없다면 롯카 짱에게...”

 “팬심 때문에 정신이 잠깐 나가서 한 헛소리일 테니까 무조건 거절해! 롯카 짱 걔 형편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잖아!”

 “당연히 농담이지. 나도 양심이 있다구.”

 “양심이 있는 사람은 여동생에게 붙어먹고 살려고 안 해.”

 앗짱이 자꾸 진실로 내 마음을 후벼 파고 있어~ 정말 까칠해, 앗짱!

 “그나저나 언니, 괜찮아? 여기 있어도.”

 “응? 왜?”

 “오늘 아리사 씨네 창고에 포피파 연습 있다고 하지 않았어?”

 “... 아! 깜빡했어!”

 앗짱에게 면접 떨어진 거 한탄하다가 그만 포피파 연습 있는 걸 잊어버렸어!

 

 나는 랜덤스타를 등에 맨 채 집에서 외출하여 아리사네 창고로 향했다. 최대한 낼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아리사네 집에 도착해 먼저 아리사네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들어갔다. 이미 집과 동일한 수준으로 편해진 길이었다.

 안에는 이미 아리사, 리미링, 사~야, 오타에가 있었다. 당연했다. 내가 약속 시간에 조... 금 늦었으니.

 “늦었잖아! 이 지각 대장.”

 내가 지하로 내려오자마자 아리사가 날 혼냈다. 집에서도 창고에서도 난 혼나기만 할 뿐이구나.

 나는 지각한 게 쑥스러워 아리사를 다짜고짜 껴안으려고 다가갔으나, 아리사는 내 행동을 읽었다는 듯 바로 사~야를 방패로 삼았다.

 내가 오자 창고 안에선 포피파 밴드 연습이 시작됐다. 포피파의 곡들... 이제 100개도 넘어서 있는지 잊어버리는 곡도 생겨서 큰일이야.

 연습을 하도 해서 지칠 때 즈음 모두들 자리에 앉아 휴식 시간을 가졌다. 사~야가 가져온 빵들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런 평화로운 휴식 시간이었다.

 “아리사, 대학 가서 친구 잘 사귀고 있어? 포피파 결성 전 때처럼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처럼 지내는 건 아니지?”

 “교우관계 멀쩡하니까 엄마 같은 걱정하지 마, 사아야!”

 “친구 명목으로 돈이나 금품을 뜯는 건 친구가 아니라 일진 짓이니 빨리 손절하고.”

 “금품... 이라...”

 “왜 날 지그시 보는 거야, 아리사?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리사가 갑자기 날 쳐다보고 있어. 왜일까? 에헤헤, 뭔가 부끄럽네.

 “아무것도 아니야, ‘토야마 씨’.”

 “에에에?? 왜 갑자기 호칭이 거리감 있게 변한 거야? 아리사, 나 무슨 잘못했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토야마 씨’.”

 “하하, 카스미를 손절하라는 말이 아니었어, 아리사. 자, 슬슬 카스미 놀리는 건 적당히 해줘.”

 음... 내가 무슨 잘못한 걸까, 랜덤스타야...

 “다음 주의 7월 14일... 카스미 짱의 생일이지?”

 “응. 올해 생일도 반짝반짝하고 두근두근하게 보내고 싶어.”

 생일은 참 좋단 말이지. 내가 태어난 날이란 게 뭔가 가슴을 울리게 해.

 “뭘 하는 게 좋을까. 카스미는 별을 반짝반짝, 두근두근한다고 좋아하니까 진짜 별을 보러 우주로 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오타에!”

 “아하하... 우주는 조금 현실성이 없겠네.”

 “조금인 걸까... 사아야 짱.”

 우주로 직접 별을 보러 간다라, 엄청 반짝반짝, 두근두근할 것 같지만 아리사 말대로 현실성이 없겠지.

 “애초에 비행기만 타도 우는 애한테 우주선을 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윽. 우, 운 적 없어...”

 나는 부끄러워서 되지도 않은 거짓말을 했다. 윽. 아리사의 한심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 너무 마음이 아파!

 “사아야 짱이 이번에 면허를 땄으니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한 곳에 가서 밤하늘의 장관을 구경하는 건 어때?”

 “우주에 가는 것보단 훨씬 현실성이 있으니 좋긴 한데... 괜찮겠어? 사아야.”

 “응. 괜찮아. 멀리까지 나가는 건 처음이라 긴장은 되지만, 포피파 모두를 데리고 나가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

 우리 멤버 중 자동차 면허를 가진 건 사~야뿐이다. 오토바이까지 포함하면 맛스의 권유로 오토바이 면허를 딴 오타에도 있지만, 오토바이 하나에 다섯 명을 태울 수 없으니까.

 “그래, 이왕이면 아예 날 잡아 거기서 캠핑하는 건 어때?”

 “그거 좋은 아이디어야, 리미링! 밤에 별의 장관 아래 모닥불에 둘러앉아 연주하는 것... 상상만 해도 반짝반짝, 두근두근한 그림이 그려질 거 같아.”

 나는 리미링의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애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캠핑장이면 나와 사아야는 탬버린밖에 못 치겠네.”

 “사아야의 차에 사아야의 드럼과 아리사의 키보드를 실으면 되지.”

 “오타에, 너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할래! 우리가 무슨 코코로네도 아니고!”

 후훗, 올해 생일도 반짝반짝, 두근두근한 하루가 될 거 같아.

 “아, 맞다. 카스미 면접은 어떻게 됐어?”

 “윽!”

 오타에가 마지막에 와서 생각하기 싫은 화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