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하아누구신데 절 쫓아오시는 거죠?”

 

 

한 여인이 단내와 함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이내 포기했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신이다.]

 

 

창조신 유메는 율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능력을 쓴 후 태평양에 강림하고 직접 일본에 행차했다.

 

 

[네 염원을 듣고 왔는데.]

 

 

?”

 

 

[왜 도망친 건지 모르겠군.]

 

 

뭐지?’

 

 

신종 사이비 종교의 포교 수법인가?

 

 

근데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어.’

 

 

그의 입을 보아라.

조금도 입을 안 열고 있지 않은가.

 

 

아니이 세상은 비정상이니 그러는 건 말이 돼.’

 

 

[네가 내 블랙리스트에 찍힌 사람이 아니라면 널 맞이하러 오지 않았다.]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신이라는 걸 믿은 건 아니다.

일단 소원을 들어주는 걸 확인한 후에 믿으려는 것뿐.

 

 

[소원지금까지 너희의 미친 계획을 생각하면 한 개밖에.]

 

 

저와 츠카사를 죽여주세요.”

 

 

여인카네코 하루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봤거든.’

 

 

나이트메어의 이능력과 그가 다른 밴드의 사람을 목걸이에 가둔 것을.

어쩌면 그가 걸즈 밴드를 박멸하기 위해 폭발물을 만드는 건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장난삼아 꺼내본 말이었는데 그걸 진짜 실행할 계획을 세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니 나도츠카사도 같이 죽어야 해.’

 

 

이곳은 막다른 골목이지 않은가.

죽어도 아마 내일쯤 시체가 발견되겠지.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츠카사는 미쳤으니까요.”

 

 

[흐음… 알았다.]

 

 

.”

 

 

허공에 검이 나타났다.

유메의 검이 하루키의 심장을 찌르기 위해 쇄도하던 그때.

 

 

-카강!

 

 

한 발… 늦지 않았어!”

 

 

나이트메어가 나타났다.

 

 

[아니늦었다내가 강림한 순간부터.]

 

 

!!”

 

 

유메가 피조물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특수 결계를 펼쳤다.

 

 

커흑!!”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고.

 

 

… 빨리 세요,”

 

 

소리도 잘 안 들렸다.

그녀에게 도망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입이 안 움직였다.

 

 

뭐하는 거야.’

 

 

영향을 받는 건 나이트메어 자신뿐인데.

왜 하루키는 가만히 있는 것인가.

 

 

도망치라고.’

 

 

이젠 시야도 안 보이게 된 그 순간.

 

 

!!”

 

 

괴로운 느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루키!!”

 

 

그러나 나이트메어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

 

 

가슴 부근이 검으로 꿰뚫린 하루키의 시신.

그리고.

 

 

[반쪽짜리 몸에 인간의 영혼을 속박합니다.]

 

 

나이트메어에게 흡수되고 있는하루키의 영혼.

 

 

* * *

 

 

.”

 

 

기억이 끝나면서 미코는 많은 걸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요.”

 

 

?”

 

 

이 세상이 누군가의 소설이면 독자들이 츠카사 군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이거 완전 작가가 자기 맘대로 쓴 것 같잖아요.”

 

 

?”

 

 

그냥 비유예요비유유머 감각 되게 없으시네.”

 

 

.”

 

 

어쨌든 도와줄게요츠카사 군만 유인하면 되죠?”

 

 

그거면 됩니다.”

 

 

알파가 기절한 사요를 업으려고 그녀에게 다가간 순간.

 

 

!!”

 

 

그가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

 

 

괜찮아요?”

 

 

당연히 괜찮겠지.

고통도 못 느끼는 나노머신인데.

 

 

여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매 걸렸나?’

 

 

미코는 알까?

알파는 이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회귀했다는 걸.

 

 

* * *

 

 

며칠이 지나도 나이트메어와 그의 친위대의 소식은 없었지만희소식 하나는 있었다.

바로 기절한 시호의 성좌들이 깨어났다는 것.

 

 

공기 맑네.”

 

 

덕분에 시호는 오랜만에 시베리아로 나들이를 왔다.

 

 

아무도 없어서 좋고.’

 

 

있는 것이라곤 눈과 나무뿐.

휴양지로서 딱 좋은 장소였다.

 

 

[처녀자리의 성좌가 춥지 않냐고 묻습니다.]

 

 

저 추위 잘 안 타요.”

 

 

괜찮다는 걸 증명해주듯 눈밭에 눕고 굴렀다.

무념무상으로 구르는 도중어제 헥사그램 제1회 회의에서 알파가 말한 게 떠올랐다.

 

 

친위대의 정체가 왜.’

 

 

자신이 첫 번째 세계부터 299번째 세계 사이에서 봐왔던 걸즈 밴드 멤버들 중 한 명이라니.

그들을 지키지 못한 것 때문에 죄책감이ㅡ

 

 

-콰과과광!!!

 

 

대지가 다섯 갈래로 찢겼다.

 

 

?’

 

 

그것도 시호의 몸도 함께..

고통은 안 느껴졌지만시호를 더 놀라게 했던 게 있었다.

 

 

[라이프가 모두 소비되었습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즉사했다는 것.

 

 

.’

 

 

눈밭이 피로 뒤덮였다.

쏟아져 나온 장기까지 있어서 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웠건만.

 

 

[플레이어의 능력이 발동합니다.]

 

 

유령 상태가 된 시호에게 나타난 푸른색의 알림창.

 

 

굴욕적이다.’

 

 

[스타 50개를 소비하여 라이프를 모두 회복하고 컨티뉴하시겠습니까?]

 

 

나에 대한 선전포고인가?’

 

 

[또한 리트라이로.]

 

 

닥치고 부활해야지.’

 

 

컨티뉴 버튼을 내리치자 몸과 내장이 정상적으로 복구됐다.

 

 

자아.”

 

 

[남은 스타: 20850]

 

 

일어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격자가 누군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

 

 

귀를 기울였다.

 

 

-뿌드득.

 

 

눈 밟는 소리가 살짝 들렸다.

 

 

거기!’

 

 

기척이 조금이라도 있는 쪽에 창을 던졌다.

 

 

-카강!

 

 

창이 튕겨져나갔다.

 

 

으음플레이어는 죽어도 부활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네?”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보다 살기가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트메어의 친위대일 확률 100%.

 

 

가면 벗으십시오.”

 

 

누군지 알고 싶었다.

 

 

놀랐어놀랐으면 미안해~”

 

 

잡담은 필요 없습니다이름이 뭐죠?”

 

 

흐응여유 없어 보이네?”

 

 

주변에 울려 퍼지는 조소(嘲笑).

 

 

참자.’

 

 

좀 빡쳤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이 아꼈던 걸즈 밴드 멤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자니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난 바엘이야.”

 

 

서열 7위인 바엘.

 

 

절 어떻게 찾았습니까그것부터 말하세요.”

 

 

… 감으로?”

 

 

오케이거기까지.”

 

 

내 얘길 더 듣고 싶지 않은 거야?”

 

 

침묵.

 

 

[게자리의 성좌가 능력을 발동합니다!]

 

 

시호의 뒤에서 열 개의 다리가 나타났다.

왼쪽에서 다섯 개오른쪽에서도 다섯 개.

 

 

하압!!”

 

 

바엘에게 달려갔다.

 

 

혹시 스파이더맨이야?”

 

 

그런 쪽하고 조금 비슷하지.’

 

 

바엘은 어둠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날렸다.

 

 

어림도 없어.’

 

 

열 개의 가시가 그 구체를 방어해줬지만.

 

 

.”

 

 

충격 때문인지 뒤로 밀려났다.

맞았다면 죽을 것 같았다.

 

 

그걸 대비해 보험 좀 들어야지.’

 

 

죽어도 부활할 수 있긴 하지만고통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다.

 

 

[쌍둥이자리의 성좌가 능력을 발동합니다!]

 

 

시호가 두 명으로 늘어났다.

 

 

[쌍둥이자리의 성좌가 능력을 발동합니다!]

 

 

네 명으로.

 

 

그리고.”

 

 

[사자자리의 성좌가 능력을 발동합니다!]

 

 

네 명의 시호 뒤에서 사자의 형상이 나타났다.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각자 같은 무기를 들었다.

들기도 힘들어 보이는 대검을.

 

 

워워날 너무 강하게 보는 거 아니야릴렉스 해!”

 

 

바엘은 자신만만한 듯 가슴을 폈다.

 

 

날 그냥 동네 꼬마로 생각하는 건가?’

 

 

오히려 좋다.

 

 

어떤 적이든 방심은 금물.’

 

 

세계관 최강자라도 훅 가는 게 방심이니까.

 

 

네가 계속 날 강하게 본다면.”

 

 

바엘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칠지도 형태의 검이 그녀의 손에 소환됐다.

 

 

나도 전력을 보여줄게

 

 

사라졌어?”

 

 

고개를 기웃거린 순간일곱 개의 참격이 시호를 향해 날아왔다.

 

 

!!”

 

 

분신들전멸.

그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그래도 괜찮았다.

 

 

패턴 확인 완료.’

 

 

덕분에 바엘의 전투 스타일이 어떤 건지 알았으니까.

 

 

비겁하네.’

 

 

은신으로 몰래 암살한다.

 

 

[양자리의 성좌가 능력을 발동합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을 들였다.

 

 

그렇다면 이쪽도 더 비겁하게 가야지.’

 

 

[물병자리의 성좌가 적을 거울 감옥에 가두기 위해 능력을 발동합니다!]

 

 

거대한 호리병이 나타났다.

이제 바엘을 가두는 것만 남았다.

사방이 물로 이루어진 곳에서 바엘은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곤 혼란을 느낄 테지.

 

 

그리고 저 녀석을 알파에게만 넘기면 돼.’

 

 

그럴 거였는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없습니다.]

 

 

?’

 

 

이능력을 소유하면 마력은 기본적으로 가져야만 할 터.

그런데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다니?

모습과 함께 마력도 감춘ㅡ

 

 

[플레이어의 능력이 발동합니다.]

 

 

[스타 50개를 소비하여 라이프를 모두 회복.]

 

 

갑자기 죽었다.

그것도 몇 초 만에.

 

 

이거.’

 

 

꽤 재밌는데?

 

 

* * *

 

 

전투는 1시간 동안 계속됐다.

바엘은 계속해서 시호를 죽임과 동시에 지쳐갔다.

 

 

질렸어.’

 

 

공격을 멈추고 모습을 드러냈다..

플레이어인 시호의 완전한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

 

 

?”

 

 

공격도 하지 않았는데 시호가 갑자기 죽었다.

그리고 이어진 부활과 사망.

 

 

들켰다.”

 

 

시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왜 뒤에서 나오는 거지?

 

 

어쨌든 나이스 플레이 스피카 씨.”

 

 

이유는 간단했다.

시호가 처녀자리의 성좌의 능력으로 계속 같은 행동만 하는 분신을 소환해서 바엘을 동네 바보로 만들었으니까.

 

 

빈틈 발견.”

 

 

[황소자리의 성좌가 플레이어에게 황소의 힘을 부여합니다!]

 

 

동네 바보 바엘은 자신의 가면이 파괴되는 순간까지 몰랐다.

왜 시호가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지를.

 

 

-콰앙!!!

 

 

가면의 조각이 주변에 흩뿌려졌다.

두근두근.

시호는 바엘이 누구인지 기대했다.

 

 

!!”

 

 

조각이 떨어지면서 드러난 바엘의 얼굴은.

 

 

리사 짱?”

 

 

이마이 리사였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볼 시간은 없었다.

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으니까.

 

 

하하… 일단 보고해야지.’

 

 

알파에게 받은 마력구를(헥사그램 모두가 받았다꺼내고 알파의 통신 코드를 입력했지만.

 

 

[유효하지 않은 코드입니다.]

 

 

라는 문장이 나왔다.

 

 

뭐지?’

 

 

한 번 더 입력해도 결국 같은 문장.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이렇게 된 이상 직접 일본으로 가서 이 소식을 전해주는 수밖에.

 

 

* * *

 

 

그 시각알파는 리사의 집 앞에 서 있었다.

왜 그냥 서 있냐고?

 

 

여기서부터 모든 게 잘못됐던 거야.’

 

 

알파가 왜 이 시점으로 회귀한 이유는 뭘까?

나이트메어를 박살 낸 후 여자도 얻고(?) 많은 걸 얻었을 그였을 텐데.

그냥 잘못된 걸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네헤모트.”

 

 

저번 세계에서 나헤마의 클리파를 얻은 후능력이 대폭 향상된 네헤모트를 발동하며 속삭였다.

 

 

[모두 잠들어.]

 

 

그 덕분에 네헤모트는 도쿄 전체 면적에 영향을 미치고도 남게 됐지만 뭐 어떤가.

아마 전 세계에선 오늘 일이 대서특필 되리라.

도쿄에서 수천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든지.

어차피 그것들은 지금 할 일을 끝내고 회귀하면 언제든 원상복귀 될 테니 신경 쓰지 말자.

 

 

어쨌든 그대로 유지되네.’

 

 

회귀했는데 기껏 얻은 능력들이(사탄과 바엘의 클리파는 못 얻었다사라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럴 걱정은 없었다.

뱀주인자리를 탈환하고 회귀한 순간을 떠올리면 답이 나왔다.

나이트메어와 그 친위대가 뱀주인자리가 없어서 허탕만 친 채 철수하지 않았는가.

 

 

그것과 같은 이치지.’

 

 

성좌와 비슷한 개념은 한 세계에 두 개가 존재할 수 없다라는 알파의 가설.

이 시점으로 회귀한 건 알파의 의지가 아닌 회귀의 성좌의 의지지만.

 

 

뭐지나 욕하는 것 같은데너 저승 갈 뻔한 거 막아준 성좌가 누군데.”

 

 

그래 라타야고맙다.”

 

 

감키코트.’

 

 

벽을 통과해서 리사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의 방으로 달려갔다.

 

 

누나일어나.”

 

 

리사의 남동생이자 수호령이마이 타케루가 잠든 리사의 몸을 흔들었다.

 

 

다시 봐도 귀엽네.’

 

 

저번 세계에서 알파는 그와 친구가 됐다.

바로 이곳에서.

 

 

?”

 

 

누가 침입한 걸 눈치챘는지타케루가 알파를 바라보았다.

 

 

누구야?”

 

 

보이지 않는 척을 하고 위로 올라갔다.

지금 알파에게 제일 중요한 건 리사의 방에 있는 불청객이었으니까.

 

 

으음… 도둑인가?”

 

 

타케루가 알파를 따라왔다.

 

 

가기엘.’

 

 

그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결계를 설치했다.

불청객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목적도 있었기도 하고.

 

 

-덜컥.

 

 

문을 열었다.

 

 

집중해.’

 

 

불청객은 집중해야만 보인다.

그녀는 유령 중에도 상대하려면 미치고 팔짝 뛸 정도의 유령이니까.

 

!”

 

 

리사의 침대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보자마자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하하.’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찾았다.”

 

 

저번 세계에서 알파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자.

 

 

바엘.”

 

 

바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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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완결까지 앞으로 5화(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