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팝핀드림의 내용이 나오니 안 보신 분은 유의.

※작중 시점은 3학년 멤버들이 모두 졸업한 해입니다. 1학년 → 2학년, 2학년 → 3학년이 됐습니다.

 

 5월 12일은 오늘이자 나, 사토 마스키의 생일. ‘RAISE A SUILEN’에서의 생일 파티는 서프라이즈 없이 이미 사전에 계획된 상태이다.

 일몰 시각에 맞춰 경치 좋은 곳에 모두 모여 일몰을 감상하고, 그다음엔 아사히 유에서 목욕을 즐긴 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라멘 가게 은하에서 모두 라멘을 즐긴다. 생일 케이크는 아사히 유에서 시식할 예정이다. 당연히 만든 건 나다.

 나는 일정대로 흘러가며 즐거움을 만끽할 오늘 하루를 상상하며, 기분 좋게 오토바이를 몰았다.

 지금은 방과 후. 시라유키 학원에선 친구들에게 축하와 선물을 많이 받았다. 선물은 대부분이 가방에 넣기 편한 (수제) 과자류였기에 갖고 다니기 편했다.

 나는 이대로 일몰 명소에 가서 모두와 합류할 예정이었다.

 “아, 맛스.”

 그러나 우연히 지나가는 사아야를 만나게 됐다.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었기에 나는 사아야의 부름에 응했다.

 “어, 사아야. 어디 가는 길이야?”

 사아야는 하나사키가와 여학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나랑 똑같이 학교에서 나오던 참인 건 분명했다.

 “아리사네 창고에 가는 중이야.”

 “아, 그 창고 말이지. 모여서 연습하는 거야?”

 “응. 아리사가 학생회 일로 늦을 예정이긴 하지만...”

 “뭐, ‘학생회장’이니 말이야. 업무가 장난 아니겠지.”

 학생회에 밴드 일까지 같이 하다니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의 성실함이다.

 “오늘 맛스 생일이지? 오타에가 알려줬어. 우리의 생일 선물은 록에게 맡겨놓았으니 잘 받아줘.”

 “그거 서프라이즈였던 거 아니야? 말해도 되는 거야?”

 “아이쿠, 나도 참 무심코 말해버렸네.”

 사아야도 맏언니처럼 든든해 보여도 어딘가 살짝 덜렁대는 면모가 있단 말이지.

 그나저나 이렇게 둘만 있으니...

 “이렇게 둘만 있으니 괌에서의 일이 떠오르네.”

 “나도 그 생각했어. 그때는 정말 초조해 죽는 줄 알았지.”

 “나도야. 우리 둘의 독단으로 페스티벌을 망치면 어떡하지, 하고 마음을 졸이고 또 졸였었어.”

 사아야와 내가 말하는 그때. 그건... 괌에서의 페스티벌이 있던 날이었다.

 

 무도관 라이브를 마친 밤에 소라 언니가 Poppin'Party, Roselia... 그리고 우리들 RAISE A SUILEN 앞에 나타나 괌에서 열리는 페스, Save the Dream에 초청했다.

 첫 RAISE A SUILEN의 해외 라이브였지만 우리의 RAISE A SUILEN은 틀림없는 최강이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페스 전날 바닷가에서 실수로 해삼을 맨발로 밟아 발목에 부상을 입기 전까지는.

 츠쿠시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나에게 안부를 물었으나, 나는 반사적으로 별 거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츠쿠시뿐만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페스 전날이기에 이 부상은 별 거 아니여만 했으니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상은 컸다. 자고 일어나서 발목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일목요연하게 부어있었고, 고통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오기 시작했다. 당일 리허설 때는 이 악물고 참고 연주했으나 당연히 온 힘을 낼 수 없었다. 츄츄는 내 이상을 눈치 채고 컨디션이 안 좋냐고 물어봤으나, 나는 더위를 핑계 삼아 내 부상을 털어놓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걱정 끼치기 싫다는 생각, 이제 곧 있으면 페스라는 초조함...

 그래도 다행히 사아야에게 들켰다. 얼음으로 필사적으로 부운 발목을 억누르는 모습을 사아야에게 들켰고, 사아야는 병원 가서 진통제라도 받아오자는 말로 날 설득하여 함께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결국 돌아가는 택시를 탔을 때는 페스 개최 시각을 넘겼지만, 다행히 Morfonica가 라이브 순서를 바꿔 1번 타자로 나서면서 발버둥 칠 시간이 주어졌다.

 이건 그 시간 동안 택시에서 사아야와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 때는 모두에게 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죽을상이 되어갔다. 그 때, 갑자기 사아야가 나에게 간지럼을 잔뜩 폈다.

 나를 놀리는 건가 싶었을 때

 “늦지 않아.”

 사아야는 멋지게 나를 위로했다. 간지럼은 험악해진 내 표정을 펴기 위한 것.

 그 위로 작전은 훌륭하게 나에게 먹혀들어갔다.

 “난 말이야. 지금 이렇게 라이브 직전에 누군가가 빠져서 라이브가 실패할 뻔했던 적, 지금을 포함해 3번째야.”

 사아야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마 흐름을 보면 이것도 위로 작전 중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해 묵묵히 들었다.

 “첫 번째는 내가 중학교 친구들과 결성한 CHiSPA에 있을 때였어. 라이브 직전에 내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라이브는 나 없이 진행됐지. 하지만 나는 그 때 밴드 모두에게 끼친 폐를 계속 마음에 안고 있다가 결국 밴드에서 탈퇴하고 말았어.

 두 번째는 오타에가 라스와 포피파를 양립하다가 1주년 라이브가 파토났을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이야.

 세 번이나 겪으면서 실감하게 돼. 어느 문제도 대화가 부족했다는 걸.”

 “대화라...”

 나는 예전에 RAISE A SUILEN이 무너질 뻔했던 일이 떠올랐다. 어느 누구도 대화가 부족하여 서로 상처만 쌓아갔던 그 일이 말이다...

 “첫 번째 때는 나는 동료들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지 않았어. 혼자 고민하다 혼자 그만뒀지. 지금 생각해도 나는 최악이었어.

 두 번째 때는 오타에가 좀 더 자기 사정을 모두에게 털어놓았다면 소중한 1주년 라이브를 자기 때문에 실패하는 비극을 맞이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세 번째 때도 마찬가지지? 대화, 우리는 좀 더 동료들을 믿고 의지했어야 했어. 동료들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동료라고 생각했다면 말이야.”

 “틀린 말 하나 없어. 나는 어째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던 걸까. 어째서 츄츄나 다른 애들에게 말하지 않은 걸까. 걱정 끼치기 싫다는 건 결국 자기만족이었어.”

 나는 결국 멋진 동료들을 믿지 않았다. 믿지 않은 결과, 커다란 민폐를 끼치게 됐다.

 “맏언니 포지션이란 건 힘들지?”

 “뭐?”

 “맛스가 라스 안에서 제일 연장자이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며 밴드 모두를 돌보려고 하잖아?”

 레이는 빠른 생일이라 실질적으로는 Morfonica 애들과 비슷한 연령대다.

 “그렇지... 라스의 모두는 동료이면서 여동생 같기도 해. 특히 파레오나 츄츄는 어리잖아.”

 나는 예전의 그 RAISE A SUILEN이 무너질 뻔했던 일을 또다시 떠올렸다. 츄츄의 폭주로 RAISE A SUILEN이 붕괴되기 직전 나는 맏언니로서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츄츄에게 막말을 던지고 수습을 포기한 채 밴드에서 뛰쳐나왔다. 결국 그 후 파레오는 츄츄의 폭주에 상처를 받고 잠적해버린 일까지 벌어졌다.

 그 때도 지금도 나는 RAISE A SUILEN 모두와 하나가 되는 일을 모색하지 않았다. 혼자 멋대로 결정하고, 밴드에 폐를 끼쳤다.

 “나도 비슷해. 나의 경우엔 제일 연장자인 것도 있지만, 동생들이 많아 누군가를 돌보는 성향이 온몸에 깊게 베인 것도 컸지.”

 “...돌보는 건 즐거워. 모두가 내 케이크를 맛있게 먹어줄 때는 행복하기까지 하지.”

 “나도야. 나도 모두가 내 빵을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사아야도 밴드에서 나랑 비슷한 포지션이구나.

 “우리는 밴드 내에서 어리광을 받아주는 역할에 익숙해져 있어서 반대로 애들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게 낯설어. 무심코 혼자 끌어안으려고 하지. 안 그래?”

 “...맞아. 정곡을 찌르네.”

 어리광. 확실히 나는 모두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걸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다. 모양 빠진다고 생각했던 걸까.

 맏언니 포지션에 있다는 자각이 있었고, 그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게 도리어 독이 됐구나.

 “포피파에선 말이지. 내 생일 때 내게도 어리광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하루만 자기들을 언니라고 생각하라며 잔뜩 어리광을 부리게 해줬어. 카스미의 엉뚱한 발상에서 나온 엉뚱한 이벤트였지만, 이렇게 어리광부리는 게 익숙하지 않은 맛스를 보니 효과적인 이벤트일지도 모르겠네.”

 “어리광을 부리게 하는 이벤트라니... 영문을 모르겠는데.”

 “하하, 의외로 재밌어. 쑥스럽지만 동료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거든.”

 포피파... 1년 넘게 함께 밴드를 해왔기에 서로를 위한 생각이 다양하구나. 아니면 카스미가 엉뚱할 뿐인 걸까.

 “나는 말이지... RAISE A SUILEN에 들어가기 전엔 나밖에 모르는 드러머였어. 연주에 몰두하면 자주 악보를 무시하고 막 달려나갔지. 그래서 동료와 많이 싸우고 한 밴드에 오래 몸을 담지도 못했지. 그리하여 내게 붙여진 별명이 광견.”

 RAISE A SUILEN조차 아니었던 나. 동료를 모르고 혼자였던 나.

 그 당시의 나는 그저 울부짖듯이 드럼을 두들겼다. 물어뜯듯이 페달을 밟아댔다.

 “이런 나를 제대로 컨트롤해준 게 츄츄였어. 이런 나와 제대로 호흡을 맞춰준 게 RAISE A SUILEN이었어.

 제대로 동료가 생기고 동료와 함께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나밖에 모르는 드러머였구나... 정말이지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하겠어.”

 “그래, 그래도 가서 꼭 마음을 전하도록 해. 마음의 티끌까지 전부. 나처럼 미안한 마음에 모두랑 거리를 두다 멋대로 밴드를 그만두거나 하면 안 돼.”

 “당연히 그럴 생각 없어.”

 이대로 돌아가 혼나는 건 살짝 무섭다. 그래도 마주해야 한다. 무책임하게 대화를 포기한 나는, 모두의 화난 얼굴을 제대로 마주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가서 제대로 허리 숙여 사과할 거야. 동료에게도 소라 언니를 포함한 스태프에게도. 동시에 제대로 대화할래. 앞으로의 반성점에 대해서 말이야.”

 “응. 그래야지. 나도 함께할게. 아, 곧 회장이 보인다.”

 이후 택시는 멈추고, 나는 필사적으로 휠체어의 바퀴를 굴렸다.

 

 회상은 종료되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왔다.

 “그 때 사아야하고 나눴던 이야기, 모두에게 대충 전했어. 어리광을 부리게 하는 이벤트도 해봤지.”

 “오오, 그거 해봤어?”

 “응. 츄츄만은 언니 노릇을 못 했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는데, 내가 선 채로는 츄츄의 손이 내 머리에 닿지 않고, 내가 츄츄의 키에 맞춰 몸을 숙이자니 내가 여동생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느낌이 되어서 모두가 웃어버린 거 있지.”

 나는 그 때 일을 떠올리면서 무심결에 웃고 말았다. 츄츄 이외의 모두가 한마음이 된 경사로운 순간이었다.

 “덕분에 나도 동료들에게 어리광부리는 요령을, 혼자서 끌어안지 않는 요령을 터득한 거 같아. 고마워.”

 “응. 맛스의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야.”

 그 대화를 끝으로 나와 사아야의 길은 갈라섰다. 사아야는 ‘Poppin'Party’에, 나는 ‘RAISE A SUILEN’에.

 이렇게 두 명의 맏언니 포지션 드러머는 본인들의 장소로 돌아갔다.

 

 

후기

 

카논 소설에 시간을 너무 빼앗겨서 꽤 급하게 썼습니다.

 

대사도 자꾸 순서를 이리저리 바꾸다 보니 어딘가 오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마지막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네요. 유머가 적은 게 아쉽지만.

 

1년 뒤로 설정한 건 괌 페스티벌의 시간대 때문. 그 이후로 마스키 생일이 나오려면 마스키가 3학년이어야 하니까요.